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보상(2)
성운맹을 중심으로 권왕가, 무극 길드, 성운 그룹으로 이어지는 연합체를 구성했다. 권왕가의 열세는 성운맹으로선 좋지 않은 일이나, 성운 그룹에겐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근래에 들어 성운 길드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었다. 투귀를 중심으로 성운 길드는 던전을 공략해 레벨을 올리고, 작지 않은 보상을 받았다.
권왕가를 당장은 대신하기 힘들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을 수는 있었다. 더욱이 창황가와 대적 시 권왕가를 돕는다면 권왕이 돌아왔을 때의 대비도 되었다.
성운 그룹으로선 성운 길드의 힘을 과시하고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사업가라면 이런 기회를 놓쳐선 안 되었다. 설령 동맹의 위기를 틈타긴 했어도. 사업은 최소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최선의 이익을 내는 것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일을 해야 하는 것일세.”
“길드 운영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준비해 놓았습니다.”
“자네를 전적으로 믿네만, 남 실장과는 너무 벽을 치진 말게. 둘 다 내게는 소중한 사람이니까 말이야.”
“벽이라니요?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무런 사심도 없습니다.”
“하아, 알겠네.”
성운 길드의 길드장을 놓고 자웅을 겨룬 이후로, 산하와 남 실장의 관계는 껄끄러워졌다. 부장이었을 때와 달리 이사로 승진을 하면서 더더욱.
강 이사를 대하는 남 실장의 묘한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전과는 다른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 정도의 경쟁과 긴장은 동기부여도 되고 나쁘진 않겠지.’
진 회장은 화합만이 정답이라고 보지 않았다. 조직을 이끌어 가려면 경쟁도 필수였다. 물론, 과도한 경쟁으로 소모전이 된다면 둘 중 하나는 쳐 내야 했다. 현재로선 강 이사에 대한 신뢰가 큰 것도 사실이다.
‘고 맹랑한 녀석을 놀리는 재미도 있고.’
다른 건 몰라도 자존심을 앞세우며 당찬 모습을 보였던 무진의 호기를 상기할수록 고소했다. 더욱이 태수의 장래를 위해선 무진과 같은 호전적이면서 실력을 갖춘 경쟁 상대가 필요하다.
‘이건, 뭐 진이의 말대로네.’
날아다니는 회장 위에 인공위성급 아들이 있었다.
산하는 진 회장을 비롯한 여론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아들을 돌이켜 봤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진행되어 소름이 돋았다. 아들은 돗자리만 펴도 굶어 죽지 않을 팔자였다.
‘무당들 백수 되겠군.’
***
화르르르, 화화활!
솨아아아아!
화염 계열 최강인 헬파이어와 빙결 계열 최강인 아이스 브레스의 격돌이었다. 화염과 빙결이 우열을 가리지 못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격전의 극한에 이를 때 용틀임을 하며 기운이 반으로 갈렸다.
우웅, 파아앗!
아쉽게 마지막을 넘지는 못했다. 무진의 화염이 빙결에 사라졌다. 전혀 다른 상극의 폭발에 의한 열기가 연무장에 남았다.
우열은 명백하게 갈렸다.
무진이 입맛을 다셨다. 조금만 더 하면 녹여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기술적인 경험을 무시하지 못했다.
발칸과 마법 대결 이후로 대등해진 줄 알았거늘, 마제 사부도 방심 못할 사람이었다.
“못 이기겠네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마제는 무진의 마도를 테스트해 볼 심산으로 대결을 벌였다. 대마법사에 오르긴 했어도, 수준 차이는 당연했다. 수십 년을 마도에 진심이었던 자신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재능은 둘째 치고, 왜 이렇게 능숙해?’
마력 정수를 빼먹을 때보다 비범함을 넘어 괴물 같은 재능이었다.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마도를 위해 태어난 돌연변이였다. 거기까지는 간신히 이해했는데, 오늘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영국이나 미국의 대마법사와 만난 거냐?”
“그럴 리가요. 그들은 우릴 마법사로 대해 주지도 않잖아요.”
영국과 미국의 고위층은 권위주의와 순혈주의로 무장한 신분제적 우월 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반인이야 의식하지 않겠으나, 그들은 자기들 이외에는 아래로 보는 선민의식의 화신체들이었다.
