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145화 (146/374)

145. 흑역사 치유사(1)

“왔군.”

무진이 주목한 사람은 정부 산하 던전 공략팀을 이끄는 인물이었다. 이름은 백의산, 실력은 백작급이다. 정부 요원치고는 등급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대다수 능력 있는 헌터는 가문과 길드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사람 나고 돈 나지, 돈 나고 사람 나지 않는다고 해도 보수를 무시하긴 힘들다. 연봉 5천과 5억의 차이를 겸허히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안산, 동시다발, 백의산]

지수가 알려 준 정보를 토대로 분석하여 시간과 장소를 특정했다. 확률을 최대한 높였으나, 단정하진 않았다. 이제까지 막은 일들이 대단치는 않아도, 나비효과를 일으켰을 수도 있었다.

다만, 던전의 오픈은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이 컸다. 인과를 따지기엔 던전은 다른 세계의 차원 구멍이었다. 나비효과가 던전의 오픈에도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이다.

무진은 예정대로 열릴 던전과 백의산을 특정한 후, 던전 공략팀이 진입할 던전을 선택했다.

경쟁은 치열하지 않았다. 대다수 길드는 통상적으로 정부 요원과 함께 공략하기를 꺼리는 편이다. 길드는 더 많은 마진을 원하는 한편, 정부는 통제와 안전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웅성.

던전에서 필요한 물건을 챙기고 최종 점검을 하는데, 유사(類似)삼형제가 휴식을 취하던 장소가 시끄러웠다.

정부의 요원들이 있는 만큼, 분란은 의외였다. 연봉과 실력에서 길드보다 떨어지긴 해도, 정부 요원에게 밉보이면 여러모로 불이익을 받는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불편했다.

흠!

친구 없게 생긴 태천 형을 알은체하는 길드원이 있었다. c급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 모였으니 대형 길드 소속은 아니었다.

81mm 박격포 마크가 가슴에 오버로크 되어 있었다.

박격 길드는 중견 길드와 소형 길드 사이의 길드였다. 꼴에 소형 길드는 아니라고 어깨에 힘 좀 들어가 있었다. 사자가 없는 것도 확인했으니 더더욱.

“이게 누구야, 김태천 아냐.”

“곽상배! 우리가 인사할 사이는 아닐 텐데. 알은체하지 말고 저리 가.”

“오오! 찐따 새끼가 친구가 생기더니 배짱도 생겼네. 한데, 끼리끼리도 아니고 왜 이리 다들 똑같이 생겼냐! 배다른 형제들이냐? 크크크크!”

도후와 장후가 발끈했다. 태천이 놀림을 받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같은 급으로 싸잡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동료의 모욕은 내 알 바 아니나, 나를 모욕하는 건 참지 못하는 법이다.

“시비 걸지 말고 가라고 했다!”

“이 새끼가 안 보던 사이에 간이 많이 부었나. 꼴에 친구들 앞이라고 자존심 좀 세워 보겠다는 거냐!”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가라고. 친구가 있든 말든 네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잖아.”

“하아! 네가 아주 감을 잃었구나! 좋은 말 할 때 눈 깔아라.”

곽상배는 아카데미 시절 눈도 맞추지 못했던 김태천이 삐딱한 자세로 귀찮아하는 기색을 보이자 화가 치밀었다. 뒤에서 키득거리는 동료들이 비웃는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 새끼가 뭘 잘못 처먹었나!’

세월이 흐르긴 했어도 한 번 찐따는 영원한 찐따였다. 병신 같은 새끼가 세월 좀 지났다고 과거가 사라진 것처럼 대하자 빈정이 상했다.

영 감을 잃은 모양인데, 그렇다면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 주는 수밖에. 이번에는 죽을 때까지도 잊지 못하게 해 주마.

반대로.

휙휙!

귀찮은 날파리를 쫓듯 태천은 팔을 휘휘 저었다.

아카데미 시절 하루도 쉬지 않고 괴롭혔던 녀석이지만, 이제 와 화풀이를 하기엔 귀찮았다. 솔직히 너무 대단한 놈을 봐서 이런 거에 화내는 것도 우스웠다.

