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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221화 (222/374)

221. MVP(3)

스윽!

움찔, 휙!

지수가 돌아보자 일룡, 제갈비는 시선을 피했다.

“자, 바닐라라테야.”

무진은 손수 만든 수제 커피를 내주었다. 결투 후에 마시는 커피가 그렇게 맛있다나.

후륵!

한 모금 마신 지수는 창가로 가서 비치는 햇살을 맞으며 커피 광고를 찍었다. 결투를 막 끝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땀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부글부글!

혈압 오르는 미츠키의 붉게 상기된 얼굴만 봐도 대결 양상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오늘따라 더 달달하네.”

“그렇지.”

이 미친 연놈들이!

일룡, 제갈비, 미츠키, 하야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시는 상종도 해선 안 될 인간들인데, 계약에 묶여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골이 지끈거려 왔다.

“아, 계약 마지막에 적힌 계약 조건이 있는데, 어때?”

“또 얼마를 뜯어내려고?”

이놈은 만족을 모르는 건가? 그 정도 했으면 이젠 풀어 줄 때도 됐잖아. 얼마나 사람을 달달 볶아야 만족을 하는 거냐고!

“너무 얼진 말고, 누가 잡아먹나? 나 그런 사람 아닙니다. 자자, 들어 보고 나서 하지 않아도 말리지 않습니다.”

갑자기 웬 존재?

말을 높이니까, 오히려 더 껄끄러웠다. 마치 공과 사를 철저히 구별하는 듯 보이나, 정작 본인은 굉장히 주관적이었다.

-을은 갑에게 도전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승리 시 이자와 200억을 차감하고, 패배 시 이자율 2배와 400억을 더 낸다.

-쫄리면 뒈지시든가.

일룡, 제갈비, 하야토의 뜻이 통했다.

미친놈!

***

그 시각 또 한 사람은 목덜미를 부여잡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이후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어찌나 화가 나고 울화통이 터지는지, 경련이 일었다.

“다시 말해 보거라.”

-그게, 돈 좀 보내 주세요.

“이 미친놈이 대체 무슨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거야? 아비 얼굴에 똥칠을 하다못해 이제는 돈까지 뜯어?”

-……아버지, 안 주면 이자가 붙는다고요!

“닥쳐, 하나 있는 게 끝까지 말썽을 부려. 돌아오면 다시는 집 밖으로 못 나갈 줄 알아!”

-저 좀 살려 주세요! 그 새끼 미친놈이에요! 제가 망신당하면 아버지한테도 좋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는 당장이라도 이놈을 데려오고 싶었다. 그러나 강제로 소환하는 즉시 잘못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가뜩이나 주변의 견제로 인해서 원형 탈모와 고혈압에 시달리는데. 아들이란 게 아비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초를 치고 다녔다.

‘이 새끼가 이렇게까지 무능했나?’

딱히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전폭적인 물량 지원을 했기에 어느 정도는 하는 줄 알았다. 한데, 한국에 가기가 무섭게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했다. 당내에서도 시끄러운 말이 나오고, 협약 관계에 있는 구대문파도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인정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연임을 하려면 어떻게든 포장이라도 잘해야 했다.

“그래서 얼마가 필요한 거야?”

-1억 6천……이요.

“고작 1억 6천 때문에 오밤중에 전화를 해! 이 자식이 진짜, 돈을 대체 어떻게 쓰는 거야?”

-한화가 아니라 위안화로요.

“……?”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정지된 시간이 길어졌다가 다시 돌아가게 되자 뇌에 압박이 왔다.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있었다. 계산을 할수록 이게 맞나 싶었다.

커어어억!

뇌동맥이 압박받았다.

고혈압인 아버지의 비명에 아들의 목소리도 다급해졌다.

-……아버지!

***

“초상권 침해다, 이 녀석아.”

“얼마면 되는데요?”

“알다시피 내 초상권은 아주 비싸단다.”

“그렇다고 제자가 어렵사리 얻은 푼돈을 탐하시는 거면 너무하네요.”

