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281화 (282/374)

281. 던전 투어(2)

“가랏, 마법몬.”

“시끄럿, 마법사를 왜 탱커로 쓰냐고!”

상원이 투덜거리긴 해도, 가장 많은 발전을 했다. 역시 갈궈야 잘하는 스타일이었다. 풀어 줄 때가 필요하긴 해도, 배우는 단계에선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었다. 집에서 오냐오냐 마마보이로 컸으니, 군대 갔다고 생각하면 마음은 편할 것이다.

“4인방은 마법몬을 도와.”

“예, 주군.”

“너희들은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하고.”

“맡겨 둬.”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주었다. 실상, 나눌 필요가 있는지 모를 만큼 압도적이었다. 헬하운드는 몇 번 짓다가 꼬리를 말고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다 지수, 유정, 혜진에게 사로잡혀 수육 신세가 되었다.

“쉽다, 쉬워.”

무진은 간간이 중력 마법을 썼을 뿐, 전면에 나서진 않았다. 정부 요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 친분을 사려고 했다. 말 걸기 인색한 분위기였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초장부터 사부님을 내세우니 정부 요원들은 곧잘 호응을 해 줬다.

“소문대로 손녀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가 보군.”

“그렇죠. 그래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순리대로라면 수제자에게 가문을 넘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순리대로?”

“그렇죠, 저처럼 유능한 제자가 어디 있습니까. 기업에 전문 경영인을 세우듯, 제가 권왕가의 가주가 되어야지요. 권왕가의 미래를 위해선데도 불구하고, 기어코 지수한테 준답니다.”

너 같으면 피붙이도 아닌 남한테 기껏 이룬 가문을 주겠냐?

“날강…… 안타깝구나. 한데, 너희들 사귀는 거 아니냐?”

“누구 앞길을 막으려고 그런 참담한 말씀을 하는 겁니까?”

“난봉…… 아니다. 그럴 수 있지.”

그들은 정부의 상급 요원으로서 어지간해서는 말발로 말리지 않는데, 무진하고 대화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더듬었다.

하나, 이놈은 누가 봐도 날강도에다 난봉꾼이었다.

세상천지에 고생해서 이룬 가문을 타인에게 넘겨주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이건 상속재산을 자식이 아닌 옆집에 넘기는 일과 같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사회에 환원하고 말지. 하물며 소문대로 저 셋을 노리고 있었다.

‘인간 말종 같은 놈이군.’

‘어디서 이런 해괴한 놈이!’

‘실력만 믿고 설치는구나.’

이럴수록 어른이라면 사회의 쓴맛을 보여 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보고서대로 자신감이 지나쳤다. 설익은 능력으로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여기다니 어리석음의 소치였다.

“이대로면 금방 끝나겠네요.”

“다행히 아직 끝나지 않았단다.”

“혹, 던전이 각성이라도 하나요?”

“흥미진진한 상황을 원하는 모양이구나.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 줘야지.”

정부 요원 중 거구의 사내, 쾌걸맨 진철순이 느닷없이 주먹을 뻗었다. 지척에서 징조도 없이 뻗은 주먹엔 강력한 파괴력이 담겼다.

진철순의 속성 [아이언 피스트]였다.

파아앙!

마나를 철력(鐵力)으로 순환하여 [아이언 피스트]와 결합하게 된다면 만물을 부수는 파괴력을 지닌다.

“그걸 막아?”

“흥미진진하긴 하네.”

무진은 막는 걸로 끝내지 않고, 반동을 이용해서 거리를 벌렸다. 어느새 헬하운드를 처리한 파티원이 무진의 주변으로 돌아와 방진을 이루었다.

차작!

흠.

기습한 직후의 움직임이 실로 기민하고 완숙하다.

정부 요원들 진철순, 황수인, 정홍산, 성호준은 헬하운드를 수월하게 공략할 때보다 놀라는 눈치였다. 애송이들이라고 하여 가볍게 여기진 않았다. 방금도 전력은 아니더라도, 속성을 꺼내서 사용했다. 최소한 반신불수를 기대했거늘, 손쉽게 막아 내고 표홀히 벗어났다.

“과연 자신할 만하구나.”

요원들은 세간의 소문 따윈 신용하지 않았다. 소문이란 항시 과장과 왜곡이 깃들어 있었다. 눈으로 보지 않은 이상 믿지 않았거늘. 보통 꼬맹이들이 아님을 실감했다. 어째서 위에서 그토록 경계하라고 했는지 이해가 된다.