“이 씨발 놈이, 진짜 죽고 싶어!”

“그만.”

상투적이고 유치해서 더는 봐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싸움이라도 나면 저 멀리서 눈을 부라리고 노려보는 정부 요원들이 개입할 것이다.

요원이 나선다고 사태가 비화하진 않더라도, 사사건건 간섭할 요인이 되었다.

그러니 화풀이는 던전 안에 들어가서 조용히 해야 한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비를 털면 나중에 증거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기본적인 사항도 모르는 잡것하고는 대화 자체가 낭비였다.

“넌 뭐야?”

“쉐도우 길드의 강운 부장이다. 그러는 넌 뭔데 남의 길드원한테 시비지? 혹시 본 길드와 해보자는 거야?”

“개인적인 친분일 뿐이야. 길드와는 상관없다고!”

“길드원 간의 다툼이 개인적인 일이란 말은 처음 듣는데. 박격 길드는 길드원이 해를 입으면 모른 척하나.”

“블랙마켓 주제에 잘난 체하기는! 우릴 건드리면 길드 연합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다!”

쉐도우 길드는 최소 중견 길드 규모는 되었다. 박격 길드 같은 어중간한 길드는 단숨에 뭉개 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도 주제를 망각하는 연유는 쉐도우 길드가 블랙마켓이라 길드 연합에 가입하지 못해서다.

그걸 믿고 설치는 모양인데, 박격 길드장이 이 장면을 봤다면 눈앞의 버러지는 오늘내일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자기가 뭔 짓을 했는지 아직도 모르는 눈치였다.

“어이, 거기. 이거 정말 박격 길드의 총의인 거 맞지?”

“……아닙니다! 이봐, 어서 이리 와!”

방금까지 낄낄대던 이들이 정색하며 급히 버러지를 데리고 뒤로 빠졌다. 강 부장이란 자가 쉐도우 길드를 언급할 때 알아서 빠질 줄 알았던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곽상배는 동료들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이러는 겁니까, 선배?”

“이 미친놈이! 쉐도우 길드하고 싸우기라도 할 셈이야?”

“그래 봤자 블랙마켓이잖소!”

“쥐도 새도 모르게 파묻히고 싶은 거냐? 그럴 거면 탈퇴하고 프리랜서로 가서 싸워! 우리까지 죽이지 말고!”

“길드 연합이 있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다들 잘한다고 하니까 아주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야. 길드 연합이 이런 사소한 다툼까지 개입하는 거 봤어? 이 바닥에서 법이 주먹보다 가깝냐고!”

곽상배도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 방금 자신도 법보다 주먹을 내세웠다. 저 건방진 찐따 새끼 때문에 화가 나서 자존심을 세운 것에 불과했다. 괜히 선배와 동료들에게 밉보인 짓을 하고 만 것이다.

‘씨발 놈이 화를 돋워서는!’

자기가 원흉이 분명하나, 빌런의 특징대로 자기 잘못을 고스란히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곽상배는 이렇게 꼬인 모든 연유를 김태천에게 전가했다.

한데, 그 원흉이 들은 척도 않고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빠드드득!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도 곽상배는 선배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두고 보자!’

태천은 밝히고 싶지 않았지만, 아카데미 시절 괴롭힘을 당한 흑역사를 설명했다. 어릴 때긴 해도 기억에서 사라지진 않았다. 인생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마다 떠올라서 괴롭히곤 했다.

“솔직히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여전해. 하지만 나도 어른이고, 그 시절에 얽매이고 싶진 않아.”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은 아니다. 잃을 게 많아져서 그런지, 제법 성숙해진 태천이었다.

현명한 판단이나, 무진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딴 시답지 않은 얘기는 그만하지. 지겨운데.”

“……넌 공감이란 게 없는 거냐?”

“태천 형, 코끼리가 개미한테 감정이입 하는 거 봤어?”

“못 봤지.”

비유가 찰떡이라, 울화가 치민다.

이런 놈이 생폭을 없애는 선봉장이었다니!

세상 사람들이 전부 속고 있었다. 피해자에게 공감해서가 아니라, 아카데미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의도가 있으면 어때. 생폭은 없어지고 있잖아.”

