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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강 남사친-142화 (143/374)

142. 고속버스(2)

“다음 수업은 파티 공략인 만큼 5명씩 조를 짜고, 조장을 뽑아 제출하도록, 이상.”

“고생하셨습니다!”

무진은 반을 대표해서 권패에게 인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나 그렇듯 지수, 유정, 혜진, 4인방, 상원이 데커레이션처럼 있었다.

조원 선정은 간단했다. 무진은 4인방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지수가 맡기로 했다.

빤히!

생도들은 무진의 친구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무진과 지수는 논외 대상이나, 그 친구들은 자신들과 비슷하다고 봤다. 어떤 식으로 무진의 루틴을 변형시켰는지 안다면,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서 남의 성취를 공짜로 얻는 몰염치한 행동처럼 보이나, 무진은 생도의 특권이라고 말해 주었다.

사회에 나가면 온전한 신뢰를 받기도 어렵지만, 온전한 가르침을 주지도 않는다. 보고 배우는 것조차 눈치를 주곤 했다. 반면 생도는 배움에 있어서 염치 좀 없어도 탓하지 않았다.

하아아!

생도들의 스토킹적인 관심에 유정과 상원이 한탄했다. 아카데미의 정문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시선들이 날아와서 꽂혔다.

“아주 그냥들 눈 튀어나오겠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맘에 안 들면 나가.”

“……인정머리 없는 새끼!”

“나는 가는 사람 안 잡아.”

유정과 상원은 죽을 맛이었다. 무진의 일상 루틴도 그렇고, 사방에서 관심이 지나치다 보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마치 ‘나혼자만 산다’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촬영당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거긴 설정이라도 할 수 있지.

설상가상으로 상대적으로 만만한지 도전이 늘고 있었다.

유정이는 그나마 나은 편이나, 상원은 동네북이 되었다. 제일 실력이 떨어져 보일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꺾어 보려는 생도들이 부지기수였다.

“시도 때도 없이 도전한다고, 나는!”

“실력도 늘고, 경험도 쌓고, 일석이조지.”

“화장실은 선 넘은 거잖아. 집에 가면 엄마가 요리도 시킨다고!”

“사랑받는 남자가 되려면 필수지.”

무진의 덤덤한 대꾸에 상원은 열이 바짝 올랐다. 이놈하고 대화하다 보면 매번 화병이 도진다.

그렇다고 함부로 욕도 못 했다. 보는 자리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면서도 훈련에만 들어가면 반 이상 죽인다. 겉으로 보이는 대범함은 쪼잔함을 속이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했다.

“이거 나만 불편해? 너희도 좀 말해 봐.”

“우린 아주 만족하는데.”

“칭찬도 받고, 관심도 받고 좋잖아.”

“상원이는 배가 불렀구나.”

다른 애들이야 원래 무진의 광신도들이니까 그렇다 치자고. 방금 같이 한숨도 쉰 유정이는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마치 너와는 다르게 나는 성실하다는 표정은 퀸받게 하는데…… 예쁘다.

‘씨발, 이건 반칙이지!’

짜증 나게 하는데도 예쁘다니, 인생이 참 불공평하다. 화를 내려다가도 얼굴을 보면 도저히 욕을 못 하겠다. 평생 같이 살고 싶게 하는 얼굴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 얼굴을 보면, 입에서 똥내가 나도 예쁘겠지.

유부남 형님들, 그렇죠?

“뭘 쳐다봐, 씨댕아!”

……!

입에 걸레를 물기는 했네.

아무튼 무진의 일상 공개 이후로 상원의 일상은 피곤함으로 점철되었다. 훈련은 훈련대로 받으면서 넘쳐 나는 도전자로 가시밭길이었다. 그렇다고 그만둔다고 하면 100억이 날아간다. 할부가 된다고는 하는데.

반면 무진은 어떤가?

루틴을 제대로 지키냐, 옆에서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자기는 즐길 거 다 즐기면서 다녔다. 간혹, 루틴대로 하지 않을 때도 있고.

더욱이 도전자들이 피해 다닌다. 무진과 대결을 벌이면 소득도 있지만, 무턱대고 달려들면 흉한 꼴을 면치 못했다. 남의 소중한 시간을 잡아먹은 만큼 인생에 굴곡을 새겨 주었다.

“너 때문에 우리만 피곤하다고!”

“우린 아냐!”

“상원이만 그렇습니다, 주군!”

