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133화 (134/374)

133. 구라를 현실로(2)

몇 번을 봐도 태수와 친구들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인간적으로 쟤들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전에도 말도 못 하게 강했는데, 오늘은 더 마이동풍이었다.

“지수도 볼 때마다 강해지네!”

“권왕가에 뭔가 있나?”

“우리도 권왕가에 입문할까?”

“이 새끼들이! 그럼 우리의 성운 길드는?”

태수와 친구들의 우정은 찐이었다. 이득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등을 돌릴 준비가 되어 있으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연락 안 되면 다들 그런 줄 알면 되었다.

“내가 호랑이 새끼들을 키웠구나!”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

“배신하면 내가 가만있을 것 같으냐. 재벌의 갑질이 뭔지 제대로 보여 주마! 집에 빨간 딱지 좀 붙어 봐야 제정신을 차리지, 이것들아!”

“나 충신 호영이는, 항상 태수를 믿었다. 너희들관 달리!”

“역시, 친일파 호영이!”

“미친, 내가 너희들 조상님들 다 아는데. 일본 순사한테 꼬…… 우웩! 어디다 손을 넣는 거야!”

태수와 친구들의 태세 전환은 무진과 지수의 대결만큼이나 빨랐다. 언제 어떻게 반전을 줄지 알면서도 속이 터지는 환장할 전개였다.

푸웩!

물 먹었네.

기파에 형성된 해일의 높이가 무려 30m나 되었다.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우리들의 생존력이 바퀴벌레보다 질겨서 서글프네. 당당하게 나아가 후배를 질책하고 선배답게 최후를 맞아야 했거늘.

“우리도 고위 성좌의 선택을 받으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될진 모르겠지만, 쟤들은?”

“인간적으로 똥망이길 바라야지.”

“심보 좀 곱게 쓰자.”

“저기서 더 강해지면 우린 어쩌라고?”

성좌 버프까지 받은 무진과 지수를 상상하자, 태수와 친구들은 소름이 돋았다. 그땐 얼마나 강해질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도 인간이 아닌데, 쟤들은 대체 뭐가 되려고 저러나?

‘투귀 어르신도 팼을 거야, 아마.’

65세 경로 우대 사상은 어림도 없을 것 같기는 했다.

태수도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진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계획한 것처럼 맞물렸다. 이제는 의도가 있든, 없든 중요하지도 않았다.

파아아앙!

지수가 바닥에 꽂혔다.

하, 씨발, 꽂히는 것도 예술이네. 장면 하나하나가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능가했다. 찍어 놓고 cg 처리는커녕 편집만 해도 대박이었다.

태수와 친구들은 그러려니 했다. 저 인정머리 없는 녀석은 여자도 가리지 않았다. 오랫동안 봐 온 사이에도 저러는데, 연차가 낮으면 국물도 없겠지.

무진은 지수를 회복시킨 후 자리를 마련했다. 필요한 물품을 놓아두는 편이 낫기에 무인도에 임시로 집을 세웠다. 주문 제작한 대형 농막으로 세팅을 한 후, 가져다 놓으니 쓸 만은 했다.

“꼭 대련이 끝나면 고기를 먹이더라.”

“대련 후 단백질 보충은 국룰이니까.”

맞을 때 맞더라도 처먹고 맞으라는 건가? 황천길 루트의 진수성찬이었다. 무진의 사악한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돌판에 구워지는 숙성 잘된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참을 수가 없었다.

츠으으으으!

소금하고 후추만 뿌렸을 뿐인데, 천상의 맛이었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가 된 태평양 앞에서 먹는 바비큐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여기서 섹스 온 더 비치 한 잔을 마시면 캬아! 정말 기가 막히겠지.

“야외에서 먹을 때는 미국산이 최고지.”

바비큐의 나라, 천조국.

무진은 한우와 수입산을 구분하지 않았다. 싸고 맛있는 고기면 족했다. 우리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하겠지만, 한우가 사라진다고 굶어 죽진 않는다.

