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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311화 (312/374)

311. 꼴값(1)

주석과 구대문파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 관계다. 이번 작전도 주석의 주도로 구대문파가 나섰다. 사전에 공략 루트를 노출하여 방심을 유도하였고, 방심하는 틈을 노렸다.

모든 일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대로 흘러갔다. 다크니스를 제압하고, 팔대세가와의 유착 증거를 찾아낸다면 대성공이었다.

이 부분에서 딜레마가 생겼다.

실패라고 하기엔 목적을 달성했지만, 성공의 대가가 뼈아프다. 구대문파의 정예를 이끌고 간 습격에서 절반이나 잃었다.

성동격서가 성공하려는 찰나, 7공적의 3인이 등장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문제는 3마의 실체에 있었다.

이들은 살아 있는 자가 아닌, 강시화를 이룬 상태였다. 일반적인 강시는 이지를 상실하고 움직임이 둔하지만, 그들은 사고를 자유롭게 하는 데다가 생전의 전투력보다 강했다.

능동적 사고가 가능하고, 생전의 실력을 고스란히 지닌 경우는 천강시와 혈강시뿐이다. 당시 핏빛의 혈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혈강시로 판단했다.

성좌의 문헌에 따르면 혈강시는 제조하기도 까다로운 데다가, 산 생명체의 피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혈강시 1기를 제조하는 데 천 명의 인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대략 3천 명의 생목숨을 갈아 넣은 것이다.

다크니스의 비인도적인 방식을 규탄할 증거로는 차고 넘쳤다. 그러나 당시의 선택이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혈강시의 제거가 아닌, 생포로 작전을 변경하는 바람에 희생이 커졌다.

혈강시는 순순히 붙잡혀 주지 않았다.

궁지에 몰려 더는 저항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자 주저하지 않고 자폭했다. 구대문파로선 문파의 주요 전력을 판단 실수로 날려 버린 참상이 되었다.

문파의 정예 중 절반을 잃은 이상, 어떻게든 만회해야 했다. 이대로 시간을 준다면 명분을 얻었다고 해도, 전력이 온전한 팔대세가와의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구대문파는 다크니스의 비인도적인 참혹한 행위를 규탄하기 위해 장 주석에게 공론화를 요청했다.

장 주석도 왕이 총리와의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입장이라 마다하지 않았다. 이후 팔대세가를 악의 축으로 규정해 공세의 당위성을 갖추었다.

총리와 팔대세가도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어떻게든 다크니스와의 연결성을 부정하고, 주석과 구대문파의 왜곡과 날조였다고 주장했다.

하나, 다크니스에 보관된 자료와 증거가 명확한 이상 총리와 팔대세가의 호소는 통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흐름을 가져온 구대문파는 삼천의 일인 검신을 필두로 하여 팔대세가를 공략해 나갔다.

검신의 무위는 알려진 것 이상으로 대단했다. 주요 전력의 반을 잃었음에도, 홀로 만부부당의 역할을 해냈다.

주석궁.

중국 최고의 권력자가 업무와 숙식을 하는 곳.

장 주석은 당분간 주석궁에서만 업무를 하고 있었다. 외부 공식 행사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여론전에 열을 올렸다. 총리와 팔대세가가 외세와 결탁하여 대중화를 위협한다고 공표했다.

장 주석은 총서기와 군사위원회 수장을 동시에 맡기에 입법이나 사법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대원수의 직위를 이용해서 여론전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나갔다.

중국 국민은 다른 건 다 참아도 외세와 결탁하여 내정을 흔드는 매국 행위에 대해서는 대단히 적대적이었다. 사과폰을 많이 쓰지만, 미국을 싫어하는 이치와 같았다.

하물며 다크니스는 세계 공적으로 굳어 가는 흐름이었다. 그런 사특한 무리와 결탁하여 정국을 뒤엎으려고 했으니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

“좋아, 계획대로 되는구나.”

“모두가 폐하의 영명하신 조치로 인해서입니다. 이제 누가 감히 폐하의 뜻을 거부할 수 있겠나이까.”

“아부는 됐어, 경호는 철저히 하고 있겠지?”

“지시하신 대로 인원을 보강했습니다.”

주석궁의 경호 인원은 보안이 생명이라, 엄밀히 선별한 믿을 수 있는 자들로 구성되었다. 또한, 각성자 중에서도 후작급 이상만 뽑았다.

더욱이 지금은 전시 상황이나 다름이 없었다. 평상시보다 보안을 더욱 강화했다.

“와룡이라고?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

“다크니스 소탕 작전을 도련님께서 세웠다고 알려졌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구대문파는 어때?”

“미심쩍어하긴 해도, 검신이 보증한 이상 믿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장 주석은 아들의 평판에 헛웃음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어이없다고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분명 아들에 대한 평가가 좋아질수록 정치를 떠나 여러모로 나쁘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와룡이라니!!

솔직히 내 자식이지만, 와룡은커녕 토룡도 감지덕지했다.

성에 차기는커녕 하는 일마다 속을 썩였었다. 가만히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천지 분간 못 하고 날뛰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쳐 내고 싶었지만, 하나뿐인 아들이라 차마 내치지 못했었다.

‘공을 들일 때는 씨알도 안 먹히더니.’

어떻게든 평판을 좋게 하려고 애를 써도, 본인이 받아먹지를 못했었다. 인생사가 새옹지마라고 하지만, 와룡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뽀록나면 곤란한데.’