얘들이 정말! 아까하고는 말이 다르잖아. 그때만 해도 무진이 때문에 죽겠다고 엄살을 피우던 공범들이 이래도 되냐고.

참으로 냉혹한 현실이 아닌가, 모두를 대표해서 창대를 맸더니 혼자 쫓겨나게 생겼다.

“엄살 그만 피워. 교류전에 나가고 싶지 않은 거냐?”

“교류전은 원래 3학년이 나가는 거잖아.”

“싫다면 하는 수 없고.”

“이젠 국제적으로 괴롭히려는 거 아냐?”

“같이 성장할 수 있으면 좋지.”

상원은 교류전에 참가할 일본과 중국의 생도들이 불쌍했다. 반기지도 않는 나라에 와서 망신당하고 고생만 하다가 갈 것 같았다. 다른 이도 아니고 무진이라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원!

상원은 우선 본인의 신상부터 챙겨야 했다. 주변의 8할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이겨 내지 못하면 무진의 주변에 끼지 못한다.

다들 성운맹의 핵심 수뇌분줄 아는데, 낙오되어 봐라. 그 순간 인생의 실패자로 낙인이 찍힐 게 분명했다. 서열전 끝나고 내가 왜 친구 하자고 했을까? 무진이로 인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었다.

‘아빠, 얘가 시켰다니까!’

중급 마도사가 사라졌을 때 아빠는 몇 날 며칠 식음을 전폐했었다. 그런데도 아빠는 무진이하고 친하게 지내란다.

마도서 빼 오라고 시킨 애라고!

무진은 속 터지는 상원을 위해서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 주었다.

“교류전을 하기 전에 개인적인 테스트가 있고, 등급을 매길 거야.”

“등급이 안 좋으면?”

“차별받겠지.”

“맹규와는 다르잖아!”

“핵심 수뇌부만의 혜택이지.”

4인방이 부럽다며 이죽거리자, 상원은 폭발할 것 같았다. 저 고려시대 때 상명하복으로 태어나야 할 연놈들이! 다른 애들보다 4인방이 놀리면 더 열이 뻗친다.

크크크크크!

빠직!

그 주군에 그 수하들이냐!

***

각각의 성분은 다르나 조합과 연성에 따라서 전혀 다른 물질이 된다. 그러한 특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성분의 황금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연금술이다.

고장훈은 어릴 때부터 연약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뼈가 견디지 못해서 달그락거릴 만큼 허약해 외출도 거의 하지 못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차라리 병이라도 걸렸으면 치료라도 하지, 유전적인 허약 체질이었다.

고장훈의 소망은 열일곱 살, 각성하고 난 후에야 겨우 이루어졌다. 남에게는 조금 빨리 걷는 정도였지만, 고장훈에겐 삶을 살아갈 원동력을 제공했다.

강화 물약.

인체를 강화하는 방법을 찾게 해 준 연금술, 고장훈의 속성이었다. 처음에는 어떤 식인지 몰라 인터넷과 책을 모조리 찾아서 확인했었다.

안타깝게도 연금술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았다. 비법에 가까워서 일인전승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몸이 워낙 허약해서 아카데미도 겨우 졸업했었다. 다행이라면 연금술의 대가인 ‘강철머신’ 성좌와 계약했다는 것이다.

연금술의 각성으로 물질의 성분을 눈으로 확인 가능했다. 하나, 성분만 안다고 해서 연금술이 확연하게 늘진 않는다. 연금술의 기본은 합성이다. 경지를 높이려면 무수히 많은 실험과 실패의 경험이 필요했다.

연금술사 대부분이 재벌과 연계가 되는 연유다. 하나, 어딘가에 속해 있을수록 원하는 연구를 하기가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기존의 연금술사와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이 바닥에서 설자리를 잃었다.

고육지책으로 제 몸으로 실험을 해 왔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에 봉착했다. 강화 물약으로 보통 사람보다 강해지긴 했어도, 기존의 배합을 뛰어넘기엔 부족하다.

테스트를 위해 모아 둔 돈으로 사람을 살까도 고민했었다. 그러나 잘못되는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어느 누가 그런 위험성을 알고 실험을 도와주겠는가.

그래야 하는데.

“이번 건 전보다 달달하네요.”

“너, 괜찮냐?”

“독성이 조금 있기는 합니다.”

“조금이 아니잖아.”

