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225화 (226/374)

225. 불장(佛掌)(2)

‘교장도 녀석의 장기말이었군.’

폭발이 터지는 즉시 교장은 단상의 주요 인사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국무총리와 인사들은 교장의 신속한 대응에 겨우 한숨 돌렸다.

실제로는 목표물이 아니었기에 교장의 대응은 많이 과했다. 하지만, 실상을 모르는 인사들은 교장에게 생명의 빚을 졌다고 여길 것이다.

‘흑막이 알면 복장이 터지겠군.’

놈들의 습격이 도움이 되고 있었다.

교장은 이제 국민적 관심과 더불어 정부 인사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차후, 제 마음대로 아카데미를 이끌 힘이 생겼다. 이는 곧 무진의 힘이 된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노림수가 아니라고 하기엔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물렸다. 도중에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순 없으나, 이미 그려놓은 그림 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놈은 또 어딜 간 거야?’

***

‘위험했다.’

진짜로 습격이 또 벌어질 줄이야. 교장은 느슨해지는 틈에 생도들을 노릴 거라고 했었다. 실제로 암습은 일본과 중국 생도만을 노렸다. 의도는 뻔하다. 한국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였다.

‘무섭도록 집요한 놈들이다.’

단체전 습격이 실패로 끝나고, 당분간은 조용할 줄 알았다. 흑막은 그러한 빈틈을 역으로 이용했다.

시게노는 사고가 터지자, 공주의 안전부터 챙겼다. 사람의 목숨은 다 똑같지 않았다. 생도의 안위도 중요하지만, 공주는 대일본 제국의 상징과도 같았다. 하물며 한국에서 목숨이라도 잃는다면 그 파장은 돌이키기 힘들었다.

‘내 목숨도 걸렸지!’

시게노는 공주를 데리고, 황실에서 파견된 친위대 10명과 따로 움직였다. 황실 친위대는 특별히 선별된 엘리트 각성자를 훈련하여 완성된 황궁의 비밀 병기다.

개개인의 전투력도 시게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 친위대의 전문은 대인합격술로, 5명이 되면 후작급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시게노는 공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다. 생도들은 교관들에게 맡기고, 시선을 분산시켰다. 최악은 생도들을 던져 주고라도, 공주를 수호하는 것이다.

응?

여인이라고 하기엔 어려 보이는 이국적인 소녀가 앞에 서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과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 푸르고 큰 눈이 인상적이다.

평소라면 의식하지 않겠지만, 아카데미에서 빠져나가는 길목을 묘하게 막아섰다.

시게노의 직감이 우연이 아님을 느꼈다.

“누구냐?”

“네 주인.”

“수상한 년이구나, 치워라.”

“무례하네.”

마치 상황을 즐기는 듯한 계집의 태도에 시게노는 미간을 찌푸렸다. 영국 마법 학교에서나 볼 법한 귀여운 외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공주의 안위를 위협한다면 무조건 제거한다.

펑, 푸아아앗!

계집에게 다가섰던 황실 친위대원의 머리통이 폭죽처럼 터지며 사방으로 붉은 선혈을 토해 냈다. 머리를 잃고, 핏물을 뿜어내던 육체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아니!”

“순순히 공주를 넘기면 살려 줄게. 호호호호.”

시게노의 동공이 흔들렸다. 대체 뭔 수작을 부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계집이 손가락으로 가리켰을 뿐인데, 머리통이 박살 났다.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핑거붐으로 스피릿붐의 일종이야. 여긴 한국이니까 무형폭이라고 하면 되겠네. 이렇게 가리키면 펑! 하지.”

“허튼…… 헉!”

시게노가 반응하기도 전이었다. 계집의 손가락이 가리킨 대상의 머리통이 붕괴했다.

순식간에 황실 친위대 5명이 죽었다.

부지불식간 동료를 잃자, 황실 친위대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어떤 스킬이나 속성인지 알 수 없는 이상, 가리키는 방향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사사사삭!

