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280화 (281/374)

280. 던전 투어(1)

무진은 던전을 공략하는 독자적인 권리를 위임받았다. 비록 하급의 던전이기는 해도. 생도의 신분으로선 아카데미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분분했었다.

가문과 길드에선 생도의 레벨업을 위해 은밀히 던전을 공략하긴 했지만, 2학년 생도가 직접 파티를 꾸리는 예는 없었다.

유례를 찾기 힘든 특혜로 보는 시선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 교장은 교류전 MVP에게만 주어진 권리라고 못을 박았다. 억울하면 교류전에서 성적을 내라는 의미였다.

-성적을 낸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교류전에서 MVP를 받는다면 소원권을 줄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2학년 생도에게만 맡기지는 않는다.

공정성과 안전성을 위해 정부에 관리 감독을 요청해 놓았다. 정부에서도 하급 던전은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고 판단해 허락이 떨어졌다.

실상은 일전에 구함을 받은 국무총리가 교장을 위해서 선심을 쓴 것이다. 살아 볼수록 세상은 인맥이란 걸 느끼게 해 주었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밉보이면 출세하기 힘든 세상이다.

무진을 위주로 구성한 파티는 지수, 유정, 혜진, 상원, 4인방이었다. 정부에서 파견된 요원은 던전을 공략할 때마다 수시로 바뀌었다. 임무의 중요성을 볼 때 정부의 핵심 요원을 파견할 필욘 없다고 보았다.

2학년 생도로 구성되긴 했어도, 조금 있으면 3학년이었다. 교류전 때 활약도를 고려하면 어지간한 각성자 파티보다는 강력했다.

고블린, 오크, 스파이더, 박쥐, 지옥견이 나오는 던전을 공략했다. 일반적으로 마물은 종류가 아닌 등급으로 판정을 내린다.

같은 고블린이라고 해도 골드, 블랙, 블러드란 접두사가 들어가면 등급 차이가 심하게 난다. 또한 레벨에 따른 차이도 있어서 마물의 종류로 던전의 등급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무진은 파티의 레벨업에 중점을 두었다. 자신은 잡아 봤자, 경험치는커녕 1레벨도 올리기 어려웠다. 지수를 뺀, 나머지 파티원에게 몰아주었다.

그 중심에.

“상원아, 아직도 마법이 그 모양이면 어쩌니? 정말 너만 보면 한숨이 나와서 살 수가 없다.”

“이 정도면 잘하는 거지.”

“언제 7계식 될래?”

“5계식도 빠른 거라고, 너희들이 괴물이란 자각은 없니?”

“없어, 이 새끼야. 존나 약해.”

상원은 억울했다.

현혹 마법으로 오크를 홀려서 지들끼리 치고받게 했다. 녹색 오크긴 해도, 현혹 마법을 실전에서 이만큼이나 준수하게 사용하는 마법사는 흔하지 않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요구가 과하다 못해 용량 초과였다. 램은 4기간데, 가상현실 게임을 돌리는 판이다.

“저 정도는 자살하게 했어야지.”

“자살이 쉬운 줄 알아!”

마물의 생존 본능은 인간보다 강했다. 현혹당해도, 동귀어진 하진 않는다. 그 정도가 되려면 마인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서야 했다. 마법으로 따지면 7계식은 넘어서야 한다.

“그러니까 유정이한테 차이지.”

“차라리 가슴에 대못을 박아라!”

“박아 줘?”

“……오지 마, 이 미친놈아!”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손에 대못이 있었다. 저런 걸 왜 인벤토리에 넣고 다니냐고! 설마 개그 욕심이 있어서 가지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이거 은으로 만든 거다.”

“아, 내가 오해했네.”

“사람한테 써도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대못은 뱀파이어, 언데드 계열에 특화된 범용성 장비였다. 단순하게 보여도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특히 심장과 가까울수록 효과는 직빵이었다.

다만, 흡혈귀 계열은 상위 등급이라 생도의 신분으로 공략은 하지 못한다. 정부 요원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고 나면 요원이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크다. 요원들 사이에선 이번 감시 임무가 극한 직업이었다. 공적은 작고, 책임은 크니 서로 하지 않으려고 했다.

‘사명감이 투철하다면 또 모르지만.’

자기 일에 사명감을 가질수록 걱정이 많아지고,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 요원도 결국에는 공무원이다. 철밥통의 특성상 편하게 하면 한없이 편하지만, 열심히 할수록 일거리는 많아진다.

