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30화 (331/374)

330. 연막(3)

분위기에 휩쓸린 손님들과 달리 손실에 매우 민감한 무진은 가게 주인의 심정을 십분 공감하고 있었다. 당연히 배려해야 했다. 대신 빌미를 제공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가게에 민폐를 끼칠 순 없지. 어때?”

“……헛, 미쳤군.”

코지는 기가 찬 표정으로 무진을 내려다보았다. 이는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천하 최강의 요코즈나인 코지의 역발산은 각성자조차 혀를 내두른다. 힘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무시무시한 완력을 지녔다.

그런 코지에게 완력 대결을 청했다.

“저 조센징이…… 헉! 난 일반인인데!”

“버릇없이 말 함부로 하면 쓰나.”

요코즈나에게 완력 대결을 청한 무진을 조롱하려던 일본 남자 1, 2, 3은 분위기를 타지도 못하고 움찔하며 입을 닫았다.

내로남불의 무진은 사소한 욕도 참지 않았다. 당당히 대화의 예절을 따졌다.

“코지, 저 기고만장한 조센…… 큭!”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말라니까.”

기세를 집중해서 발산하자 일본 여자 1, 2, 3은 숨이 넘어갈 듯 휘청이다 자리에 주저앉아 오줌을 지렸다. 순간 식당 알바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신속히 밀대를 가져오는 걸 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

히죽!

무진의 비릿한 조소에 식당 안은 적의가 넘쳐흘렀다.

이제 시비의 선후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무시당했다. 오므라이스에 와사비 100배로 되돌려 주지 않고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 한마음 한뜻이 되어 무진을 저주했다.

“어딜 한눈을 파는 것이냐!”

와락!

사람을 앞에 세워 놓고 딴짓하는 무진의 무례에 코지도 손을 마주 잡았다. 이제부터 다른 말은 필요 없다. 완력 대결은 결국 힘과 힘의 역량이 판가름한다. 속성이나 스킬은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 속성, 마나 무력화 아이템을 착용했다.

“완력 대결을 청한 걸 후회하게 해 주마!”

“비계 압축 속성이라도 있나 봐.”

“…….”

코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순간 소름이 돋았었다. 말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속성을 꿰뚫어 본 것이다. 실제로 그가 사용하는 돈력공(豚力攻)은 [돈압(豚壓)] 속성과 최적의 합을 이루었다. 무패의 요코즈나를 탄생하게 해 준 그만의 비기였다.

‘보통이 아니군.’

꿰뚫어 봤는지, 때려 맞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손을 맞잡은 순간 자신이 놓아주지 않는 이상 대결은 끝나지 않는다. 일본을 무시하고, 일본인에게 위협을 가한 무례한 한국인에게 정의가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해 줘야 했다.

“황실에서 나섰겠지. 하긴, 그 망신을 당하고 가만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눈치는 있군. 하나 이제 와 빌어 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누가 빌지 한번 보자고.”

“어린놈이 진정 천지 분간 못 하고 망둥이처럼 날뛰는군.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게 해 주마.”

스모 선수로서 예의를 중시한다지만, 코지의 성격이 그리 온화하진 않았다. 체면을 중시하는 일본인답게 주변을 의식해서 여태 많이 참았다고 볼 수 있었다.

꽈득!

시작과 동시에 힘을 주었다.

코지는 기선을 제압한 후 서서히 고통을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뼈를 조금씩 부숴 회복 불가의 공포를 새겨 줄 심산이었다.

네놈의 일그러진 얼굴을 봐야…… 엥?

“뭐 해?”

“무슨 짓을?”

“힘주잖아. 왜, 마력이라도 쓸까 봐?”

“제법이구…… 큭!”

“너도.”

가볍지 않은 힘을 쓰고 있는 코지였다. 완력만으로 제압하려고 마나와 속성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태까지 적수가 많지 않았거늘. 그걸 여유롭게 받아치고 있었다. 타쿠토 왕자를 일격에 쓰러뜨린 것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투드드드드!

힘이 가해질수록 두꺼운 피부를 뚫고 힘줄이 거칠게 꿈틀거렸다. 비계로 이루어진 고도비만처럼 보여도, 코지의 육신은 근육량이 상당했다.

꿈틀꿈틀!

주르르르!

고작 30초도 흐르지 않았거늘, 기름진 육수가 비 오듯이 흘렀다. 코지는 육신의 힘으로는 방도가 없음을 직감하자 돈력공과 [돈압]을 극한으로 개방했다.

각성의 시대가 되면서 힘의 역학이 무게와 비례하지 않게 되었지만, 각성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땀 한 방울이라도 흐르기는커녕 미소를 짓고 있는 무진을 보자 치가 떨렸다.

‘이놈의 완력이 나를 능가한다고?’

