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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122화 (123/374)

122. 의협단(2)

이제부터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었다. 물론, 법적으론 가중처벌이 될 사안이긴 하다. 피해자가 자구적인 처벌을 내리는 걸 세상은 극도로 경계한다. 마치 가진 자들이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의 발로처럼,

다행히 우린 방황하는 시기의 생도였다. 나이가 어리니, 훈육과 교화로 충분하다고 볼 것이다.

“우리가 이대로 당하고 있을…… 컥!”

“우린 선배고, 너희들은 후배…… 컥!”

“이런 짓을 하면 너희들은 퇴…… 컥!”

“명진아, 주진아, 용만아…… 나는 살려…… 컥!”

고유리와 구동성은 생도 폭행, 생폭이 아카데미에 벌어지긴 해도, 이렇게나 심각한 줄은 미처 몰랐다. 최소한 선이라는 게 있었다. 동급 생도를 여럿이서 폭행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그 여동생까지 차마 입에 담기도 더러운 말을 지껄였다.

이놈들이 과연 사회에 나가 던전을 공략하고, 시민을 구하는 헌터가 되리라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되레 빌런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제 이놈들은 선배도, 생도도 아닌 개자식들이었다.

“……잠깐…… 커어어억!”

퍼퍼퍼퍼퍼퍼퍽!

10명이 4명을 패는 건 불합리해 보이나, 1학년이니 괜찮았다. 명색이 3학년인데,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다니지는 않겠지. 하물며 사각지대로 제 놈들 스스로 와 주었다.

주변에 지켜보는 사람도 없고, 남은 인원으로 일대를 통제했다.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알려지지 않는다. 모두 같이 입을 다물면 생매장을 해도 무방했다.

“……살려 줘!”

“……제발 그만해!!”

입을 열 때마다 방정이 된다. 때린 데 또 때리고, 안 때린 데 마구 때렸다. 그냥 얼굴 자체가 난제라, 풀기 어려워서 두들겨 팼다. 맞다 보면 언젠가는 답이 나오겠지. 안 나온다고 해도 속은 후련할 테니 다들 망설이지 않았다.

멍!

장구용은 멍하니 보고 있었다. 후련하기보다는 허무했다. 저런 버러지들한테 그동안 일방적으로 당했다니 자괴감과 허탈감이 밀려왔다.

“쉽지 않습니다. 선배.”

“……어?”

“지금이야 별수 없이 처맞고 있지만, 선배에겐 여전히 악마보다 지독한 트라우마일 테니까요. 당장 저 버러지들 앞에 선다고 상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올 겁니다.”

“나는 어떻게 해요…… 해?”

“우리가 대신 갚아 주면 선배는 결국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겁니다. 아카데미 내내 우리에게 기대기나 하겠지요. 우린 선배의 부모가 아닙니다. 자신을 지키려면 본인부터 강해져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을까?”

“아까 저들을 죽이고 싶었을 때 꽤 특이한 힘을 쓰더군요. 마치 뭔가를 불러오거나 끌어오는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내 속성이 강신이거든.”

“한데, 꽤 사악했습니다. 만약 그대로 강신을 했다면 자신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무진의 말에 장구용은 흠칫했다. 찰나였지만, 뭔가가 스며들어 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세상 전체를 모조리 다 불살라 버리고 싶었다.

파괴, 그 자체였다.

여태까지와는 아예 달랐다. 강신의 잠재력은 높았지만, 실제로 소환에 응하는 기운은 미미했다. 그것이 아카데미를 괴롭게 만든 연유였다.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고, 원하는 대로 강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주변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내가 아니게 된다고?”

“확실하진 않습니다. 다만, 좋은 기운이라고 하기엔 굉장히 이질적이네요. 그래도 아주 좋습니다.”

“좋다고?”

“끌어오는 방법을 알았잖아요.”

“아!!”

아카데미는 여러 종류의 속성을 가르치지만, 그것이 꼭 개인에게 맞춤이 되진 않는다. 막말로 종류가 수천, 수억이 될 수도 있는 무한의 속성을 전부 알아내고 그에 맞추어 가르치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대표적인 스텟과 속성을 위주로, 빈도수와 등급에 따라서 수업을 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에 근거를 둔다.

“간절함이 중요했던 것 같아!”

“방금 선배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바람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기운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맞는 것 같아. 넌 어떻게 그리 잘 알아?”

“서열전 2위가 접니다. 곧 1위가 될 테고요.”

잘난 체가 분명한데, 장구용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을 구원해 주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메시아 같았다. 후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따르고 또 따라야 할 선지자였다.

“나 같은 놈이라도 받아 줄 수 있을까?”

“의협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닙니다. 본단이 정해 놓은 기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런데 의협단이 뭐야?”

“교장 선생님이 인정해 준 공인 단쳅니다. 이름도 교장 선생님이 직접 지어 주었고요. 목적은 건전한 아카데미를 위해섭니다.”