‘돈 벌려고 하는 일에 사명감을 느끼기는 힘들지.’

공무원, 교사, 의사에게 사명감만 내세우는 것도 현명하지 않았다. 그에 걸맞은 대접과 보상을 해 줘야 사명감을 불태우지. 노력해도 보상이 적으면 누가 열심히 하나.

우리나라는 어설픈 선비 근성부터 버려야 했다. 합당한 보상과 대접을 해 준 후에 문제가 있었을 땐 철저하게 처벌하면 되는 일이다. 돈에 관련해선 인색해서 되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퍼펑, 솨악, 슈슛!

지수, 유정, 혜진은 각자의 장기를 살리며 협공에 주력했다. 경쟁심이 유독 심해서 분란이 발생할 수도 있을 텐데, 신기하게도 합격이 절묘하게 맞물린다.

“유정아, 화염이 닿을 뻔했잖아. 피부 민감하니까, 간격 조절 좀 하자.”

“안 닿았으면 됐지. 유난을 떨어!”

“혜진아, 검을 어디다가 휘두르는 거야? 검기 때문에 슈트가 잘렸잖아. 이거 얼마짜린 줄 알아? 이태리 나이드에서 한 땀, 한 땀 수제로 만든 거라고!”

“나는 제대로 휘둘렀어. 슈트가 불량이야.”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썰려 나가는 건 불쌍한 마물이었다. 제공권이 교차하면서 한 끗 차이로 정교한 합격이 이루어졌다. 주둥이는 불협화음이나, 몸뚱이는 합격에 최적화되었다. 직장으로 따지면 하는 일마다 태클을 거는데도 시너지 효과가 있는 케이스였다.

썰고, 패고, 지르다 보니 던전의 보스까지 썰려 나갔다.

-던전 공략.

공략은 순조로웠다.

정부 요원조차 파티원의 실력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신입생은 아니더라도 2학년 생도였다. 아카데미의 저학년 기준이 몰라보게 높아진 것이다.

무진은 던전을 공략하면 아카데미에 보고 후에 파티의 개선점을 연구했다. 개개인의 훈련은 각자가 알아서 하지만, 실전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상원, 4인방은 아직 미숙한 편이었다. 실제로 마물을 처리해 보지 않아서 서투른 부분이 있었다.

초심자의 경험 미숙은 알고만 있어도 개선할 수 있었다. 차후로 연륜이 쌓이면 마물의 종류에 따른 본인들만의 공략 노하우도 생기게 된다.

던전을 7번 공략하자, 하급 던전은 각성이 되지 않은 이상 수월했다. 따라서 경험치가 현저하게 줄었다.

무진은 던전을 상향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지나치게 수월해서 레벨업도, 경험치도 쌓이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중급 던전으로 가고 싶다고?”

“애들도 익숙하다 못해 질려 하고, 제가 있으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다시피 제가 바로 교류전의 주역이자 MVP가 아닙니까. 하급 던전이나 공략하고 다니기엔 드래곤 잡는 칼로 고블린을 잡은 격이죠.”

“실력은 인정한다만, 중급 던전은 안 돼.”

“그럼 중하급으로 하시죠. 그만하면 제가 많이 양보한 거니 더는 안 됩니다.”

자기 맘대로 거래를 제안하는 무진의 행태에 정부 요원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잘하는 건 인정하지만, 자신감이 지나치다 못해 굉장히 오만무도했다. 세간에 알려진 소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아카데미에서 애들 교육을 어떻게 하기에 이토록 광오한 녀석이 나오지? 던전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은 필수과목일 텐데.

“내 권한 밖의 일이다.”

“일단 상부에 건의라도 해 보세요. 생도로서 경험치 좀 올리겠다는데 시작부터 초를 칠 겁니까?”

“그렇게 마구잡이식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허락을 받는 데도 절차가 있는 거야.”

“저기 사부님이 애정하고 사랑하는 손녀가 강력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그걸 방해하신 겁니다.”

“……내가 언제 방해했다는 거야!”

사부님의 가치를 알아주는 정부 요원 김상식 씨였다. 여태 귓구녕으로 듣고 있나 싶었는데, 사부님을 언급하자 화들짝 놀랐다.

