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239화 (240/374)

239. 성좌의 선택(3)

“흥, 자기는 s급 정수를 마셨으면서.”

“억울하면 우승했어야지.”

“너하고 지수를 어떻게 이겨?”

“싫으면 말고.”

태수, 예슬은 투덜거리면서도 주는 건 마다하지 않았다. 풍족하게 살아온 것과는 별개로 무진의 선물은 받아야 했다. 나중에 꼭 후회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럴 바엔 뭐가 됐든 받고, 먹고, 싼 후에 후회하는 편이 낫다.

어차피 안 받는다고, 될 일도 아니고.

무진이 주려고 하면 그냥 받아야 한다. 이는 맞고 받을래, 안 맞고 받을래의 엄청난 차이였다.

후르륵!

치료 회복 포션부터 마셨다. 물약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자연적인 치료가 더 낫다는 이들도 있으나, 미련한 짓이었다. 포션의 등급에 따른 차이일 뿐, 약발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헐!

태수, 예슬, 구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몸 상태를 살필수록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헐떡거렸거늘. 완전히 초기 상태로 포맷되어 생생해졌다. 치료 회복 포션의 효과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이야.

“이만하면 잘 팔리겠지?”

“이건 잘 팔리는 수준이 아니잖아.”

“판매를 성운 그룹에 맡기려고 했는데, 선배가 하는 걸 보니 보류해야겠어.”

“원한다면 내 첫 키스를 주…… 커억!”

무진은 지체 없이 주먹을 뻗어 태수 선배의 성 정체성을 되돌렸다. 농담으로라도 듣기 역겨웠다. 진 회장이 알면 경기를 일으키며 뒷목을 잡을 사달이다.

하물며 감히 선배 따위가!! 또 한 번 그딴 개소리를 하면 용서하지…… 어?

“이런, 다시 마셔.”

너무 셌다.

의도치 않게 치료 포션 1개를 더 낭비하고 말았다.

‘농담인데…… 망할!’

고작 1방에 전력이 깎여 버린 태수는 기가 막혔다. 예전보다 성장한 줄 알았더니, 아직도 1방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간격이 좁혀지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벌어지는 것 같았다.

“첫 키스는 사랑하는 사람하고 할 거야.”

“알았어, 해 줄게.”

마치 나밖에 없다는 식의 멘트 후, 기회는 이때다 싶은 지수가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어림도 없는 수작. 무진은 허튼수작을 받아 주지 않았다. 가볍게 뿌리치고,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돌려놓고, 달려들고.

무의미한 실랑이였다.

‘저것들 대체 뭐 하는 거야?’

‘그냥 해라!’

‘주군, 아끼다 똥 됩니다. 정 싫으시다면 제가 희생하겠습니다!’

태수는 한숨을 쉬었다. 주변에 제정신 가진 연놈들이 없다. 이러니 연애를 못 하지. 여하튼 주는데도 받지를 못하는 걸 보면 이놈은 고자가 분명하다. 우리만 이상한 게 아니라, 이 녀석이 훨씬 이상했다.

시대의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무진의 전투력과 심계는 최강이었다.

그래서일까?

대대로 주인공은 고자라서 계승하려는 거냐?

그건 소설이고.

현실은 자만추였다.

무진은 지수와 각축전을 벌인 후, 마나 정수를 선배들에게 내어 주었다. 치료 회복 포션의 성능을 경험했기에 단숨에 들이켰다.

후륵!

잠시 후, 선배들은 입을 헤벌쭉 벌렸다.

믿기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체력을 원래대로 돌려놓은 치료 회복 포션이야 시중에도 있었고, 적당히 마시고 푹 쉬면 그만이었다.

반면 마나 정수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마나의 질은 물론 향상된 퍼센트가 시중의 그 어떤 마나 정수보다 뛰어나다.

“s급 마나 정수였어?”

“팔리겠지?”

“부르는 게 값일걸, 그래도 없어서 못 팔 거야!”

“태수의 말에 동감해.”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마나 정수의 성능을 체감한 예슬은 기겁할 지경이다. 무극 길드와 마탑이 공조하여 만들어 낸 인공 마나 정수와 비교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 수준이다. 더욱이 반진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걸 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지수가 아이디어를 내고, 내가 시험을 해 봤지.”

“정말?”

“제조는 다른 사람이 했고.”

질 좋은 마나 정수는 대부분 던전의 공략으로 얻는다. 천연 마나 정수는 인공 마나 정수와 비교해 차이가 있었다. 제아무리 잘 만들어도 s급 마나 정수를 넘어서긴 힘들다. 그만큼 희소한 재료가 들어가 굉장히 비싸다.

