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15화 (316/374)

315. 한중 수교(2)

쩌어엉!

주먹과 주먹의 충돌에 대기가 찢어지는 굉음이 터지며 위태로웠던 건물이 버티지 못하고 충격파에 휩쓸린다.

파파파파팟!

추우우우우!

속도, 파괴력이 극한에 도달하면 단순 주먹질이 어떤 효과를 보여 주는지를 체감하게 해 준다. 단련에 단련을 거듭한 정권은 그 어떤 휘황찬란한 스킬과 속성도 압도한다.

츠으으!

대기가 두 사내의 열기에 타들어 갔다.

권공의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극한까지 단련한 신체의 무서움을 과시했다. 충돌할 때마다 대공포가 터지는 굉음을 동반하며 주석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쿠우우우웅!

관전자가 되어 버린 자들은 지하에 숨어서 포격이 끝나기를 바라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감히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벗어났다. 그 굉장했던 4마의 흉포함도 저들에 비하면 풍전등화의 광기에 지나지 않았다.

휘이이잉!

일진광풍이 소요를 일으키며 주석궁을 지배한다. 범위를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다. 휩쓸리면 뼛조각도 남기지 않고, 가루가 되어 버릴 듯 위태로웠다.

파앗!

누가 이길지 예측이 되지 않는 팽팽함. 핵미사일급 주먹을 눈앞에서 난사하고 있는데도 물러섬이 없다. 피하고, 막고, 반격하는 대치가 일수유에 이루어졌다.

꿀꺽!

불과 1분이었다.

모두에게는 그 1분이 평생처럼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인데도, 무시무시함이 체감되고 있었다.

충격파는 점점 더 강해지더니 버텨 낼 한계를 벗어나며 관중을 외곽으로 밀어낸다. 손님이 주인을 집에서 밀어내는 주객전도가 되어 버렸다.

허어!

주석궁의 중심이 초토화되는 광경을 망연히 지켜봐야 하는 장 주석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앞을 막아 주는 방패막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 계집도 보통이 아니구나.’

충격파로 인해 서 있는 주변의 건물들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그 앞에서 호신기를 둘러 자신들까지 보호했다. 일말의 두려움이나 걱정 따윈 없는 태연함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한국엔 다 이런 자들만 있는 건가?’

대중화의 위대함을 보여 주기는커녕, 소국의 가공할 잠재력에 한없이 위축되었다. 저 작은 나라에 인재들이 이리 많다니, 상대적으로 대국이 작아 보이기까지 했다.

‘더욱이 저런 괴물과 맞서는 자는 대체?’

권왕가의 저력에 소름이 돋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와 맞서는 흑인도 만만치가 않았다. 저자 하나만 해도 벅차거늘, 저런 자들이 더 있다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권왕가와 반드시 우호조약을 맺어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든 권왕가와 척을 져선 안 되었다. 놈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몰라도, 주석궁에서 벌인 참상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 자들과는 공존하지 못한다. 애초에 한배를 탈 수 없는 자들이었다.

‘총리! 그대와 나는…… 하아아!’

장 주석은 허탈함이 밀려왔다. 합심해도 부족한 판국에 총리와 당권을 잡기 위한 경쟁으로 제 살을 깎아 먹었다. 그렇게 해서 당권을 잡은들, 결국에는 놈들의 명을 따르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자기가 선의로 도와준다잖아요.”

“……훌륭한 남편을 두었소.”

“까악, 우리가 정말 부부처럼 보이…… 우리, 부부예요. 의심하면 가만두지 않아요!”

“……알겠소!”

선의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갑이고, 을인지가 중요했다. 당장은 목숨을 구해도, 저들의 위협에서 살아남으려면 손을 잡아야 한다.

‘쟤도 참.’

지수는 무진의 꿍꿍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본인은 선의라고 하지만, 시간을 질질 끌어 가며 대결 장면을 길게 보여 주었다. 무력시위를 통해 적아(敵我)를 분명히 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그 와중에 희생된 자들이 늘었지만, 서로 간의 이해관계일 따름이다. 처음부터 고개를 바짝 수그리고 도움을 바랐다면 희생자는 생기지 않았다.

‘우린 자선사업가가 아니니까.’

협상보다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하는 것이 순리였다. 그러나 현실은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 보면 답은 명확했다.