“아~!! 교장 선생님은 알고 계셨던 거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얼마나 절망하고, 증오했던가. 장구용은 마음속의 원한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자신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위치가 되고 싶었다.

그 방향성을 의협단이라면 제시해 주리라.

퍼퍼퍼퍼퍼퍽!

그때까지도 구타는 멈추지 않았다.

“쟤들은 언제까지?”

“의협단은 사후 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사후 서비스가 뭐야?”

“저런 놈들은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언제나 보복을 하죠. 의협단은 그걸 미리 파악해서 선제공격을 가합니다.”

“……아!”

어차피 폭력을 저지를 거, 미리 패겠다는 거잖아.

무진은 생폭을 저지르는 놈들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한 번 맞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안 보이는 데서는 나나라님도 욕하는데, 양아치의 본성이 어디 가지 않았다. 갱생이 될 때까지 두들겨 팰 셈이다.

‘제인 누나의 덕이 커.’

사후 조치 서비스를 위해서는 흥신소가 필요했다. 그 역할을 쉐도우 길드에서 해 주고 있었다. 생폭을 저지르는 연놈들의 뒤를 캐서 약점을 잡은 후, 어디 가서 고자질도 못 하게 두들겨 팰 예정이다.

‘언론과 법적인 부분은 회장님이 알아서 해 주겠지.’

성운 그룹과의 공조가 착착! 진행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 시발점이 되기에 건전한 아카데미 조성은 부합이 되었다. 법적인 부분으로 걸고넘어지면, 사회적으로도 매장시켜 버릴 테니까. 그걸 감수할 생도나 부모는 많지 않다.

‘정 안 되면 사부님이 나서면 되고.’

권왕의 분노를 사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기어야지.

무진은 다음 타깃을 정했다. 1학기 때부터 꾸준히 사전 조사를 해 왔기에 선택의 문제였다. 레이더망에 걸린 이상 절대 도망치지 못한다.

‘진수연이라, 못된 년이네.’

동급생을 괴롭히고, 성적으로도 희롱을 마다하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있는지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누명까지 씌웠다.

‘그럼 처맞아야지.’

세상은 공평해야 했다. 저기 길바닥에서 널브러진 놈들처럼 수치스럽게 처맞아야 한다. 또한, 남에게 누명을 씌우면 자기도 당할 수 있다는 걸 배워야 했다. 받은 대로가 아닌, 받은 것 이상으로 억울하게 만들어 줘야 안 하지.

무진은 하늘로 손을 들어 의협단의 구호를 외쳤다.

“의협.”

“정의를 위하여!”

“아름다운 아카데미를 위하여!”

“우리 강산 푸르게?”

하늘에 천명하는 광신도들…… 아니 의협단이었다. 아카데미의 누구도 그 앞을 가로막진 못한다.

이걸 자정작용이라고 하면 불순할까?

***

‘회색?’

‘연회색?’

‘백색?’

강 교관은 두 눈을 의심했다. 어제 마신 술이 과했나? 눈을 강하게 비비고, 현실을 다시 보았다.

여전한 색깔들이 짜증을 불러왔다.

긍정과 부정의 기운을 색으로 구분하여 흑색에 가까울수록 부정적인 성향이 강해졌다. 2년에 걸쳐 공을 들여 이제는 흑색이 되어야 했는데. 완연한 백색은 아니더라도 회색분자들이 생겨났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1학년은 제쳐 두고 2학년과 3학년의 수확철이 다가왔다. 이제 한 발만 띄면 풍년을 기대했거늘. 수확 전날 태풍이 불어닥친 격이다. 수년에 걸친 농사를 망치고 말았다. 국가에서 전액 배상해야 할 사태였다.

‘이럴 수가 있나?’

하루 이틀에 걸친 감정의 골이 아니다. 단번에 해결 자체가 불가능했다. 누가 정신적으로 교란을 일으켰다고 봐야 하는데, 설득력이 떨어졌다.

‘갑자기 인생들이 꽃밭이 됐다고?’

그럴 수가 있나. 인생은 원래가 가시밭길이고, 험로의 연속이어야 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유혹하고, 부추기고, 기회를 만들었다. 올해 들어 교장을 눈을 피해 가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긴 했어도, 하루아침에 꽃밭이 되어 버리다니 믿기 어려웠다.

‘이럴 순 없어, 내가 공을 들인 게 얼만데.’

1학년을 포기하면서 2, 3학년을 수확하는 마지못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해 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버릴 위기였다. 상부에선 조용히 있으라고 했지, 계획을 망가뜨리라곤 하지 않았다. 자칫 자리 보존조차 힘들어질 수 있었다.

원인을 파악해야 했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도구들의 상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의협단이라니, 그게 대체 뭐야?’

좀 더 세밀하게 살폈더니 의협단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도 어렵지 않았다. 의협단의 전신이 마조군단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그 새끼가 있었다.

