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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227화 (228/374)

227. 니 건 내 거, 내 건 내 거(1)

“어디……?”

쾌락을 맛보기 위한 도구가 사라져 버렸다. 아까 데드블러드, 마혈을 집어넣어서 운신이 자유롭지 않았을 텐데.

“어디냐?”

장난스러웠던 로즈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단순히 도구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하야토와 카즈마가 사라질 때까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감각에서 놓쳤거나, 교란되었다는 뜻인데. 그런 경우는 일찍이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장미의 궁전이 발동하는데도 놓쳤다고?’

장미의 궁전은 주인께서 하사한 권능을 이용한 영역 선포였다. 자신이 정한 구역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었다. 공주와 일행이 장미의 궁전에 들어온 이상, 무의미한 발버둥이었다. 어떤 수를 써도, 장미의 궁전이 발동한 상태에선 통하지 않는다.

저벅, 저벅!

휙!

발걸음 소리, 로즈의 시선이 돌아갔다.

하야토와 카즈마가 아닌, 예상치 못한 녀석이 산책하듯 걸어오고 있었다. 우연히 잘못 들어왔다는 표정까지 완벽하다. 연기자를 했다면 백상예술대상의 대상감이다.

“어, 길을 잃었나?”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넌 뭐냐?”

“내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난 황야의 길 잃은 고독한 방랑자야.”

“곱게 죽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로즈의 눈이 붉게 빛나며 서슬 퍼런 광망을 토했다. 광기가 실린 마력이 그녀의 주위를 감싸며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휘몰아치는 마나의 폭풍은 태풍처럼 강력하고, 날카롭다.

화르르르르!

오싹!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일격에 운신의 통제를 잃어버렸던 미츠키는 소름이 돋았다. 그동안 장난을 치고 있었다는 걸 체감했다. 자신들의 발악조차 재미를 위한 유희로, 무슨 짓을 해도 애초에 통하지 않을 괴물이었다.

“……미친놈!”

저 괴물 같은 변태 년 앞에서 무슨 배짱으로.

미츠키는 진심으로 무진의 머리통을 열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세상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녀석이기는 해도, 이 정도로 정신이 나갔을 줄은 미처 몰랐다. 자신으로서도 감당이 되지 않을 진정한 광기였다.

원래 미친놈도 강한 놈 앞에서는 분노 조절을 잘하기 마련인데, 변태 괴물 앞에서도 이런다면 말기 광증이었다.

권왕이라도 불러왔다면 모를까.

“……도망쳐!”

찐 광기를 보여 주기는 했지만,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마녀는 지금까지 봐 왔던 그 어떤 존재와도 차원이 다른 강자다. 미쳤다고 하여 실력까지 미치진 않았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상관없어, 내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도망치지 못해!”

“……쟨 상관……없잖아!”

미츠키는 자신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가 희생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시게노 교관과 황실 친위대에 이어 하야토와 카즈마, 그 와중에 휘말리지 않아도 될 무진도 위험해졌다.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책임이라 죄책감을 느꼈다.

호호.

자괴감에 시달리는 미츠키의 반응을 보자, 로즈는 쾌감에 젖었다. 절망에 몸부림치는 인간의 발악은 그녀가 살아가는 원동력이었다.

“이런, 이런! 더더욱 보내 줄 수가 없잖아. 갈기갈기 찢어 줘야겠어. 자, 어디부터 찢어 줄까?”

“하여간, 이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니까. 아니면 부모가 없나? 하긴, 저런 년은 버리는 편이 낫겠지. 길러서 뭐 해, 미친년을.”

……?

광기의 변태 년도 무진의 무지막지한 패륜은 감당하지 못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로즈의 역린이자 트라우마를 제대로 건드렸다. 실제로 그녀는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

찍었는데, 정답이 되는.

솨아아아!

서리가 내린 듯 로즈의 감정에 따라 일대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무시무시한 마혈기를 발산할 때보다 무섭도록 소름이 돋는다.

감정이 죽어 버린 인형처럼, 로즈는 무심히 말했다.

“축하해. 너도 안 죽여.”

“하하하하! 보기보다 건방지구나. 나는 네가 죽인다, 만다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지금부터 그 나불거리는 주둥이를 찢어 줄게, 입이 찢어지고도 지껄일 수 있으면 상으로 이빨을 모조리 다 뽑을 거야.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서.”

“발치를 하건, 임플란트를 하건 뒤부터 조심하지.”

“그런 유치한 수작 따윈 안 통해.”

“저런, 신뢰 없는 삭막한 세상이구나. 누차 말하지만 난 시선 끌기용일 뿐이야. 진짜는 바로 네 뒤에 있어. 후회하지 말고 돌아보도록 해.”

무진의 진심 어린 충고였다.

다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지금까지 한 발언이 발목을 잡았다. 일례로 고아에게 버림받을 자격이 있다고 하면 열 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설상가상으로 마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변태 년이었다.

“용서를 빌 때는 지났어!”

“맞지.”

……?

대답이 뒤에서 들렸다.

그것도 사내의 목소리가 아닌, 여인의 음성이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돌아서지만, 기습을 막기에는 늦었다.

신화천권 염화식 화천폭.

무신결로 나날이 완벽해진 지수의 신화천권이었다. 거리, 각도, 내외력, 권로가 이상적이다.

무진의 완벽한 시선 끌기를 통해 사각을 완벽히 점한 지수는 망설이지 않았다. 7성의 공력이 권심에 담겨 강력한 화력을 뿜어냈다.

꽈아아앙!

화르르르!

공간을 찢고, 태워 버리는 화룡염화. 용틀임하듯 사방을 뜨겁게 불태우고 불기둥을 세운다. 벗어난다고 해도 의지를 품은 화룡염화는 목표물을 놓지 않았다.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연속적인 폭발을 일으키고, 불바다로 뒤덮는다.