“네 나이답게 순수하면 어디가 덧나냐?”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말로만 나대는 잡것들의 공허한 정의보단 훨씬 나아. 아니라면 나한테 돌을 던져.”

“젠장, 맞는 말이네.”

세상은 속내를 숨긴 위선자들이 판을 친다. 자기 이득을 위해서라면 표리부동은 기본사양이었다.

그런 이들과 비교해 무진은 약간의 이득을 위해서 아카데미의 대의와 기강을 세웠다.

이득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선의만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성취였다.

갑자기 도후 형과 장훈 형이 나섰다.

“아까 네가 나서지 않았으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았어!”

“어떻게 저딴 녀석과 내가 닮았다는 거야?”

곽상배 못지않은 도후와 장훈의 혐오감 가득한 시선에 태천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 인간들에게 정상적인 반응을 기대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닮았는데.”

“어디가!”

“전혀!”

“그냥 칼 물고 죽겠다!”

농담이 아니라 셋 다 서로를 극혐했다. 자기들도 닮은 걸 알기에 유사삼형제는 폐부를 찔렀다. 다른 건 다 참아도 그것만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긴 했지만, 던전 진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선두는 정부의 던전 공략팀이었고, 그 뒤를 박격 길드와 우리가 따랐다.

후미에 선 무진이 의례적인 주의를 주었다.

“던전은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야. 어쩌면 내가 막아 내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

네가 막지 못하는데, 마음 단단히 먹는다고 달라지냐?

각설하고 c급 던전에서 그딴 일은 벌어질 수가 없다. 던전 각성의 범주도 3단계를 넘진 않았다. 설령 sss급 던전일지라도 무진을 위협하진 못했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너무 긴장하진 말고.”

“우리한테도 조금은 아니잖아.”

사람마다 의미하는 경계가 다르기 마련이다. 무진이 조금이라고 하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금까지 공략한 던전 중 조금이라도 위험했던 적이 없었다. 무진이 작정하면 던전 자체를 통째로 날려 버릴 수도 있었다.

어쨌든 던전에 발을 들였다.

-c급 안개 던전

안개의 밀도가 높아서일까, 들어설수록 시야를 가리고 민첩성을 제한했다. 중력의 가미보다는 안개 자체가 끈적끈적해서 몸을 잡아챘다.

“소리의 전달도 작아지거나 느리네.”

“안개가 소리를 먹는 것 같아. 그새 선두도 보이지도 않고. 이러다가 보상은커녕 들러리만 서다 끝나는 거 아냐?”

“공략은 됐고, 태천 형은 흑역사부터 지우자.”

“하하! 역시 너답네.”

앙금은 원래 남겨 두지 말라고 했다. 무진은 선두가 사라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곽상배가 비록 보잘 것도 없는 미세먼지에 불과하나, 쌓이다 보면 폐병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또한, 상사라면 부하 직원의 흑역사를 지워 줄 의무가 있었다.

“무슨 일이시오?”

쉐도우 길드의 부름을 받은 박격 길드의 남동천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까 곽상배를 끌어내면서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부르니 의아한 기색이었다.

“그냥 가면 어떻게 해?”

“끝난 거 아니었소? 비록 우리 길드가 쉐도우 길드와 비교해 부족하다고는 해도 서로 부딪쳐 봐야 좋을 건 없다고 보는데.”

“본 길드를 위협하고 말 몇 마디로 끝날 줄 알았어?”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오? 설마 진짜로 싸우자는 거요! 우린 20명이 넘소!”

“요즘도 숫자로 건방을 떠는 놈들이 있었네.”

무진의 기세가 변하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지금까지 안개에 의해서 몸이 둔해졌던 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크윽!

면도칼로 전신을 수없이 난도질당하는 기분이 이럴까? 남동천은 살이 베어져서 갈라지는 고통을 느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공포에 짓눌리다 못해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격이 다르단 걸 알아채자 곧바로 숙였다. 남동천은 자존심에 목숨을 걸진 않았다. 고개 좀 숙인다고 목이 닳는 것도 아니고.

“……살려 주시오!”

“누가 죽인대?”

