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04화 (305/374)

304. 우리나라 아니잖아(1)

소문이 번졌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문으로 치부했고, 주석과 구대문파의 야합으로 몰았었다.

정황을 놓고 보면 왜곡과 날조가 분명했다.

팔대세가를 몰아붙이던 삼천의 2인이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말도 없이 사라질 리 만무하고, 착해졌다고 봐야 했다. 구대문파로선 당황스러울 테고, 체제를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팔대세가가 다크니스에 대중화를 팔아먹으려고 한다는 소문이 흘렀다. 아무도 믿지 않을 일이었다. 팔대세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로는 물론, 전대 가주와 무인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뭐가 아쉬워서 다크니스와 손발을 맞춘단 말인가. 총리에게 밀린 주석이 궁지에 몰려 헛발질을 한 것이다. 역풍을 맞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런데 소문이 사실처럼 굳어지고 있었다.

왜곡이나 날조라고 하기엔 정황이 확실했다. 기막히게 우연이 겹쳤다고 하기엔 너무 좋은 쪽으로만 흘러갔다. 그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연거푸 일어난다면 우연으로 볼 수 없었다.

관련자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확실한 증거는 남겨 두지 않았다. 대부분은 정황증거에 불과하나, 아랫사람 중에 몇몇이 흔적을 남겼다.

팔대세가는 한순간에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이 되었다. 억울할 수도 있었다. 핵심 수뇌부가 관련되기는 했어도, 전체가 아닌 일부였다. 그런데도 싸잡아서 몰아가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주석과 구대문파를 이긴다고 해도, 집권하기 어려웠다.

주석과 구대문파도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총리와 팔대세가를 다크니스와 엮어 매국노로 만들어야 했다.

결국, 누가 더 여론전을 잘하느냐가 중요하게 되었고, 당권은 주석이 잡고 있었다. 여론의 통제는 당정에서 결정하기에 주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파앙!

내리친 탁상이 부서질 듯 잘게 흔들렸다. 화를 참지 못하고, 고가의 탁상을 날려 버릴 뻔했다.

“이런 멍청한 것들!!”

기회란 매번 찾아오지 않는다. 역공을 취할 수 있도록 삼천의 둘을 죽여 주었다. 과정이 수월치 않았었다. 전대의 최강자들답게 함정을 파지 않았다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팔대세가는 구대문파의 허를 찔러도 부족했었다. 조직과의 연관성을 배제하기 위해서 당분간은 활동을 제한한다니, 다 잡아 놓은 물고기를 풀어 준 격이다. 이럴수록 주석과 구대문파가 다시 힘을 회복할 시간을 주게 된다.

“무능한 놈들.”

아랫것들 관리를 허술하게 하니 한시가 급한 이 중요한 시기를 허무하게 보내 버리고 있었다.

다만, 이를 가지고 총리를 몰아붙이기에는 부분적으로 사실이란 점이 걸렸다. 핵심과는 거리가 멀기는 해도, 나중을 위해 구대문파의 하급 문도와 선을 대 놓기는 했다.

이는 조직에서 늘 해 왔던 정책으로, 상·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술이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약점을 쥐고 흔들기도 수월하고. 위만 바라보는 인간들이 아래를 보지 않아 발목이 걸려 넘어지는 예는 흔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하찮다고 무시하기에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어디선가 정보가 샜다는 건데. 그렇다고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파고들기도 애매하다. 어쩌면 이런 점을 노렸을 수도 있다. 아래서부터 허점을 만들어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주석에게 이 정도로 머리를 쓰는 인간이 있었나?”

그간 주석의 반격을 겪으면서 달리 보긴 했어도, 이번 작전은 예사롭지 않았다. 단순 소문만으로 본인의 불리한 흐름을 단번에 되돌리고, 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와룡이라도 찾아냈다면 골치 아픈데.”

중국의 확실한 약점이자 장점이 인구였다. 그 많은 사람 중에 빼어난 자가 없다고 보긴 힘들다. 주석이 와룡에 비견되는 자를 찾았다면 어중간한 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점조직으로 되어 있는 체계기에 일부가 사라진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작은 문제가 후일 대업에 지장을 줄 수 있었다.

“점검이 필요하긴 해도, 당장은 위험해.”

꼬리를 밟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나마 구대문파의 전대 고수를 처리했기에 망정이지. 삼천이 온전했다면 팔대세가는 죽었다 깨도 구대문파를 넘지 못한다. 그만큼 삼천은 대단한 자들이었다. 치밀하게 설계된 함정과 독을 써서 각개격파 하지 않았다면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응?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효과적일지 고민하는 중에 위화감이 번졌다. 그의 선천적인 감각만큼은 그리드 내에서도 수위급이었다.

“무슨 일이지?”

