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300화 (301/374)

300. 친구야, 그 강을 넘지 마라(2)

쓸모가 있으려면 그에 합당한 능력을 갖추어야 했다. 연봉 1억은 받고 싶은데, 능력이 2천이라면 고용할 필요가 없잖아.

무진은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100% 이해하기 어렵기에 일단 제안을 해 줬다.

“……쓸모가 없어서 다행이다.”

“늦었어.”

기껏 생각해 줬더니, 거절은 거절한다.

무진의 심상 구현이 태수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소외감을 느꼈던 태수는 심상 속에서 무지막지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무진은 선배의 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영상으로 구현했다.

태수 선배만이 아닌 모두가 자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혼자서만 열심히 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듯, 훈련은 다 같이 해야 쓰임새가 생긴다.

-……크악, 살려 줘!

-관심 받고 싶다며. 나 시간 많아.

-……내가 실수했어!

-늦었어.

구르고 또 구르고.

대가리에 이끼가 끼지 않게 해 주었다.

동기와 선배들은 질린 기색이 완연했지만, 무진은 영상을 안주로 삼아 술잔을 비웠다. 다른 건 몰라도 태수 선배는 굴리는 맛이 있었다. 반응이라도 하지 않으면 하다 말 텐데, 저런 식으로 잘 반응해 주면 더 해 주고 싶은 게 사람 심리였다.

다만, 무진의 동상이몽이긴 했다.

‘무서운 놈, 속으로도 욕하지 말라는 거구나!’

‘뒷담화도 못 까겠네.’

‘언제 어떻게 기억을 빼냈는지도 이젠 모르잖아.’

‘설마 다 알고 있었나?’

일종의 경고?

순수한 훈련이라고만 하기엔 맘만 먹으면 언제든 마인드컨트롤이 가능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진의 모르모트가 되어 움직였을 수도 있었다.

1분이 흘렀다.

흐엑!

1년 치 수련을 마친 태수가 비명을 지르며 주변을 돌아봤다. 순식간에 온몸은 땀으로 젖었다. 정신과 육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몸소 증명했다.

예전처럼 허둥지둥하며 놀라진 않았다. 이미 몇 차례나 경험했기에 생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다. 적응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적응할 만하면 최소 2단계 이상으로 올라간다.

무진은 태수 선배의 몸을 보며 품평했다. 요즘엔 빅사이즈를 강요하는 추세긴 하지만.

“이제 좀 금강불괴답다.”

“때리는 맛이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회장님을 지키려면 강해져야 하는 거 알지? 그런 수모를 다시 겪게 할 셈이야?”

“내가 전생에 대역죄를 지었나 보다.”

“그 말은 들어줄 수 없는데, 내가 그럼 괴롭힌다는 소리잖아. 자나 깨나 선배의 훈련을 걱정해 줬거늘.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잠깐, 내가 잘못했어!”

“늦었어.”

방금 돌아왔는데, 태수는 3년 치를 선물로 받았다. 무진은 우는 아이에게 떡을 절대 주지 않는다.

헙!

동기와 선배는 태수의 자책골에도 웃지 못했다. 또한, 마냥 불쌍하다고만 볼 수도 없다.

-레벨업!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걸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만 있어도 숨 막히는 고문, 학대의 쳇바퀴가 분명하거늘, 레벨이 오르고 있었다.

‘저걸 받아, 말아?’

‘안 받으면 안 되겠지?’

‘나만 도태될 순 없다고!’

‘내 인생도 끝났구나.’

심상 구현에 당하고 나면 보름 이상 후유증에 시달린다. 알면서도 외면하지 못하는 현실에 망연자실했다. 싫다고 거절하기에는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언젠가는 상대해야 하는 다크니스는 생도라고 해서 봐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쯤 했으면 느끼는 바가 있겠지.’

무진은 동기와 선배가 자발적으로 동참해 주기를 바랐다. 다크니스가 돌아왔을 때 약점이나 변수가 된다면 곤란했다.

무엇보다 태수 선배 하나로 모두에게 동기를 부여했다면 남는 장사였다.

‘선배라면 후배를 위해서 본보기가 되어야지.’

후배를 수호하는 절대 방패이자 본보기로서 태수 선배는 적임자였다. 그 대가로 성운 그룹을 무사히 인계받을 수 있게 해 줄 요량이다.

