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09화 (310/374)

309. 국뽕(3)

호오.

무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애초부터 장위를 고기 방패로 쓰려고 했는데, 알아서 본인이 나대 주고 있었다. 혹, 실수나 하지 않을까 염려했거늘.

‘이 새끼, 의외로 적성에 맞나 보네.’

연기에 몰입하니, 심장 박동마저 차분해졌다. 장위의 색다른 모습에 속성이 [메소드]가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어쨌든 중국인답게 허세 하나는 알아줄 만했다. 그래서 심어로 조언만 해 주고, 장위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음.

편견을 버리고 장위를 살핀 검신은 침음했다. 어딘지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 무작정 아니라고 하기엔 상황을 유도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자신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것만 봐도.

“좋다, 네 능력은 인정하마. 하지만 이놈은 내가 먼저 쫓고 있었다.”

“선후를 따지신다면 이 작전을 누가 세웠는지가 중요하지요. 하물며 저는 구대문파에 먼저 기회를 주었습니다.”

장위의 대답에 검신은 미간을 찌푸렸다.

돌려서 말했을 뿐, 네가 무능해서 놓치고선 이제 와 돌려 달라고 하는 건 염치가 없다는 의미였다.

하물며 잡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본인이 잡지도 못하고서 무당파를 언급하며 대가를 치러 주겠다는 행위는 명백한 겁박이었다.

끙~!

검신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 채 망설였다. 화는 나지만,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장위의 작전이 없었다면 다크니스를 공략하지도 못했을 테고, 주동자가 도망치는 것도 알 수 없었다.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이었다.

‘범의 자식은 범이란 건가.’

말로써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그렇다고 주석의 아들을 위협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한발 물러선 후, 존장에 대한 예우를 가르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른바 꿩 대신 닭.

스윽!

검신은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았던 수신 호위를 보았다. 치욕을 애먼 놈에게 푸는 꼴이지만, 장위에게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순순히 포기하기에는 지금까지 당하기만 했다.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말이 짧구나.”

“명성이 실력을 대변하진 않지. 하물며 무능한 주제에 욕심만 많다면 더더욱.”

헙!

헛바람을 삼켰다. 검신은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어느 누가 감히 자신의 앞에서 이딴 망발을 지껄일 수 있단 말인가.

의도치 않게 빌런을 놓치는 바람에 모양새가 빠지기는 했어도,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지나치게 신랄한 비판이었다.

우우우웅!

검신의 정제되지 않은 기세가 일순 활화산처럼 퍼지며 일대를 장악했다.

“네놈이 감히 하찮은 재주를 믿고 나를 능욕하려는 것이더냐!”

“하찮다고 하기엔 증거가 명확하지 않나?”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오냐, 네놈에게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게 해 주마!”

“어차피 좋게 말해 봤자, 결론은 같을 거면서. 검신 씨, 내가 싫지?”

같은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를 텐데. 하는 말마다 속을 뒤집어 놓고 있었다. 무엇보다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았다. 속내를 정확하게 관통하고 있었다. 반박을 해 봤자, 상대를 구차하게 만드는 화법이었다.

꽈득, 빠드드득!

검신은 머리 뚜껑이 열리는 기분을 생애 처음으로 느꼈다. 이제는 추격하던 빌런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디 그 입심만큼 실력도 대단한지 보여라.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있어 보이려는 거면 상대를 잘못 골랐어. 당신의 호박씨는 꽤 유명하거든.”

더는 들어 주지 못하겠는지, 검신은 수장을 앞으로 쭈욱! 뻗었다. 보기만 해도 숨 막히게 느려 보이는 동작이었다. 저렇게까지 느리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일반적이라면.

무당의 면장은 면면부절의 흐름과 사위를 지배하는 장악력이 특징이었다. 장력을 뻗기 전부터, 일대를 지배하여 압박을 가한다. 피해야 한다는 마음과는 달리 육신이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거라.’

검신은 화가 나기는 했지만, 이성을 잃진 않았다. 기세로 가늠한 놈의 전력은 허허로웠다.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줄 알았거늘, 대수롭지 않게 받아 냈다.

