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17화 (318/374)

317. 성좌

-중국이 웬열!

-갑자기 제재를 다 풀겠다는 건 또 뭐지?

-못 들었냐? 중국 내부에서 구대문파와 팔대세가가 붙었다잖아.

-자기들끼리 착해지겠단 건데, 그게 뭐?

-권왕가의 협조로 구대문파가 승리했고, 기존 장 주석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다더라고.

-권왕가는 또 언제 중국에 갔다 온 거야? 혹, 권왕이 나선 건 아니겠지?

-권왕은 저번에도 대가주회의 석상에 나왔는데 뭔 소리야!

-권왕가에 권왕 말고 그만한 힘을 가진 무인이 또 있는 거야?

-혼자가 아닐 수도 있고. 문파의 비밀을 다 알 순 없잖아.

중국 공영방송을 통해서 한중 수교를 재정립하고, 그간 쌓였던 오해를 풀었다고 했다. 그 중심에 권왕가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는 보도였다.

국내에선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체로 모르는 분위기다. 워낙 땅덩어리도 큰 데다가 약점이 될 만한 부분은 당권 차원에서 언론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딱히 이상하진 않았다. 중국의 통제 정책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다들 그런가 보다 했었다.

-이걸 속네! 지금 중국은 미국, 일본, 유럽의 압박으로 방패막이가 되어 줄 활로가 필요한 거야.

-하긴, 권왕가가 우리나라에서나 대단하지, 중국이 언제부터 인정했다고.

-중국인이나 조선족하고 대화해 봐라, 사는 건 거지 같은 것들이 상국이니 대국이니 하면서 얼마나 잘난 체를 하는지.

-걔들은 아직도 조선시대에 갇혀서 우릴 본다고.

-아마 우리 기업이 들어가고 공장 설립하면 알맹이 빼먹고 버릴걸. 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마정석 가공의 원천 기술을 바라는 걸 수도 있어.

긍정적으로 보는 부류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았다. 과거에 여러 번 겪어 봤기에 중국의 뒤통수를 걱정했다.

각성의 시대가 되면서 던전 가공 산업이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부각이 되었다. 중국은 물량으로 따라가는 처지라, 한국의 원천 기술을 탐하고 있었다.

-이거 공식 문서로 나왔네. 진짜로 무관세를 하겠다고?

-권왕가를 통하면 연 단위로 관세를 매기지 않겠다고 하네.

-이 정도면 권왕가에 대놓고 혜택을 주는 거 아냐?

-이러면 권왕가는 노 났네. 수수료만 받아도 대체 얼마야?

-와, 권왕이 이렇게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었어?

-나 학창 시절 권왕하고 친군데, 정의롭긴 해도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

-사업하고 공부 머리는 상관없지 않나?

-그건 너희들 바람이지. 공부도 못하는데, 사업을 잘하는 경운 많지 않아. 간혹, 있다고 해도 너희들은 아냐.

-잘난 체는! 사업 별거냐, 집에 돈 많으면 다들 성공하더라. 일례로 건물주가 사업하면 거의 안 망해.

-병신이, 그래서 건물주나 부자가 많냐고!

중국이 협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권왕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정·재계의 인사들이 찾아와서 어떻게든 연을 맺어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제 권왕가는 우리나라를 벗어나 동아시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문이 되었다.

그렇다고 권왕이 바쁘냐?

그리 물어본다면 또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권왕과 직접 마주해서 대화를 해 봤자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실상, 권왕가를 아는 사람일수록 권왕과 독대는 절대 하지 않는다.

권왕가의 최강자는 권왕이지만, 실세는 권왕가주였다. 근래에 들어 권왕가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권력과 자금이 너무 권왕가로 쏠리는 거 아닌가? 이거 명백한 독과점이라고. WTO에 제소하자!

-억울하면 너도 중국 주석과 협상해. 그러면 되잖아. 아니면 중국에다 항의라도 하든지.

-대체 얼마나 도움을 줬기에 중국이 저렇게 나오지? 저럴 놈들이 절대 아니잖아.

-내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구대문파와 팔대세가 전쟁에 다크니스가 개입했다더라고. 만약 권왕가가 나서지 않았으면 중국 무림계는 공멸했을 거란 말이 돌고 있어.

-다크니스는 이제 어딜 가든 끼어 있네. 그럼 일본도 조만간 터지겠구나!

-일본이 무너지면 우리라고 편할 것 같냐? 세계는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어. 중국이나 일본이 무너질 정도면 우리도 타격이 크다고.

-잡았다, 친일 매국노! 쪽바리는 쪽국으로 꺼져라!

-일본 얘기만 하면 발작하네. 나도 일본은 싫은데, 적당히 하자.

-꼭 친일파 놈들은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 안 당해 봤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어가자고.

-일본을 한 번이라도 이기고서 말을 해 봤으면 좋겠다는 거지.

-이번 교류전에서 이김. 전에도 이김.