이만하면 태수 선배에게도 남는 장사였다. 성운 그룹은 연일 주식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조만간 세계 10대 브랜드 가치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다.

훈련도 시켜 줘, 그룹도 성장시켜서 물려줘.

이런 후배도 없다.

‘내가 호구긴 해.’

시키는 대로 안 하면 곤란하긴 해도.

오늘도 자발적인 의욕을 고취하고, 건전한 투자를 지향하는 동아리였다. 다른 어떤 동아리보다 효율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이었다.

그래서 아무나 받지 않는다.

“자, 몇 년 치로 해 줄까?”

“우리가 가축이냐? 파티도 이러려고 하자고 한 거지?”

호오, 우리 애들이 참 눈치가 밝다. 하지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일단 배 터지게 먹이고 볼 일이었다.

더욱이 심상이라면 먹고 토하는 일 따윈 발생하지 않는다. 나중에 정신과 육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실제 훈련을 병행할 필요는 있지만.

무진은 자율적인 훈련까지 터치하지는 않는다. 그저 일신우일신을 믿고 신뢰할 뿐이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는 격언은 진리였다.

흐억!

모두에게 1년 치를 걸어 주었다.

정확히 1분 후 되돌아왔을 때 레벨업을 점검했다. 혹여, 원하던 레벨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다시 돌아가게 해 주었다. 이렇게나 기회가 열려 있었다.

“상원이 돌아가.”

“왜 나만!”

“언제는 아니었나?”

“망할!”

상원이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벼락치기가 체질에 맞는지, 꾸준함이 없는 편이다. 그렇다면 강제로라도 올려 주어야 할 필요는 있었다.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제라도 동아리 멤버에서 탈퇴하면 되는데, 그건 또 싫다며.

흐엑. 부르르르!

심상에서 벗어난 후 후유증이 해소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얼추 태수 선배와 비슷해졌다.

하나의 검을 더 얻은 혜진이 물었다. 유정의 각성 이후로 혜진은 더더욱 훈련에 매진했다. 이런 걸 보면 라이벌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였다.

“요즘 특히 심해졌어.”

“조만간 나댈 거거든.”

“우릴 위해서구나.”

“당연하지.”

지가 나대는데 훈련은 왜 우리가 더 빡세게 하냐고? 누가 들어도 이상한 소리였다. 그걸 또 이해하는 혜진이가 이상한 년이었다. 대화의 맥락을 파악할수록 억울했다.

“나는 괜찮아. 그런데 너희들은?”

“그거야…… 젠장!”

무진의 강함을 몰랐다면 지가 먼치킨 중2병 말기냐고 핀잔을 주겠지만, 실제로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 심상 구현도 알고 보면 미친 개사기급 스킬이었다. 아무나 할 수 있었으면 능력자들이 길바닥에 채었겠지.

결국, 무진은 타격감이 전혀 없다. 다크니스가 아니라 다크니스 할아버지가 등장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존나 이기적이네!”

“억울하면 강해져.”

***

-제가 왜요?

이 말이 기폭제가 되었었다. 거절을 당해 본 지가 언제였지? 기억도 나지 않는 먼 옛날에나 들어 봄 직했다.

먼발치에서라도 만나고자 하는 이들이 부지기수거늘.

먼저 연락했음에도 이토록 발칙한 거절이라니 생경함을 넘어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그렇더라도 생도에게 화를 내기에는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었다. 인내심을 발휘해서 다시 연락을 보냈다.

행여 자신을 몰라서…… 모를 수가 있나?

어쨌든.

재차 연락한 성의를 무시하진 않겠지.

-싫은데요.

는 개뿔!

대놓고 퇴짜를 놔 버렸다. 문자를 제대로 보냈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었다. 이렇게 되니 오기가 발동한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으로 문자를 또 보냈다.

-스토커도 아니고, 자꾸 질척대지 마세요.

스토거?

질척?

누가? 내가?

졸지에 스토커가 된 천제 장용성은 하도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서 공황 상태에 빠졌었다. 한참 뒤 정신을 차린 후에 전화를 걸었더니,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하란다.

평소 혈압 관리를 열심히 한 덕으로 뒷목을 잡진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바이탈 체크는 필수였다.

도대체 왜 만나지 않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강압적으로 나가기엔 모양새가 나빴다.