더더군다나 허를 찔리긴 했지만, 자신조차도 잡지 못했던 빌런을 잡았다. 가진 바 속성이나 스킬을 모르는 이상,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꽈아아앙!

부르르르!

장력에 지축이 흔들리며, 지면이 버티지 못하고 솟구쳐 올랐다. 충돌로 인한 기파가 퍼지면서 위력을 과시한다. 가볍게 뻗은 듯했지만, 실제는 태산을 부수고도 남았다. 주변에 인적이 없기에 망정이지, 굉음과 파문에 오장육부가 남아나지 않았다.

“……네놈!”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 되나 봐.”

검신의 주력이 검이기는 하나, 무공에 관해서는 다방면으로 빼어났다. 일례로 무당파의 모든 무공을 하나하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익히고, 개선하기까지 했다. 그중에서도 면장은 검을 제외하고는 가장 완벽하다고 자부한 무공이었다.

면압.

면장을 발출하면서 발산하는 기세로 압력을 가하는 수법으로, 상대의 심신을 옭아맨다. 단순히 물리적인 압박만이 아닌, 정신에도 충격을 주었다.

그렇기에 한없이 느린 면장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대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놈은 면압의 공간 장악을 깨부수고, 면장을 정면으로 받아 냈다.

‘그 와중에 침투경으로 내부를 흔들어?’

검신은 근간인 태청신공에 타격을 준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결과적으로 일장일권(一掌一拳)의 격돌에서 우위를 점하기는커녕 밀리고 말았다.

슈욱!

무진의 주먹에서 권풍이 쏘아졌다.

일직선으로 날아간 무형권에 검신은 서둘러 검을 꺼내 원을 그렸다. 태극일원(太極一元)으로 권풍을 흩어 낼 심산이었다.

꽈아앙!

우우웅, 푸아아앙!

폭발이 있었던 직후, 재차 폭발을 일으켰다. 무형권에 권폭을 심어 1차 폭발 다음에 2차 폭발이 진짜였다.

이른바 무진류 무형도금(無形鍍金)이었다.

초식 자체는 가벼워 보이나, 실제는 강기를 온전히 다루어야 하는 최상승의 무리(武理)였다. 무형권 안에 무형권을 넣기가 쉬울 리가 없다.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똑같은 흐름을 유지해야 하고. 고도의 테크닉과 공력의 황금 비율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크윽!

검신은 무형권을 흩어 낸 후, 칠성둔형으로 반격을 취하려다 낭패를 당했다.

‘이런 미친!’

실력에 자만하는 놈이라고 하기에는 무형권에 실린 권의(拳意)가 지고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더는 숨길 수도 없다. 태천신공의 비기 태극현청강기를 개방해야 했다. 내공의 소모가 크긴 해도, 태극현청강기를 사용해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태극검을 펼칠 수 있었다.

우우웅!

신비로운 청백색의 강기가 육신을 휘감으며 호신강기의 역할을 했다. 이 상태에선 무적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 어떤 공격도 태극현청강기를 뚫어 내지 못한다.

이제야 공수가 완벽해졌다.

“이놈, 이것도 받아 보거라!”

태극검 검신오의 태극무한(太極無限).

송문고검에 태극현청강기가 실리며 태극무한이 펼쳐졌다. 검이 휘젓는 공간이 태극에 휘말리며 위력을 더한다. 일대를 음양합일의 극에 이른 검력으로 채웠다.

투망질을 하듯 부챗살처럼 펼쳐지며 태극의 검리가 공간을 장악한다.

솨아아아아!

검으로 태극의 세계를 창조했다. 태극세(太極世)에 갇힌다면 설령 반신의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해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빠져나갈 공간도 없다.

어딜 가도 태극의 검리가 막아선다.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 저항의 의지조차 꺾어 버리는 검형이었다.

“끝이다, 이놈!”

느리지만 세상을 장악한 태극의 검역, 파훼하려고 할수록 절망을 느낀다. 하지만 무진은 굳이 파훼하거나,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저 주먹을 뻗을 뿐.

쩌어어엉!

쩌저저적!