“아니면 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권선징악(勸善懲惡).”

“우리는 빌런이 아닙니다!”

“아까 한 짓은 양아치였잖아. 뒤에서 낄낄거린 걸 내가 못 봤을 것 같아.”

남동천은 그제야 강 부장이란 자가 원하는 걸 알아챘다. 처음부터 시비가 붙어선 안 되는 뒤끝 있는 자였다. 그런 쪼잔하고 위험한 자를 먼저 건드렸으니 작금의 상황은 인지상정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박격 길드 전체를 원하진 않았다.

“죽이진 말아 주시오.”

“자꾸 살인자를 만드네. 그걸 원하는 거야?”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남동천이 눈짓을 보내자, 곽상배는 길드원들에게 잡힌 채 앞으로 끌려 나왔다.

이익!

곽상배가 나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길드원 5명이 붙자 꼼짝없이 제압되어 강 부장의 앞에 섰다.

부르르르!

강 부장의 무심한 눈빛에 곽상배는 현실을 실감했다. 상대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하찮은 미물이 주제도 모르고 나댄 격이다. 보잘것없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곽상배도 전형적인 강약약강이었다.

“살려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난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야. 자꾸 범죄자 취급하지 말아 줄래.”

“하면 저는 왜?”

“그냥.”

무진의 너스레에 다들 헛바람을 삼켰다.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며 협박을 자행했으면서 이유가 없단다. 시비 좀 걸었다고 사람 목숨으로 장난치고 있었다. 악당에도 급이 있고, 양아치는 감히 대적하지 못할 격이었다.

“억울해?”

“제가 말실수를 하긴 했어도 이런 법은 없습니다!”

“네까짓 게 억울해 봤자 어쩔 건데. 내가 하겠다면 하는 거지.”

“그런 억지가!”

“낙타 닮은 네 얼굴이 더 억지야!”

“……?”

곽상배를 비롯한 박격 길드는 물론, 유사삼형제도 얼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람을 가지고 노는 수준이 차원이 다르다. 한두 번 해서는 나오기 힘든 능숙함과 뻔뻔함이었다.

‘쟤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야?’

박격 길드야 무진의 나이를 모른다 쳐도, 유사삼형제는 알기에 더더욱 소름이 돋았다. 생도 말년도 아니고, 이제 막 신입생이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사악하다. 진정으로 적이 되고 싶지 않은 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참고로 너처럼 나도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무지막지하게 강해. 어떤 성격인지 이제 짐작이 가지?”

남동천과 박격 길드원들은 하도 기가 막혀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런 말을 대놓고 하는 위인은 생전 처음 보았다. 보통은 자신의 강함을 앞세우려고 난리일 텐데, 이자는 반대였다.

그래서 더 섬뜩했다.

‘그건 전형적인 소인배잖아!’

차라리 압도적인 강자였다면 아량을 베풀어 달라고 요구라도 하지, 자기 스스로 소인배라고 했다. 그 앞에서 용서를 구한다? 그런다고 용서를 해 줄까? 구차하게 빌고, 농락당하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

유사삼형제는 저 말을 달리 해석했다.

‘너보다 강자가 있기는 한 거냐?’

무진이 여태 보여 준 말도 안 되는 전투력을 고려하면 그 위로 누가 더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강자한테 약하다는 건 빈말에 가까웠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친구를 괴롭히지 않고 착하게 살겠습니다!”

이쯤 되면 구질구질하게 살 바엔 목숨을 걸 만도 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목숨이 걸리면 단호한 결의가 생기진 않았다. 평소 자기 목숨보다 대의를 중시하는 성향이 아니고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곽상배는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구차해도, 이승이 훨씬 나았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아내가 임신 중입니다!”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른다. 하나, 얼굴이 묵사발 난 낙타긴 해도, 헌터의 수입을 고려하면 달라붙는 정신 나간 년들도 꽤 있었다.

“와! 저딴 놈도 결혼을 하네.”

“나도 쟤가 결혼할 줄은 몰랐어.”

“요즘은 얼굴 안 보나?”

유사삼형제의 중얼거림이었다.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닌데, 너무 잘 들려서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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