은연중 자기 사부를 거론하면서 압박을 가하기까지 했다. 생도에게 협박당할 줄 누가 알았으랴.

그러나 마냥 무시하기도 힘들다.

현재는 마제의 말대로 되어 가고 있었다. 권왕에게 은밀히 도전했던 길드장들의 표정이 이를 대변했다. 굳이 보지 않아도 결말은 뻔하다.

한껏 고무되었던 혈제조차도 그 이후로는 실어증이 걸린 사람처럼 입을 다물었다. 회의가 있을 때마다 마제가 조롱하는데도 입도 뻥긋 못 했다.

대길드장의 기틀을 만들기는커녕 권왕의 노림수에 철저하게 당하고 말았다. 다들 기가 죽어서는 권왕의 ‘권’ 자만 꺼내도 학을 뗐다.

이런 처지에 권왕의 제자를 핍박했다는 소문이라도 나 봐라. 권왕에게 도전하기는 겁나서 그 제자를 노렸다는 기사가 우후죽순 나왔을 것이다. 물고, 뜯고, 씹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비겁한 행동으로 비칠 테니.

더욱이 여러 길드장도 본인들만 당할 수는 없었는지, 대놓고는 하지 못해도 넌지시 몰아가곤 했었다. 결론을 내놓고서 같이 당하자는 심보였다.

나만 당할 순 없지, 라는.

현재로선 대가주가 된 권왕의 의견이 가문과 길드를 아우르고 있었다. 대가주의 권고를 무시하기에는 다들 호되게 당해서인지 순순히 따랐다. 간간이 반기를 들 때만 자신을 거론하곤 했다.

물론, 권왕과의 대결에서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굳이 위험부담이 높은 일에 승부수를 걸 필요는 없다고 봤다. 권왕의 상세 스텟을 면밀히 파악하고, 명분이 생겼을 때 하는 편이 이득이었다.

주변에선 간을 본다느니, 겁이 나는 거 아니냐는 빈정거림도 있었다. 이런 차에 무진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권왕에게 되레 명분을 주게 된다.

천제는 처음부터 선택을 잘못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물러서기엔 그것도 이상했다. 그래서 만남을 거부하는 연유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었다.

-가기 귀찮아서요.

원하지도 않는데 굳이 시간 들여 찾아갈 필요가 있냐는. 화가 나는 일이지만, 맞는 말이기도 했다. 언제나 주변에서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애를 썼었다.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아니라면 굳이 만날 이유가 없기는 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그런 주제에 만나 줄 테니 오라고 했으니, 작금의 사태는 전부 스스로 초래한 것이 된다. 아닐 줄 알았으나, 무의식에 선민의식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나도 똑같은 사람이었구나.’

우월 의식을 반성한 천제는 내친김에 직접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부르릉!

휴일에 손수 운전대를 잡고 영종도로 향했다. 정오쯤에 주소지로 도착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주택과 주변 경관을 살폈다. 풍광이 아주 좋았다.

“호오, 잘 지어 놓기는 했군.”

명장의 손길이 닿은 듯한 정문을 향해 걸었다. 초인종을 누르려고 했던 천제는 당황했다.

응?

정문으로 똑바로 걸었는데, 처음 장소로 되돌아왔다. 불과 10m 남짓의 거리에서 방향감각이 뒤바뀌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하물며 자신은 한국 길드를 대표하는 초인이었다.

‘내가 방향감각을 상실했다고?’

이럴 수가 있나?

정상적으로 그럴 경우의 수는 백만 분의 일도 많았다. 가능성은 결국 결계와 진법이었다.

‘잡다한 걸 많이 익혔다고 했지, 아마.’

아카데미에서 배웠다고 해도, 주 전공이 아닌 경우엔 실전에서 쓰기가 어렵다. 대비는커녕 의심조차 하지 않아 걸려들기는 했어도, 초인의 감각을 무력화했다는 건 놀라웠다.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군.’

하나를 깊이 파도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는 힘들다. 보통은 잡다하게 익히기보다는 본인의 속성과 재능에 맞게 훈련한다.

여러 가지를 익히다가 이도 저도 아닌 레벨에 머물기보단, 하나의 속성에 특화하는 편이 효율적이기도 하고. 주력이 아닌 다른 기술을 익힌다고 해도, 대부분은 보조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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