‘당신의 선택이었잖아.’

지수는 책임을 주석에게 떠넘겼다. 고민한다고 이미 지나간 일들을 되돌리진 못한다. 과거는 잊고, 미래의 노예…… 동반자로서 함께 모색해 볼 일이다.

‘그나저나 저놈도 보통이 아니네.’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홍보용 연출도, 상대가 그에 부합하지 않으면 원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기 마련이다. 전투 능력만 비교하면 여태까지 상대했던 다크니스와 질적으로 다르다. 과거로 돌아오기 직전 추격자와 단순 비교는 하기 힘들어도 필적할 만했다.

‘그럼 게임 끝이지.’

그때나 지금이나.

어?

이제 끝이 났다고 단정했던 지수로선 오판이 되었다.

‘굉장하잖아!’

“안 죽네? 신기한 재주가 있구나.”

“네놈의 강함은 인정하마. 하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동시에 말하는 건 좀 역한데.”

“여유 부리는 것도 얼마 안 남았다.”

무르무리는 일대일의 팽팽함이 농락이었음을 깨닫자 분노했다. 그걸 증명하듯 놈의 일격으로 상체가 날아가며 육체를 잃었다.

‘분신이 있는 이상, 날 죽일 순 없어!’

결국은 [분신] 속성을 꺼내야 했다. 단순한 분신이 아닌, 본체의 능력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었다. 이 속성의 무서운 점은 분신으로 자동 훈련과 사냥이 가능하고 합신을 했을 때 총능력치가 합산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10명으로 분신을 이루면서 시야도 넓어졌다. 일대일로는 패배했으나, 10명이 공수에 가담한 이상 승패는 정해졌다. 마력과 체력이 떨어지는 순간 지옥이 되리라. 이제까지 당한 것까지 갚아 줘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냉정한 척해 봤자, 그는 야생의 잔혹한 전사였다.

“속도와 파워를 높일게.”

“그런 허세가 통할 것…… 헉!”

무진은 언행일치의 사나이였다.

일순간 10명의 무르무리는 눈뜬장님이 되었다. 방향을 잃고 상대를 찾기도 전에 2명의 무르무리는 상반신과 하반신을 잃었다. 상체와 하체를 골고루 조져 주는 2분할 공격이었다.

큭!

2명의 죽음에 남은 8명이 비명을 지른다. 일순간에 죽었음에도 고통이 선명하게 전달이 되었다. [분신] 속성의 치명적인 단점, 감각전이였다.

호오.

무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는지,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였다.

움찔!

그 미소에 무르무리는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감각전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내성을 기르긴 했지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당한 기억이 없었다. 그렇다고 감각을 마비시키거나, 통증을 상쇄하면 전투력이 감소한다. 전투에 있어 감각은 가장 중요한 스텟이었다.

“네놈의 수작대로 되진 않아!”

무르무리의 눈치도 빠른 축에 속했다. 다만, 무진의 대응이 더 빠를 뿐이다.

휙!

정면에 있던 무진이 또 사라졌다. 속도를 한층 더 끌어 올린 것이다. 기감을 발동하여 거미줄처럼 일대를 스캔했을 땐 이미 1명의 무르무리가 사로잡혔다.

우드드득!

무진은 목을 잡고 팔을 부러뜨린 후, 마나로드에 침투경을 심었다.

우웅!

고통이 전이된다면 극대화를 시켜 주어야지.

극한으로 육체를 단련하면 인내심이 발달하긴 해도,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물며 무진은 육체 단련에 관해서는 달인의 반열에 올랐다. 미세한 솜털까지 통제하기에 어떤 식으로 해야 고통이 극대화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크아아아아아악!

버티려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일제히 비명을 질러 댔다. 놈의 의도를 파악해서 감각을 통제했지만, 타고 들어오는 고통은 그런 정도로 막아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부르르르르!

일순 육신이 마비되는 고통에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방금 보인 속도를 고려하면 한순간의 망설임도 위험했다.

아니나 다를까!

꽈악, 우드드득!

죽이지 않고 잡은 팔다리를 부순 후 침투경 한 방씩 놔 주었다. 회복하는 시간을 최대한 저지한 것이다.

“따끔해요, 따끔♬”

일상에 지쳐 얼굴만 웃고 있는 무미건조한 간호사를 보고 있는 듯하다. 하루에도 200방씩 엉덩이와 팔에 주사를 놓는 매너리즘의 화신이었다.