하물며 대마법사는 미국과 영국에서도 최상위의 로열층이다. 그런 자들이 미개하다고 여기는 동양인을 마법사로 대우나 해 줄까. 세계를 대표하는 초인들이 있다고 해도, 기저에 깔린 성향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 치고, 대마법사 계열 마법은 어떻게 안 거야?”
“책 보고 독학했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이놈이 누굴 놀려!”
“사실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해서 정시로 서울대 갔다고 할 놈일세.
그것도 옛말이긴 하지. 이제는 수시가 더 많아져서 수능만 잘 본다고 되는 세상이 아니다. 정시가 문제가 있다고 해도, 부모의 빽과 교사의 주관적인 점수 위주인 수시보다는 나을 텐데.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다고 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사법고시를 폐지하고, 로스쿨을 만든 결과만 봐도 그렇다. 많은 변호사를 양성해서 적은 비용으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길 바랐으나, 로스쿨 대학은 돈 없으면 애초에 가기 힘들다.
사법고시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개천에 용이 나는 길이었는데 그마저도 막혀 버렸으니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여하튼 마제는 두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지 못했다. 일전에도 그렇고 왠지 모르게 사기당하는 기분이다.
대마법사의 날카로운 직감이 스쳤다.
“개소리를!”
“믿지 못하겠다면 방법은 하나뿐인데요.”
마제도 알고, 무진도 알고 있었다. 시험해 보면 간단한 일이긴 하다. 문제는 인벤토리에 넣어 둔 레전더리 마법서를 보여 줄 순 없는 노릇이다. 그건 후손에게 넘겨줄 가보(家寶)다. 제자긴 해도, 한 번도 가르쳐 본 적이 없는 녀석에게 보여 줄 순 없지 않은가.
“딱 기다려.”
무극 길드의 보고에서 골라서 가지고 와야 했다. 적당한 대마법서를 찾아서 시험해 보면 되는데, 이상하게 당한 기분이었다.
슝!
마제가 사라지고, 멍하니 망부석이 된 도 선배가 있었다. 믿기 힘든 두 눈은 갈피를 못 잡은 채 흔들렸다. 방금 있었던 일들이 현실 같지 않았다.
내가 대체 뭘 보고 있었던 거지?
아빠와 무진이 마법 대결을 한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흥미진진한 구경거리 정도로 생각했었다. 무진의 마도가 나이를 넘어서기는 해도 아빠와 비교하면 태양과 반딧불의 차이였다. 한 수 가르침을 받겠거니, 편한 마음으로 구경했었거늘.
시작하자마자 불꽃이 튀었다.
처음에는 아빠가 애 데리고 장난을 치시나 했는데, 마력의 순도가 차원이 다르다. 얌전히 보고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일 정도로 마력의 폭풍이 심신을 두들겨 팼다.
마력을 쥐어짜듯 사력을 다해서 디펜스 실드를 펼치지 않았다면 관전하다 비명횡사할 뻔했다.
그 말인즉슨, 아빠가 자신마저 잊고 무진에게 마법을 사용했다는 의미가 되었다. 마법사는 이성적인 계산의 총화를 믿는다. 항상 고민하고, 준비하여 전후를 지배하는 냉철한 존재였다. 그런 마법사 중에서도 대마법사는 특별하다. 그리고 아빠는 특별한 존재 중에서도 특별했다.
‘이게 말이 돼?’
아빠의 진심이 담긴 마법을 정면으로 상대했다. 물론, 마법사의 정면 대결을 무인의 정면 대결과 동일시하면 곤란하다. 마법사는 언제나 계산을 통해 답을 찾아낸다. 승리를 위한 공식을 완성해 놓고 싸움에 임했다. 때론 즉각적인 판단에 의해서도 움직이지만, 전투에 대한 마인드가 무인과는 다르다.
고난도 수 싸움.
절대의 마력.
고속의 연산.
이 세 가지가 합쳐진 대마법사 간의 대결은 경이롭다는 표현도 부족했다. 현란함에 가려진 두뇌 싸움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마법의 연계, 이어지는 정밀도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아직도 돋아난 닭살이 들어갈 줄 모른다.
‘……대마법사라고?’
