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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230화 (231/374)

230. 니 건 내 거, 내 건 내 거(4)

-웃기지 마, 다시 원래대로 만들면…… 허억!

“처음부터 우쭐대지 말고 최선을 다했어야지. 잘난 척 설치더니 꼴좋다. 이걸 두고 우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해. 이제라도 배우고선 뒈져라.”

무진의 응수에 로즈는 발광했다. 당장에라도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무진을 신경 쓰기에는 지수를 감당하기도 벅찼다. 결계의 흐름을 원래대로 바꾸어야 했다.

와!

미츠키, 하야토, 카즈마는 이 정신 사나운 사태를 이해하진 못했지만, 마녀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듣기만 해도 사람 열 받게 하는 염장질이었다.

“요나! 여기, 저기, 요기다.”

-요나, 접수 완료.

다급해진 로즈가 결계를 재구축하려고 했지만, 그럴 틈을 주지를 않는다. 지수를 막아 내기도 벅찬데다, 정령이 요소요소에 끼어들어 방해했다. 최후의 수단인 융합을 사용하고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끌려다녔다.

하는 것마다 안 된다. 왜 안 돼? 억장이 무너지는 현실이었다. 자신만의 공간이 오히려 자신을 옥죄는 감옥이 되었다. 마혈기가 빠져나갈수록, 외형마저 흐트러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지옥 같았던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것만은 안 된다. 차라리 죽고 말지!

‘이럴 순 없다고!’

로즈는 최후의 수인 폭사를 사용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새끼들한테 끌려다니다가 당하느니 동귀어진을 각오했다. 장미의 감옥을 폭증시켜 일대를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 심산이다. 당연히 결계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지 못한다.

-다 죽어!

“응, 아냐.”

폭사를 펼쳤지만, 장미의 감옥은 고요한 호수의 표면처럼 잠잠했다. 지수는 더욱 팔팔한 기세로 장미의 감옥을 두들겼다.

크억!

로즈는 아까처럼 태연하지 못했다. 이제는 충격이 쌓일 때마다 마혈기와 생명력이 숭덩숭덩 빠져나갔다. 폭사를 펼치면서, 에너지의 흐름이 더욱 가파르게 변했다.

로즈에겐 안 좋은 쪽으로.

-어째서?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만 굴러간다고 여기는 족속들은 자기가 당할 거라는 계산은 안 하더라고. 어때, 자기 꾀에 당한 기분이? 크크크크!”

지금까지 쌓아 둔 것처럼,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지수가 낄낄거리며 조소를 날리고 있었다.

내 힘은 내 힘이고, 너 힘도 내 힘이다.

어둠이 점점 걷히면서 시야가 확보되고 있었다.

지수를 목도한 공주 일행은 저절로 무진을 돌아보았다. 서로 다른 줄 알았는데, 하는 짓이 유유상종을 벗어나지 않았다.

미츠키는 돌아가는 사태를 물었다. 불리한 형국이 갑자기 돌변하여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한 거야?”

“오는 길에 결계가 펼쳐져 있기에 흐름을 읽어 내고, 변화를 살짝 줬지. 너무 확 바꾸면 눈치를 채거든, 그러면 놀리는 맛이 덜해.”

오다 주웠다 이후로 최강의 망언이었다. 그냥 보였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들은 눈뜬 해태였단 소리잖아.

그렇다 쳐도, 결계가 장난감도 아니고, 본다고 맘대로 조작이 가능한 거냐고?

이 미친놈은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건지 모르는 건가? 우쭐대는 걸 봐선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걸 말이라고 해!”

“농담이고, 결계를 부술 수 없어서 최대한 손을 써 놓은 거야.”

“넌 위기감 같은 게 없는 거냐? 그러다 잘못됐으면 우린 결계에 흡수될 수도 있었어.”

“별것도 아닌 일로 소란 떨 거 없어.”

이걸 확 마!

마녀의 일용할 양식이 될 뻔했는데, 소란 떤다고?

적아를 구분하지 않고 공평하게 열 받게 했다. 이걸 두고 올바른 정의라고 해야 하나. 소수의 빌런도 차별하지 않고 정당하게 대우해야 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걸 증명하듯 우리나라는 여전히 빌런을 포토라인에 세워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빌런의 얼굴을 공개하는 미국과 일본이 남다르긴 했다.

퍼퍼퍼퍼펑!

끊임없이 두드려라, 길이 열리리라.

마치 신의 계시처럼 지수는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보기에 따라서 실체가 없는 허상을 향해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것 같았다.

이러면 맨땅에 헤딩하는 짓이나.

-……이 미친년이, 그……만해!

길이 열렸다.

충격을 받지 않고 태연한 척해 봤자 무의미했다. 공간과 융합했으니, 공간 그 자체에 충격을 주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생기를 흡수하여 힘을 빼 놨다면 모를까, 그마저도 통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수의 신화공은 강해지고 있었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무한대처럼.

-……이건 내 거야, 안 돼!

지수가 강해질수록 마녀의 징징거림도 강해졌다. 어떻게든 결계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려고 발악하지만, 결계의 흐름은 요지부동이었다.

-요나, 파이어!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은 요나의 정령 박치기가 결계의 맥을 끊어 내고 있었다. 무지성으로 공격하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무진의 지시를 따랐다.

퍼펑, 퍼퍼퍼펑!

평소라면 마녀가 눈치를 챘겠지만, 지수의 공세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권강이 결계를 칠 때마다 이제는 전체가 흔들렸다. 언제든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어떻게든 막아서려는 마녀의 몸부림이 눈물겨웠다.

헐!