무진은 피식! 웃었다.

“당신들이 별론 거지.”

“입심은 제법이다만, 상황을 봐 가면서 해야 할 거다. 우린 아카데미의 교관처럼 친절한 사람이 아니거든.”

“생도한테 기습이나 할 줄 아는 놈들이 있는 척하긴. 그럴 거면 타격이라도 줬어야지. 아무것도 아니면서 대체 뭘 믿고 그러는 거야?”

“소문에 네놈의 말버릇은 불치병이라던데, 어디 팔다리가 잘리고도 지금처럼 떠들 수 있으면 인정해 주마. 혹,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개처럼 사정한다면 사정을 봐줄지도 모르지.”

“헬하운드나 너희나 도긴개긴이면서 사정을 봐주긴 뭘 봐줘.”

헬하운드도 결국에는 개에 불과했다. 개는 주인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자기 의견을 내세우거나, 맘대로 짖으면 금지된 보신탕 신세였다.

꿈틀, 꿈틀!

의미를 깨닫자 요원들의 미간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대화로 압박하면서 기세에 살기를 실었다. 교류전의 MVP라곤 해도, 생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속을 긁어 대는 걸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들을 말 잘 듣는 개 취급을 했다. 대충 끝낼 생각도 없었지만, 진정 곱게 죽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적당히 손을 봐 주려고 했더니…… 이런!”

“엑스트라가 말이 많아.”

속을 긁는 재주가 천의무봉에 이르렀다. 하는 말도 그렇고, 이어지는 공세와 양상도 예상과 달랐다.

정작 본인은 가만히 있고, 여자 친구들을 내보냈다.

지수, 유정, 혜진.

불협화음 트리플 걸이 나섰다.

“건방진, 후회하게 해 주마!”

진철순, 황수인, 정홍산, 성호준은 여자라고 봐준 적이 없는 자들이었다. 오히려 여자 앞에서 더욱 강해졌다. 계집을 내세워 빈틈을 노리는 모양이나, 허튼수작이었다.

“풍야, 화야! 화염지옥을 선사해 줘.”

유정이 감추고 있던 화야를 꺼냈다. 던전을 공략할 때는 풍야만 소환했을 뿐, 화야는 감추었었다.

화르르르, 화아아앙!

화염의 폭풍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정홍산이 빙결을 발동하여 정면충돌을 일으켰다. 배후로 진철순, 황수인, 성호준이 창처럼 찌르고 나갔다.

“어설픈 수작은 통하지 않는다!”

애송이들이라면 갑자기 소환된 정령의 공력에 당황해서 허둥지둥하겠지만, 자신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었다. 기습의 우위 따윈 통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두 년을 맡아.”

진철순의 명이 떨어지자, 황수인과 성호준이 좌우로 발 빠르게 스텝을 펼쳤다. 속도를 내는 와중에 가속하는 고속 스텝이 상당히 능숙했다.

솨악, 타앙!

좌우로 간격이 벌어지자, 파고들어 오는 예리한 검격과 권격이 있었다.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지수와 혜진이 기어를 올렸다.

퍼어엉!

신화천권과 검신류는 꺼내지도 않았다. 기본 권로와 검로의 연격이었다. 그럴 만한 가치를 지닌 상대가 아니기도 했다.

크윽!

황수인과 성호준의 손발은 지수와 혜진의 제공권 앞에서 무력화되고 있었다. 일권, 일검을 받아 낼 때마다 핏물이 튀며 내상을 입었다.

퍼억!

예상치 못한 사태에 진철순이 급히 대열을 뒤로 물리려고 할 때, 화염을 뚫고 들어오면서 날린 주먹이 있었다. 정령술사인 줄 알았던 유정의 권격이었다.

커억!

얼굴을 가격당한 진철순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나갔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지수와 혜진은 권기와 검기를 꺼내 들었다. 1m의 검기와 권기가 반월의 예리한 궤적을 그리며 정홍산과 진철순의 옆구리, 어깨를 노렸다.

솨악, 흐억!

아이언 실드를 급히 쳤지만, 종잇장처럼 갈라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권폭, 검폭이 연쇄 작용을 일으키며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자신했던 4명의 요원은 궁지에 몰리며 일방적인 흐름이 되었다. 어떻게든 반격을 취해 보려고 하지만, 마나와 속성을 쓸 타이밍을 주지 않는다. 기세에서 밀렸고, 공세마저 틈이 없다. 유리한 흐름을 놓아주지 않았다.

