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19화 (320/374)

319. 성좌의 시련(2)

-반항은 용인하지 않아!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일 거야!

-진짜야, 난 허언 안 해!

아등바등해도 에러가 고쳐지지 않자 성좌의 탑은 협박하기 시작했다. 선택하지 않으면 소멸하겠다는 경고의 피력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가공할 압력이 가해졌다.

‘족쇄를 채우시겠다.’

결정을 받아들인 성좌는 탑의 동력이 되어 복속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자유를 버리고 성좌를 선택하는 걸까? 이유는 따로 있지 않았다. 성좌가 됨으로써 다음 경지를 넘을 성좌력을 얻기 때문이다. 탑에 복속되지만, 차원을 넘나들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무소불위의 권능을 갖는 반면, 탑에 복속되어 살아가는 노예들. 짐작한 대로 성좌는 창조자의 뜻을 이어 차원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재자가 된다.

단순히 힘만 취한다고 볼 순 없다. 성좌를 넘어서 신에 도전할 권리를 얻는다. 다만, 정해진 단계대로 올라선다 해도 과연 그 자리를 순순히 양보해 줄진 미지수였다.

성좌의 탑을 만든 신은 성좌를 두어 권능을 확장하고, 성좌는 사도와 각성자를 확보해 성좌력을 얻는 다단계.

알다시피 다단계로 이득을 보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설령 이득을 본다고 해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불합리한 맹점에도 대부분은 항거 불능의 권능에 함몰되어 선택하게 된다. 힘의 편린을 일부나마 맛봤기에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성좌의 인장 흡수.

무진은 성좌의 탑에 저항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성좌의 인장을 무진계의 자아 안에 가두어 흡수해 버렸다. 성좌의 속성을 결정은 했지만, 성좌의 탑이 원하는 결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로써 성좌의 인장을 받으면서도 성좌의 탑에는 복속되지 않는다.

-무(武)의 전능.

모든 무를 통달하는 권능, 그야말로 무인이라면 바라 마지않는 능력이었다.

아쉽게도 무진에겐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다. 보여 준 대로 속성을 부여받았을 뿐, 무공에 관해서는 완벽한 경지에 도달했다.

이러면 굳이 성좌의 속성을 부여받을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겠지만, 무진으로선 더할 나위 없었다. 성좌란 부여하는 자다. 당연히 본인 외에 능력을 개화할 수 있었다. 그 말은 자신이 원하는 자에게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었다.

-마법의 전능.

-정령의 전능.

-전격의 전능.

-마력의 전능.

-속도의 전능.

-파워의 전능.

-……등등.

이러면 하나로 못 참지.

닥치는 대로.

무진계를 개방하여 성좌의 속성을 되는대로 받아들였다.

지나치게 순조로웠을까?

성좌의 탑이 꼼수를 알아채고 제한을 걸었다. 탑의 공무원답지 않게 대응이 신속했다.

어쨌든 인장을 흡수한 이상, 50층에 입장할 권리가 생겼다.

성좌의 탑은 건물로 규정하기엔 너무 넓다. 층마다 다른 차원이라고 봐야 했다. 갇혀 있다고 하지만, 넓이는 세계와 맞먹는다고 보면 된다. 탑의 지배자라고 해서 독방에 갇힌 신세로 봐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탑은 층마다 성좌들의 영향이 미치긴 한다. 단, 직접적으로 전언을 내리거나 탑의 등반에 관여할 순 없다.

도전자는 층을 정복하고, 다음 층에 도전할 때마다 성좌의 권유를 받게 된다. 더는 올라갈 여력이 생기지 않으면 일반적인 도전자는 선택한다.

50층에 도달한 자들은 성좌로 칭해졌다. 당연히 성좌마다 등급과 실력의 차이는 존재한다. 아무래도 먼저 도달한 성좌가 능력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었다.

저 앞에 50층에 먼저 도달한 선배들이 있었다.

무진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신입 받아라!”

***

49층의 통과자가 나왔다.

세월로 따지면 족히 5000년은 걸렸다. 성좌는 시간에서 무욕하다 할 순 있으나, 그 오랜 세월 최하위 서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성좌가 되면 으레 무소불위한 줄 알지만, 현실은 상대적이었다.

