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154화 (155/374)

154. 호가호위(2)

“문제는 무극 길드도 온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 딸바보가 방치했을 린 없을 테고, 정말 쉽지 않은 문제로구나.”

“그래서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조심한다고 될진 모르겠군.”

10대 초인의 자존심은 때론 이성을 흔들 때가 있었다. 만약, 암중 세력이 그 방심을 찌르고 온다면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다행이라면 딸바보가 딸이 위험에 처한 것도 몰랐다는 점이다. 그러니 그 자존심 강한 마제가 속으론 욕해도 무진의 제안을 따른 거겠지.

“어쩌려는 게냐?”

“사부님은 당분간 조용히 지내는 편이 좋겠어요. 차라리 조금 당해 주세요.”

무진이 마제의 부름에 응한 1차적인 목적이었다. 딸바보로 유명하단 점을 적절히 이용했다. 예전부터 그래 왔던 것 같으니, 부자연스럽진 않았다.

“그렇게 하마.”

권왕은 의문을 제기하진 않았다. 암중 세력에 대한 분노는 그대로긴 해도, 제자가 그리는 큰 그림에 방해가 될 생각은 없었다. 더욱이 암중 세력과의 대치에서 제자는 천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제자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투귀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왜 그런 눈으로 보냐?”

“청개구리처럼 반대로만 했던 놈이 맞나 싶어서.”

“대체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야!”

“아닌 척하지 마라.”

투귀가 정색하며 쳐다보자 권왕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지나온 과거가 양심의 발목을 잡았다. 외면하면 그만이긴 해도, 다 아는 처지에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보다 성운 길드는 어때요?”

“마검인지 뭔지 하는 놈이 거슬리지만, 지가 어쩌겠어? 처맞으면 다 되니 걱정하지 말거라.”

“남 실장은 조용한가요?”

“감정을 드러낼 만큼 허술하진 않지만, 적의는 확실히 있는 것 같더구나.”

“진 회장님이 아버지를 총애할수록 견제가 심해질 거예요. 그러니 방심은 금물이에요.”

아버지를 보호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는 무진의 요구에 투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굳이 보호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산하는 강했다. 솔직히 순수 역량만 놓고 보면 성운 길드의 2인자는 산하였다. 거들먹거리는 관유비도 산하의 적수가 아니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과잉보호라니까.”

“아버지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요.”

“하긴 네놈이 언제 내 말을 귓등으로라도 듣기나 했느냐.”

“경청하고 있습니다.”

투귀의 잔소리에도 무진은 그다지 신경 쓰진 않았다. 말로는 저러지만, 아버지하고는 궁합이 잘 맞았다. 아버지가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술이 대화의 물꼬를 터 주었다.

다만, 음주 후 훈련은 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취하면 꼭 이기네, 마네로 시끄러웠다.

“회의는 이쯤 하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환잔데!”

투귀의 엄살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무진의 치료는 완벽했다. 어차피 계획이란 강력한 무력을 바탕으로 해야 했다. 사부님, 투귀, 지수의 전투력을 지금보다 끌어 올릴 필요가 있었다.

무진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지수, 사부님, 투귀의 전투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 셋이야말로 온전히 비밀을 공유하고 있기에 암중 세력에 당하면 곤란했다.

“지금보다 2배만 더 강해지세요.”

“말 참 쉽게 하네.”

“우리가 너냐?”

“무진아, 나는 성좌의 선택만 받아도 되잖아.”

빠질 사람은 빠져도 된다고 무진은 말했었다. 다들 투덜거릴 뿐, 누구도 빼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무진은 그저 약간의 충고를 해 줬을 뿐이다.

“투귀 어르신이 가장 약하네요.”

“……그럴 리가!”

“조만간 사부님은 지수에게도 따라잡히겠어요.”

“아직 나는 건재해.”

“확실히 얼굴은 유정이나, 혜진이 낫다.”

“무진아, 뒤질래!”

지수는 유독 혹독하게 다루었다. 절대 욕먹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지수는 세상을 구해야 하는 운명의 영웅이었다.

다른 분들과 똑같이 대해서야 쓰나.

퍽!

까악!

다시 말해 봐.

아까 뭐라고?

***

무진의 명성과 악명이 아카데미에 자자한 가운데, 마제의 제자가 되었다고 했다. 마제가 명예 사부를 자처했다는 사실에 다들 헛바람을 삼켰다.

말도 안 되지만, 헛소리로 치부하진 않았다. 다른 이도 아니고 마제는 우리나라 최강의 대마법사다. 그런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자를 사칭한다? 미치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일이다.