식겁한 김상식 씨는 급히 상부에 전화했다. 자신의 선에서 판단하기엔 덩치가 너무 컸다. 적어도 혼자 독박을 쓰기보다는, 물귀신을 택했다.

“그렇게 빨리요?”

건의하더라도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자신이 아는 정부는 굉장히 폐쇄적이고 융통성이 없었다. 입사하고 1년간은 얼마나 답답했던가!

절차대로 진행하기에 허락이 떨어지는 데 최소 보름은 걸릴 줄 알았다. 내일부터 중하급 던전을 공략하라니, 이토록 빠른 일 처리는 흔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이해는 되었다. 권왕이 아끼는 손녀가 파티원에 있었다. 들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일을 당할지 아무도 모른다. 대놓고 보복하지 않더라도, 밤에 집으로 가는 골목을 권왕이 막고 있다고 상상해 봐라.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 걱정했던 김상식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일부터 공략하란다.”

“거봐요, 하면 되잖아요.”

무진은 일 잘하는 김상식 씨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라는 의미로.

툭툭!

김상식은 이 버릇없는 애새끼를 어떻게 처리해야 잘했다고 할까, 깊은 고민을 하다 한숨으로 마무리했다.

건드려서 될 일은 아니다. 자신이 비록 말단은 아니더라도, 6급에 불과했다. 짜증 나지만, 무진과 파티원은 당장 요원에 지원하더라도 최소 5급 이상이었다.

한편으로 김상식은 후련했다.

“내일부터는 상급 요원이 진행할 거다. 그렇게 알고 있어.”

“상식이 형도 괜찮았는데, 아쉽네요.”

“인마, 내가 너만 한 자식이 있어!”

“동안이시군요. 결혼한 줄 몰랐습니다.”

“……(부르르).”

핏덩이한테 수모를 당한 유부남은 집에 있을 아내와 딸을 위해 오늘도 참았다. 능력이 깡패고, 형님인 더러운 세상이었다.

‘얄밉기는 해도 개천 용이긴 하지.’

파티원의 면면을 보면 최소한이 금수저였다. 그에 반해 파티장을 맡은 무진은 금수저와는 거리가 있었다. 흙수저는 아니더라도, 금수저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범상치 않았다.

“네가 형이라고 했으니, 형으로서 한 마디만 하자.”

“두 마디 하셔도 됩니다. 저는 위아래 따지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말 한번 요상하게 하네.

웬만하면 따지지 그러느냐.

“자신감 있는 모습은 좋아. 하지만 스스로를 냉정하게 보지 못하면 던전에선 위험할 수 있어. 정해진 매뉴얼이 답답하게 느껴지겠지만,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해. 그래야 네 능력을 펼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어.”

“저 같은 천재한텐 필요 없는 조언이지만, 새겨는 들을게요.”

“그냥 듣는다고만 해도 되잖아.”

“쉽지 않은 문제군요.”

무진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김상식은 고개를 저었다. 좌절해 보지 않아서 저런 것 같은데, 호되게 당해 보면 던전의 무서움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도 무사하기를 바랐다. 괜히 다치거나 좌절한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좋은 사람이네.’

그런 사람은 오래 살아야지.

일단 불은 질렀으니, 사태를 관망했다.

***

하급에서 중하급으로 옮겼지만, 공략은 별다른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하다 보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던전 공략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생도로서 승인은 받았지만, 시일을 약정한 소원권이었다.

공략 마지막 날은 헬하운드 던전이었다.

지옥 사냥개로 입에서 브레스를 쏜다. 물론, 용족의 브레스처럼 일대를 전부 날려 버릴 정도면 중하급 던전이 아니라 sss급 던전이었다.

던전의 헬하운드는 하급 변종이었다. 순혈로 종류와 등급을 매기면 똥개로 취급했다. 실제로는 똥개가 굉장히 귀여운데도 말이다.

똥을 먹은 후에 키스만 하지 않으면.

오오오오오~~~!

던전에 들어가자 헬하운드가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듣다 보면 웨어울프처럼 들리지만, 변종다운 수법이었다. 자신들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본능적인 외침이다. 겁 많은 개가 강한 척 기세를 세운다고 보면 합당하다.

“약세를 보이면 신호를 보내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으니, 수가 많아지기 전에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다.”

상급 요원 4명이 붙었다.

중하급으로 오면서 위험한 변수를 관리하기 위해서 인원을 늘렸다. 불필요한 일이라고 1명만 보내 달라고 했지만, 정부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