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적반하장(2)
돈을 나누기 위해서 한적한 장소의 창고를 찾았다. 도박장에 출석 도장을 찍는 동안 매번 같은 경로로 이동했다.
“전과 달리 좀 서두르는 느낌이구나.”
“곧 방학…… 휴가가 끝나서요.”
“전에도 그렇고, 혹시 승진을 위해서 대학원을 다니는 거냐? 토익, 토플 중요하지. 나도 그 정도의 상식은 있단다.”
“지금 그런 게 중요합니까, 눈이 뒤집힌 놈들이 찾아왔는데.”
말을 돌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지만, 투귀는 의심을 지웠다. 하는 짓이 얄밉기는 해도, 상대를 도발해서 빈틈을 유발하는 일련의 과정이 놀라웠다.
“내가 처리하마.”
“잠깐, 기다리세요. 제가 먼저예요.”
“웬일이냐?”
“오해가 깊네요. 저보다 성실한 직원이 어디 있다고 그러세요.”
자기 입으로 저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대단했다. 이러다간 자기가 길드장이라고 하겠다.
솨아아아!
창고의 문을 열고 나가자 사방에서 흉흉한 살기가 쏘아졌다. 무인이나 각성자가 아니면 숨이 막혀 질식했을 수도 있었다.
50명의 무리를 이끌고 나타난 이는 예상대로 독사 조관진이었다. 어찌나 열을 받았는지, 눈이 뒤집히다 못해 세로로 찢어질 판이다.
“그레이 길드는 도박장의 손님도 감시하는 겁니까?”
“닥쳐! 그딴 짓을 하고 무사히 보내 줄 성싶었느냐!”
“언성 높이지 마세요. 한적하긴 해도 꽤 멀리까지 들리거든요.”
“네놈이 똑똑한 건 안다, 하지만 어린놈이 자만에 취해서 조심성이 없구나!”
창고 주변이 한적하긴 해도, 한 다리 건너면 건물이 있었다. 소란이 일면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렇게 애매한 장소를 특정했기에 찾아오지 않으리란 의도를 담았다.
찌이잉!
공기의 진동이 번지며 공간이 왜곡되었다. 같은 공간을 전혀 다른 공간으로 만드는 공간 전이가 아닌 일반적인 결계였다. 다만, 단순하기에 공간의 차단 효과는 훨씬 뛰어났다. 내부에서 결계를 해체하기 전까진 출입이 거의 불가능했다.
다분히 작정하고 왔다는 걸 드러냈다. 여기서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끝장을 보자는 생사결이다.
물론, 독사라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놈들의 작당 모의를 며칠 전부터 확인했다. 자기들이 딴 돈이니 나눈 후에 갖다 주어도 된다고 여겼겠지만, 이 바닥 생리는 꼭 그렇지 않았다. 주인이 주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바랄 수가 없었다. 돈에 욕심이 생겼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다.
하물며 배신을 당했던 쉐도우 길드장이 그 꼴을 가만히 내버려 두겠는가.
“이제 어쩔 테냐?”
“어쩌긴 끝장을 봐야지.”
독사가 이리 나오자, 무진은 그나마 갖추었던 존대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자고로 쓰레기는 쓰레기로 대우해 줘야 마땅했다. 사람대우를 해 주니까, 지들이 잘나서 대우받는 줄 알고 미쳐 날뛰는 거다.
“바짝 엎드려 빌어도 부족할 텐데, 사태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구나.”
“사태 파악을 하든, 못 하든 어차피 살려 줄 거 아니잖아.”
“그거야 그렇지.”
“대가리가 많다고,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가나 봐. 예부터 쪽수 믿고 설치는 놈치고 제대된 놈을 못 봤는데.”
“언제까지 깝죽거릴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거야 뭣 모르고 자기 죽을 곳을 제 발로 찾아온 놈보다는 오래 하겠지.”
“이 지경이 되고서도 혓바닥을 나불대다니, 입심 하나는 대단하구나.”
안 되지.
확실히 눈치는 빨랐다. 내 말에서 위화감을 감지했는지, 대화를 이어 가던 중 눈짓을 보냈다. 하긴, 시작부터 암검을 숨겨 놓고 사각을 점한 것만 봐도 보통내긴 아니다. 화는 났어도, 이성을 잃지 않고 최선의 판단을 내릴 줄 알았다.
꾸욱!
단, 이곳으로 온 이상 판단은 중요하지 않았다. 바닥에 심어 놓은 지뢰들을 의심도 없이 밟고 있으면 안 되지. 크레모아의 뇌관처럼 버튼을 눌렀다.
움찔!
눈치가 빠른 만큼, 위험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도 독사처럼 빨랐다. 조관진이 다급하게 외치기 전, 바닥에 깔아 둔 뇌정폭이 하늘을 향해 기둥을 세웠다.
꽈아아아아앙!
푸아아아아!
허공으로 흙더미와 함께 뇌정폭의 뇌정지기가 솟구쳐 오르며 밟고 선 모든 걸 산산이 가루로 흩어 낸다. 일전에 제인이 가짜 뇌정폭을 사용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눈을 멀게 하는 빛의 폭화 정도랄까.
후아아앙!