무진의 마도가 6계식이란 걸 알고 얼마나 놀랐던가. 솔직히 1학년 생도가 6계식만 돼도 반칙이었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도 평생 4계식에 전전하는 마법사가 수두룩 빽빽이었다.
그래서 마법사의 수가 부족한 것이다. 숫자가 전부일 순 없으나, 확률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건 당연했다. 서양보다 마법에 대한 지식이 적은 한국에선 마법사로 대성하기란 쉽지 않았다.
마법의 불모지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아빠는 대마법사가 되었으니, 천재란 수식어도 부족했다. 그런 아빠조차 50살이 넘어서야 대마법사가 되었다.
‘얜 대체 뭐야?’
사춘기 대마법사, 아빠의 말로는 아직 완전한 수준에 오르진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9계식의 마법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었다.
단순히 펼치는 수준이 아닌, 마법의 연계와 연환이 실로 놀라웠다. 저레벨의 마법임에도 위력이 상당했다. 같은 레벨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전에 말했잖아, 사부님의 마력 정수와 드래곤하트를 복용했다고. 이 모든 게 사부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야.”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긴 하지.
정석이긴 한데, 예슬이 원하는 답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력 정수, 물론 대단하지. 드래곤하트도 없어서 못 먹지. 그렇다고 쳐도 9계식은 다른 영역이었다.
단순히 마력이 높다고 해서 대마법사가 되진 않는다. 하루아침에 대마법사가 될 수 있으면 평생을 고생하다, 벽에 부딪혀 절망하는 마법사들이 왜 있겠는가.
“혹시, 전생자?”
“소설 많이 봤네.”
“귀환자구나?”
“술 마셨구나.”
다 아니면 더 말이 안 되잖아.
최소한 귀환이나 전생은 했어야지. 그래야 설득력이 있는 전개였다. 각성하고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대마법사가 되느냐고? 천재라는 자부심에 취했던 그녀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나였구나!
“선배도 노력하면 될 수 있어.”
“언제?”
“사부님도 50살이 넘어서 됐으니, 선배도 그쯤이면 가능하겠지. 그것도 빠른 거라며.”
“지금 누굴 놀려! 불공평해!”
“언제는 불공평하지 않았나. 따지고 보면 도 선배도 다른 사람들에겐 불공평한 사기캐지.”
사람은 항상 자신을 위주로 계산한다. 연봉 3천인 사람은 1억을 버는 사람이 3천을 세금으로 내는 걸 당연시하듯. 실상 7천은 번다고 생각하니,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격차가 생긴다. 따지고 보면 고만고만한 벌이에 지나지 않는데.
“난 다르거든!”
“철화 선배가 그러던데.”
이 잡년이 또! 이게 친구야 웬수야!
친구로서 입을 좀 단도리를 시켜야 할 듯싶었다.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다녔다. 더욱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풀어놓으면 어쩌라는 거야? 최소한 주둥이의 안전장치와 필터는 친구 간에 필수 덕목이었다.
슝!
마제가 돌아왔다.
마법서 한 권을 무진에게 던져 주었다. 고르고 고른 흔적이 역력하다. 간단한 마법이 아닌, 보고에서도 흔하지 않은 마법서였다.
“360페이지다.”
“뜬금없으시네.”
어이없지만, 무진은 360페이지를 폈다.
전격 마법 계열로 무공의 암경처럼 파고들어서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서 폭발시키는 지뢰마격(地雷摩擊)이었다.
우웅, 솨아아!
마제는 그 즉시 마법을 발동했다. 연무장 전체를 손바닥만 한 블록으로 빼곡하게 그렸다. 블록마다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간단한 듯한 선형 마법 같지만, 섬세한 마력의 운용이 필요했다.
무진은 흥미를 돋워 주었다.
고스톱에서 10원이라도 걸고 해야 목숨을 거는 것처럼.
“성공하면 뭐 없나요?”
“내가 준 게 얼만데, 또 달래!”
“제가 공짜로 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설마 쫄리세요.”
“……준다. 대신, 실패하면 알아서 해.”
평소라면 유치한 도발에 응하지 않았을 텐데, 저 자신만만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력 정수와 드래곤하트를 빼앗긴 당시가 떠올랐다.
부글부글!
생각하니 더 열 받네.