장 주석이나 장위나 피는 물보다 진하긴 했다. 그럼에도 당연한 걱정이었다. 와룡이란 거창한 별호를 얻은 이상, 그에 걸맞은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야 했다. 한 번은 요행이란 인식이 박히면, 또다시 시궁창이었다.

‘달라지긴 했지만.’

찝찝한 부분이 없진 않았다. 아들과 교분을 나눈 이들이 걸렸다. 처음에는 비슷한 또래라, 새로 사귄 친구로 보았었다.

하나, 알고 보니 아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놈들이었다. 그 점이 영 마음에 안 든 데다 안하무인 한 경향이 있었다.

“자네들이 보기에 그 연놈들은 어떻던가?”

“오만하긴 해도 실력은 진짜입니다. 경호팀의 서열 3위인 유위백 중장도 적수가 되지 않았습니다. 팀으로 뭉쳐서 싸웠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권왕가 소속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한국은 현재 권왕가가 일통을 했다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쪽에도 선을 대려는 듯합니다.”

“그래도 너무 건방져. 적당한 때 쳐 내야겠어.”

“준비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자고로 토끼 사냥이 끝이 나면 개는 역할을 다한 것이다. 쓸모가 없으면 쳐 내는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이번 일을 주도하는 듯한 권왕가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들을 포섭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양이나, 대국의 위대함을 안다면 겸허해야 했다.

“이번 기회에 대국의 힘을 보여 주도록.”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아삭, 아삭!

귀가 간지럽지만, 무진은 최고급 소파에 누워서 다과를 먹고 있었다. 자세는 세상 편한데, 지수로 인해서 조금 불편했다. 굳이 넓은 자리를 놔두고 같이 누울 건 뭐람.

“내가 먹여 주니까, 더 맛있지?”

“맛있어야 하는 거냐?”

“존나.”

“그렇다 치고, 언제까지 내 팔에 머리를 대고 있을 건데?”

자다가 침을 어디에 흘리는 거야?

왜 얼굴로 비벼 대!

“부부는 이런 거야.”

“진짜?”

“당근.”

10시간째 팔베개를 당하고 있었다. 물론, 피가 안 통하거나 팔이 저리진 않는다. 한편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지수가 새롭게 보이긴 했다.

‘붙어 있다 보면 폭발할 때가 있겠지.’

지수는 연기가 아닌 실제를 원했다. 이쯤 했으면 넘어올 때도 됐다. 더는 못 참겠다. 40년을 넘게 참았으면 이젠 자빠뜨려도 괜찮잖아.

흠.

빈둥거리며 식량을 축내던 무진은 비어 있는 탁자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장위야, 과자가 부족하다.”

“강 대형은 질리지도 않는 겁니까?”

“뭐가?”

“아니, 어떻게 종일 소파에서 내려오지를 않아요?”

“소파합일의 경지에 오르면 돼.”

그런 경지가 다 있는 건가? 신검합일도 아니고. 소파합일이 부피가 커서 더 힘들긴 하겠다.

어쨌든 대단하기에 장위는 무진을 전폭적으로 신뢰했다. 의심의 씨앗이 싹틀 때마다 검신을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팰 때를 돌이켜 보았다.

‘아직도 꿈만 같네!’

삼천의 최강 검신 철양진인이 그처럼 맥도 못 추고 일방적으로 처맞을 줄 누가 알았을까? 마지막엔 그만 때려 달라는 추태까지 부렸다. 천하의 검신이 아프다고 엄살을 떨 줄이야. 뭐, 엄살이라고 하기에는 살인적인 주먹이긴 했다.

더군다나.

‘내가 와룡이라니!! 크흐흐흐!’

뽀록나면 곤란한 일이기는 하지만, 당장은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검신을 두들겨 팬 괴물을 의형으로 모시고 있었다. 뽀록날 가능성은 희박했다. 모든 일들이 강 대형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제가 사람 구실 하게 된 건 모두 강 대형의 덕입니다.”

“아부할 필요 없어, 네 아버지가 전적으로 믿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예전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데?”

“그땐 말만 하면 재떨이부터 던지셨거든요. 지금은 말은 꺼내 볼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입니다.”

……?

이놈, 왜 이렇게 불쌍하냐?

사람이란 원래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데, 의외로 소소한 행복에 감동하고 있었다. 인간이 될 것 같지 않았거늘, 지성이면 감천인가? 아무래도 죽을 때가 된 것 같다.

무진은 장위가 살아 있을 때까지는 잘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게 맘대로 될진 모르지만, 안 되면 하는 수 없고.

“네가 행복하면 된 거지.”

“그런데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이러다간 모든 공을 구대문파가 독차지할 텐데요.”

“이번에 피해를 많이 봤으니, 구대문파도 공적이 필요하겠지. 내버려 둬.”

“과연 대인배십니다. 구대문파도 강 대형의 깊은 대의를 안다면 반드시 고마워할 겁니다.”

고마워할지, 욕을 할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당장은 흐름을 타고 승승장구하지만, 세상일이 그렇듯 뜻대로만 되진 않는다. 언제나 변수가 등장하고, 예측 못 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파기 마련이지.’

슬슬 때가 되어 가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너무 궁지로 몰면 살기 위해서라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

똑똑!

문을 두드렸다.

주석궁의 경호원이었다. 장위와 함께 들어온 직후부터 주석이 간을 보고 있었다. 말로는 서로의 실력을 교류해 보자는 그럴듯한 핑계를 댔지만, 실제는 누가 위에 있는지를 알려 주려는 의도였다.

“지수야.”

“알았어.”

붙어 있기도 부족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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