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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231화 (232/374)

231. 우리 편(1)

마녀를 죽인 이후로 습격이 재차 벌어지진 않았다. 일본과 중국 측 생도는 당분간 아카데미에 있기로 했다. 안가를 선택하기에는 시간도 없었고, 내부적으로 신뢰가 가지 않았다.

시상식 습격 소식을 접한 일본과 중국에선 전용 비행기를 띄우겠다고 연락이 왔었다.

한국 최강의 무인과 마법사인 권왕과 마제가 아카데미에 있으니 가장 안전한 장소기도 했다. 실제로 권왕과 마제가 아니었다면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다.

사고 정리가 대충 끝나고 나자, 남궁천은 권왕에게 다가가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신세를 졌습니다. 권왕께서 나서 주시지 않았다면 참혹한 사고가 났을 겁니다. 본국에 오신다면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나보고 오라고? 뒷감당은 할 수 있고?”

“당에는 소식을 넣어 놓았습니다. 가문에서도 알고 있으니 불필요한 오해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야 좋지.”

오라, 가라는 말에 화를 낼 수도 있었다. 예전의 권왕이라면 능히 그리하고도 남았다. 중국에서 친 깽판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

흠칫!

안도감이 들었던 남궁천은 권왕의 웃는 얼굴을 보자 불길한 기분이 스쳤다. 저 표정은 호승심 그 자체였다.

마치 누구라도 시비를 걸어 주기를 바라는.

‘설마, 아닌가?’

한국에서도 권왕은 싸움에 미친 노망난 노인네로 정평이 나 있었다. 선을 넘지는 않겠지만, 당하는 처지에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이었다. 과거의 명성인 줄 알았다. 시간도 많이 흘렀고, 나이도 먹었으니 말이다.

‘더한 괴물이 됐어.’

한국의 십대초인, 세계와 견줄 만하다는 소문이 돌지만 대체 언제 적 얘기인가. 이번 교류전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전성기는 지났다고 봤었다.

웬걸, 한국 생도들의 선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국으로 폄하하기에는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한편으로 현세대의 권왕과 같은 자들은 노쇠화를 겪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로 마주한 권왕은 만인지적의 위용을 과시했다. 여포와 항우가 지금 시대로 돌아와 각성한다면 가능하려나?

‘어떻게 회춘을 한 거지?’

남궁천은 아버지를 떠올렸다. 당시 권왕에게 당한 굴욕을 상기하면 괜한 말을 한 게 아닌가 했다.

그러나 권왕이 아니었다면 참혹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더불어 한·중·일의 회합을 의도적으로 깨려는 세력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게노의 죽음은 충격적이군.’

남궁천이 권왕을 유독 극진히 대하는 연유였다. 본국의 교관과 생도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최악의 성적을 낸 교류전에 더해, 생도들까지 죽었다면 자리는커녕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었다. 이제는 교관으로서 할 말은 생긴 것이다.

대강의 수습이 되었을 뿐, 남궁천은 할 일이 태산이었다. 휴대전화가 수도 없이 울리고 있었다.

“저는 이만 생도들에게 가 보겠습니다.”

“많이 놀랐을 테니 다독여 주도록 하게.”

남궁천은 정중히 인사를 한 후, 물러났다.

권왕은 주변을 돌아보다 인사에 둘러싸여 있는 교장을 보았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혜택을 본 사람이 있다면 단연코 교장이었다. 연이어 터진 최악의 사고를 비롯한 여러 우여곡절을 넘기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사실은 숟가락만 얹었지만.

‘마냥 좋다고 하기엔 애매하지.’

받은 게 있으면 그 이상으로 토해 내야 했다. 한배에 올라탔으니, 이제는 끝까지 함께 가는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제자 녀석의 무서운 능력이었다.

스윽!

휙!

그러다 권왕과 눈이 마주친 위인이 있었다.

그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어이, 같은 대마법사끼리 외면하기 있기, 없기?”

“뭣이라? 같은 대마법사!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군.”

어쩌다 눈을 마주친 게 화근이었다. 말 섞기 싫어서 서둘러 고개를 돌렸거늘, 마제로선 참을 수가 없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권왕과 같은 마법사라니, 이런 개떡 같은 경우가 어디 있는가.

“자고로 그 스승에 그 제자인 법이지.”

“할 줄 아는 마법은 화염 마법뿐이면서 대마법사라고? 너는 창피한 것도 없느냐?”

“다 잘할 것 같으면, 속성 마법사가 왜 있겠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말은 청산유수구나.”

“아니면 한판 뜨든가?”

“그게 이 자리에서 할 소린가? 정말 공감이나 눈치라곤 코빼기도 없군.”

마제는 권왕과 말을 섞을수록 편치 않았다. 권왕의 능글거리는 얼굴을 보면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가 떠올랐다. 단순히 얄밉기만 했으면 외면하면 그만인데.

‘대체 언제 8계식에 오른 거야?’

한 가지밖에 할 줄 모른다고 했지만, 굳이 다 잘할 필요는 없다. 하나의 속성이라도 8계식에 올랐다면 인정받아야 마땅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8계식에 오른 마법사는 자신과 무진을 제외하면, 권왕이 유일하다.

그래서 속이 터진다.

마법사가 아니라고 하기엔 권왕의 마도가 지고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걸 자랑하고 싶어서 자신 앞에서만 마력을 개방한 것이다. 무진이도 그렇고, 하나같이 상식적인 범주를 벗어났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권왕의 마도를 8계식에 올려놓은 범인은 무진이 분명했다. 마도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하기는커녕 몸으로 때웠을 권왕이었다.