50층에서도 초급, 중급, 중하급, 중중급, 중상급, 상하급, 상중급, 상상급, 최상급, 초월급으로 구분이 되어 단계를 나누지 않았다면 성좌력을 빼앗길 수 있었다.

그렇다고 단계마다 평등하냐?

그리 물어본다면 또 그렇지는 않았다. 같은 단계 내에서도 도토리 키를 재며 서열을 따박따박 따진다.

되레 한 끗 차이가 굉장히 치사하고, 무섭다. 바로 위, 내 옆, 근처에 있는 성좌들이야말로 최악이었다.

다음 단계는 터치라도 못 하지.

그나마 다행은 성좌력을 삥 뜯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성좌 간의 암묵적인 룰로. 본인의 수양과 사도를 늘려서 얻는 성좌력이 아닌 경우 인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별거 없다.

남의 수양을 빼앗아 올라가는 걸 두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예가 종종 있었지만, 정정당당한 다구리로 성좌력을 전부 빼앗기곤 했다. 암묵적인 룰을 어기는 즉시, 다구리는 탑의 국룰이 되었다.

네르가나는 무려 반만년 동안 말단이었다. 다음 성좌가 올라오지 않는 이상, 말단에서 벗어나진 못한다. 이제 더는 올라오지 않나, 포기했던 순간 구세주가 나타났다.

‘이제 나도 말단은 아니라고!’

그간 당했던 설움을 상기하면 화병으로 승천하지 않은 것이 용했다. 하급 성좌라고 해도 탑이 아닌 다른 세상에선 능히 지배자나 다름이 없다. 한데, 50층에선 최말단의 하층민에 불과했다.

성좌가 될 때까지만 해도 신이 될 수 있다는 부푼 마음으로 상경했거늘, 현실은 시궁창보다 못했다. 낙향이 고플 지경인데, 성좌가 되면 낙장불입이었다.

성좌력의 격차를 줄이려면 개인 수양만으론 턱도 없다. 이를 타개하려면 비슷한 속성을 가진 각성자와 링크해야 하는데, 위에서 좋은 건 다 해 처먹는다. 찌꺼기만 겨우 얻어서는 갭을 줄이기는커녕 점점 벌어진다.

더군다나 빈익빈 부익부의 냉혹한 탑에서 막내까지 오는 경운 극히 희박했다. 받아먹기도 어려워서 수련이라도 할라치면 혼자 등급 올려서 진급한다며 이기적인 성좌로 매도한다.

‘오너라, 내 시다바리야!’

층의 입구가 열리고, 신입 성좌가 모습을 드러냈다.

첫인상은 강렬했다. 매우 잘 단련된, 그야말로 무(武)를 위해서 태어난 무신 같았다. 저토록 균형이 완벽한 신체를 만들기란 한눈에 봐도 굉장히 어려웠다.

갓 올라온 성좌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이해는 간다. 그 어려운 탑의 시련을 통과했으니 어련하겠나.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성좌도 50층에선 연륜이 제일이었다. 탑의 지배자를 꿈꾸지만, 성좌 대부분은 하위서열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신입 받아라!

어디서 본 건 있어서는.

네르가나는 50층에 갓 올라왔을 때가 떠올랐다. 저놈처럼 탑 무서운 줄 모르고, 자신감이 넘쳐흘렀었다.

망상은 금방 깨졌지.

바로 윗선임, 그 개 같은 성좌 년한테 당하고 난 이후로 서글픈 현실을 자각해야 했다.

성좌력은 고작 2단계 차이에 불과하지만, 그게 얼마나 큰 갭인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켜보고 있겠지.’

초급 단계의 고인물들.

그들은 돌아가는 사태를 관망하다 소리 없이 신입에게 다가온다. 신입의 축 처진 어깨를 보듬어 주며 친근감을 내세우는데, 가르침을 준 선임을 까며 동조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다 자리를 비웠던 선임이 돌아오면 고인물임을 밝혀 선임과 신입의 사이를 어색하게 만든다. 그런 개 같은 짓을 유일한 낙으로 삼는 성좌들이 바로 초급 단계의 고인물이었다.

그때 혹독하게 당했던 네르가나는 5000년이 지나도 잊지를 못했었다.

하지만 내리사랑은 참을 수가 없다.

나만 당할 수 있나.

“신입이 개념을 말아먹었구나, 본 네르가나 님께서 친히 성좌의 덕목을 조목조목 친절히 알려 주마.”