불길함을 알아채기가 무섭게 인터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침입자입니다!

“침입자라니, 대체 누가?”

-주변의 CCTV의 영상을 토대로 했을 때 8할의 확률로 구대문파의 경신이었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구대문파는 현재 팔대세가를 압박하기 위해서 산시성에 집결했다. 구대문파의 수장들이 모여 있는 영상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결계가 부서졌습니다. 이곳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가용할 인원을 전부 동원해서라도 일단 막아.”

반나절 전에 산시성으로 가는 영상을 봤었다. 사실 여부는 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성동격서에 당한 듯했다. 대대적으로 영상을 틀어 일정을 드러낸 것부터가 시선을 팔대세가로 돌리기 위한 위장 전술이라면.

불길한 예상은 들어맞고 있었다. 정문을 막아선 인원이 당하고 있었다. 구대문파의 하급 문도였다면 정문에 발을 들이지도 못한다. 작정하고 정예를 이끌고 쳐들어온 것이다.

빠드드득!

처음부터 상하이 본부를 알고 있었다면 완벽하게 농락당했다고 볼 수 있었다. 암계로는 따를 자가 없다고 자신했거늘. 알량한 자부심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더더욱 화가 나는 사실은, 지금에서야 당했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십사(十死)를 전부 동원하고, 혈병기를 대기시켜.”

-존명.

사태가 이 지경이 된 이상, 주석의 두뇌가 자신보다 한 수 위임을 인정해야 했다. 하나, 두뇌 플레이와 실전은 또 달랐다. 전력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실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움직였을 뿐이다. 삼천을 공략할 때도 십사는 넷만 동원했었다.

“날 농락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이만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면 두고두고 방해될 게 분명했다.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

고아한 기품의 중년인이 정면을 매섭게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에 불과하거늘, 공간이 동화하여 일대를 무섭게 내리누른다.

기의 압력에 의한 변화였다.

“놈들이 여기 있단 말이지.”

“틀림없습니다. 보십시오.”

현재 구대문파의 정예가 급습한 상태였다. 지도상에는 일반 가정집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다. 진의 결계가 주변의 건물과 연계가 되어 평범해 보였을 뿐이다. 도시 전체가 결계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니 아무도 이곳을 의심하지 않을 수밖에.

“내 직접 친우의 목숨값을 받겠다.”

“안 됩니다.”

“그래, 나가…… 엥? 안 된다고?”

앞서 나아가 친우를 죽인 무도한 놈들을 도륙하려던 무복의 중년인은 엉거주춤했다. 질풍검호로 불렸던 젊은 시절을 상기하면 모양이 빠지는 일이나, 만류한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의 막내 사제였다.

하아.

꼬꼬마 시절부터 업어 키우다시피 한 녀석의 머리에도 서리가 내렸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 하나, 단순히 귀여웠던 막내 사제의 요청이라서 멈추진 않았다. 연배로는 차이가 나긴 해도 막내 사제는 현 무당파의 장문인이었다.

그가 비록 대사형일지라도, 장문인의 권위를 무시할 순 없다. 더욱이 이유도 없이 사형의 뜻을 꺾을 녀석도 아니다.

“어째서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삼천의 두 분을 해친 무도한 놈들입니다. 대사형께서도 그분들의 상흔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됩니다.”

비록 계략에 의한 함정에 빠졌다곤 해도, 놈들은 절대경의 무인을 죽였다. 장문인은 대사형도 당할 수 있다고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나서지 말고,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는 있었다.

‘대사형은 무당의 자존심이며, 더 나아가 대중화를 상징하는 검이십니다.’

무당검신 철양.

항마신승 공무.

화산검성 운하.

신승과 검성이 암계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검신마저 놈들에게 당한다면 구파는 힘을 상실하게 된다. 대중화의 무인이자, 무당파의 장문인으로서 대사형을 지켜야 했다.

그런 마음을 느꼈을까, 철양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네가 나를 온실 속의 화초로 만들 셈이더냐. 그런 식으로 살아남은들 나를 누가 인정해 주겠느냐!”

“누가 끝까지 뒤에 있으랍니까? 결정적일 때 나서라는 겁니다. 잔챙이는 우리한테 맡기고. 정말, 사람 마음을 더럽게 몰라주네.”

“……이놈아! 나, 네 대사형이야! 언제까지 잔소리할 셈이냐?”

“궁상 그만 떨고, 좀 뒤에 있으라고요!”

기막을 쳤기에 망정이지, 언성이 새어 나갔다면 무당의 체통이 땅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만큼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무당파는 호박씨를 아주 잘 깠다. 좋게 말하면 사형 사제 간에 허물이 없는 사이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저런 거 보면 주책이었다.