신형을 가속하여 계집의 시야에서 빛살처럼 벗어났다. 생도의 수준으로 따르기 힘든 속도였다.

-대인사살격, 참인(斬人).

황실 친위대는 합격진과 중력 속성, 정지 스킬을 개방했다. 정체불명의 여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어한 것이다. 지척까지 접근하여 참인을 펼쳤다. 검에서 초진동이 발동하여 공간 자체를 분쇄한다.

슈앙!

퍼퍼퍼퍼퍼펑!

검을 휘둘렀던 친위대원 5명은 머리가 없는 존재가 되었다. 사방으로 선혈이 낭자하며 바닥을 붉게 물들었다. 손을 써 보기도 전에 벌어진 참담한 사태였다.

쇄애액!

섬영도(閃影刀) 오식 분뇌영(分雷影).

빛을 가르는 그림자 검류의 최후 초식을 사용한 시게노였다. [섬광] 속성과 분영 스킬을 사용하여 시야를 왜곡했다.

분뇌영이 공간을 갈랐다.

“죽어랏!”

친위대를 죽이고 난 후 무방비였다. 이제 와 방비하기에는 늦었다. 계집의 상·하체가 분리되어 바닥을 뒹굴리라.

씨익!

계집이 웃고 있었다.

시게노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신형을 베어 낸 찰나 위화감이 번졌다.

사아악!

베었다.

시게노의 동공에 당황한 기색이 완연했다. 완벽한 기습이라고 여겼거늘, 번지는 위화감이 더욱 짙어졌다.

“이게 무슨…… 잠깐!”

“늦었어.”

“……안 돼!”

혈관이 터지면서 시게노의 눈이 붉어진다. 일순 머리통이 박살이 나며 핏물이 안개비처럼 흩날렸다.

스윽!

거짓말 같은 참사를 자아낸 여인, 그리드4 로즈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공주를 응시했다. 선혈이 낭자한 참혹한 현장과는 어울리지 않아 더욱 섬뜩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움찔!

여인의 시선에 미츠키, 카즈마, 하야토는 소름이 돋았다. 눈앞에서 펼쳐진 참혹한 지옥도가 악몽처럼 다가왔다. 시게노와 친위대의 무력을 알기에 허망한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공주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하기는 천검가와 뇌검가도 마찬가지였다. 하야토와 카즈마가 미츠키의 앞에 섰다. 시게노 교관이 생도를 분리할 때도 따라왔던 연유였다. 자신들이 죽더라도 미츠키 사마는 지켜야 했다.

“용기가 가상해. 난 그런 아이들이 좋더라.”

“물러서라, 다가온다면 베겠다!”

하야토와 카즈마는 검기를 발산하며 접근을 제한했다.

십대검가의 예리한 검형기에도 로즈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다가선다. 그러다 미간을 살짝 구겼다. 아까부터 이상하기는 했는데, 이제는 확실해졌다.

“왜 안 통하지?”

로즈는 고개를 갸웃했다.

시게노와 교관을 죽인 수법은 실제로 무형폭이 아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속성인 [죽음의 장미]를 사용했다. 은은히 풍기는 장미 향을 맡은 순간 게임은 끝이 난다. 그것이 시게노와 황실 친위대에게 허망한 죽음을 선사한 로즈의 속성이었다.

물론, 향을 맡았다고 해서 무조건 통하진 않는다. 향이 마나와 섞이기 전에 차단한다면 막을 순 있었다. 움직임을 강요한 일련의 과정도 속성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하나, 일개 생도 따위가 [죽음의 장미]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실제로도 가능성일 뿐, [죽음의 장미]는 전능에 가까웠다.

“음! 최상급 엘릭서라도 마셨니?”

“다가오지 마라, 베겠다!”