무진의 과거를 상기하면 똘기가 충만한 건 알겠으나, 되지도 않는 짓을 할 만큼 무모하진 않았다. 더욱이 성운맹의 빠순이가 된 도예슬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연관 관계가 있으리라 짐작을 하게 했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권왕의 제자.

마제의 제자.

뒷배경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차라리 처음부터 권왕가와 무극 길드의 혈육이었다면 모를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벌써 자수성가한 것이다. 단순히 ‘운빨’이라고 하기엔 성운맹의 창립 멤버이자 핵심이었다.

화르르르르!

무진은 현재 마법반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상대는 부족하나마 상원이었다. 요즘 들어 절치부심해서 그런지, 실력은 꾸준히 늘고 있었다. 다른 애들도 덩달아 강해져서 티가 잘 나지 않을 뿐이다.

“……화염포 10발?”

“20발까지 가능해.”

“5계식이라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

상원의 마도가 4계식인 걸 고려하면 마법반의 생도들은 눈이 튀어나왔다. 불과 얼마 전에 마도를 배웠다고 하는 녀석이 5계식에 들고, 마력양도 상상을 초월했다. 갑자기 너무 강해져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부릅!

상원의 눈은 튀어나오려고 했다. 자신도 제법 빠르게 성장해 왔었다. 무진과 처음 대결을 할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였다. 그때만 해도 2계식이었는데, 지금은 완벽하진 않더라도 4계식이었다. 무공은 그렇다 쳐도 마법까지 잘하면 사기 아닌가?

“대체 어떻게?”

“드래곤하트를 복용했어.”

“……?”

“마제 사부님의 특제 마력정수도 마셨지.”

“……?”

무진의 무심한 발언에 구경하던 생도는 물론, 마법 교관 동용상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금 제대로 들었는지, 이비인후과에 가 봐야 할 것 같았다.

분명 헛소리여야 했다.

그런데 무진은 5계식의 마도를 보여 주었다. 이론은 빼어나도, 마나 부족으로 마도를 대성하기는 어렵다고 봤거늘.

이번에도 무진은 모두가 보란 듯이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을 깨 버렸다. 다만, 부단한 노력이라고 하기에는 드래곤하트와 마제표 마력정수가 가져온 충격이 컸다.

“저 새끼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하트라니!”

“망할! 드래곤하트를 복용했으면 최소 6급의 마나였어야지!”

부러운 건 둘째 치고, 무진의 저조한 마나흡수력에 마법반의 생도들은 허탈해했다. 드래곤하트와 마력정수를 자신들이 마셨다면 마나만으론 마도사가 부럽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놀랍구나! 드래곤하트를 복용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마제 사부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설령 그렇다고 한들, 네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소용이 없지.”

“다른 건 몰라도 제 심장이 튼튼하긴 합니다.”

동 교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하트는 영약이면서도 독약이기도 했다. 함부로 복용했다가는 드래곤의 마력에 잠식되어 용인화가 될 수 있었다.

드래고니안이면 좋지 않으냐고 하는데, 드래곤의 순수한 본능인 포악성을 고려해야 했다. 원초적인 본성을 다스리지 못하면 포악한 용인이 되어 큰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마제님의 제자가 맞구나.”

“운이 좋았습니다.”

“이제는 나도 함부로 대할 수 없겠어.”

“평소처럼 대해 주세요. 사부님도 그런 걸 내세우길 바라진 않으니까요.”

마법사가 무인처럼 항렬을 크게 따지진 않는다고 해도, 무진보다 높은 배분은 손가락에 꼽힌다. 마제의 직속 제자가 되었으니, 어중간한 마법사는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존귀한 위치가 되었다.

더욱이 1학년이 5계식에 들어섰다. 먹은 것에 비해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한들, 군계일학의 성취였다. 마법 외에도 권왕의 무공을 배우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었다.

‘마나는 둘째 치고, 이론적 성취 없이는 불가능하지.’

다들 지수를 아카데미 최고의 천재로 꼽지만, 무진도 그에 못지않은 천재였다.

부족한 잠재력과 속성을 양으로 때려 박긴 했어도, 극복했단 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다만,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하기에는 찜찜했다.

“아, 무극 길드가 성운맹의 생폭 방지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냐!”

내세우길 바라지 않는다며?

실제로 무진이 원하지 않았다면 무기명제자로 조용히 처리했어도 되었다. 마제가 은밀하게 키웠다고 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한데도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다.

-이 새끼…… 이 녀석이 내 제자다.

마제의 공식 발표와 함께 무진은 대놓고 마법을 과시했다. 내세우길 바라지 않았다고 겸양을 떨었지만, 속내는 내가 대단한 배경을 가졌다고 광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권왕가와 무극 길드는 물론, 성운 그룹과도 관련이 깊었다. 순수한 혈통이 아니더라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위치에 도달했다. 셋을 빼더라도 개인의 실력도 뛰어났고, 의협단의 부단주란 아카데미 내 막강한 영향력을 갖추었다.