이 단순 무식한 주먹쟁이를 어떻게 가르쳤기에 8계식에 오르냔 말이다. 수십 년 동안 6계식에서 전전하던 걸 상기하면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성장 속도였다.

마제는 속으로 인정하면서도, 겉으로는 부정했다.

저 주먹쟁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어렵사리 자리 잡은 한국 마도계에 망조가 들게 될 것이다. 마탑의 머저리들이 주먹이 무서워서 마법사 직위를 남발했을 때부터 문제였다.

“파이어볼트의 술식도 모르는 주제에 무슨 마법사야! 넌 그냥 마법 좀 쓰는 무인일 뿐이다.”

“어허, 화염의 대마도사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구먼.”

“그러니까 어떻게 형성하냐고?”

“번갯불 정도야, 화르르, 찌리릿! 이러면 되지.”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릴 왜 당연하게 하는 거냐고?

더 환장하는 건 체계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점이다. 속성을 자신의 성향과 절묘하게 맞췄다. 마법에 관한 깊은 연구와 심도 높은 고찰도 없이 저런 식으로 날먹을 하면 한계가 있어야 하거늘. 8계식에 오른 이상, 개 같은 현실을 아예 부정할 순 없다.

“무식하기는, 그런 식으로 대체 누굴 가르쳐? 제자에게 화르르, 찌리릿이라고 할 거냐?”

“그렇게 틀에 박히니까, 9계식에서 더는 오르지 못하는 거다. 마법사라면 항상 깨어 있어야지, 안 그래?”

“지금 뭐라고 했어? 말이면 단 줄 알아!”

“억울하면 한판 뜨든가?”

권왕의 도발에 마제는 인상을 쓰더니 홱! 하고 돌아섰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깨닫고 말았다. 대단치는 않으나, 받아들이고 나니 마법의 틀이 달라졌다.

그 찰나의 변화를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권왕쯤 되면 보기보다 굉장히 센서티브하다.

“고맙다고도 안 하나?”

“닥쳐!”

“고마울 텐데.”

“따라오지 마라.”

무시하면 그만인데, 마제는 외면하지 못했다. 그간 대마법사에 오르고, 그 이상을 바라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마제는 권왕의 말 한마디로 9계식 이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작다고 하기엔 틀을 깨 버린 고차원적인 심득이었다.

“고맙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귀가 잘 안 들리더라고.”

절대경의 고수가 난청이란 개소릴 믿으란 거냐? 아예 귓방망이로 난청을 만들어 줘!

맘 같아서는 그러고 싶으나.

“고맙다고! 됐냐?”

“됐다.”

권왕과 마제가 티격태격하는 동안, 교장은 국무총리의 감사 인사를 받고 있었다. 전과 달리 국무총리는 극진한 대우를 했다.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란 타이틀이 지닌 무게였다.

“전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다행히 딸 결혼식에는 참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하하하.”

“각성자는 일반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의무라, 역시 선생께선 모든 각성자의 본이 될 분이십니다. 아카데미에 대한 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도록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무리하실 필욘 없습니다.”

“아닙니다. 절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국무총리와 정부 인사는 교장의 신속한 대처가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생명의 은인이기에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느닷없이 벌어진 테러였다. 돌아가는 사태를 보면 테러의 목표가 뚜렷했다. 한·중·일의 반목을 노린 테러로, 자칫 외교적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었다. 경미한 피해로 끝이 난 건, 교장이 나서서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풍신과 연을 이어야 한다.’

국무총리와 정부 인사는 교장을 포섭해야 권왕과 마제와도 선을 댈 수 있다고 보았다.

권왕과 마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무인과 마법사로서 명불허전이었다. 그런 두 사람과의 연결점도 있고, 빈말이 아니라 차후 풍신이 정계에 진출한다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하여간 능구렁이 같은 족속들이군.’

교장도 저들이 단순히 생명의 은인이라서 태세를 전환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이번 사태는 실시간으로 방송을 탔다. 숨기려고 해도, 눈과 귀가 있으니 감출 수가 없다. 의도하든, 하지 않든 여론의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되었다.

‘무서운 놈.’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 볼수록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자칫 교류전 습격으로 우리가 독박을 쓸 수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한국에서 열리는 이상,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하지만 흑막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면서 중국과 일본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다. 자신들이 선별한 교관이 배신자인데, 한국의 관리 소홀로 몰아가긴 힘들었다.

도리어 습격을 막아 내고, 생도를 구함으로써 중국과 일본에 빚을 지웠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구했으니 모르쇠로 일관하지 못했다.

‘이걸 다 어떻게 예측한 게냐?’

다른 건 다 떠나서 일본 공주를 납치할 줄 누가 알았으랴. 설령 안다고 해도 이처럼 깔끔하게 해결하기는 어려웠다. 갑자기 터진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최적의 선택을 했다. 그러면서도 가지고 있는 전력을 드러내지 않는 신중함도 갖추었다.

‘누가 알까?’

일개 생도가 그러한 예측과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기란 불가능했다. 차라리 돌연변이처럼 전투력만 뛰어났다면 이해라도 하지, 심기를 가늠하기도 난해한 녀석이었다.

과거에 태어났다면 문무를 겸비한 효웅상이다. 아마 조조도 이놈하고 있으면 속 터져 죽거나, 맞아 죽거나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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