“호오, 가이드구나.”

무진은 신입의 패기를 보였다. 가이드 선배의 한 수 지도를 부탁드렸다. 대답은 더블백이 아니라 더블권으로 대신했다.

“그따위 엉성한 주먹이 통할 만큼 만만한 층이 아니…… 흐억!”

말 그대로 주먹에 주먹을 더했다.

네르가나는 첫 무형권을 가뿐히 무력화한 후 선배로서 위엄을 과시하려고 했으나. 그것이 패착이 되었다. 무형권을 막았지만, 무형권이 앞에 나타났다. 그렇더라도 평범한 무형권이라면 놀라지 않는다. 그 안에 실린 권능이 네르가나를 소름 돋게 했다.

푸아아아아앙!

간발의 차.

피했다.

네르가나의 뒤로 그림 같았던 산봉우리가 날아가 버렸다. 산의 능선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던 허리가 뚝! 끊어진 것이다.

산 정도야 성좌가 된다면 얼마든지 부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명백한 오산이다. 50층은 성좌를 위해 만들어진 세계였다. 모든 능력치가 그대로긴 하나, 세계 자체가 강화가 되었다. 그러니 성좌로서 모든 능력을 사용해도 산은커녕 건물 하나도 부수기 힘들다.

“……저럴 수가!”

문제는 또 있었다.

50층의 세계는 복원력에서 차원이 다르다. 부수어도 금세 원래대로 돌아가는 성질이 있었다.

산의 능선이 복원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소멸력!!”

성좌가 되면 권능을 발동하여 소멸력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초급 성좌가 소멸력을 사용했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하긴 그런 걸 할 수 있으면 초급 성좌가 아니지.

그 파괴의 시발급이네!

“호오. 피했어.”

흥이 돋은 무진은 주먹을 연이어 날려 주었다.

무형권이야 다발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성좌를 시험해 볼 겸, 마왕의 전투력에 근접한 수준으로 무형권을 사용했을 뿐이다.

슈슈슈슉!

무형권 100발이 네르가나를 층층이 에워쌌다. 어디 이번에도 도망쳐 보라는 듯 포위 진형을 갖추었다.

무형권이 왜 성질을 드러내?

다리도 없는데 짝다리를 짚으며 침을 뱉는 뉘앙스다.

네르가나는 급히 호신강기를 발동했다. 성좌답게 의념이 실려 일반적인 호신강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다만, 상대적이었다.

푸스스스!

빌어먹을!!

호신강기가 유리창보다 못한 건지. 일권에 박살 나고 신체를 두들긴다. 벗어나기 위해 고속 이동을 펼쳤지만, 권역이 장악되었다.

“……이런 미친!!”

허공으로 날았을 때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미려하긴 해도 성좌력까지 동원했는데도 어림도 없는 짓이었다.

퍼어어억!

잠깐이라고 외치기도 전 주둥이가 박살 났다. 타의로 묵비권을 행사한 네르가나는 속절없이 두들겨 맞아야 했다. 50층에 복날이 있다면 오늘일지도 모르겠다.

흠.

무진은 조금 실망했었다.

성좌라고 해서 49층의 마왕보다 확실하게 우위에 있지 않았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성좌들도 그렇고. 저들이 성좌의 전부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하기에는 표본이 부족하지만.

“이게 성좌력이구나.”

순간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며 마왕을 넘어섰다. 성좌력이 어떤 구조인진 확신하지 못해도, 스텟의 버프라고 보면 되겠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영적인 부분, 권능의 향상에 있었다. 일순 권역을 끊어 내려고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성좌력이 만능은 아니었다.

‘층 전체를 강화해 놓았네.’

아까 전 파괴력을 고려하면 산봉우리가 아니라 산맥 여러 개를 작살냈어야 했다. 파워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여 탑이 층을 강화한 것이다. 게다가 소멸력을 동원했는데도, 자가 복구가 미세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추측은 이쯤 하고, 지금부터는 실토를 원했다.

무진은 가이드 선배의 충실한 안내 서비스를 위해서 심상 구현을 펼쳤다.

크아아아아아악!

생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불멸의 고통에 네르가나는 몸부림을 쳤다. 소리라도 제대로 지르고 싶었지만, 주둥이는 여전히 엉망진창이었다.

‘……말이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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