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285화 (286/374)

285. 산 넘어 산(2)

파팟, 퍼퍽!

한쪽은 막아도, 다른 쪽은 맞는다.

[라이언킹]의 단단한 육체를 믿고 버티기엔 내부로 파고들어 오는 전사경이 상당했다. 개개인의 실력 차가 크지 않았다.

권왕의 제자가 두뇌인 줄 알았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강자였다. 생도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사자화를 하는 타이밍에 당한 충격도 가시지 않았다.

이대로는 위험하단 판단이 섰다.

전력이 아닌 그 이상, 한계를 넘어선 힘이 필요했다. 이따위 예의도, 명예도 모르는 사제 놈들에게 당할 순 없다. 더욱이 이놈들을 처리하고 그리드3을 구해야 했다.

[라이언킹] 4단 개방.

레오로선 최대한 속성 개방을 숨기면서 사제를 맞아야 했다. 저 빌어먹을 사제 놈들은 그 타이밍을 기다리지 않았다.

“제자야, 속성 개방했다.”

“당해 줄 순 없지요.”

이 징그러운 놈들!

생긴 대로 살지 않고, 눈치는 더럽게 빨랐다. 그러나 [라이언킹]은 개방되었다. 힘의 한계점을 넘어서면 통제력을 잃고, 야성에 함몰되지만, 그만큼 절대적인 기량이 올라갔다.

후아아앙!

라이언 카오스 스톰이 발동하여 공간을 밀어냈다. 약점을 노리고 접근했던 무진과 권왕은 호신강기로 대응했다. 강기와 마나스톰이 거칠게 충돌하여 역량을 시험한다. 그 여파로 만상이 어긋나면서 기상이변을 일으켰다. 거침없는 소요는 범위를 넓혀 가며 살벌한 영역이 되었다.

“더는 네놈들의 수작에 당하지…… 아니?”

사제를 밀어낸 직후, 좌우에서 기습적으로 쇄도해 들어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퍼엉, 투앙!

거대한 쇳덩이를 두드린 듯 거친 파열음이 들렸다. 좌우를 막아 낸 레오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제의 모습과 비슷한 형태의 철인(鐵人)이 막대한 공력을 쏟아 냈다.

“이건?”

일전에 보고로 올라왔던 형태, 권왕이 슈트를 입고 나타난 줄 알고 있었다. 한데, 진짜로 아이템의 변형으로 권왕을 흉내 낸 것이다. 하지만 철인이 펼쳐 내는 무공과 공력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족히 sss급 이상의 아이템이 아니고선 불가능했다. 어쩌면 등급 외로 평가받는 ex급의 아이템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실패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대업을 방해한 것으로도 부족해, 그리드3을 함정으로 끌어들였다. 저 빌어먹을 사제를 죽이지 않고서는 화가 풀리지 않는다.

게다가 저것들의 입은 레오의 화를 돋게 했다. 불난 데 기름이 아닌, 트리니트로톨루엔을 던졌다. 가뜩이나 4단 개방으로 통제력을 잃은 상태라 조절도 되지 않았다.

“사부님, 꼴에 동료를 걱정하나 본데요.”

“자기 살기도 바쁜 주제에 동료를 걱정하다니 웃기는 놈이구나.”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인간적이지…… 흠. 사자같이 잘생겼구나.”

서울대공원에 기증하면 돈 좀 당기겠군.

동물은 학대하면 안 되지만, 반인반수는 괜찮잖아. 사람 됐다, 동물 됐다 변신 놀음은 히트 상품이었다.

동물원 쇼를 느꼈는지.

“모두 죽어랏, 퓨리어스 볼케이노!”

전력을 남기지 않고 쏟아 내는 분노의 일격. 일대를 모조리 다 녹여 버리는 경천의 폭발력이었다.

콰아아앙!

무진과 권왕은 물러서지 않고 피스트킹 1호, 2호와 함께 방진을 구성하며 다구리 칠 준비를 마쳤다.

전투와 전쟁의 기본은 전략 전술보다 병력 수였다. 전략과 전술은 병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차선책에 불과했다. 실제로 병력이 넉넉하면 전략, 전술도 수월해진다.

무진과 권왕은 사적인 감정보다 병법의 기본을 충실히 지켰다. 어차피 이기기만 하면 그다음은 맘대로 조작, 왜곡해도 모른다.

휘이이이잉!

추아앙!

사제와 레오의 사나운 격돌만큼이나 지수, 유정, 혜진과 라이언 기사단도 막바지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부딪힐 때마다 휘몰아치는 격돌의 여파가 끝을 모르고 상승했다.

후아아앙!

아~!

멀찍이서 지켜보는 상원과 4인방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이 낄 자리가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미친 전투신을 보여 줄 줄은 미처 몰랐다.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실망도 큰 블록버스터 히어로 영화와 달리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스펙터클이었다.