교류전 이후로 다크니스에 대한 경각심이 조금씩 높아지는 시기였다. 그럼에도 자국에서 다크니스가 활보하고 있다는 얘기는 믿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한국에 이어서 중국까지 다크니스가 관여했다고 하자 남의 일이 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계 각국은 다크니스에 대한 적대감이 쌓였다.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 각국에서는 다크니스의 색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성과를 올렸다는 국가는 나오지 않았다. 여태 찾아내지 못했던 다크니스를 노력한다고 찾아낼 수 있다면 예전에 색출했을 거라는 분위기였다.

“꼴이 말이 아니군.”

“비웃고 싶으면 맘껏 비웃어도 된다네.”

“로드께서 폐관에서 나오셨을 때도 그리 태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만.”

“그분께선 은밀히 잠식하라고만 하셨지.”

“그리 잘 아는 사람이 동네방네 시끄럽게 소란을 떨어?”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어.”

친구 간의 사소한 다툼으로 보이나, 이들의 실체를 안다면 그리 말하지 못한다. 세상을 시끄럽게 한 다크니스의 마스터들이었다.

그중 면박당하고 있는 자는 그리드 넘버의 주인 그리드 마스터였다. 동아시아를 은밀히 장악하기로 했지만, 한국과 중국에서 연이어 물을 먹고 말았다.

이로 인해 마스터들에게 질타당하는 중이다. 그런 것치곤 겉으로는 태연해 무난한 성격인 줄 알겠지만, 그리드 마스터의 죄악은 탐욕이었다.

“우리한테까지 속내를 감출 필요는 없네.”

“그러면 도와줄 텐가?”

“지분을 반 정도만 양도한다면 생각해 보지.”

“가당치도 않은 소리를 하는군.”

“선택은 자유일세.”

조직의 정체가 드러난 이상, 실패를 숨기진 못한다. 각자의 역할이 다르다곤 해도, 정보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실패의 원인을 다른 마스터들도 알아보고 있을 것이다.

‘나를 통해서 간을 보려고?’

그리드1의 죽음.

그건 충격적이었다. 그리드 넘버 중 그리드1은 직속으로 특이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분신]을 발휘한 이상, 죽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데, 그리드1이 사무실에서 금제가 발동해서 자폭했다.

‘역추적을 해 왔어.’

분신에 영혼을 심는다고 해도 수신 장치에 불과했다. 송수신을 역으로 추적해 온다는 건 일반적인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속성이라면 다행인데, 수련을 통해 얻은 심상의 경지라면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잘못하면 곤란할 수도 있어.’

그리드 넘버를 다 잃은 건 뼈아프지만, 시간만 있으면 복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들에게 지분의 반을 주고 원조를 구한다면, 마스터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거절 못 하는 연유는 로드의 재림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로드께선 무능한 자를 돌아보지 않는다. 지분을 지키려다 실패한다면, 후일을 보장할 수 없다.

‘꼭 성공한단 보장도 없지 않나?’

상대의 정체를 모르는 데다 어떤 능력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무작정 움직여 봤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도와준다면 그리하지. 누가 도와줄 텐가?”

“이거 참, 꿍꿍이가 너무 보이는데.”

“여태 말로만 떠들었나 보군.”

“그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지.”

간을 보는 건 이골이 난 마스터들이었다. 서로의 속내를 모르지 않았다.

***

성좌의 선택을 위한 시간이 돌아왔다.

4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 이때야말로 인생의 전반을 결정하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어떤 성좌의 선택을 받는지가 중요했다. 대부분 버프를 원할 테지만, 때에 따라서 너프를 당하기도 한다. 운명을 가르는 선택 지점이었다.

특히 이번 학년은 기대가 컸다.

1학년 때 교류전 우승하면서 잠재력을 인정받은 아카데미 최고의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적성에 맞는 성좌의 선택을 받는다면 스텟에 날개를 다는 격이었다.

당분간은 권왕가의 천하가 되었지만, 칠대가문과 대형 길드는 장래를 위해서라도 인재를 포섭해야 했다. 이번 성좌의 선택에서 인정받은 생도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 더더욱 열을 올렸다.

“중국에는 언제 갔다가 온 게냐?”

“제가 중국에 갔다고 한 적 없는데요.”

“그 지랄을 떨었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과연 교장 선생님이세요.”

“하아아, 이번엔 또 뭔데?”

“그리드 위로 마스터란 놈들이 7명이고, 그 위로 또 있더라고요.”

“……?”

교장은 이탈이 마려웠다.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더니 감당이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여태 우리나라를 흔들고, 좌지우지했던 놈들이 일개 하수인이었단 뜻이 된다. 싸워 보기도 전에 자신감이 나락으로 추락했다.

“그걸 왜 인제 말해!”

“안다고 달라질 건 없는데요. 교장 선생님이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후학 양성에 최선을 다하다가 제가 부탁할 때만 나서 주시면 됩니다.”

“……고맙구나!”

존재감이 없어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교장으로선 자존심을 내세우지 못했다. 기가 꺾여서 내빼려고 했던 주제에 중용하지 않았다고 화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럴 거면 아예 말을 하지나 말지.”

“어른이 물어보는데 어떻게 답을 안 해요.”

대접이나 해 주고서 그딴 말을 해라!