“놓치면 알아서 하거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기막을 벗기자 무당검신과 무당파 장문인으로 돌아왔다. 속내는 호박씨지만, 체면은 소중했다.

“가 보거라, 도움이 필요할 듯싶구나.”

“갈 테니, 행여나 쓸데없이 나서진 마십시오.”

“거참, 잔소리는.”

“누구 때문인데.”

현재 무인의 통솔은 화산과 소림에서 맡았다. 삼천은 구대문파의 상징임과 동시에 두 문파에겐 사문의 어른이었다. 충격이 컸던 만큼, 복수에 대한 열망도 강했다. 소림과 화산이 선봉을 강력히 주장한 이상, 그 앞에서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배신의 여파가 컸지.’

내부의 변절자로 인해서 신승과 검성을 허무하게 잃었다. 만약 믿는 도끼에 발등만 찍히지 않았다면,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데, 다른 구대문파도 마냥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순 없다. 신승과 검성의 죽음에 연관된 변절자가 놀랍게도 동문 사제였었다. 내부적으로 유대 관계가 남다른 구대문파로선 충격이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문파의 핵심 인사가 변절자일 줄은.

‘주석께선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장 주석이 변절자들에 대한 정보를 내어 주지 않았다면 구대문파는 사분오열되어 팔대세가의 먹잇감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실로 적절한 때에 정보를 내어 주었다고 볼 수 있었다.

‘주석의 두뇌가 누군지는 몰라도, 한 번은 꼭 보고 싶군.’

장 주석은 아들의 수완이라고 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근래에 정신을 차렸다곤 해도 그간 해 온 짓들이 많았다. 개망나니가 하루아침에 개과천선을 해? 개가 똥을 끊는 편이 빠를 것이다.

신승과 검성을 잃고 위태로워진 구대문파의 위기를 정보전만으로 흩어 내고 역공의 기회를 창출했다. 그 귀신같은 심계는 실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렇기에 누구도 장위가 주석의 두뇌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꽈아아앙!

상념은 길지 않았다.

폭발이 일어나면서 사방으로 검기가 발출되었다. 소림과 화산의 정예가 막아섰지만, 심상치 않았다. 내상을 입었는지 정순한 내력을 지닌 소림의 승려들이 뒷걸음질을 쳤다. 이어서 나타난 자들이 뿜어내는 기세로 보아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이 기운은 설마?”

“혈마다.”

“혈마는 죽지 않았습니까?”

“저게 환영이라면 그렇겠지.”

과거 사마외도를 처단하기 위해 구대문파와 팔대세가가 함께 했었다. 지금이야 서로 이권을 다투지만, 정도를 표방한 이상 사마외도와 타협하진 않았다.

정파가 합심했으니, 사마외도 척결은 수월한 편이었다. 그러나 공적에 이름을 올린 7인은 달랐다. 강력한 무공뿐만 아니라 심계와 수완이 빼어나 잡기가 어려웠다. 어중간하게 척결대를 보냈다가 되레 당하곤 했었다.

정파에선 그들을 7공적이라고 불렀으며, 혈마는 그중에서도 최악으로 평가받았다. 혈천마황공(血天魔皇功)을 익힌 그는 피를 갈구하는 희대의 마인이자 사공의 대가였다. 수많은 피를 흘리고 나서야 겨우 처리했다고 알려졌거늘.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혈마의 모습에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편으로 혈마의 마지막을 처단했다고 한 이들이 누구인지를 떠올렸다.

팔대세가의 오존(五尊)이 혈마를 척결했다고 공표했었다. 그런데 다크니스의 본부에서 혈마가 다시 나타났다.

‘진정으로 다크니스와 손을 잡았단 말인가?’

소문이라 치부하기에는 사실을 기반으로 했으나, 팔대세가의 수뇌부가 다크니스와 연관되었을 줄은 미처 몰랐다. 확증이 없다곤 해도 의심스러운 정황이었다.

혈마의 등장은 시작에 불과했다.

사사사삭!

격전 중에 죽은 자들이 일어서고 있었다. 단순히 일어서기만 하진 않았다. 어둠의 사기가 격발되어 산 자를 향해 저주를 분출했다.

“시잔마공이다!”

“시마도 살아 있었어!”

시마의 시잔마공(屍殘魔功)과 네크로맨시가 결합했다. 시체가 움직이는 좀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닿기만 해도 사기가 스며들어 산 자에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했다.

“나한들은 어서 항마진을 펼쳐라!”

“가지고 있는 신성 스킬과 아이템을 전부 사용해!”

마냥 놀라고만 있진 않았다. 그들은 구대문파를 대표하는 정예 무인이었다. 사전에 대비도 했고, 경험과 연륜이 적지 않았다. 각 문파를 대표하는 무인들답게 신속히 방도를 마련해서 적절한 대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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