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최강 남사친-139화 (140/374)

139. 가고 싶은 아카데미(3)

예상대로 영상을 본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일상 태그를 달기는 했어도 생도의 훈련 영상을 집중적으로 보여 줄 줄 알았다. 모두의 상식을 뒤엎는 반전을 선사했다.

-아침에 18첩? 이런 18첩을 봤나!

-저걸 다 혼자 했다고? 말이 되나? 사 온 요리로 반전 매력을 노린 거라고!

-요리하는 거 못 봤냐? 저건 한두 번 해선 나오기 힘든 칼 솜씨야!

-아카데미에선 훈련 전에 요리부터 가르치나? 생존 요리 테스트 같은 거?

-쓰벌, 아빠 생일에 18첩은 해야 되는 거였어? 나는 불효녀였네!

-너만 불효녀냐! 나도 불효자야! 이딴 영상을 왜 올리는 거야?

모든 요리 과정에 본인이 등장했다. 재료를 고르는 눈, 세심하고 정교한 손질, 황금 비율의 양념까지 전부 영상에 담겨 실력을 검증해 주었다.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열일곱 살에 요리의 대가 포스를 풍길 정도면 얼마나 많이 해 본 거야?

-대체 몇 살 때부터 학대당한 거지?

-아버지가 너무하네.

-부단주의 아버지도 대단한 분이야. 고아에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그룹의 임원이 됐다고.

-애가 삐뚤어질 만도 한데, 조금 건방지기는 해도 바르게 잘 자랐네.

-저게 조금 건방진 거냐? 영상 보는 내내 잘난 체가 쩌는데!

좋은 배경과 인맥은커녕 더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을 주기는 했다.

다만, 너무 완벽해서 인간미가 없어 보인다는 소리도 나왔다. 특히 아침에 아버지를 위한 18첩은 가정주부의 입에서 쌍욕이 나올 만했다. 낮져밤져 남편 주제에 반찬 투정을 하고 말이야. 최소한 밤에는 이기고서 차려 달라고 해야지.

-권왕이 헬스 하네.

-무인이 무공으로 만든 근육이 아닌 거잖아.

-뭔, 덤벨이 400kg이 말이 돼?

-벤치는 10t! 저거 리얼?

-자세 죽이네. 무인이라도 둘 다 말도 안 되잖아.

-입학시험에서 수십 톤을 들었다더니, 미친!

-저러면 3대 몇이야? 최소 50t인가?

-와, 몸 봐라! 차원이 다르다.

-멸치 잔근육, 약쟁이 풍선들 봤냐? 저게 바로 진짜 근육이다!

조회 수가 제일 많이 나온 영상이 권왕과 무진의 헬스였다. 몸 좀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다 못해 경악을 선사했다.

일반인은 물론, 무인이나 헌터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였다. 몸짱이나 건강을 위한다고 하기엔 사람 죽이는 헬(Hell)피트니스였다. 그런데도 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매력은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아침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무진의 일상이 담긴 영상에 사람들은 헛바람을 삼켜야 했다. 도무지 평범한 일과처럼 보이지 않는다. 평범하기는커녕 각성자조차 저대로 하루만 살아도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일상 영상이 아니라, 몸살나는 영상이었다.

-조작이 아니고서야, 저게 인간이 맞냐?

-저 정도로 노력했으면 영약 좀 먹어도 인정.

-누가 영약빨이라고 했어!

-영약 먹으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고!

-며칠 영상 찍으려고 빡빡하게 진행한 거지, 저걸 어떻게 매일 해!

-벌써 한 달인데, 매일 올라온다.

-시간 봐라, 저게 조작할 수 있는 거야? 이번에 공개 시연도 한다는데.

하루 이틀은 참고 견딘다고 해도 매일 같은 루틴으로 한 달이나 이어진다면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무진은 자신의 루틴대로 하도록 지향하지 않고, 단계를 나누어 설명했다. 본인에게 맞는 루틴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의협단 부단주 7일 따라 하기!

-의협단 부단주 반의반의 반만 따라 해 봐라. 인생이 달라진다.

-훈련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요리도 해 보고, 청소도 하고, 면상을 가꾸기라도 해라!

-많이 빡빡하긴 해도, 생활의 지혜를 얻을 순 있는 것 같아.

-부모님이 좋아하시긴 해.

무진은 똑같이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보여 주고, 팁을 하나씩 공개했을 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혈기 왕성한 시기에 규칙적인 루틴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영상과 댓글에 올라왔다.