예의란 게 네 입맛대로 갖다 붙이라고 만들어 놓은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자기 맘대로 예의를 편의 사항처럼 뗐다 붙였다 하고 있었다.

“맘대로 해라. 언제는 허락받고 했냐?”

“그럼 내일 성좌를 선택할 때 시험 좀 해 보겠습니다.”

“성좌를 시험하겠다고? 그게 한다고 가능해?”

“많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후일 사도화가 문제가 될 것 같아서요.”

“성좌가 강제로 사도를 만든다고 보는 것이냐? 그런 말이 있기는 하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을 텐데.”

“제가 아니면 누가 또 하겠어요.”

“……그건 또 맞는 말이긴 하구나.”

지수는 분명 미래에서 사도화가 된 인간들이 나온다고 했다. 그들이 선을 지향하는지, 악을 지향하는지를 확신하기 힘들다.

다만, 문제를 꽤 일으켰다고 했다. 이는 성좌가 인간에게 버프만 주는 것이 아닌, 성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었다.

‘최소한 남의 인생을 멋대로 좌지우지하려면 자기들 패도 까 봐야지.’

무진은 성좌의 온전한 성의라고 보지 않았다. 인간이든, 성좌든, 부모 자식이 아닌 이상에야 대가 없는 선의는 없었다.

‘선택을 위해 역량을 보여 줄 필요도 있고.’

다만, 모두를 위한 행사였다. 폐를 끼쳐선 안 되기에 사전에 협의할 필요는 있었다. 그래서 맨 마지막에 할 수 있도록 교장 선생님에게 부탁했다.

“매너는 있구나.”

“제가 매너 빼면 시체잖아요.”

“뒤처리는 나보고 하라는 거면서, 그런 말이 나와!”

“저는 교장 선생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오냐, 제발 사도화만 되지 말거라.”

다 좋은데, 무진이 잘못되면 큰일이었다. 그래서 성좌의 선택이 중요했다. 적들이 그리 강하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무진이 더욱 강해져야 한다.

‘이놈은 대체 누가 데려갈까?’

어떤 성좌가 될지 모르지만, 고생길이 훤할 것 같긴 했다.

***

-난 이번에 권후만 본다.

-권후까지 터지면, 권왕가가 다 해 처먹는 거지.

-그렇게 말하면 여태 시원치 않다가 이제 터지는 줄 알잖아. 권후는 항상 잘했어!

-따지고 보면 폭군도 항상 잘해 왔지.

-그러고 보면 둘이 어울려 다니는 것도 신기해!

-요즘 권후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야. 재벌가에서 눈이 벌게져라, 달려든다더라.

-하긴, 권왕가에 잘만 보여도 중국 수출은 따 놓은 당상이니까.

-이러면 폭군이 질투하지 않나?

-그러기엔 여자가 너무 많아.

이목의 중심에 무진과 지수가 서 있었다.

둘이 어떤 성좌를 만나게 될지 모두의 관심사였다. 상대적으로 다른 생도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어지긴 해도, 올해는 다른 어떤 때보다 열광적이었다.

성운맹에 소속된 생도들이 괄목상대할 만큼 성장한 것도 한몫했다. 대체로 생도들의 평균 수준이 올라갔다. 과거 상위권이었던 생도가 이제는 중위권 정도였다.

다음으로 혜진, 유정도 인기가 많았고, 4인방과 상원도 나쁘진 않았다. 되레 소속되지 않은 생도라서 눈독을 들이는 곳이 있었다.

성좌의 선택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순차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시간이 발표될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이번엔 전부 1분이 넘네.

-수준이 다르다는 거지.

-이렇게만 성장하면 세계 제일도 머지않겠다.

-권왕이 이미 세계 수준에 근접하지 않았나.

-이후로는 없잖아.

하나둘 선택이 되고, 예전과 달리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는 예도 있었다. 특히 지수는 시간을 갱신하며 성장한 느낌을 주었다. 이전과는 다른 성숙함과 완전무결함이 전해졌다.

-숨이 막히네, 권후의 기도가 장난 아니잖아.

-이미 생도의 경지를 넘어섰다고 봐야지.

-생도에게 권후라고 하기엔 광오해 보였는데, 이젠 어울리네.

-권왕에 이어서 권후까지, 이제 폭군만 남았구나.

-진짜 쟨 누가 데려갈까?

-계약한 성좌는 분명 사기당한 거지.

교장의 부름에 무진이 계단을 걸어서 탑을 바라보며 걸어 올라갔다. 무진은 탑의 기운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느끼고 있었다.

“준비됐느냐.”

“그럼요.”

“가거라.”

“갔다 올게요.”

무진은 거침없이 정면이 뻥 뚫린 관문을 향해 나아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으나, 무진의 심상에는 파격이 벌어졌다.

솨아아아아!

뇌리로 새하얀 빛이 스며들며 전혀 다른 공간이 형성되었다. 시선을 가리는 정면의 거대한 탑은 아카데미에 세워진 탑과 비슷하지만,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높았다. 아카데미 탑은 마치 저 탑을 작게 모형으로 축소해 놓은 것 같았다.

씨익!

무진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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