동네에서 싸움 좀 한다고 으스대던 싸움꾼이 세계적인 스케일에 경악하는 꼴이었다.

“아예 급이 다르네.”

“권왕 어르신이야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무인이지만, 주군도 대단하시구나!”

“우리였으면 일격은커녕 스치기만 해도 가루가 될 판이잖아!”

“너와 우린 다르다!”

“이 와중에 할 소리냐!”

“때와 장소를 떠나 너와 우린 다르다. 그건 변하지 않는 진리야.”

같이 묻어가려고 했던 상원은 4인방에게도 무시당하는 현실이 억울했다. 다른 애들한테는 찍소리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만 걸고넘어졌다. 현실이 약육강식이긴 해도, 이놈들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막말로 자기들도 관전자에 불과하면서 누가 낫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냐고. 그래 봤자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했다.

상원의 불만에도 4인방은 당당한 얼굴이었다. 지금은 부족해도 극복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비쳤다. 애당초 포기한 녀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린 반드시 주군을 위해 나설 것이다. 너는 그럴 자신이 있느냐?”

“현실적으로 봐야지, 저걸 보고도 그딴 말을 해!”

“그래서 너는 안 되는 거다.”

“노력하면 다 되는 줄 알아? 용기와 만용은 달라, 너희나 나나 개죽음이라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에 지나지 않았다. 그걸 용기로 포장한다면 만용이었다. 그런데도 상원은 이상하게 화가 났다. 같이 포기하면 동질감이라도 있을 텐데.

어째서 포기하지 않는 거지?

“미리부터 한계를 정하면 남는 게 뭐가 있지? 방구석에서 여포질이라도 할 셈이냐.”

“네놈들 똥 굵다, 됐냐?”

상원도 안다. 마법사가 돼서 모르겠나. 하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격돌은 도전이 아닌 공포심을 불러왔다. 인간적인 관점으로 봐도, 쟤들은 차원이 달랐다. 동년배 사이에서 천재라 불리는 생도들도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난 보통 사람이라고!’

괴물의 영역에서 싸우라고 하면 개죽음밖에 더 되나. 저걸 보고도 맞서 싸우려는 4인방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화를 냈던 것과 달리 상원의 입맛은 썼다. 자신을 향해 비웃는 4인방을 보니 울화가 치민다.

“씨발, 너희들만 나대는 건 참을 수 없다고! 나도 보여 주겠어!”

“그래야지.”

낚였네!

4인방이 웃자, 상원은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놈들의 도발에 걸려든 것이다.

빌어먹을 자식들, 벌써 녹음도 했네!

이로써 무진이한테 왜 끌어들였냐는 항변은 씨알도 안 먹히게 되었다.

‘그 주군에 그 수하냐!’

이 지겨운 것들, 다 지옥으로 가 버렷!

***

솨아아아!

후폭풍이 가라앉은 공간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악신과 뇌신의 격돌이 만들어 낸 파괴의 현장이었다. 서로의 전력이 끌을 모르고 상승했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결판이 났다.

양패구상.

소민성과 엘리자베스는 결판을 짓지 못한 채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전력을 모조리 쏟아 냈기에 둘 다 원래의 모습과 달리 처참했다.

그나마, 상처가 가볍진 않아도 소민성은 사지가 멀쩡했다. 반면 엘리자베스는 왼팔이 사라진 채 검게 타 버렸다. 운뢰의 뇌정폭에 팔이 터져 버린 것이다. 폭발 후 잔존 뇌기는 엘리자베스의 마나 컨트롤에도 영향을 주었다.

하아, 하아!

소민성은 외상뿐만 아니라 내상도 깊게 입었다. 운뢰와의 합신도 풀어져서 정령계로 역소환되고 말았다. 마지막 격돌에서 전력을 쏟아 낸 결과물이었다.

그래도 운신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팔이 날아가고 뇌정기가 스며든 뱀파이어보다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순순히 항복하는 편이 이롭지 않을까.”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구나.”

“객관적인 판단이지 않나.”

“이래도?”

“어떤 수작을 부려도…… 응?”

터져 나갔던 팔이 원래대로 돌아왔고, 상처도 회복이 되었다. 뱀파이어 퀸의 권능 블러드 어겐이었다. 피의 부활을 사용하여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었다.

“……젠장!”

“이런 제길!”

다 이긴 줄 알았던 수왕과 장로들의 입에서도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들이 상대한 뱀파이어 나이트도 원상 복귀를 이루었다. 스킬이 아니라 주인의 권능이라 도중에 막지를 못했다. 뱀파이어 나이트는 권속으로, 주인의 부활 권능을 전이받을 수 있었다.

부활할 시간을 준 시조님을 탓해야 했다.

“2차전을 시작해야지.”

엘리자베스의 뇌쇄적인 미소에 소민성은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상대의 패를 모르고 싸운 패착이었다. 전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밀어붙여야 했었다.

“약 먹을 시간은 주나?”

“주겠니?”