무진의 영상은 짤과 밈으로도 만들어져 소셜 네트워크에 매일 오르락내리락했다.

결과적으로 조금이라도 쌓이던 부정적 시각도 달라졌다. 생도뿐만 아니라 부모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성운맹을 본받으라고 했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너에게 도전하겠다.

요새 무진이 아카데미에서 자주 듣는 두 문장이었다. sns의 반응처럼 극과 극으로 존경과 적의가 적나라했다.

성운맹도가 되어 가르침을 받고 싶은 절박한 생도와 무진의 과도한 인기와 성운맹에 대한 반감을 품은 생도로 나뉘었다.

무진은 성운맹의 법도대로 도전을 받아 주었다.

결론을 말하면 둘 다 처맞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르침을 주기 위한 주먹과 징벌을 위한 주먹이란 것 정도. 맞고 난 후의 반응도 극과 극이었다.

무진에게 중간은 없었다.

가입 신청 시 고백한 신상을 토대로 했기에 가르침은 확실했다. 처맞을 때마다 틀에 갇혔던 과거를 청산할 수 있었다. 더불어 속성에 맞춘 스텟의 효율적인 사용법을 스스로 깨칠 계기가 되었다.

무진은 생도의 잠재력과 속성을 나름대로 독해, 복기, 수정, 보완, 발전의 단계를 거쳐 방향성을 잡았다. 대부분 생도는 마나와 속성력만 앞서 있었고, 완성도 면에서는 부족함을 드러냈다.

마나와 속성에 함몰되어 본인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단점을 파악했다. 테스 형의 명언처럼 너 자신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컸다.

그런 테스 형조차 부인이 악녀일 줄은 몰랐겠지.

퍽, 퍼억, 퍼어어억!

헉, 허억, 크어어억!

속셈이 있는 생도에게는 깨달음을 일절 내어 주지 않았다. 마냥 흉포한 주먹질이었다. 맞고, 또 맞고, 개처럼 처맞았다가 기절하면 끝이 났다. 의식이 돌아왔을 덴 사지 육신 중 안 아픈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함부로 도전하면 꼴불견을 면치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무진은 예전처럼 원패턴을 구사하지도 않았다. 이젠 마나도 일반 생도보다 월등히 많았다. 흡수력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잣대는 의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비꼬는 생도는 있었다. 마나흡수력도 떨어지는 무진에게 변변한 저항은커녕 일방적으로 당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패배한 생도는 울분 섞인 목소리로 무진과 설전을 벌였었다.

“내가 영약을 먹었다면 달랐어!”

“그리 억울하면 성공했어야지. 일단 유명해지기만 하면 가만히 있어도 영약이 굴러들어 오기 마련이야.”

“실전이었으면 당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그럴 리가. 실전에선 내 주변으로 수많은 무인이 포진해 있을 텐데. 장비, 아이템, 스킬 무엇 하나 나보다 뛰어난 것도 없으면서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실전을 거론하지? 당장 성운맹과 맞짱을 뜰 자신이라도 있는 거야?”

실전을 거론하는 것부터가 에바였다. 굳이 일대일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었다. 치밀한 함정과 다구리는 실전의 정석이었다. 일기투는 기실 소설의 로망에 불과했다.

“제기랄, 두고 보자! 절대 가만 안 둬!”

“너도 끝이 좋지 않을 거야!”

“잘난 체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이야!”

팩트 폭격에 당한 루저들은 악당의 전형적인 대사를 치며 물러섰다.

그들은 어떻게든 무진을 꺾어 허상을 증명하고, 성운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 봉기했다.

현실은 무력은 물론 스텟과 속성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소득은커녕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되지도 않는 무도한 행위에도 무진은 잘못을 인정하고 성운맹의 법도를 지킨다면 용서해 주었다. 하나, 의도를 갖고 입맹한 생도는 드러나지 않는 차별을 받았다.

무진은 공개적으론 오픈마인드를 내세웠어도, 실제는 흥선대원군도 울고 갈 만큼 쇄국적이었다.

명백한 이중적 태도에도 무진은 당당했다. 알려진 사실이 중요하지, 내심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법이 어디 있어?”

“뭐가?”

“다른 애들하고 차별하고 있잖아.”

“기분 탓이야.”

“성운맹의 부단주가 이래도 돼?”

“도통 모르겠군.”