미츠키는 지수의 전투 스킬에 전율했다. 실체가 없는데도, 진짜로 패는 듯한 타격감이 전해졌다. 저것이야말로 쉐도우 배틀의 극의였다. 무형을 실체화하여 타격하는, 지수는 그마저도 뛰어넘어 실제로 충격을 주고 있었다.

미츠키는 자신도 모르게 극한의 칭찬을 남발했다.

“씨발, 존나 족같이 싸우네.”

“그딴 말은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이플릭스에서 다 나와. 상위권은 다 한국 드라마야.”

“일본도 망조가 들었나 보군.”

“근데, 저거 다 마녀의 힘으로 싸우는 거잖아. 완전 무한 동력이네.”

“그래서 늦게 들어온 거지.”

무진은 결계를 발견하고 시간을 들여야 했었다. 실상, 약간의 오판이 있었다. 대회장의 기습을 대장이 주도할 줄 알았다. 공주라고 해 봐야 생도일 뿐, 적당히 부하들을 시키면 그만이나. 대연무장엔 교장과 교관을 비롯한 강자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찾아낸 결계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권능이 결계의 흐름에 섞여 있었다. 강력한 권능이 내포된 무형 결계를 이토록 빨리 쳤다면 보통이 아님을 직감했다.

즉시 결계의 특성을 파악한 무진은 쾌재를 불렀었다.

흡수진은 이전에도 많이 겪어 봐서 조작이 다른 결계에 비해서는 쉬운 편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이상 겪어 본 결계에 당할 만큼 어리석진 않았다.

전력을 최대한으로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모든 원인을 습격자에게 떠넘길 수 있었다. 즉흥적으로 고안해 낸 발상치곤, 제법 완벽했다.

막상 결계에 들어왔더니 마녀는 필살기를 쓰지 않고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남의 고통에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적인 성향임을 파악했다. 그래서 무진과 지수는 마녀가 필살기를 쓰도록 염장을 질러 댄 것이다.

아아!

미츠키, 하야토, 카즈마는 그제야 지수의 극강 전투 모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생도치고는 지나치게 강해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었다.

“어쩐지, 이상하게 강하긴 했어.”

“단순히 기운만 흡수한다고 저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순 없어.”

“자기 사람이라고 챙기는 거 봐. 남친 없는 년은 서러워서 살겠나.”

“오해는 금물이야.”

“그러면 나도 기회가 있는 거지?”

“듣겠다.”

“……빚을 갚을 기회를 말한 거야. 오해는 하지 마.”

지수의 전투를 봤기에 미츠키도 살짝 몸을 사렸다. 마녀도 학을 떼는 걸 보면 보통 성깔이 아니긴 했다. 나중에 성좌의 선택을 받아 전신류를 완성한 후에나 가능할 듯싶었다. 그만큼 지수의 전투력은 수준급을 넘어 독보적이었다.

‘꼭 흡수한 능력은 아니지만.’

지수의 권강은 흡수한 기운보다 훨씬 강력했다. 자기 기운을 마음먹은 대로 쓰면서, 원인을 전부 마녀에게 덮어씌웠다.

원래 상태였다면 알아챘겠지만, 궁지에 몰려서 그럴 여력이 없었다.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모든 책임은 마녀에게 있었다.

-……이럴 순 없어, 다 죽여!!!

“응, 아냐. 혼자 뒤져.”

지수도 변죽을 울려 주면서 마녀에게 정신적 대미지를 입혔다. 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마녀가 자폭을 유도하지만, 무진의 계산된 범위에 있었다.

‘이것들은 툭하면 자폭하니까.’

대비는 당연했다.

자폭에 당하는 것도 한 번이면 족하다. 두 번 이상 당한다면 그건 뇌에 문제가 있다는 걸 방증했다.

무진은 흐름을 바꾸면서 가장 먼저 자폭하지 못하도록 손을 썼다. 마녀에게 심리전을 건 것도 요나의 활약상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우우우웅, 팟!

결계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원래대로 돌아갔다. 기존의 이미지를 결계와 동화했기에 변화는 크지 않았다.

마녀의 모습은 어리지도, 귀엽지도 않았다. 외모를 가지고 인성을 평가해선 안 되지만, 상당히 과학적이었다.

흉악해진 마녀는 울부짖었다. 보여 주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들키자, 저주를 퍼붓는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 같아! 어차피 변하는 건 없어!”

“보기보다 어설프잖아. 이러면서 실패했다고 수하들을 달달 볶았겠지.”

“너 때문이야, 죽여 버리겠…… 커억!”

“아직 갱생이 덜 됐구먼.”

지수는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금제로 인해서 알아낼 정보는 한정적이었다. 마녀를 곤죽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이미 흉할 대로 흉해서 이편이 낫기는 했다.

노인공격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지수의 만행에 미츠키, 하야토, 카즈마는 마른침을 삼켰다.

‘화나게 하지 말자.’

‘성깔 장난 아니네, 진짜!’

‘엮이지 말아야겠군.’

마녀는 울부짖으며 처절하게 저항했지만, 지수의 주먹질은 냉혹했다. 더욱이 장미의 감옥이 깨지면서 마녀의 진원진기인 혈정이 부서진 상태였다.

푸스스스스!

재처럼 바람에 흩날린 마녀는 시신도 남기지 못했다. 화려한 등장과는 달리 초라한 퇴장이었다.

우웅!

지수는 재가 되어 날리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신화공의 흡자결을 펼쳐 흩날리는 재는 꼼꼼히 수거해서 공처럼 다져 주었다.

“우리 지수는 함께하는 보람이 있다니까.”

“부서진 재도 다시 봐야지.”

진짜 정신 나간 것들이었다.

미츠키, 하야토, 카즈마는 고개를 저었다. 무진과 지수의 고차원적인 대화를 이해하기에는 자신들이 지나치게 정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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