권왕은 교류전에 관심을 끈 상태로 육체에 에너지를 양보하며, 체력 훈련을 맛있게 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근육 성장도가 좋았었다. 같은 훈련을 해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먹는 강도가 달랐다. 이런 날은 날마다 오지 않기에 더욱 박차를 가했었다.

전신을 맛있게 조진 다음 샤워 후 거실로 나와 TV를 틀었다. 때마침 교류전에서 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때까지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제자가 나간 이상 교류전이 잘못될 리 만무했다. 사고가 나더라도, 수습되리란 확신이 있었다.

한데, 1시간이 흐르고 아카데미 교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제때 개입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뭔 개소리야?

-저한테까지 그리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야, 내 말 듣고 있냐?

-그러시다면 저도 모른 척하겠습니다.

-나 누구랑 말하니!

-나중에 소주 한잔하시죠.

-내가 너랑 왜 마셔!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야, 시끼…… 이 새끼 끊었네.

교장이 혼자서 들떠서 자기 말만 하고 끊었을 땐 얼마나 황당했던지. 차라리 욕이라도 했으면 당장 찾아가서 시원하게 패 줬을 텐데.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때릴 수도 없게 했다.

물론, 웃는다고 안 패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실실 쪼개는 새끼들 팰 때의 쾌감이 있었다.

돌아가는 전후를 모르니 어찌 된 연유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확신을 위해 제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를 않았다. 사부를 답답하게 한 제자의 행위가 괘씸했었다.

3일이 지난 후에야 사태를 알 수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제자 녀석이 얼토당토않은 캐릭터로 사기를 친 것이다. 그 뻔한 수작에 모두가 속아 넘어갔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사부의 초상권을 무단으로 사용한 이상, 반드시 합당한 금융 치료가 필요했다.

사부와 제자 간에도 금전 거래는 정확해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깟 돈 때문에 사제 간에 눈을 붉혀서야 쓰나. 불만이 생긴다면 돈이 부족하단 정론을 펼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못해도 100억은 줘야 하지 않겠느냐.”

“사부님의 초상권이 고작 100억이라니요? 최소 300억은 되어야죠.”

헉, 더블도 아니고, 트리플!

액수가 갑자기 커지자, 권왕은 당황했다. 100억 베팅도 일단 질러 보고 50억에서 만족하려고 했거늘.

‘이 녀석!’

제자의 갸륵한 마음에 권왕은 코끝이 시큰거렸다. 제자가 이리 사부를 생각해 주는 줄 미처 몰랐다. 전화를 쌩까고, 초상권을 무단 도용했음에도 화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물론, 사부가 돼서, 준다고 넙죽 받지는 않았다.

“300억도 부족하다만,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사부님에겐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쩝, 그리 말하면 내가 미안하지 않느냐. 조촐하게 200억만 주거라.”

“사부님, 절 몰염치한 제자로 만드실 겁니까?”

“사부가 말하면 따르는 것이다.”

“그럼, 계약하시죠.”

100억만 해도 부수입치곤 짭짤했다.

권왕은 계약서를 쓰고, 모바일 뱅킹으로 들어온 200억에 입이 찢어질 뻔했다. 제자를 잘 두었더니, 가만히 앉아서 200억을 벌었다. 권왕의 위명이라면 캐시로 수백억도 가능하지만, 권왕가는 법인이었다. 절차를 무시하고 돈을 펑펑 쓰면 횡령이 된다.

무진의 꼬임에 넘어간 지수가 때마침 연무장에 들어왔다.

“저 왔어요.”

“허허허, 왔느냐?”

공돈이 생긴 권왕은 흡족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갑자기 아무것도 안 하고 200억이 생기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요즘은 로또도 세금 빼면 10억을 넘기지 않았다.

권왕은 할아버지로서의 낭만을 시전했다. 손주, 손녀에게 사랑받는 할아버지의 품격이었다.

“지수야, 할아비가 용돈 좀 줄까?”