코끼리조차 1mg이면 즉사하고도 남을 독기였다. 성분을 합치고 나온 이후로 독기의 확인이 가능했다. 만들어 놓고도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물이었다.

[신체 강화 물약]

-강화 확률 88%

-즉사 확률 100%

확률을 궁극에 가깝도록 끌어 올리려고, 데븐스의 꽃잎, 말롱드의 저주, 구울의 눈알을 합성했다. 확실히 마시기만 하면 신체 강화를 이룰 수 있었다. 그것도 외공의 절정 고수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해지면 뭐 하냐고, 먹는 즉시 사망인데.

이놈은 어떻게 된 놈이야?

“네 몸뚱이는 대체 뭐야?”

“형이 원하는 최강의 육체지 뭐겠어.”

“……재수 없는 새끼!”

“부러우면 열심히 만들어.”

맞는 말인데, 정말 때리고 싶게 했다.

임상 시험은 보통 쥐나 돼지를 사용하지만, 인간의 신체와 비슷할 뿐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더욱이 제조약과 달리 연금술로 탄생한 물약은 독약 그 자체였다. 까딱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굉장히 위험하다.

고장훈은 완전히 코가 꿰였다는 걸 깨달았다. 연금술사라면 벗어나기 어려운 지독한 함정이었다.

“씨브랄, 이럴 줄은 몰랐지! 완전 사기꾼이잖아!”

“어디가?”

임상 시험의 도움이 절실할 때 쉐도우 길드에서 연락이 왔다. 무한대로 실험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이기에 문전 박대했었다.

그쯤 하면 포기할 만도 한데, 끈질기게 찾아오기에 계약서라도 확인할 요량으로 만났었다. 애초에 계약할 생각도 없었다.

웬걸! 계약 내용이 무한대의 실험을 가능하게 해 주지 않으면 언제든 파기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았다.

실험체는 눈앞에 있는 녀석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그때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했더니, 일단 가지고 있는 물약부터 내놓으란다. 강압적으로 나오는 줄 알고 몸부림을 치다가 약물을 빼앗겼다.

이놈들도 다 똑같다고 소리칠 때.

마셔 버렸었다.

-성분비가 약간 맞지 않네. 케를린과 도플라고의 비율을 2 대 7 정도로 조절하는 편이 낫겠어.

그날 머리를 한 대 세게 맞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독기를 집어넣었다. 먹는 즉시 저세상으로 가고도 남았다. 그걸 마시고서 성분을 정확히 맞혔었다.

“제발 물어보고서나 마셔라. 내가 너 때문에 수명이 준다고!”

“별거 아니던데.”

“그 정도는 아냐!”

“무진류 독성체가 조금씩 완성되긴 했지.”

“조금이라니, 구(區) 하나를 전멸시킬 수 있다는 거 알고서 하는 말이야!”

고장훈은 자신도 대책 없는 인간이란 걸 알지만, 이 녀석하고 비교하면 조족지혈이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았으니 잘 때마다 이불킥 중이다.

‘미친놈!’

내가 어쩌다가, 이런 녀석한테 걸려서는.

인생이 참 허무해지고 있었다. 이 녀석은 한 달을 고생해서 만든 물약을 단 1분 만에 테스트했다. 더 없냐고 할 때마다 말문이 막혔다. 무한대의 실험을 할 수 있으면 좋을 줄만 알았는데, 잠도 못 자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깨알 같은 약관을 꼼꼼히 살폈어야 했다.

“잠 안 자는 물약도 어서 만들고!”

“이 악덕 사장 놈아! 최소한 수면 보장은 해 줘야지!”

“형이 선택했으면서 왜 이래.”

“아무리 그래도, 노동법 위반이야! 게다가 약효가 아무리 좋더라도 잠보다 좋은 보약은 없어요.”

그날 왜 꿀잠보다 물약이 좋다고 했을까? 지나치게 의욕에 불타올랐던 듯하다. 괜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이제는 하루 2시간도 못 잔다. 폐지된 사법고시생도 나보다는 덜 잤을걸!

“괜찮아, 형한테는 내가 있잖아.”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거지?”

“직원 복지거든.”

“망할! 난 싫다고!”

원래 하기 싫은 걸 하는 곳이 회사다. 남의 돈 먹기가 쉽다면 누구나 부자가 됐겠지.

여하튼 효과라도 없으면 모를까, 무진의 추궁과혈은 만병통치약이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형 손은 금손이라나! 자기 손은 약손인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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