크아아아악!

1+1+1은 3이 되는 고통이 아니다. 곱절이 되어 점점 더 증폭했다. 고통은 나누면 약점이 되는 현대사회와 일맥상통한다.

그러게, 표정 관리를 잘했어야지.

퍽, 우드드득!

무진은 일순간 8명을 제압하여 침투경을 꽂아 주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미세 감각을 증폭했다. 바람만 닿아도 칼에 베이는 것 같은 CRPS처럼 자율신경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런 상태가 되자 침투경에 의한 효과는 극한으로 치닫는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악의 고통 그 이상이었다.

빠드드드득!

어찌나 고통이 심한지 악문 이빨이 부스러져 버린다. 핏발이 선 눈 주위가 터지며 혈안이 되었다.

“……이놈!”

고통에 몸서리를 치던 무르무리가 돌연 달려들었다. 전보다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많았다.

“죽어랏!”

“안 되지.”

일순간 감각의 공유를 완전히 끊어 자폭할 심산이었다. 분신을 잃어도, 본체만 살아 있으면 된다.

그러나 무진의 침투경은 단순하지 않았다. 의념이 담겨 있어 의도를 사전에 알아챘다.

커억, 부르르르르!

생각대로 자폭하지 못하게 했다. 침투경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지점을 막아서는 바람에 되레 육신의 통제권을 잃었다.

꽈악!

무진은 놈의 목을 잡고선 들어 올렸다. 잠깐 시간을 벌었으니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이 장소만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도 있는 모양이다.

바동바동!

무르무리로선 겪어 보지 못한 수치스러운 광경의 연발이었다. 그러다 더는 참지 못했는지 감각을 일시에 끊어 내 버렸다.

그와 함께 분신을 2배로 더 늘렸다. 속성력에 한계가 있어 무한대로 늘리진 못해도, 수가 줄어들면 다시 원래대로 돌릴 수는 있었다.

“어디 끝까지 해 보자!”

“그 상태로도 발악하는 건, 죽지 않아서겠지.”

“네놈이 지치는 순간 끝이다!”

“능력 자체를 올릴 순 없어도, 유지는 가능한가 보네.”

“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자폭하려고?”

“네놈만 죽는 건 아니다!”

주변을 약점 삼아 흔들어 볼 요량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늦었다. 무진은 침투경과 심상 구현을 통해 어떤 식으로 분신과 연결되는지 알아냈다. 방식을 역으로 추적한다면 소모전을 할 필요가 없다.

“이제 끝내자.”

“그따위 허세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랬으면 통증만이 아닌 영혼 연결도 끊었어야지.”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이…… 설마!”

함부로 외간 남자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면 안 되지. 목이 잡혀서 강제로 보게 됐지만, 무진에겐 남의 사정이었다. 재주껏 목을 꺾어서라도 돌렸어야 했다.

부르르르!

놈은 분신을 통제하기 위한 매개체로 본인의 영혼을 복제해 수신탑처럼 사용했다. 송수신으로 육체를 통제하고, 자율 훈련까지 가능하나 역추적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심상을 통제하는 존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자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

“……잠깐…… 타협하자!”

“너도 별수 없구나.”

분신을 이용할 때는 전사의 심장을 가진 맹수처럼 자폭도 서슴없이 하더니, 본체가 위험해지자 다급해졌다.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데다가 분신을 맹신한 대가였다. 또한, 분신만 이용하면 본체는 안전하다는 안일함으로 인해 정작 정신은 나약해진 것이다.

“……안 돼…… 마스터께서 용서…… 크아아악!”

“말 안 해도 돼.”

어차피 심상으로 연결이 되었으니 구현하여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빼먹으면 그만이었다.

이런, 저쪽도 위험에 빠졌네.

빚을 지울 기회였다.

“……으아아악!”

비명을 끝으로 무르무리와의 연결은 끊어졌다. 금제의 영향을 최대한 무시했지만, 접근할수록 강해지더니 결국에는 견디지 못하고 붕괴했다.

‘마스터 위에 또 뭔가 있네.’

현세의 강림보다는 봉인된 힘을 풀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있었다. 정체, 의도, 목적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으나, 이만하면 적지 않은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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