“……이럴 수가!”

“……우릴 속였어!”

지금까지 보여 준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속도, 파괴력에서 몇 배나 차이가 났다. 마치 지금을 위해서 실력을 숨겨 두고 있었던 것처럼. 이건 생도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서로의 합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데다가 치밀하다. 경험이 부족한 생도는 사람을 상대로 하다 보면 살수를 쓰다 실수하곤 한다. 한데, 지수, 유정, 혜진에겐 그런 빈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니 요원들이 이를 가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걸 증명하듯 상원과 4인방도 놀란 눈치였다.

아!

입을 벌린 채 구경했었다.

쯧쯧!

확실히 경험치가 부족했다. 4인방이 비록 특이하긴 해도, 생사를 가르는 실전은 경험해 보지 않았다.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선에서 능력을 발휘했었다.

“저기, 이게 다 뭐야?”

“그렇게 됐다.”

돌아가는 사태를 물었던 상원의 머리 위엔 물음표 3개가 올라와 있었다. 뭐가 그렇게 됐다는 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묻진 않았다. 해 봤자, 그것도 모르냐고 타박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이상하긴 했지.’

요원이 자신들을 적대시하고, 살수를 썼던 것부터가 상식적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분명 문제가 되었다. 설령 의도가 어찌 되었든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체 왜?

상원으로서는 그 점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이유가 뭐야?’

불구대천의 원한을 맺기라도 했나?

상원은 그 즉시 무진을 봤다.

팔짱을 낀 채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인간이 관여했다면, 원한을 맺지 않은 사람을 찾는 편이 수월했다. 평소 행동만으로도, 원한을 품을 사람이 천지빼까리였다. 그걸 일일이 다 확인하긴 불가능했다.

‘평소에 잘 좀 하지!’

가는 곳마다 원한을 사고 다니니까 이 지경이 되잖아.

상원은 무진의 불성실한 행실을 타박했다. 한데, 다시 생각해 보면 자신만 억울한 일이었다. 유정이가 파티를 맺는다고 해서 따라왔을 뿐이거늘, 엄청난 일에 관여한 것 같았다.

‘난 그렇게 간이 크지 않다고!’

그나마 걸크러쉬 동기들의 활약상이 눈부셨다. 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취였다. 특히 눈에 박히는 유정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러면 나가린데!’

다시 잘해 보자고 할 껀덕지조차 없었지만, 사내인 이상 미련이 남았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절세미녀에게 품은 연정을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주변에 하나같이 괴물 같은 녀석들만 있었다.

‘귀띔이라도 해 줄 것이지.’

상원도 이제는 안다. 무모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뿐, 무진은 목표를 위해서 치밀한 계산을 할 줄 알았다. 하긴, 저학년 생도의 던전 공략은 예견되지 않은 변칙이었다. 교장이 허락해 줄 때부터 작금의 상황을 예상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퍼억, 뿌어헉!

응?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두개골이 박살 나는 파열음이 들렸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정면을 보았을 때 요원 1명이 머리를 잃고, 두 팔을 병신처럼 허우적거린다.

서걱, 데구르르르!

일직선의 미학이랄까? 횡으로 그어진 수평선 이후로 붉은 실선이 새겨진다. 이윽고 붉은 선은 점점 더 짙어지더니 몸이 기울면서 바닥으로 수급이 떨어져 내린다.

뻑, 뽀가각!

사내라면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보는 것마저도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최악의 발차기였다. 알이 완전히 부서지면서 생식능력을 잃는 것으로도 부족해 생기마저 빠져나간다.

화르르르!

이미 죽고, 죽어 진토가 되었을 텐데. 화염정령이 마지막까지 강렬한 화염을 뿜는다. 깨진 불알을 부여잡으며 잿가루가 되는 광경은 섬뜩했다.

커억!

무의식적으로 하체를 막으려고 했던 진철순은 관자놀이와 명치를 허용하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실핏줄이 터지면서 동공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년들이…… 흐억…… 잠깐!”

혜진이 목에 검을 들이대자, 진철순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상황이 끝나자 무진이 나섰다. 진철순을 내려다보는 시선엔 여유가 물씬 넘쳐흐른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던 듯, 승자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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