포션을 마시고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 주기를 바랐지만, 엘리자베스의 암흑 신속이 발동되었다. 동시에 어둠이 연극 무대의 장막처럼 소민성을 뒤덮어 온다.

“그럼 하는 수 없지. 이젠 자네 차례일세.”

“그딴 개수작……?”

빛의 포화가 일순간에 어둠을 삭제하며 일대를 순백의 향연으로 만든다. 엘리자베스의 주 무대인 어둠이 무력화되었다. 이어서 빛의 알갱이들이 한 점으로 뭉쳐지더니 광폭을 일으켰다.

화아아, 화르르, 꽈아앙!

빛 계열 마법 광화, 광염, 광폭이 4중첩으로 연달아 펼쳐진다. 라이트 마법은 계식 자체는 저계식이지만, 마법사의 역량에 따라서 얼마든지 위력적으로 변한다. 같은 마법을 사용해도 차원이 다른 연유였다.

푸아아앙!

츠으으으!

어둠과 빛의 대비가 극적이었다. 어둠의 수호로 감각을 열어 놓았기에 빛의 포화를 막기는 했다. 하지만 사각에서 약해진 지점을 잘게 쪼개는 바람의 칼날이 있었다.

“네놈들이 어떻게?”

“이거나 처먹어, 풍파!”

마제와 교장의 등장이었다. 때를 아주 절묘하게 맞췄다고 볼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 제때 등장하는 히어로처럼. 실제는 시간을 맞추기보다는 결계를 쳐 놓고 소민성의 간절한 부름을 기다렸었다.

“……유령화!”

“공간 장악, 고착.”

투명화에 가까운 유령 분신으로 교장의 풍력권에서 벗어나려고 했었다. 그 순간 절대의 마도를 담은 스페이스 커맨드가 발동되어 유령화되어 가는 엘리자베스의 육신을 잡아챈다.

풍력권 오의 풍월수화(風月水華).

바람이 마치 대해의 물결처럼 번져 엘리자베스의 공간을 장악했다. 초식 자체는 아름답지만, 그 안에 담긴 풍압은 오체분시하듯 살인적이었다.

까아악!

자지러지는 비명이 터지며 고착된 영역에서 엘리자베스는 튕겨 나갔다. 반기지 않는 난민처럼 튕겨 나갔지만, 숨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마제의 언령에 광인(光刃)이 발출되어 엘리자베스를 난도질했다. 찰나의 위기를 느낀 엘리자베스가 분신술을 펼쳤으나, 완벽하지 않았다.

“……비겁한!!”

암습을 가하고, 2 대 1로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로서는 겪어 보지 못했던 난관이었다.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권속인 뱀파이어 나이트도 경각에 몰렸다. 정령가의 화석이 시간을 끄는 동안, 가주와 장로들이 전력을 회복했다. 그녀가 바라는 전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전쟁에 비겁한 게 어디 있느냐!”

“이기는 게 장땡이니라.”

다들 누구를 닮아 가고 있었다. 마제나 교장은 초록동색이 되어 가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꼈다.

후르륵!

소민성도 마나 포션과 회복 포션을 마셨다. 무진이 오다 주웠다며 필요하면 마시라고 준 것이다. 마시지 않으면 돌려줘야 하는데, 마시는 순간 10억이 날아간다. 가주와 장로들, 가솔들까지 고려하면 액수가 100억 단위였다.

‘장삿속이 대단하구나!’

장사는 미래를 사는 투자라고 하더니, 이렇게 될 줄 알았던 건가? 소름이 쫘악! 끼치게 하는 현실과 마주했다.

-방심할 거잖아요.

무진이 가면서 한 말이 상기되었다. 그때는 코웃음을 치며 무시했는데, 되돌아보니 뼈를 때렸다. 하도 맞아서 그런지 몰라도, 접골원에 가야 할 지경이다.

한편으로는 억울했다.

이게 방심하지 않는다고 될 일인가. 뱀파이어 중에서도 부활 권능을 가지고 있다면 진혈의 왕족이란 소린데. 이렇게 흘러갈 줄 누가 알았겠느냔 말이다.

‘쟤들 거까지 챙겨 줘야 하는 건가?’

상황이 꼬이니까, 마제와 교장을 데리고 온 비용도 정령가에서 처리해야 할 판이다. 애초에 도움을 바라지 않았으면 되는데, 손을 내밀었으니 이제 와 물릴 수도 없었다.

‘그래도 고맙다고 해야겠지.’

무진의 충고와 대비가 없었다면 작금의 상황은 희극이 아니라 비극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연이어 고마운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서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스스로 막아 내고, 아쉬울 게 없어야 하거늘. 매번 무진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걸 축복이라고 해야 할지, 저주라고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게다가 효과가 끝내주잖아!’

흔히 사용하는 치료, 회복 포션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등급에 따른 성능의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10억의 가치가 허황되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여벌의 목숨을 내어 줄 효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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