“할아버지, 무진이한테 얼마 받았어요?”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손녀의 압박 질문이었다. 권왕은 급히 표정을 지우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크음,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나.”

“한 1,000억 쯤 돼요? 하긴, 번 액수가 수존데 그 정도는 줬어야지.”

“……뭔 조(鳥)?”

그런 새 이름이 있었나?

듣기만 했는데 아득하고, 기분이 나빠졌다.

제자를 보았다.

제자도 빤히 보았다.

파파파팟!

불꽃이 튄다.

권왕은 이놈에게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쩐지 같이 왔으면서도 지수가 한 발짝 타이밍이 늦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가 무섭게 연무장을 방문한 건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놈이 할 짓이 없어서 사부한테 사기를 쳐!”

“사기가 아니라 협상입니다.”

“내 돈 1조를 어떻게 할 거야?”

“그게 왜 사부 돈입니까?”

무진만큼이나 권왕도 뻔뻔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사부는 제자에게 배우고, 제자는 사부에게 배우는 끼리끼리 유유상종의 끝판왕들이었다.

누가 더 낫다고 하기 힘들 만큼 아주 구질구질했다. 이런 거 보면 학교 폭력은 부모의 영향이 크긴 컸다. 촉법이고, 나발이고 부모와 학생 모두 스쿼트 100kg 분당 100번 형을 받아 마땅하다.

권왕은 1조를 부르고, 대폭 낮췄다. 도둑놈 심보긴 한데, 본능적으로 협상을 할 줄 알았다.

“최소한 2,000억은 줘야지.”

“계약서의 약관을 끝까지 읽어 보셨어야죠. 사항을 어기면 위약금이 10배입니다.”

커억!

피가 솟구쳤는지 사부는 목덜미를 잡았다. 전형적인 재벌 회장님을 연기하지만, 몸은 나약한 회장님하고 거리가 멀었다. 철곤으로 목을 수백 번 쳐도 끄떡도 하지 않을 위인이다.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한 권왕은 멋쩍은 듯 손을 들었다.

“돈도 많은 녀석이 인심이 아주 박하구나.”

“사부심의 초상권은 제자가 아주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크크크크!”

“내가 악당을 키웠구나.”

“사부님은 대악당이십니다.”

악당에게도 격이 있다는 무진의 지론에 권왕이 맞장구를 쳤다. 지수는 미쳐 돌아가는 현실이 할아버지와 무진이보다는 정상처럼 보였다.

이런데도.

‘왜 자꾸 술술 풀려!’

사실 이번 일은 변수의 변수가 연속적으로 펼쳐졌다. 저들도 이번에는 회심의 수라 자신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성공하기는커녕, 돌아가는 사태를 파악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을 테지.

‘이러면 내가 뭐가 되냐고?’

흑막의 실체조차 파악 못 하고 과거로 돌아왔다. 마지막에 무진의 도움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회귀 전엔 실패의 연속이었는데, 돌아온 후에는 승승장구였다. 자괴감이 들 만도 하지만, 후련하기도 했다.

‘이러려고 돌아온 걸지도.’

자신의 역할은 무진을 아카데미로 이끄는 순간, 끝났을 수도 있었다. 미래의 무진이 암중 세력에 당했다고 보기도 힘들고.

잠룡을 깨운 선지자.

누구?

바로 나.

최소한 소임을 다했으니 일단 만족했다. 옆에서 보조만 잘한다면 무진은 세상을 구한 영웅이 될 수 있었다. 영웅에겐 회귀한 선지자가 제격이기도 하고.

“제자야, 혼자 다 먹으면 탈이 난단다.”

“사부님, 공짜 좋아하면 근 손실 생깁니다.”

“이런 천인공노할!”

“자고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일 안 하고 잘 먹으면 복을 타고난 거지, 인마.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하는 거다.”

잠룡승천(潛龍昇天)이나 영웅지로(英雄之路)보다는 전룡출동(錢龍出動)이 어울리기는 했다.

지수는 채무자들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그렇다고 불쌍히 여기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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