여담으로 던전에서 농사를 지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성장 속도가 빠른 속성 던전에서 키운다면 6모작도 가능했다. 문제는 농산물만 빨리 자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 해 농사에 여섯 살을 더 먹는다고 상상해 봐라. 젊음은 억만금을 주어도 갖지 못하는 혜택이었다.

무진은 당장의 일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 일주일 전에 뿌려 놓은 떡밥의 회수가 얼마만큼의 진척이 있는지 확인했다.

“태수 선배, 3학년들 가입 속도는 어때요?”

“솔직히 이렇게까지 폭발적일 줄은 몰랐어.”

“가문과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생도가 발밑에서 살아 보려고 발버둥 치는 생도의 심정을 알 턱이 있나요.”

“맞는 소린데, 넌 하지 말라.”

결투가 끝난 직후 무진은 성운맹의 가입을 권장했다. 도예슬과 수뇌부들에겐 의미 없는 권유지만, 어떻게든 서열을 올리고 싶은 3학년 생도들은 달랐다.

결투장에서 보여 준 대결은 그들이 소원해 마지않던 미래였다. 하물며 3학년도 아니고 1학년이 해냈으니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밖에.

피라미드의 바닥을 깔아 주는 생도로선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 반전을 주기 힘들다. 현재에 만족한다면 그만이긴 하나, 생도는 항상 강함을 갈구했다.

그런 가운데 무진은 약은 수까지 썼다. 현장 가입이 껄끄러울 수 있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비밀 쪽지를 보내는 식이었다. 눈 가리고 아옹이긴 해도, 접근성에서 용이했다.

“그렇다고 아무나 받아 줄 순 없잖아. 너무 많아도 문제고.”

“면접으로 걸러 낼 겁니다.”

“면접을 본다고 알 수 있을까? 인성을 살피려면 뒷조사도 필요하고, 너무 오래 걸리는 작업이잖아.”

“환술을 사용할 거니까, 염려 마세요.”

“……뭐?”

태수와 친구들은 할 말을 잃었다. 면접에서 대놓고 환술을 걸겠다니, 자칫 잘못했다가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었다. 홈페이지에 인성 확인을 위한 테스트가 있다고 적혀 있기는 했지만, 환술일 줄이야.

“사전에 약조를 받으면 되는 일이고, 그만한 각오도 없이 본맹에 들일 순 없잖아요.”

“약조를 받아도 문제가 될 순 있어. 모든 일이 그렇듯 코에 걸며 코걸이니까.”

“영상으로 남기고, 질문도 공개하면 됩니다.”

“네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마는 그렇게 걸러도 수가 너무 많으면 관리가 쉽지 않을 거야.”

사람 수가 많다는 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했다. 수가 많으면 억지 주장도 밀어붙일 수 있지만,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니 통제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성운맹의 핵심은 1학년이다. 2, 3학년이 1학년의 통제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성운맹의 정신은 내리사랑입니다.”

“……헐!”

마조군단이 어디 가지 않았다.

무진은 성운맹의 기틀을 잡는 방법으로 폭력만큼 효율적인 수단이 없다고 단언했다. 더군다나 생도의 미래인 헌터는 생명을 죽여서 강해지고, 수익을 창출하는 직업이다. 강하지 못하면 낙오되는, 철저한 약육강식이었다.

세간의 시선 때문에 거론조차 못 하는 현실이 되었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였다. 약육강식을 외면할 것 같으면 애초에 아카데미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여론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앞서 얘기했듯이 성운맹은 가입과 탈퇴가 자윱니다. 평안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인 거죠.”

태수와 친구들은 의문이 들었다. 과연 맞으면서도 성운맹에 붙어 있으려고 할까? 강제도 아니고, 굳이 처맞으면서 붙어 있을 필요는 없잖아.

그런데 우리는?

***

-성운맹 가입 조건인 인적성검사에 환술을 쓰겠다고 공시했던데.

-충성 세뇌라도 하려는 건가?

-좋게 봤는데, 너무 극단적인 거 아냐? 공산당도 아니고 이러면 위험하지.

-어쩌면 지금까지도 환술을 썼던 걸지도 몰라.

