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200화 (201/374)

200. 오차 범위 내(1)

개인전 우승자를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

교류전 우승이 아니기에 조촐하게 약식으로 진행되었다. 일본과 중국 측에선 일부만 남고 대부분은 대연무장을 빠져나갔다. 남아 있는 것도, 유교 사상의 체면 때문이었다.

“수고했다. 큰일을 했어!”

“교장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한 게 무엇이 있다고, 믿고 따라와 준 네 노력과 재능이 빛을 본 거지.”

“제아무리 훌륭한 재능을 타고나도, 올바르게 인도할 스승이 없다면 훌륭한 인성과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기란 어렵습니다.”

“……이리 참된 제자를 보는 건 나로서도 오랜만이구나.”

순간적으로 교장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말을 더듬을 뻔했다. 1등을 했으니 당연히 해야 할 말이기는 한데, 공치사가 지나쳤다. 참된 사제 관계를 논하기에는 그간 무진이 벌인 만행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주마등이 꼭 생명이 경각에 달릴 때만 나오진 않았다. 화병 생기는 과정도 주마등이었다.

‘이거 꼭 해야 하느냐?’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누가 칼 들고 협박했나요?’

‘차라리 칼 들고 협박을 해라.’

‘큰일 날 소리를 하십니다. 저 그렇게 몰염치한 사람 아닙니다.’

교장은 전음을 보내는 내내 누칼협을 원했다. 그러는 편이 마음은 한결 편안할 듯싶었다.

하아, 바랄 걸 바라야지.

망할 놈의 제자 놈은 절대 칼을 들지 않는다. 주먹이 더 강하니, 할 말은 없다만.

‘인생을 날로 먹는구나.’

우승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쉽게 우승했다.

교장은 이래도 되나 싶었다. 우리나라로도 부족해서 중국과 일본도 잡아먹을 녀석이었다.

‘쉽다, 쉬워.’

경쟁심을 불태우는 시게노와 남궁천이 불쌍할 지경이다. 하지만 자업자득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열릴 때 얼마나 꼴 보기 싫었던지, 그때와 비교하면 감지덕지긴 했다.

좋은데, 찜찜하다.

답답함을 토로한들, 배가 불러서 요강에 똥을 싼다고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우리 무진이 같은 제자만 있으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 같구나.”

“저도 교장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교장과 무진의 맘에도 없는 덕담 릴레이는 이어졌다.

내막과 정체를 알고 있는 지수와 태수는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지만, 간신히 참았다. 정말 뻔뻔한 걸로 따지면 무진을 따라올 자가 없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대놓고 하고 있었다.

‘쟤는 양심이 가출한 게 확실해.’

‘무진아, 이건 나라도 실드 불가능하다.’

혜진, 유정, 상원도 할 말을 잃었다. 사람들이 보는 앞이긴 해도, 안면에 철판을 깐 가식의 끝판왕들이었다.

그 스승에 그 제자가 맞기는 했다.

“오늘의 우승은 제가 잘해서가 아닌 여러분들의 성원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겸손하게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

관객들은 귀를 집중했었다.

원래 시상식 같은 경우는 재미가 없어서 바로 나가기 마련인데, 무진이 어떤 개소리를 할지 다들 궁금했다. 언제 어디서든 자기 할 말을 하고, 폭탄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으니 기대가 되었었다.

웬걸.

왜 이렇게 정상적이야?

그간 무진이 보여 준 행실이 있었다. 최소한 건방이라도 떨 줄 알았다. 그러기는커녕 겸손의 화신이 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역겨운, 위선자의 모습이었다.

-말하는 거 봐라, 존나! 역겹네. 이러면 하야토도 못 참지.

-진심일 수도 있지. 너무 삐딱하게만 보지 말자고.

-에이, 김빠지네. 일본, 중국을 좆밥으로 여겨야 무진이지.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괜히 기대했네.

-미친 또라이들 많네. 이게 단순한 생도 간의 대결이냐. 국가 간의 다툼이 될 수도 있어.

-갑자기 너무 정상적으로 나와서 괜히 불안하다.

-단체전에서 꼭 사고 칠 거다. 이놈은 우리 같은 일반인하고 뇌 구조부터가 달라.

무진의 똘기를 관객들도 이제는 알았다. 국내 여론과 네티즌의 댓글만 봐도. 지나치게 정상적으로 말하고, 훈훈해서 오히려 불안했다.

마치 대형 사고의 전조처럼 불길함이 스쳤다.

우승을 했는데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도 재주는 재주였다. 여하튼 이토록 압도적인 대회는 없었다. 과거 아시안게임에선 중국의 독무대였고, 한국은 일본과 엎치락뒤치락했었다.

토너먼트 대진운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생도들이 너무 많이 올라갔다. 이번에는 중국과 일본도 트집을 잡기 어려운 완벽한 승리였다.

-봤느냐, 난 믿고 있었노라. 어떠냐, 이것들아!

-16강전부터 느긋하게 봤다. 이렇게 편안한 적이 있었나 싶다. 우리 생도들이 자랑스럽다.

-그래도 옥에 티가 너무 심하잖아. 저 새끼가 우승할 줄이야.

-우승할 만하긴 했어, 관종기가 있기는 해도 심리전이 장난 아니더라고. 믿지 못하겠으면 본인을 무진의 상대에 대입해 봐. 어떨 것 같아?

-맞아, 나도 소름 제대로 돋았다. 생긴 건 곰도 때려잡게 생겨서는 영악하기 이를 데 없어.

-심보들 봐라, 좀 좋게 봐 줘라. 무진이가 나라를 팔았냐, 사람을 죽였냐. 결국 국위 선양하고 있잖아.