하야토와 카즈마의 두 눈엔 긴장감이 맴돌았다. 상대는 교관과 친위대조차 어찌하지 못한 괴물이었다.

까딱 잘못하면 자신들도 저들처럼 머리 없는 주검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나마 독을 마시고 죽음을 경험해 봤기에 몸이 굳지는 않았다.

‘엘릭서라면, 방금 독을 풀었다는 건가?’

‘미세한 향, 그것이구나.’

어떤 수법을 펼쳤는지 파악한 하야토와 카즈마였다. 마녀의 물음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그렇다면 희망이 있었다. 무력이 아닌 독이었고, 통하지 않았다. 마녀의 확실한 패 하나를 상쇄한 것이다.

‘또, 도움을 받았어.’

‘머리가 터지는 꼴은 면했군.’

무진이 내어 준 포션이 얼마나 대단한 가치를 지녔는지 체감했다. 돈독이 올라서 무지막지하게 뜯어낸 줄 알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의도하진 않았어도, 아직까지 살아 있는 연유였다. 2번의 목숨값을 더하니, 이젠 혜자가 되었다.

착, 우웅!

하야토와 카즈마는 모든 수단을 개방했다. 속성을 알았다고 해도, 시게노의 섬영도가 통하지 않았다. 그 하나만으로 간과할 수 없는 무서운 상대였다.

공격보다는 방어 위주로 간격을 유지했다.

통상적으로 공격이 최상의 방어긴 하나, 전력 차이를 무시한 섣부른 공격은 위험하다. 더욱이 하야토와 카즈마의 검공은 방어 후 후발제인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어때?’

‘안 보여.’

하야토의 조심스러운 전음에 카즈마는 고개를 저었다. 검역을 발동하면서 [예측 시뮬레이션]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여인의 동선이 선명하지 않고 모두 흐릿하다.

“준비는 끝났어? 이제 간다.”

언제든 너희들의 목숨을 취할 수 있다는 마녀의 여유가 거슬릴 만도 한데, 카즈마와 하야토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찰나의 방심조차 허락하지 않는 생사의 간극에서 주마등처럼 스쳤다. 안법을 극한으로 끌어 올린 초감각이 마녀를 주시했다.

스륵!

정면에 있던 로즈가 사라졌다.

카즈마와 하야토의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이 가시처럼 날카롭게 곤두섰다. 0.001초 흐르지 않은 찰나, 공격이 들어온다는 걸 체감했다.

막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천검기와 명화기가 위험에 반응하여 융합했다. 백기와 청기가 그물처럼 뒤섞이며 공간을 촘촘히 검역으로 완성한다.

감각의 그물에 불순물이 느껴졌다.

‘여기다!’

천검류 오형, 천공패(天空牌).

명검류 이형, 명천뢰(明天雷).

방어와 동시에 공격.

전심전력을 쏟아 냈다. 이 한 수로 끝을 내겠다는, 일격필살의 의지를 담았다.

파아앙!

굉음이 폭발했지만, 방어했던 공간에 여인이 없다.

사아아!

찌르고 들어간 카즈마의 검극을 촌음의 차이로 피해 내고 파고들었다. 수련이라곤 하지 않을 법한 여인의 새하얀 손이었다.

백색의 섬광이 섬뜩하다.

찌리릿!

카즈마의 뇌리를 울리는 경고성, 백야의 마수에 머리통이 바닥에 던져진 수박만도 못한 처지가 되리라.

그 순간 속성이 발동했다. 안타깝게도 벗어나는 [예측 시뮬레이션]은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죽는다!’

죽음을 직감한 카즈마는 피하기보다는 자신의 육체를 던졌다. 어떻게든 저 보이지도 않는 사신의 그림자를 늦추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었다.

꽈아아앙!

공간을 흔들어 대는 파공성이 울리고, 사방으로 기의 맹렬한 파문이 번진다. 거리를 벌린 로즈는 자신에게 일격을 선사한 존재를 흥미롭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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