-가입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설령 가입한다고 해서 맹원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뭔 소리야!

-그래서 생폭도 세뇌당해서 한 거라고? 양심이 있으면 이때다 싶어서 피해자 코스프레는 하지 말자.

-진실성을 보겠다는 거잖아. 맹원으로서 혜택만 보려는 꼼수는 막아야지.

-그건 위험한 발상이야! 교통사고 난다고 자동차 판매를 금지할 셈이냐!

3학년이 성운맹에 가입하지 않으리란 확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불신으로 바뀌었다. 3학년은 물론 2학년까지 합세했다. 도예슬과 수뇌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와 가입하지 말라고 경고해 봤자, 인터넷으로 몰래 가입하면 그만이었다. 나중에는 밝혀질 일이지만, 간섭하기도 어려웠다. 가입 즉시 임시 맹도가 되며, 성운맹은 맹도를 지킬 명분을 얻게 된다.

성운맹의 등급은 맹을 운영하기 위해 형식상 맹주, 단주, 부단주, 맹도로 나눌 뿐 실제는 평등했다. 임시 맹도도 자격이 되면 맹도가 될 수 있었다. 실력에 따른 격차는 인정하지만, 서열을 구분하진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도예슬은 성운맹의 가입 조건인 환술의 부당함을 알렸다.

3학년의 주축이 칠대 가문과 대형 길드긴 해도 받쳐 줄 생도가 빠져나가 버리면 권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허허벌판에서 홀로 1등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환술로 꼭 세뇌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껄끄러운 사안이니 분명 효과가 있으리라 봤었다.

웬걸, 도예슬의 예상과 다르게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반격하기만 하면, 역으로 치명타를 입고 있었다.

도예슬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왜?”

“네가 아니니까.”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이철화의 대답에 도예슬은 의문을 던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다들 너처럼 좋은 집안과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 나도 가끔 너와 비교하면 초라해지는데, 다른 애들은 어떻겠어?”

“그래도 그렇지! 세뇌를 당할 수도 있다고!”

“어쩌면 그게 편할지 모르지. 길을 잃고 방황하기보단 제시해 준 방향으로 가는 편이 효율적이기도 하고.”

도예슬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기 의지도 없이 누군가에 의해 지배당하는 걸 받아들이다니 속된 말로 노예를 자처한 것이다. 더욱이 같은 학년도 아니고, 1학년 생도였다.

“다들 이상해졌어!”

“그럴 만도 하지. 정우철도 그렇고, 너도 졌잖아.”

“실수야! 다시 붙으면 다를 거야!”

오랜 친구이기에 이철화는 솔질하게 말해 주었다. 위로한답시고, 되지도 않는 말을 하진 않았다. 정확하게 사실에 기반하여 현실을 직시했다.

“결투야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를 수도 있는 문제니 논외로 치더라도. 환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편이 나았어.”

“그건 또 왜?”

“사람 심리가 그렇잖아.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처럼.”

청개구리 심보가 괜히 나오진 않았다. 차라리 방관했다면 망설이기라도 할 텐데. 도예슬이 적극적으로 막아서자, 자신들이 강해지는 걸 의도적으로 방해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서열을 올리고 싶은 생도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격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들 머리가 장식이야? 내가 그럴 이유가 없잖아.”

“맞는 말이란 건 중요하지 않아. 애들이 하는 말도 좀 다르고. 환술은 인적성검사의 진실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우리가 의도적으로 세뇌로 몰아가고 있다고 알려졌어.”

“대체 누가 그런 황당무계한 소문을 퍼뜨린 거야?”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협단의 부단주밖에 더 있겠어. 내가 보기엔 걔가 성운맹의 책사야. 여태 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 답은 나오잖아.”

도예슬도 그제야 돌아가는 사태를 이해했다. 그래서 더 화가 치밀었다. 자신이 한 행동이 되레 성운맹을 도와준 꼴이 되었다.

1학년 생도의 손바닥 안에서 재롱을 떨었으니 수치심도 들었다. 우리나라 마법의 종주로 평가를 받는 무극 길드의 후예로서 농락당했단 사실에 울화가 치밀었다.