-그러네. 이상하게 국위 선양을 잘하고 있어.

생도치곤 독한 무진의 손 속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냉철하게 본다면 확실한 승리를 위한 선택이었다. 반칙을 한 것도 아니고, 이기기 위한 최선의 수를 썼다. 그걸 가지고 생도답지 않다고 비판한다면 욕먹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본인한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작은 티끌도 용납하지 못하는 심보는 고쳐야 했다. 세상을 그런 식으로 산다면 남뿐만 아니라, 본인도 불행해진다. 사촌이 땅을 사면 축하를 해 주는 담대함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무진은 장위 사건부터 개인전 우승까지 국위 선양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사고를 일으키는 문제아라고 하기엔 생폭 방지를 위해 힘을 썼다. 밉상으로 찍혀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모범생이었다.

-남을 위해서 노력하는데도 욕먹는 것도 대단하지.

-지금 아카데미 면학 분위기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어. 아카데미 분점도 성운맹과 같은 친목회를 만들어야 해.

-난 그 점이 대단하다고 보는데, 성운맹처럼 운영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 이건 사회생활을 해 본 사람이면 다들 공감할 거야.

-헐, 진짜로 모범생이잖아. 그런데 평판이 왜 그 모양이냐?

-간간이 또라이 짓을 하니 그렇지. 입이 화근이라고, 평범하게만 해도 될 텐데.

-그래서 관종병이 무서운 거야. 이건 마약보다 중독성이 심해.

약식으로 진행된 시상식이 끝이 났다.

일본과 중국 측은 시상식이 끝나자 바로 퇴장했다. 남궁천과 시게노가 눈을 맞춘 것 같은데, 기분 탓일 것이다.

무진과 일행은 잠시 여운을 즐겼다.

단체전이 남기는 했지만, 실상 변수는 크지 않았다. 전체적인 전력에서 일본과 중국을 압도했으니. 지금처럼 한다면 교류전 우승은 확정적이었다.

“축하한다. 기어이 해냈구나.”

“감사합니다. 교관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여기선 내숭 안 떨어도 된단다.”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철혈구좌를 비롯한 교관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도 감회가 새로웠다. 매번 교류전을 위해서 생도들을 맹훈련시키지만, 최근 일본과 중국에 처참하게 깨졌다. 성적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었다. 무진과 생도들의 선전이 교관으로서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한데, 언제 상급 정령이 된 거야?”

“역시 숨길 수가 없네요.”

“미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맛있는 걸 많이 먹기는 했죠.”

조 교관은 무진의 전투에서 소환된 요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겉으로는 전과 다르지 않지만, 정령력에 묘한 위화감이 있었다. 자신의 진(眞) 정령인 화야가 투지를 불태웠었다. 정령사 중에서도 감이 좋아야만 파악할 수 있는 근거였다.

“혹시 숨기고 있었던 거야?”

“정령왕을 소환한 것도 아니고, 숨길 필요가 있나요.”

“……너는 그 입이 화근이야. 말 좀 어떻게 안 돼? 왜 자꾸 잘하다가 재수 없는 소리를 당연하게 하는 거야.”

“그러시다면 최상급 정령으로 할게요.”

무진의 응수에 조유나는 자신이 참 대단한 생도를 가르쳤다고 상기했다. 그래서 조금 불만이다. 다들 무진을 무인으로 보지만, 상급 정령사는 흔치 않았다. 마법으로 따지면 최소 6계식 이상이고, 무인으로선 절정의 극에 도달해야 했다.

“무인이야, 정령사야?”

“엄마야, 아빠야라고 묻는 것보단 고민이 덜 되네요. 참고로 전 아빱니다.”

“어쨌든 넌 내 제자다.”

“요즘 들어 정령력이 많이 달리더군요.”

“전에 줬잖아!”

“그건 내기의 결과물이고요. 전 아무나 스승으로 모시지 않습니다.”

“나도 아무나 직전 제자를 두진 않아. 이래 봬도 내가 정령사로서 천재란 소리 듣는다고.”

“그래도 저보단 아니죠.”

대답이 재수 없긴 해도, 조유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나이에 상급 정령사라면 후일 얼마나 대단한 정령사가 될지 알 수 없다.

혹, 정령왕을 소환한다면 한국 최초의 대정령사로서 유명세를 떨치게 될 것이다. 그 전에 미리 침을 발라 놓는 건 교관으로서의 특권이었다.

‘호호호.’

대정령사를 키운 교관이란 타이틀만으로도 밥 굶고 다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조 교관에게는 연금복권 같은 타이틀이었다.

제자가 명성을 떨칠수록 스승도 주목을 받는 법이다. 극성맞은 부모들이 돈다발을 들고 찾아올 테지. 이를 다른 교관들도 알고 있었다.

“어허, 무진 생도는 권법가일세. 그러니 내 직전 제자가 되는 게 맞지.”

“권왕 어르신한테 이를 거예요!”

권패가 장난식으로 나섰다가 본전도 못 뽑고 물러섰다. 한편으로 입맛이 썼다. 권패의 주 무기는 권공이고, 권왕과 비교하면 몇 수 아래였다.

반면, 정령, 환술, 마법은 새로운 분야였다. 각기 다른 스승을 둔다 한들 이상하지 않았다. 어디에서든 제자라고 당당하게 말해도 된다. 반면 자신은 무진과 지수를 제자로 둘 수 없다. 그랬다간 권왕이 나타나서 한판 뜨자고 할 것이다.

권패가 포기하자, 다른 교관들은 신이 났다.

“내 비전인 뇌전마도를 알려 주마.”

“마제의 분노를 맛보고 싶으세요.”

“마제께선 명예 사부일 뿐, 진짜 스승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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