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156화 (157/374)

156. 기연(2)

화르르르!

솨아아아!

화염과 빙결이 서로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열기와 빙결이 용호상박으로 뒤엉키며 섬뜩한 위력을 발산했다.

극렬극빙을 반복하는 가운데, 무진은 영역을 넓혀 맹렬히 저항하는 빙결을 잡아먹었다.

후아아아앙!

마지막 용틀임하듯 뿜어져 나간 화염.

스쳐 지나간 자리엔 주저앉은 도예슬이 있었다. 머리카락이 그슬려 부슬부슬한 볼썽사나운 꼴이긴 해도, [은린성갑]의 가호는 정상 작동했다. 다만, 빙마력의 소진이 한계에 이르렀는지 백안이 흔들렸다.

-……주인, 대체 뭐야?

“뭐긴, 네 주인이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래?

“드래곤하트를 복용했다고 했잖아.”

-개소리…… 까악!

“말 예쁘게 해라.”

-멍멍이 같은 말씀이잖아요!

도예슬이지만, [빙정]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의 주인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였다. 도저히 어찌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차라리 처음부터 무공을 썼다면 모를까. 마도식이 아닌 순수 마력만 놓고 본다면 빙마력으로 압도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주인은 인간이 맞아?

“빙마력의 화신인 빙정이 고작 이 정도에 놀라면 쓰나.”

-여기서 더 나가면 조절하기 힘든데.

“조절하게 해 줄게.”

무진의 마도가 정점에 도달하고 순수한 결정이 마력으로 전환되자 [빙정]은 마른침을 삼켰다. 개방 상태를 2단으로 조절했기에 여력은 아직 무궁무진했다. 그런데도 무진을 마주하면 오금이 저렸다.

-괴물 같은…… 까악!

“말 예쁘게 해라.”

-……씨발, 이건 욕이 아니잖아.

“흠, 그렇군.”

-근데 왜 때려…… 까악!

“실수.”

열이 뻗친 [빙정]은 3단을 건너뛰고, 4단을 개방했다. [빙정]조차 통제 불능의 단계라서 봉인해 두었거늘.

잘못되면 전부 주인 탓이야!

솨아아아아!

화르르르르!

2차전이 시작되는 순간 [빙정]의 영력은 빙마력으로 인해 폭주했다. 마도와 기교는 전보다 떨어지지만, 압도적인 빙마력이 화력과 팽팽히 맞선다.

-카카카카카카, 죽어랏!

“나쁘지 않아.”

[빙정]은 빙마력의 화신이 되었다. 식이 정해져 있지 않은 본능의 영역이라 다듬어지지 않고 투박했다. 하나, 그걸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빙정]의 마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본능과 권능이 결합했다고나 할까.

무진은 9계식의 마력에 드래곤하트에서 얻은 용마력을 더했다. 그래야 할 만큼 마력 대결이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후아아아앙!

천지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화염과 빙결의 폭풍. 결계를 치지 않았다면 권왕가 전체가 아비규환의 장이 되었을 터.

자연재해급의 점입가경으로 치달았지만, 무진은 더욱더 몰아붙였다.

압박 대련의 정수였다.

‘누르면 누를수록 그 이상으로 반발하는구나.’

도예슬과 [빙정]은 성향이 비슷했다. 강하게 누를수록 용수철처럼 강하게 반발하며 저항한다. 그러다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일련의 과정은 판박이였다.

쏴아아아!

화염이 얼어 가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흔히 볼 수 없는, 열역학의 법칙을 깡그리 무시하는 이적이 펼쳐졌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교차하며 혼란을 겪게 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듯 위태로웠다.

휘이이잉, 푸스스스!

단계를 벗어나는 빙마력. 예측 가능했던 범위를 깔끔하게 벗어났다. 절대마도인 9계식에 이르렀음에도, 화염마도만으론 상대하기가 벅찼다.

흠.

그녀가 어째서 서리마녀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화신체가 된 빙정은 상식적인 선을 벗어나 있었다. 폭주할수록 생명력을 깎아 먹는 대신 강력한 파괴력을 내었다. 컨트롤되지 않는 영역이라면 굉장히 위험하고 불안정하다.