순수한 힘에서 밀렸다. 대일본의 요코즈나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마나와 속성을 사용한 이상, 체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했다.

‘부러뜨려 주마!’

불구로 만들거나, 죽여 버릴 심산이었다.

우드드득!

뼈가 잔인하게 부러지는 소리가 식당 안을 천둥 치듯 울렸다. 다들 듣기만 했는데도 마치 다발성 전신 골절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잔인한 광경에 손으로 가렸으나, 공포영화 시청처럼 마디 사이는 떨어져 있었다.

털썩, 부르르르!

크으으으윽!

공손하게 무릎을 꿇은 코지가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부서진 뼈의 파편이 힘줄을 찢으며 과도한 통증을 유발했다.

“잘 참네, 과연 참을 인(忍)의 일본인다워.”

“……이놈!”

분노는 곧 비명으로 바뀌었다. 육체의 컨트롤에 관해서는 무진을 따라올 자가 없다. 자신의 몸을 아는 만큼, 상대를 통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분자를 쪼갠, 원자 단위의 고통을 코지의 육신에 새겨 주었다.

크아아아아악!

가게 안을 시끄럽게 하는 고성방가였다. 예의를 중시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항시 노력한다는 일본의 국민성과는 대비되었다.

왜?

보통은 승패가 났으니 너무한다고 할 텐데, 다들 의아한 표정들이었다.

이유는 보는 그대로였다.

무진은 코지를 무릎 꿇린 상태에서 한 손을 뺐다. 왼손으로 가볍게 손가락만 잡고 있었다.

이뿐인가? 부서진 뼈에 힐을 걸어 상처가 아물었는데도, 징징대니 손님들로선 의아할 수밖에.

“……그만! 그만…… 크아아아악!”

“그만?”

같은 말을 반복하지만, 함축된 내용은 다양했다. 그만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혓바닥이 짧았다.

“……제발…… 그만해 주세요. 크흐흐흐흐아아아악!”

고통 앞에서는 장사 없다고. 자존심으로 견디기에는 18층 염라지옥을 능가했다. 식당 안의 구경꾼에게는 불과 1분 남짓이지만, 코지에겐 무한지옥이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흐르지를 않고 있었다. 억만년의 고통을 받은 것 같은데, 시계 초침은 한 칸을 겨우 넘어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앙!

코지가 아기처럼 떼를 쓰자, 무진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놔주었다. 더는 안쓰러워서 넓은 도량으로 봐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동정심이 들기보다는, 일본의 무패 요코즈나가 살기 위해 한국인에게 애처롭게 비는 것처럼 보였다.

부들, 부들!

무진이 손을 놓고 천천히 돌아설 때까지도, 코지는 고통에 함몰되어 있었다. 그러다 곧 주변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귓구멍을 강타했다.

“얼마나 아프다고 애처럼 징징대지!”

“저놈이 강해 봤자 고작 생도잖아!”

“천하제일의 요코즈나는 개뿔, 다 거품이었어!”

“다시는 스모 따윈 안 봐!”

지금까지 쌓아 놓은 모든 영광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릴 처지였다. 코지의 이성이 박살 나고 말았다. 이렇게 만든 원흉에 대한 분노에 눈이 멀었다.

상박식(相撲式) 극살 백환장(百幻掌).

살벌한 모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게임을 토대로 완성한 코지의 독문살법이었다. 마력과 속성을 극한으로 쥐어짜며 목숨 줄을 노렸다.

“이노옴, 죽어랏!”

“……위험해!”

미츠키가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늦었다. 무시무시한 힘이 실린 백환장이 무진의 신형을 휩쓸고 지나갔다. 별안간의 암습이라 미처 반응할 타이밍이 없었다. 더욱이 코지의 백환장은 살상력이 너무 강해서 모래판에서도 사용이 금지된 기술이었다.

슈슈슈슝!

갈가리 찢기는 잔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코지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아닌 허망함을 맛보았다. 손에서 전해진 감촉이 허상이었다.

“환영?”

“맞아.”

무진이 옆으로 돌아서 코지의 사각에 있었다. 코지가 화급히 팔을 휘젓지만, 무진의 손날이 더 빨랐다. 목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만큼 두꺼웠으나, 당수는 그 빈틈을 정확히 비집고 들어갔다.

탁!

가볍게 치고, 나갔다.

컥!

코지의 동공이 비만의 눈꺼풀을 거침없이 들어 올렸다, 파르르! 떨었다. 곧 영혼이 끊긴 인형처럼 고꾸라진다.

쿠우우웅!

식당이 들썩일 무게였다.

“비곗덩어리였구나.”

“미친!”

***

-요코즈나도 끝났네.

-씨름은 예전에 끝났거든.