‘아니, 이게 뭔 개 같은 짓거리야?’

학폭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어른이 아닌 애들이 벌인 일이기에 처벌도 강하지 않았다. 법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생도들을 이용해 목표물을 노렸었다. 한데, 폭력 없는 아카데미를 만든다면서 집단 폭력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놈이 사사건건!’

1학년도 부족해서 2, 3학년까지 건드리고 있었다. 직접 의협단을 개별적으로 노린다면 와해시킬 순 있으나, 배후가 걸렸다. 교장이 마조군단을 지우고, 의협단을 세웠다. 분명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다. 외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꼬리가 밟힐 수도 있다.

‘어쩌지?’

교장이 배후에 있고, 1학년이 주도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3학년의 성운이 합세했다. 양은 물론 질적으로도 의협단의 성장이 지나치게 가파르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직설적이고, 확고한 폭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도구로 썼던 생도들이 아카데미 밖에서도 당하는 바람에 꼬리를 만 쥐새끼들이 되었다.

‘명색이 아카데민데, 폭력을 지향해도 되는 거냐고!’

아카데미 꼴 잘도 돌아간다. 이런 거 보려고 교관을 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아!

강 교관의 흐릿했던 뇌리에 뇌광이 번뜩였다. 폭력은 폭력을 부르고, 그 어떤 폭력도 사회는 용납하지 않았다.

중국산 대포 노트북을 꺼냈다.

이 몸이 실력을 발휘할 때가 된 것이다. 한때는 전 세계를 상대로 인터넷망을 휘저었던 유망한 해커이자, 키보드 워리어였다.

‘보여 주마! 본 교관의 광역 어그로를!’

***

-아카데미 폭력 이대로 괜찮은가?

-국가와 시민의 안정을 위하는 아카데미 설립 취지를 따르지 않은 만연한 폭력 사태.

-의협단이란 괴이한 단체의 집단 린치 폭력으로 물들어 가는 아카데미.

-폭력은 폭력을 부르기 마련이거늘, 함무라비의 자구책이 과연 정당한가?

-집단 린치에 피멍이 드는 생도들의 존엄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의협단의 배후에 교장이 있다는 소문이.

인터넷의 파급력은 실로 대단했다. 거대한 호수에 작은 돌을 던졌을 뿐인데, 파장은 곧 스노우볼이 되었다. 삽시간에 인터넷을 도배하며 갑론을박, 설왕설래가 벌어졌다.

하나, 소문은 소문일 뿐,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근래에 들어 거짓을 진짜처럼 퍼뜨리는 경우가 많아 일단은 중립기어를 박았다.

그러던 차, 사진과 함께 증언이 속속 올라왔다.

-내가 바로 생폭의 희생자야, 아카데미 다니기가 무서워.

-나는 밤마다 목을 매고 죽으려고 했어. 내일 또 어떻게 버티지!

-내 몸을 봐, 이 멍들이 하루도 가시지 않는다고!

-이 지독한 새끼들이 집까지 찾아와서 협박하곤 했어!

-의협단은 아카데미의 악의 축이야!

-의협단만 없으면 아카데미가 재밌을 텐데!

-가고 싶은 아카데미를 만들자, 가고 싶은 군대처럼!

-세상에 가고 싶은 군대가 어딨어, 이거 미친놈 아냐!

-중립충들 다 어디 갔냐?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맞는 놈들은 다 이유가 있는 거야! 진따 같은 짓을 하니까 처맞지!

이쯤 되니 언론에서도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학폭도 매우 위험한 범죄지만, 생도 간 폭력인 생폭은 목숨이 오가는 문제였다. 속성 한번 잘못 써도 위험한데, 생폭이라니 올해의 화두가 되기에 충분한 이슈였다.

우리나라의 빠르게 들끓는 문화를 볼 수 있었다. 너도, 나도, 우리도 생폭을 거론하며 숟가락을 올렸다.

-씨발, 나도 생폭 때문에 아카데미를 그만뒀다고.

-피해자인 난 인생 망했는데, 가해자인 그 새끼들은 인싸로 잘나가고! 권선징악은 개뿔!

-양아치들이 방송 나와서 돈 버는 걸 언제까지 봐야 하는 거야!

-그래, 내가 못난 새끼다, 나 같은 놈은 죽어야지!

-한 번 생폭은 영원한 생폭이야,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교장이 나서서 단체를 만들다니, 권왕가와 커넥션이 있는 거 아냐?

-권왕이라면 또 모르지!

시절이 다르다고 하여 폭력을 미화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약자를 비하하고, 괴롭히는 행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패악이었다.

그렇게 되자 권왕의 학창 시절까지 거론이 되었다. 40년도 전에 있었던 일들을 끄집어내며 사과를 요구했다. 물론, 그런 여론은 얼마 못 갔다. 권왕가에서 일일이 찾아내서 분별한 후, 법적, 물리적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권왕답게 화끈하게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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