‘이걸 만들었다고?’

단순히 재료만 있다고 해서 제조하진 못한다. 그에 걸맞은 연성력을 갖춘 연금술사가 필요했다. 이 정도면 거의 후작급 이상의 연금술사가 분명하다.

‘이 귀한 마나 정수를 공짜로 주다니, 우리가 오해했구나!’

설령 연금술사가 있더라도 s급 마나 정수를 꾸준히 제조하기는 어렵다. 총력을 기울여 생산한 마나 정수를 무진은 아낌없이 베풀었다. 그동안 징징거렸던 걸 반성했다. 자신들을 위한다는 말이 진심임을 깨달았다.

“다음부터는 등급에 따라서 계산해야 할 거야.”

“다음부터라니, 또 있어?”

“당연하지, 소량이면 주겠니?”

“……우리 감동 물어내라.”

한편으로 놀라웠다. 이만한 수준의 정수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다니, 그야말로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아니, 기존 세력의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도 남았다.

공적 사냥꾼, 지수가 끼어들었다.

“다 내 덕인 거 알지?”

“우리 지수는 양심이 없다니까.”

“어쨌든 맞잖아.”

“인정.”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하지만, 힌트는 분명히 있었다. 특히 지금은 쓰지 않은 재료가 미래에선 없어서 못 구하는 가치가 있었다.

하나, 연금술사가 아닌 이상 재료를 안다고 해서 비율을 맞추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론 오랜 시간의 막노동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시간 단축을 위해 무진은 직접 마셔 보며 장훈 형과 조정했었다.

‘미래 선점은 중요하지.’

지수의 단편적인 지식에 살을 붙이면 남들보다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또한, 세계를 장악하려는 암중 세력의 시장 지배력을 흔들 수 있을 것이다.

“마나 정수도 먹었겠다, 다시 해야지.”

“맡겨 줘.”

“이제부턴 순위 싸움이야. 누가 우리 다음이려나?”

“당연히 나지.”

태수의 우쭐함에 예슬과 구용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진과 지수는 예외로 쳐도 태수에게 밀리는 건 용납하기 힘든 도전적인 눈빛이었다.

“허, 나 진태수야.”

“그게 뭐, 나 도예슬이다!”

“내 이름은 장구용. 뒤로 하면 용구장.”

“……?”

쏟아지는 따가운 햇볕이 순간 얼어붙는다.

뜻하지 않은 사태 이후, 치열한 난투극이 진행되었다. 서로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과열 사태를 일으켰다. 기름을 더 부을 겸 이번 교류전 테러의 위협을 강조했다.

나는 위험하지 않은데, 선배님들은?

“재미는 있네.”

“원래 좁밥들 싸움이 재밌는 거야.”

“……?”

지수는 본인들만 치열한 선배들을 동정했다. 정작 무진은 시큰둥하단 걸 알면 저리 치열할 수 있을까? 인정받으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처연해진다.

‘응, 나도?’

아니겠지.

이 새끼 설마 할아버지도.

무진 앞에서 너무 평등해지는 것 같았다.

이래서 공산당이 싫다니까.

***

다음 대 주석을 논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천만다행으로 교류전에서 장 주석의 아들이 개짓거리하는 바람에 기회가 생겼다.

하나, 장 주석의 정치력과 지원 세력은 여전히 막강했다. 굳건한 체계를 흔들려면 장위 따위가 아닌 장 주석 본인이 흔들려야 한다.

대업의 기반을 쌓고, 차근차근 진행되고는 있었다. 한데, 교류전이 끝난 이후로는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목적을 가지고 기다릴 때는 인내할 수 있지만, 초기화는 사람을 안달 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수확의 철을 기다렸던 뚝심의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약속한 것과 다른 것 같은데,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었나.”

-약간의 착오가 있었습니다.

“착오? 그렇다고 하기엔 쌩쌩하게 잘만 돌아다니고 있잖아. 요즘 들어 회춘했다는 말까지 돌더군. 이 정도면 독이 아니라 보약이지.”

-원한다면 당장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럴 거면 당신들과 뭐 하려고 협조해, 골골 앓다가 가도 의심할 판국에 갑자기 뒈지면 그 책임은 누구한테 올 거 같아?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할 만큼 예상치 못한 일이었나, 실망이군.”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이런 식이면 계약은 없었던 일로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정중하지만 섬뜩한 울림이 있었다. 언성을 높였던 왕 총리는 숨이 턱 막혔다. 이번 기회를 빌미로 관계를 재정립해 보려던 수작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과연, 만만치 않은 자들이었다. 어설프게 건드리면 뒷감당하기 힘들었다.