이 녀석을 집으로 부른 이후로 매번 손해만 보고 있었다. 졸지에 가르쳐 본 적도 없는 녀석을 제자로 들이지를 않나. 여론전에 동원되기까지 했다.
이 버릇없는 제자 놈에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면 어떻게 되는지 깨닫게 해 주리라.
“이제 덮어.”
테스트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놈에겐 한 치의 빈틈도 허락해선 안 되었다. 방심은 금물이라, 시작과 동시에 책을 덮으라고 했다.
“508번.”
찌잉, 푸아앙!
“205번.”
찌잉, 푸아앙!
마제가 번호를 부르는 즉시 무진은 마력을 발동했다. 마법이 발휘되고, 폭발하는 타이밍이 일치한다. 부르는 족족 성공하자 오기가 발동한 마제가 5연격을 주문했다.
퍼퍼퍼퍼펑!
망할!
그렇다면 10연격이다.
펑×10!
중구난방의 연격이 분명한데, 마제는 헛바람을 삼켰다. 속도와 정확성이 아주 기가 막혔다. 정확하게 블록 안에서만 폭발하고 있었다. 폭발의 범위와 위력마저 조절했다. 길드의 마법사들이 보고 배웠으면 하는 고도의 마력 운용이었다.
“미리 배웠지?”
“성질만 다르지, 암파경과 격공의 연계와 비슷하네요. 무공의 원리를 이용하면 간단하죠.”
간단하다니, 어디가?
마제는 이를 갈고, 예슬은 어이가 없었다. 너무 쉽게 성공해서 그렇지, 굉장히 어려운 고난도의 마법이었다. 암중으로 허공을 격해서 타격을 입히기란 책 속의 내용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대마법사에 이르는 마법 운용을 갖추지 않고서는.
‘번호를 알고 있지 않았으면 나조차 당했을지도.’
암경과 격공의 원리를 이용했다고 하지만, 저게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누구든 암살할 수 있었다. 솔직히 어디서 어떻게가 사라져, 흐름을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무공으로도 가능해요. 이렇게.”
퍼어엉, 퍼퍼엉!
이번에는 더 빠르고, 정확하고, 위력적이었다. 암파에 실린 무형기에 마제는 소름이 돋았다. 이제야 권왕의 제자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법과 무공을 번갈아 쓰면 상대도 헷갈리겠죠.”
“……?”
무시무시한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대마도서의 지뢰마격을 단순히 깨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응용하여 최선의 수법으로 탄생시켰다.
배우고, 깨치고, 발전하고.
무공이든, 마법이든 어떤 분야든 이 단계를 거치지 않을 순 없다. 지극히 당연한 수순인데, 마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왜냐고? 시간이 빠졌기 때문이다. 무진은 그 모든 단계를 일수유에 끝내 버렸다.
“아빠, 저게 말이 돼?”
“안 되지.”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은 같은 인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마법은 배울수록 신비하군요. 익숙해지려면 고생을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고~~~~생! 이 새끼가!”
누구 앞에서 고생이라는 거야?
부녀가 길길이 날뛰며 항변하지만, 무진은 담담했다. 실제로 암파경의 원리가 지뢰마격과 비슷해서 손쉽게 깨쳤을 뿐이지, 보다 효과적으로 응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레전더리 마법서가 궁금하네요.”
“……안 된다!”
“한 번만 볼게요.”
“절대 안 돼!”
이놈이 이제는 하나 남은 비전 마법서까지 빼앗으려고 하네. 방금 한번 보고 응용까지 거침없이 시전했다. 비전 마법서를 내주는 즉시 자신은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
“쩨쩨하시네.”
“그게 할 소리냐!”
“권왕 사부님은 안 그러셨는데.”
“이 자식이 필살기를!”
살면서 남한테 비교당한 적 없었던 마제였다. 안면 근육이 제 의지를 잃어버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하필이면 단순무식의 대명사이자 마법사와 상극 중의 상극인 권왕과 비교하다니! 대마법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망언이었다.
와!
예슬은 무진의 극딜에 혀를 내둘렀다. 아빠가 저리 당황하는 모습은 생전 처음 봤다. 무진이 아버지한테서 마력 정수와 드래곤하트를 받았다고 할 때도 반신반의했었다. 내 아빠지만, 쫌생이거든. 한데, 무진의 화술을 경험하고 나니 이해가 된다.
‘어이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