-솔직히 요즘 트렌드에도 맞지 않고, 저걸 무슨 재미로 봐.

-폭군에게 힘 싸움을 걸다니, 어리석은 중생이로다.

-하긴 저 새끼 신입생 때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지.

-겉으론 다윗과 골리앗의 구도 같지만, 실상은 타이탄이었네.

-저 스모 선수는 어떻게 사냐? 평생 샤우팅할 흑역사다.

-자업자득이지, 자기가 먼저 시비 걸다가 털렸잖아.

-상처도 치료해 줬는데, 돌아선 상대에게 살수를 펼친 건 무슨 말을 해도 노답이지.

-폭군의 개수작은 어딜 가나 만국 공통이구나.

-우린 알아도, 쟤들은 모르니까.

-알아도 저 폐부에서 올라오는 깊은 빡침은 어쩔 수 없다고.

그 식당에 일본인만 있진 않았다.

몰래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한국인이 있었다. 한국으로 소식이 전달되어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로서는 즐거운 유희에 지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폭탄이 국내에서 터지지 않고, 외국에서 터지니 당연했다.

더욱이 무진의 기행에 우린 매우 익숙했다. 이보다 더한 짓도 서슴없이 했던 전적을 알기에 놀라지도 않았다. 일상의 소소한 흥미로 받아들였다.

반면 일본은 후지산의 활화산처럼 들끓었다. 일본의 공주가 한국 남자와 정분이 난 것도 부족해 기행을 일삼고 있으니 속이 터질 수밖에.

요코즈나는 시작에 불과했다.

미연에 방지해도 부족한 판국에 공공연히 도쿄와 그 주변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시비가 털릴 때마다 곱빼기로 갚아 주었다. 설상가상으로 무진의 정면 대응에 속절없이 털리니 일본 여론은 분통이 터졌다.

-다들 이름이 아깝다, 어떻게 생도 하나 이기질 못해!

-저 새파랗게 어린 조센징이 설치는 걸 언제까지 봐야 하냐고?

-무패의 요코즈나는 무슨, 말풍선보다 못한 주제에!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분한 건 이해하는데, 애초에 전제가 잘못된 것 같아. 저 어린 조선인을 가볍게 여기니까 문제가 되는 거야. 보통 놈이 아니라고.

-하긴 교류전의 우승자이기도 하고.

-핑계는, 새파랗게 어린 새끼한테 지고 살려 달라고 비는 게 정상이냐? 나이를 똥구녕으로 처먹은 거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일본 제국의 힘을 보여 주라고, 제발!

분노한 일본 국민이 각성자와 선수들을 질타하며 관련 업계에도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난동을 부리는 사람까지 시시때때로 나타나 가볍지 않은 사안이 되었다. 일본의 황실과 십대검가로서도 골치 아픈 화두로 번졌다.

그렇다고 섣불리 무진을 단죄하기에는 지나치게 일방적이었다. 교류전의 우승자라곤 해도, 이제 4학년의 생도였다. 비록 황실의 정예와 십대검가의 주력이 나서진 않았지만, 무진에게 당한 각성자의 수준도 그리 낮지 않았다. 최소한 비등한 접전이 돼야 했었다.

십대검가는 교류전에 참가했던 생도들의 얘기를 근거로 하여 무진을 현미경 분석했다. 야구, 축구를 비롯한 분석에 관해서는 일본을 따라갈 국가가 많지 않았다. 준비성과 철저함이 일본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근간이었다.

-생도의 경지를 넘어선 한국의 천재.

-한국 아카데미를 평정한 폭군.

-이미 일선 각성자들 중 일부는 후작급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선 그를 더는 생도로 보지 않고 있었다.

-능히 두유노우 클럽에 오를 만하다.

-그는 한국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 일본에 파견된 비밀 병기다.

-어쩌면 나이를 속였을지도.

한국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칭찬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일본 국민의 분노와는 팽팽하게 맞서는 분석 기사였다. 한국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무진에 대한 칭찬이었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꼼수나 다름이 없었다. 생도를 생도로서 이긴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당장 뾰족한 수단을 찾기 힘들었다. 비슷한 또래에선 연일 일방적인 패배의 연속이었다.

급 맞추기였다.

무진을 치켜세워 생도가 아닌 각성자, 한 사람의 무인으로 인정받도록 만든 것이다. 그래야 일본으로서도 그에 맞는 각성자를 내보낼 명분이 생긴다. 어거지나 다름이 없기는 해도, 각성자를 나이로 따져 봤자 큰 의미는 없었다. 결국, 누가 더 강한지만 확인하면 그만이었다.

이후로는 무진을 향한 도전이 나이, 명성과 관계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일본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무진의 연승을 깨기는커녕 되레 기고만장한 콧대만 세워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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