내지른 주먹은 태극무한에 점을 하나 찍었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누가 봐도 우열이 명백해 보이는 구도거늘.

주먹 한 방으로 반전을 이룬다.

역천.

내지른 주먹을 중심으로 균열이 전체로 번지더니, 태극세가 허망하게 무너지며 막을 내린다.

허억!

검역에 태극현청강기를 주입하고 있던 검신의 상체가 크게 휘청였다. 반진력을 고스란히 받아 낸 검신의 얼굴에는 경악이 담겼다.

‘태극현청강기를 힘으로 부수었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결과에 검신은 당혹스러웠다. 이런 적이 있었나 싶었다. 자신을 결계에 몰아넣고 빠져나갔던 빌런도 힘 싸움에서는 밀렸었다. 하물며 온전히 펼친 태극무한을 주먹 한 방으로 부수다니, 그런 존재가 있을 수가 있는 건가?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 됐나? 상관없지.”

꼭 맞아 봐야 정신을 차리는 인간들이 있었다.

무진은 굳이 일깨워 주진 않았다.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떠받든들 일검일권의 대결일 뿐.

명성이 대결을 대신해 주진 않는다.

파아앙!

검과 권이 충돌했다.

흔들리는 심신을 다잡은 검신은 침투경을 추스른 후 검을 휘둘렀다. 놀라다 못해 경악할 일이나, 넋을 놓고 현실을 외면할 만큼 수양이 낮지 않았다.

‘무슨 놈이 힘이!’

격돌할 때마다 무당의 상징과도 같은 송문고검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장비의 가치로 따지면 능히 ss급이거늘, 태극현천강기를 두르고 있는데도 밀렸다. 군데군데 날이 나갈 것 같은 위태로운 국면과 마주했다.

슈슈슉!

내지른 주먹에서 빛을 토한다. 수많은 권영(拳影)이 형성되어 일대를 뒤덮는다. 그야말로 하늘을 뒤덮는 쓰나미처럼 권영의 파도가 형성되었다.

퍼퍼퍼펑!

검신도 물러서지 않고 검영을 발출, 권영의 웨이브를 막아섰다. 하지만 힘의 우위에서 절대적으로 밀렸다. 내력이 말도 못 하게 강력했다. 같은 내력이라도 밀도와 기질에서 차원이 달랐다.

그야말로 패도의 화신.

권으로써 만물을 장악하는 왕의 권형이었다.

“……권왕?”

“맞아, 정확히는 권왕가 소속이고.”

대결을 빌미로 권왕이 부린 행패를 잊은 중국 무인들은 없었다. 모두의 뇌리에 강력하게 새겨져 있었다.

검신은 권왕과 마주하진 않았었다. 당시, 삼천은 무경을 높여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있었다. 폐관을 마치고 나왔을 때 중국은 권왕으로 인해 심한 홍역을 치렀었다.

어떻게든 권왕에게 당한 수모를 갚아 주려고 했지만, 섣불리 나서기엔 꺼림칙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대중화의 오점으로 남았다. 이제는 권왕이 과거와 같지는 않다고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다시 붙는다면 구대문파의 장로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았다.

‘이것이 권왕의 무공이었나?’

삼천이 공식적으로 나선 일은 많지 않았지만, 권왕을 호적수로 여기지 않았다. 소국의 무인이 강해 봤자, 한때의 영광으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권왕의 무공을 구사하는 무인은 절대 자신의 밑이 아니었다.

‘권왕도 아니고, 가문의 일개 무인이 이렇다고?’

검신으로선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권왕과 자웅을 겨루어도 부족할 판국에 권왕가의 문도와 팽팽한 결전을 벌이고 있었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터, 반드시 이겨야 하는 현실이었다. 대중화의 무인이 한낱 소국의 무인에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치욕을 당할 순 없는 일이다.

“오늘 대중화의 자존심을 세우겠다!”

“무인의 자존심은 무공으로 증명할 뿐이야. 아직까진 대중화의 자존심치곤 별거 없는데.”

“천지 분간 못 하고 날뛰는 권왕의 후예답구나!”

“그러니까, 얌전한 요조숙녀로 만들어 보라고.”

무진의 연속적인 도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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