더욱이 단순 빙마력이 아닌 영력이 결합되어 권능과 비슷한 효과가 있었다. 같은 마력을 동원해도 빙정의 빙마력이 훨씬 더 위력적이고, 까다로웠다.

“거기까지.”

-카카카카카, 죽엇!

뽕을 맞은 듯 즐거운가 본데, 생명력이 소진되는 중이다. 무한대에 가까운 [빙정]의 영력과 달리 도예슬의 육체는 한계가 있었다. 서리마녀에 도달하려면 육체의 단련이 병행되어야 했다. 더욱이 소진된 마력을 다시 채우려면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꽈악!

-……카아아악!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추궁과혈이었다. 오해가 없기를 바라며 도 선배를 두들겼다.

무면허긴 해도 무진의 추궁과혈은 효과가 좋았다.

퍼퍼퍼퍼퍼퍽!

전신을 타혈하여 통제되지 않는 [빙정]의 빙마력을 안정화했다. 광기에 젖은 영력이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지만, 추궁과혈앞에 장사 없었다.

“괜찮아, 내 주먹은 약손이거든.”

맞은 영성과 맞지 않은 영성의 차이랄까. 안타까운 현실이나, 폭력의 미학은 만물을 가리지 않았다. 광기에 젖어 발광하듯, 목청을 돋웠던 [빙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만…… 돌아왔…… 까아!

“실수.”

-한 방은 실수지만, 열 방은 실수가 아니지!

“똑똑하네.”

무진은 실수를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빙정]만 속이 터질 뿐이다. 그러나 화가 나는 것과 별개로 능숙해지고는 있었다.

경험의 여부가 이렇게나 컸다.

그래도 그렇지!

한 방으로 끝낼 거 아홉 방이나 더 맞았다. 일부러 그랬다는 걸 알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일관된 [빙정]의 눈물이면 될까?

흠칫!

빙정의 눈물은 빙마력의 결정체였다.

주인이라면 마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눈물을 쥐어짤지도 모른다.

결론은 더 많이 맞는다.

“그만, 들어가.”

-피이, 어차피 나나, 얘나 하난데. 그냥 나로 하지.

“들어가라.”

-우리가 하나가 되면 주인도 위험할걸!

“지수한테 전해 주마.”

-……내가 잘못했어.

……?

내가 모르는 둘만의 야합이 있나? 하긴 둘이 합쳐 봤자 지수와 비교하기에는 정신연령에서부터 차이가 컸다. 무력이야, 지수도 벽을 넘으면서 점점 원래의 전력을 찾아가고 있었다.

현재 지수는 전투력 상승을 위해서 할아버지와 함께 던전에 들어갔다. 정확한 날짜가 잡히지 않아, 지역을 상정해서 도는 중이다.

무진은 권왕가의 주축이 되어 세상을 구할 할아버지와 손녀의 활약상이 기대되었다.

끄응!

[빙정]이 들어가고, 도 선배가 깨어났다. 기억을 공유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현재로선 차단해 놓은 상태였다. 차후, 서로 어떤 식으로든 협상해야 했다.

누가 주가 되고, 누가 보조적인 역할을 할지는 선택 사항이었다. 무진은 [빙정]과 도 선배 중 어느 쪽이 효율적인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선배, 이제 정신이 들어?”

“하아, 이번에도 정신을 잃었구나.”

“선배는 여전히 압박에 많이 약해.”

“나만 그런 거 아니거든.”

“공유했나?”

“그건 아닌데, 느낄 순 있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성운맹의 핵심이자, 무진의 최측근으로 활약하려면 예슬로선 실력을 키워야 했다. 1학년 중 지수를 빼면 비슷할 것 같았는데, 혜진이도 만만치 않았다. 2년의 기간을 고려하면 나머지도 비슷하다고 봐야 했다.

‘이렇게나 강하다니!’