소문엔 교장과도 커미션이 있지 않나 의구심이 들고 있었다. 일개 생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영향력과 이권이 몰렸다. 그러면서도 부담감을 느끼기는커녕 즐기고 있었다.

동 교관은 인정했다.

‘난놈이네.’

정령, 연금, 환술, 주술도 한다지만, 무공과 마법만으로 능히 아카데미 최고의 생도였다.

예전처럼 잠재력과 속성이 부족하단 평가도 흐려졌다. 반 학기에 되기도 전에 약점을 전부 극복한 녀석인데, 5년이 넘는 기간이 남아 있었다.

‘성좌의 선택만 잘된다면?’

훨씬 더 난 놈이 되고도 남는다. 그래도 여전히 아카데미 최고라는 평가는 나오진 않았다.

***

3학년이 가세한 성운맹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세력이 되어 갔지만, 반대급부로 고학년의 불만도 높아졌다. 저학년에게 훈계를 받은 고학년으로선 기분이 좋을 리 만무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반기를 들기는 어려웠다. 성운맹은 생폭이란 가장 큰 무기를 담보하고 있었다. 적대하다 생폭 가해자로 낙인이 찍히면 곤란했다.

더욱이 명분도 없이 성운맹을 건드렸다가는 저학년이 고학년을 탄압하는 구도로 비칠 수 있었다.

사회 진출 시 입지를 다지려면 세간의 이목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힘들다. 결국, 성운맹을 거스르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파도가 지나가기를 바랐거늘, 가만히 놔두지도 않았다.

성운맹의 정식 맹도는 자부심이 강했다. 불의를 절대 참지 않았다. 더욱이 개인이 아닌 성운맹이란 거대한 세력이 배후에 있었다.

사람이란 늘 그렇듯, 호가호위는 기본이다. 등에 업은 세력을 과시했다.

“선배님, 아카데미에서 침을 뱉으면 안 됩니다.”

“선배님,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선배님, 동급생을 괴롭히는 행위는 옳지 않습니다.”

성운맹의 이름으로 생도들의 자율적인 규율을 더욱 강화하여 생폭을 금지하고 공중도덕을 지키도록 강요했다. 싱가포르도 이쯤 되면 한 수 접어줘야 할 정도다.

“너희들이 뭔데 간섭이야?”

“이 새끼들이 선배 알기를 개호구로 보나!”

“언제 한번 걸려,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불만분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모여서 세력을 규합하기에는 명분에서 밀렸다. 아카데미 규율을 무시하고 우리 맘대로 살겠다는 방종으로 들릴 뿐이다.

그럴수록 고학년의 중심 파벌로선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성운맹을 무너뜨리려고 틈을 노렸다.

“이게 뭔 개 같은 꼴이야!”

“아카데미가 어찌 되려는 건지. 전통과 관행을 지켜야지!”

“아주 상전들 나셨네!”

반(反)성운맹을 외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지만, 힘이 실리진 않았다. 대의명분을 갖춘 성운맹이 워낙 강성해서 숨죽이며 은밀히 회동했다.

“동지들, 기다리면 곧 때가 올 것이다!”

“반성운맹이여, 영원하라!”

“강무진 개새끼!”

음지로 기어들어 간 그들은 와신상담을 외쳤다. 아무도 없는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쓰벌, 나는 왜?’

박쥐를 택한 배준상은 울고 싶어졌다. 이게 다 토끼몰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선배들은 알고 있을까? 저번에 한 일로 복귀각인 줄 알았더니, 갈수록 첩첩산중이었다.

나도 같은 편이잖아!

왜 자꾸 다른 편을 시켜!

‘만날 이번만이래!’

그렇다고 반기를 들기엔 무진의 심기가 너무 노련하다. 애송이들이 감히 상대하기 어려운 치밀한 심계였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흘러가서 소름이 돋았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악랄함까지.

그래도 같은 학년도 아니고 고학년 사이라 쫄렸다. 들키는 순간 끝장이기에 철저하게 감추어야 했다.

‘설마, 잊진 않겠지!’

영화든, 소설이든 박쥐의 말로가 좋지는 않았다. 하나, 배준상은 교토삼굴을 되새겼다. 하늘이 무너져도 계획만 있다면 빠져나갈 구멍은 있는 법이다.

우중충한 선배가 갑자기 다그친다.

“너는 왜 안 외쳐?”

“강무진 개새끼!”

이건 진심일까, 연기일까?

아무래도 전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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