주술반의 염수경은 억울했다. 비록 주류에선 벗어난 속성이나, 주술에서만큼은 상위권에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주술반의 판도가 달라졌다. 밑에 있었던 조문경과 박정혜가 치고 올라오더니 풍화술사인 자신을 능가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결과였다. 차라리 1학년 때부터 상위에 있거나, 연말에 고위 성좌의 선택을 받았다면 모를까, 3학년이 되어서 갑자기 순위가 변동하다니.

이제껏 주술에서만큼은 천재라는 자부심이 부서져 버렸다. 그러한 불합리함의 원흉이 성운맹이었다.

더욱 확실하게 하려고 주술로 세뇌에 저항하는 술식을 걸어 둔 후 성운맹에 가입 신청을 냈었다.

성운맹의 약점을 찾은 후 주술반의 서열 구도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려고 했다.

웬걸, 돌려놓기는커녕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잠재력에서 자신이 조문경과 박정혜보다 위에 있었다.

“어째서 그년들한테만 깨달음을 주는 건데?”

“선배가 받아먹지 못한 거야.”

“웃기지 마! 네가 일부로 가르침을 주지 않는 거잖아!”

“오해긴 한데, 설령 그렇다고 한들 무슨 문제가 있지? 난 교관도 아니고, 선배의 스승도 아니잖아.”

“위선자! 모두를 속였어! 너의 이중적인 잣대가 알려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영상을 가지고 있는 이상,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할 거야!”

어떠냐? 이게 바로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거란다!

염수경도 마냥 당하지는 않았다. 은밀히 녹음하고 영상을 찍었다. 매번 훈련을 빙자해서 처맞기만 해서 울화통이 터졌었다.

그러고 보면 상담받기를 잘한 것 같았다. 혼자 끙끙 앓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놈의 위선적인 태도만 밝혀져도 성운맹이 받는 타격은 컸다.

‘나를 찬밥 대우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마!’

내가 불행하면 남도 불행해야 한다는 염수경의 배틀로열 마인드였다. 지금까지는 주술의 천재라는 타이틀에 가려져 있었지만, 도금이 벗겨지자 천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다 같이 잘되는 길을 찾지 않고, 같이 망하기를 바라며 위안을 받는 스타일이었다.

염수경의 협박에 무진은 차갑게 식은 눈으로 말했다.

“그러는 선배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잖아.”

“내가 뭘 말하지 않았다는 거야?”

“성운맹에 들어온 의도.”

“난 맹도가 되고 싶었을 뿐, 다른 의도 따윈 없어! 네 멋대로 판단하진 마!”

무진의 핸드폰에서 아주 귀에 익은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소리가 작아서 결투장 밖에서는 알 수 없지만, 본인은 절대 부정하기 힘든 목소리였다.

-빌어먹을, 내가 그딴 버러지 같은 년들보다 못할 리가 없잖아. 이건 전부 성운맹 탓이야. 다 부숴 버릴 거야!

득의만만했던 염수경의 안면이 서서히 일그러지더니 인상이 굳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도 아니고, 갈대숲이 말해 줬나? 대체 언제 녹취를 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그렇다고 순순히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사자가 없는 녹취는 효력이 없어!”

“나도 메일을 통해서 받은 거야. 지금쯤 유포가 되었으려나?”

“유포하면 그 즉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

“우리 사이의 일도 알려지면 재밌겠다, 그치?”

사람들은 대놓고 하는 것보다 아닌 척 뒤로 호박씨를 까는 걸 극도로 혐오한다. 의도를 가지고 접근해서 맘대로 되지 않자 파투를 내려고 한다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 줄까?

더욱이 무진은 세간의 관심을 받는 인플루언서이자 셀럽이었다. 팬과 안티가 공존하긴 해도, 근래엔 피해자라고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는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난 후 욕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완전히 불리하게 되자, 염수경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 자기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의 차이가 극명하다. 줏대는 있는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가려져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잘못했어. 없던 일로 해!”

“말했잖아, 나도 전달받은 거라고. 오늘 안에 화제가 되지 않을까?”

“이 개자식! 절대 용서하지 않아! 내가 혼자 죽을 것 같아, 반드시 부숴 버릴 거야!”

“농담인데.”

염수경은 헛바람을 삼켰다. 이젠 다 끝난 줄 알고 질렀더니, 저 의미심장한 표정은 대체 뭐야? 아직 유출되지 않았다면 또다시 속내를 숨기고 기만한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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