망할 놈!

억울하다고 하여 사실을 밝힐 수도 없는 처지다. 마법사에 대한 인식을 고려하면 스스로 멍청하다고 밝히는 것이 된다. 어떤 선택을 해도 사면초가였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날 가지고 놀아!”

“너도 다른 애들 가지고 놀잖아. 혹시, 난 되고, 걘 안 되는 거야?”

“내가 또 언제 그랬다고 그래! 너 자꾸 변죽 울릴 거야?”

“그러게 평소에 잘하지 그랬어. 너는 좀 당해도 싸!”

“이게 친구야, 웬수야!”

예슬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화는 치미는데, 철화의 말이 정곡을 찔러서 입맛이 썼다. 알게 모르게 자부심이 셌다는 건 인정하고 있었다. 간간이 철화가 속을 긁어 대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약은 오르지만, 악의가 있진 않았다.

그랬다면 뒤에서 욕을 했겠지.

“그래도 그 새끼는 씨발 놈이야. 자기는 쏙 빠졌잖아.”

“그렇긴 해, 되게 얄밉지.”

성운맹에서 부단주만 결투를 하지 않았다. 자기는 입으로 나불거리기만 하고, 변죽만 울려 놓았다. 실제로는 맹주, 부단주, 핵심 수뇌부만 고생했다.

“문제는 얄밉기만 한 녀석이 아니라는 거야. 걔도 1학년 서열 3위 안에는 드는 생도라고. 쉽게 보다가 또 망신당할 수 있어.”

“나 도예슬이야! 무극 길드의 하나밖에 없는 금지옥엽!”

“얄밉네. 더 처맞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그래도 넌 나를 응원해야지!”

예슬은 3학년을 단속하기도, 성운맹을 건드리기도 어렵다는 걸 인정했다. 어떤 일이든 강압하면 탈이 난다는 걸, 그 자식 때문에 뼈저리게 체감하게 되었다.

“어쩌면 걔한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우리 철없는 예슬이가 겸손을 배웠잖아.”

“이 정도면 겸손한 거지. 대체 어디까지 겸손해지라는 거야?”

“그건 네 생각이고.”

철화는 예슬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자기 위주인 데다가 생도를 돌봐 줘야 한다는 선민의식을 보였다. 본인 딴에는 적정선을 지키고 있다지만, 무의식적으로 주변에 상처를 줄 때가 있었다.

문제는 그런 우월의식을 고쳐 줄 상대를 여태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의협단주에게 패하긴 했으나, 이미 정우철을 압도적으로 이긴 전적이 있었다. 지수는 고학년에서도 꺼리는 존재가 되었다.

‘걘 1학년으로 치부할 실력이 아니지.’

권후는 증명이 된 강자로 권왕가 최초로 여자로서 가주가 될 가능성을 보였다. 가문에서도 전폭적인 투자를 했을 테니, 케이스가 다르다.

반면 무진은 평범한 생도의 신분으로 현재의 탄탄한 입지를 쌓았다. 불과 반 학기 만에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생도가 되었으니 자수성가의 표본이었다.

그렇기에 칠대 가문이나 대형 길드에 소속된 생도들로선 계산되지 않은 돌발 변수였다.

배경도 없고, 나이가 두 살이나 어린 무진에게 연속으로 굴욕을 당했으니 예슬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절친으로선 여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대로 두고 보라는 거야?”

“얌전히 있으란다고 네가 그럴 애는 아니잖아. 그런데 이마저도 그 애의 예상대로야.”

“예상대로라니? 알기 쉽게 말해 봐.”

“번호를 줬어. 네가 연락하고 싶을 거라면서.”

“……이 새끼가!”

끝까지 사람을 우롱하며 성질을 돋웠다. 자신의 친구한테까지 마수를 뻗치다니, 도저히 참아 줄 수가 없다.

“졌네.”

“지긴 누가 져!”

“걔가 분명히 욕할 거라고 했어. 난 아니라고 했는데. 친구를 믿은 대가로 10만 원이 날아가는구나!”

“…….”

그래서 돈 물어 달라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