화화화활!

츠으으으!

위기를 감지하자마자 장미의 궁전을 통한 공간을 고속으로 이동했지만, 로즈는 집요하게 따라붙는 화염권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돌아서는 틈에 발출한 마혈기를 운용한 블러드클로는 부질없는 짓이었다. 여름철 길바닥 위에 놓인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버렸다.

“……떨어져!”

화염보다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화염풍을 경시하기 어려웠다. 닿기만 해도 마나실드가 종잇장처럼 녹으며 작열통에 시달린다.

하나,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그리드4, 로즈의 광기는 화염권을 기어이 밀어냈다.

“나에게 이런 고통을 줘! 절대 편히…… 뭐야!”

“말 존나 많네.”

탕수육 부먹, 찍먹을 고민하기 전에 하나라도 더 먹는, 지수의 주먹은 끝나지 않았다. 상대가 쓰러지지도 않았고, 아직 팔팔하게 살아 있었다. 숨통을 완벽히 끊어 놓지 않은 이상, 2차, 3차의 연격은 당연했다.

지수는 돌아온 후 무진에게 배운 철칙이 있었다. 유리할 때 더욱 유리하게 만들자. 적에게 반격과 대답할 기회를 주는 행위는 어리석었다.

궁금해서 여지를 주기보다는, 죽여 버리고 답답해하는 편이 이로웠다. 자고로 살아남은 적보다 골치 아픈 적은 없다고 했다. 애초에 복수할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한다.

퍼퍼퍼퍼퍼펑!

지수는 마녀의 정체를 묻지 않는다. 물론, 궁금하기는 했다. 그러나 쓰러뜨리고 난 후에 해야 했다. 정보를 얻지 못할 수는 있으나, 놓치지 않으면 됐다.

‘……이년 뭐야?’

좀처럼 보여 주지 않았던 당혹감이 로즈의 얼굴에 나타났다. 목표물을 짓밟으며 즐겨 왔던 여유는 사라졌다. 유희를 즐기기에는 위험천만했다. 몇 번이나 고속이동을 펼쳤지만, 여전히 상대의 제공권에 있었다.

회피와 반격의 타이밍이 보이지 않는다. 만들려고 애를 쓸 때마다 번번이 막힌다.

‘능숙하잖아!’

습격자는 로즈가 알고 있는 계집이었다.

권왕가의 후예 유지수였다. 교류전에서 실력을 입증받고, 권후의 자리를 도맡아 놓은 초엘리트 생도.

하지만 그래 봤자 생도였다. 아직은 어설픈 부분이 있어야 마땅하거늘, 변수와 변곡을 줘도 요지부동이었다.

‘어떻게 전부 대응을 하는 거야?’

잔영, 잔상, 왜곡, 현혹을 동시에 운용했다. 강력한 한 방을 하기에는 텀이 부족해서 지수의 동선을 흩트려 놓으려는 것이다.

마녀의 개수작은 지수에게 통하지 않았다. 지수는 이미 마녀보다 더 악랄한 녀석의 개수작을 경험한 전투 전문가였다.

마녀의 수는 지수의 계산 범위에 있었다.

지수는 변수에 당하지 않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역공을 펼쳐 유리한 국면을 더욱 유리하게 구축했다.

‘이게 고작 생도라고?’

반격의 기회를 창출하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궁지로 몰리는 로즈였다. 변태적인 광기도 차갑게 식어 버린 지 오래다. 이대로 계속 밀리다가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로즈로서는 생경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하나, 단순히 미친년이었다면 이 자리에 있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작금의 불리한 구도를 되돌리고, 반격의 기회를 노려야 했다.

“내가 누군지 알려 줄…… 이년이!”

“안 궁금해.”

“우리의 목적을 알려 줄 수도…… 이년이!”

“안 궁금해.”

“날 죽이면 이 일대는 사라져…… 이년이!”

“안 궁금해.”

말 한마디를 더 하기보다는 주먹부터 날리고 있으니, 로즈로선 억장이 무너졌다. 습격한 목적과 정체를 당연히 궁금해해야 했다.

어째서 궁금해하지 않냐고?

말로만 그러는 거면 이해라도 하지, 지수의 공격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살수를 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일단 죽이고 보겠다는 의지가 철철 넘친다.

퍼퍼퍼퍼펑!

일로일격의 다음 수를 예측하는 전투 기술은 설익은 생도가 구사하는 수준을 아득히 벗어났다. 더더군다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절기를 교묘하게 섞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파격적인 예측 불가능한 전투술로 로즈의 방어를 무력화하고 있었다.

“이 미친년이……. 말을 일단 들어…… 크아악!”

“안 궁금해.”

어떤 말을 해도 같은 말을 하니, 복장이 터지는 로즈였다. 이년이 궁금하기보다는 전투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교관이 봤다면 칭찬해야 마땅한 전투의 교과서적인 대응이었다. 하지만 로즈로선 답이 없는 답답한 전투였다. 화려하고, 강력한 권공의 공수임에도 지루하게 말라 죽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지수가 중얼거렸다.

궁금해졌나?

“오른쪽.”

“……?”

“왼쪽.”

“……?”

옆구리, 복부, 다리, 머리!

로즈로선 개 같은 전투의 연속이었다. 예측했던 방향대로 막아섰지만, 다른 곳을 노렸고, 다른 방향을 예측할 때는 정석적인 공격을 가했다. 차라리 중얼거리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상하게 잘 들렸다.

“이 씨발 년이, 죽엇!”

완전히 농락당한다는 걸 깨닫자, 로즈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어차피 이대로는 고사당하고 만다. 그럴 바엔 타격을 입더라도, 한 방으로 전세를 역전시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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