왕 총리의 목소리가 누그러졌다.

“다음에는 실수 없이 처리해 줬으면 하네.”

-중국에는 회광반조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잠깐의 화무십일홍일 뿐입니다. 총리님의 와신상담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잠시 조급해졌었네.”

-이제까지 기다리지 않았습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됩니다.

“알겠네.”

보안 전화를 끊었다.

수긍하며 수화기를 내렸던 왕 총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장 주석은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었다. 낯빛을 감추기 위해서 위장 아이템을 썼지만, 건강 악화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조만간 당의 지지 기반이 흔들릴 줄 알았거늘.

‘어떻게 한 거지?’

자신과 손을 잡은 이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중화의 이인자에 오르기까지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정치력만으론 장 주석과 자웅을 겨룰 수 없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구대문파와 팔대세가가 장 주석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균형을 깨고, 대립각을 세웠다는 것만으로도 범상치 않았다.

그런 자들이 허술하게 손을 썼을 리 만무한데도 불구하고, 장 주석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저들의 호언대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면 다행이나.

‘마냥 믿고 기다릴 순 없지.’

어차피 주석이 되면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다. 그래서 시일이 길어지더라도 약점이 잡힐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힘을 숨겨 놓기도 했고.

‘알아봐야겠어.’

솔직히 장 주석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대중화의 위명에 제대로 똥칠한 아들이었다. 공적으로 보는 눈을 의식한 행위라지만, 아들을 지나치게 풀어 주었다.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도 부족하거늘.’

본인을 위해서는 자식도 끊어 내는 냉혈한이 아들에게 보인 관용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

그리드5 루이스는 편치 않았다.

이번 사태는 그로서도 당혹스러운 전개이자, 첫 실패작이었다. 왕 총리에게 강경 대응을 거론한 것도 진심이 아예 없진 않았다.

‘이거 참, 웃을 수도 없고.’

본질을 따져 보면 교류전의 실패가 가져온 나비효과였다. 교류전만 계획대로 되었다면 중국 내부의 혼란을 한국으로 돌려 손쉽게 처리해 버릴 수 있었다.

과실의 근원을 거론하기에는 한국에 파견된 그리드 넘버의 서열이 걸린다. 솔직히 그리드4의 죽음은 예상은커녕 전대미문이었다. 광년이기는 해도, 장미의 감옥은 무시하지 못할 권능이었다. 자신조차도 그 안에 갇히면 살아 나간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갇혀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해도.

대체 어떻게 그리드4를 처리했을까?

한국의 10대 초인 중 권왕이 특별하긴 해도 믿긴 힘든 결과물이었다. 더욱이 그가 나섰다고 하기엔 시간의 차가 있었다. 도플갱어 스킬로는 같은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잘 죽기는 했지.’

만들어진 미모에 콤플렉스가 심했던 그리드4였다. 성형 미인이라고 했다가 된통 당했던 기억을 상기하면 뒈지는 편이 그나마 낫다.

조직에 또라이가 있으면 안 되지.

‘그리드3도 만만치 않고.’

조언한답시고, 지적했다가는 당장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리드 넘버 내 쌍년으로 통하는 쌍두마차답게 임무고 나발이고,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드3는 그나마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인간이 옆에 있으니 신경 쓸 필욘 없다. 까놓고 보면 가장 무서운 인간 중에 하나긴 했다.

‘해독한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장 주석의 건강이었다. 서서히 발휘하도록 저주와 독을 혼합해 사용했다.

실상, 독이라고 하기도 힘든 조합이라 해독은커녕 병명을 알아내기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장 주석은 멀쩡한 상태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기 딴에는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왕 총리의 조급한 성향을 고려하면 많이 참았다고 볼 수 있었다.

장 주석을 당장 처리하겠다고 한 발언도 왕이를 테스트하기 위한 밑밥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처리할 거면 예전에 편의대로 끝낼 수 있었다.

‘독마의 감도 많이 떨어졌나 보군.’

의외지만, 실망은 하지 않는다. 기회란 창출해 내면 되는 일이고.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통과의례다. 힘이 있다고 과시하는 편은 아니나, 가끔은 주제 파악이 필요했다.

‘세상은 자기 맘대로 되는 게 아니거든. 후후후.’

스스로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한 번씩은 꼭 인식시켜 줘야 말을 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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