마법대련을 할 때만 해도 자신이 있었다. 비록 완벽한 6계식은 아니지만, 충분히 해 볼 만한 줄 알았다. 웬걸, 무진의 마법은 6계식을 넘어섰다. 세간에 알려진 5계식도 진실을 모르는 아둔한 자들의 평가에 불과했다.

그래도 자신만 알고 있어서 나쁘진 않았다.

‘대단해!’

드래곤하트를 먹었다고 해서 계식 자체가 상승하진 않았다. 그만한 경지에 이르렀기에 가능한 영역이었다. 무진은 아카데미의 날고뛰는 생도 중에서도 매우 특별했다. 게다가 아버지의 제자가 되었으니 이제는 지수와 동급이었다.

“사제라고 불려도 돼?”

“안 돼.”

“너무 좋아.”

……?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은 육체만큼이나 철벽 방어였다. 받아 주지 않을수록 감질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나한테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 평등하기에는 기회는 열려 있었다.

미간을 찌푸린 무진은.

“빙정이군.”

“……아니거든!”

확실히 방심은 금물이었다. 정신이 번쩍 든 예슬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 여기서 선을 넘으면 장난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자칫 진짜로 정신이 나가서 [빙정]이 나올 수도 있었다. [빙정]을 받아들였지만, 육체를 빼앗기는 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장난은 그쯤 하고, 마나회로나 점검해 봐.”

“그건 알겠는데, 아예 장난은 아냐.”

예슬은 무진에게 호감이 있었다. 남녀 사이의 당연한 이성적인 감정이었다. 시작이 좋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무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만약 무진을 만나지 못했다면 속성에 잡아먹혀 자아를 잃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강하잖아!’

나를 이렇게 대하는 사내는 처음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강렬한 주먹질이다. 사실 그 느낌은, 뭐랄까? 신비롭다고 해야 하나. 더욱이 맞으면 맞을수록 강해지고 있음을 몸소 체감했다. 엄청나게 아프지만, 충분히 감내할 만했다.

‘내가 이런 성격이었나?’

마조군단의 정신을 온전히 이어받은 모습이었다. 다만, 원래 이런 성격인지는 조금 헷갈렸다. [빙정]과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애초에 주인님으로 부를 때부터 운명적인 만남일지도.

‘빙정하고 뭔가 있어.’

딱히 있지는 않지만, 예슬은 마법사답게 상상력이 풍부했다. 없었던 일도, 있었던 일처럼 맘대로 상상하고 있었다.

흠.

무진은 도 선배의 적극성이 사요공의 부작용인지를 살폈다. 아군의 중요 전력이자, 마제를 끌어들일 중요한 명분이었다. 그녀는 차후 무극 길드를 정리할 때 명분을 줄 개연성이었다.

‘빙정을 개화할 필요도 있고.’

지수와 도 선배는 광기를 속성으로 두고 있었다. 힘의 폭증을 통해 강함을 얻는 대신, 냉철한 판단력을 잃는다. 제아무리 강력한 병기도 다스리지 못하면 무의미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적군의 중심에 풀어놓는다면 모를까, 그런 환경을 매번 제공하긴 어렵다.

광기를 조절하지 못하면 자아를 잃고, 주변까지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때 가서 될 거라는 안일한 태도는 무책임했다.

최대한 한계까지 끌어내면서 자아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도 선배, [빙정]을 교대로 상대해 벽을 제거하고, 합일할 계기를 만들어야 했다.

‘사요공이 무너지면 곤란하기도 하고.’

암중 세력은 도 선배를 이용하려고 했었다. 지금이야 상황이 여의찮아 사태를 주시할 뿐, 언제 다시 마수를 뻗칠지 알 수 없다.

마제 사부와 달리 도 선배는 여전히 미숙했다. 행여나 정신이 장악되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다른 건 몰라도 정신 방벽을 위한 세뇌는 필수였다.

우우우웅!

가부좌를 튼 도 선배가 마나회로를 돌리는 때, 사요공을 강화하는 작업을 수반했다. 주기적인 확인을 통해 마수(魔手)가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