휘몰아치는 뇌기의 폭풍에 공간이 휩쓸렸다. 그나마 밤중의 소란은 멀리 가진 않았다. 조관진이 손수 결계를 쳐 주는 바람에 뇌정폭의 범위는 한정되었다. 대신 한정된 공간인 만큼, 위력은 배가되었고 뇌기는 만물을 녹였다.
츠으으으으!
빛의 포화가 겹겹이 겹치면서 지옥의 광화를 이룬다. 뇌정폭을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는 연유였다.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를 가뿐히 넘어섰다.
다행이라면 창고의 역할이었다.
겉으로 보면 볼품없는 창고지만, 무진은 창고를 핵 방공호로 개조해 놓았었다. 나무 재질의 문양은 납과 콘크리트를 위장하기 위한 도배지에 불과했다.
무진은 스위치를 누른 후 암검을 쳐 내면서 창고 안으로 쏘옥! 들어온 상태였다. 암검은 문 앞에서 멀뚱히 썼다가 뇌정폭에 휩쓸렸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뇌정폭을 터트렸어요.”
“아, 그 악마의 병기…… 뭐?”
“괜찮아요, 안전하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강화 마법을 이중 삼중으로 걸고, 강화 아이템을 사용했다. 뇌정폭이 대단하긴 해도, 방공호 수준의 내구력만 넘어서면 큰 문제는 없다.
소란이 사그라들자, 무진은 빼꼼히 문을 열었다.
사방이 타는 듯한 열기로 들어차 있었다. 결계로 인해 폭발의 여파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더운 여름의 후끈한 열기에 일대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츠으으으!
닿기만 해도 타는 듯한 수증기가 시야를 가렸다. 태양에 태평양을 들이부은 듯한 광경이랄까.
슈웅!
문을 열고 나와 주변을 천천히 살펴볼 때, 뒤통수를 노리고 들어오는 비수가 있었다.
꽈아아앙!
굉음이 터지고, 파문이 번졌다.
수증기가 가라앉으며 밀려난 채 타 버린 살덩어리가 있었다. 눈알은 녹지 않아 핏발을 세우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빠드드득!
괴인의 머리칼은 전부 날아갔고, 옷과 살이 달라붙는 바람에 정체를 알기 어려웠다. 그래도 눈빛은 아까보다 더 독사 같았다.
“개 같은 새끼, 죽일 테…… 푸악!”
“욕먹어도 싸긴 한데, 고용된 입장이라 이해해 주게.”
뇌정폭에 전신 3도 이상의 화상을 입은 조관진의 암습은 투귀의 방해로 되레 처맞고 나뒹굴어야 했다. 뇌정폭에 화상을 입은 것도 부족해, 암습도 통하지 않았고, 데리고 온 수하들마저 녹아 버렸다.
기껏 살아남은 환영사살도 반송장 상태였다. 숨을 쉴 때마다 뇌정폭의 뇌기와 스며든 화기에 전신이 불에 타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초속재생]이 발동하나, 워낙 상처가 심해서 회복에 시간이 걸렸다.
퍼억, 퍼퍼퍼퍽!
커억, 커커커컥!
조관진의 독기가 살기와 뒤섞이며 무형지기를 완성했지만, 투귀에겐 모처럼 만난 샌드백이었다. 그간 무진에게 당한 설움을 조관진한테 풀고 있었다. 독사의 눈빛에 서린 독기가 서서히 빠져나가며 해독이 되었다.
퍼퍼퍼퍼퍽!
퍼억, 꽈앙!
김삼진과 손오공도 반송장인 환영사살과 독혈권을 짓밟고 있었다. 투귀의 제자들답게 작은 방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손오공의 분노가 대단했다. 그간의 설움을 활화산처럼 분출하며 손오공2로 진화하고 있었다.
“……이 비열한 놈!”
성대까지 타 버린 조관진의 목소리는 쇠를 긁는 것처럼 탁했다. 찢어지는 목소리엔 처절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놈의 태평한 모습에 치가 떨리도록 화가 치밀었다.
“……네놈이 사람…… 커억!”
그 시간에 투귀의 주먹이나 피할 것이지,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바락바락 욕을 지껄였다. 죽기 전까지 투귀한테 처맞을 상이었다.
“……어째서?”
조관진은 억울했다. 자신이 대체 뭘 그렇게 잘못을 했다고 이딴 개 같은 현실과 마주한단 말인가.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렵사리 이 자리까지 왔고, 남보다 노력하며 악착같이 살아왔다. 그것이 죄라면 얼마든지 돌을 던져라! 다들 그렇게 살잖아. 자기는 아닌 척해 봤자 위선자들에 불과했다.
“……억울해. 억울하다고…… 크아악!”
“대체 언제까지 들어야 합니까, 이거 소음 공햅니다.”
무진의 시큰둥함에 투귀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적이라도, 최소한의 선은 있었다. 이놈은 감정이 메마른 냉혈한이 분명했다. 죽기 전에 욕 정도는 들어 줘도 괜찮잖아.
“……천벌을 받을 거……쿠웨웨웩!”
우드드득!
투귀는 조관진이 안됐는지 단숨에 목뼈를 으스러뜨려 주었다. 김삼진과 손오공2도 남아 있는 것들을 나란히 보내 주었다.
뿌드드득!
환영사살과 장충도 주인을 따라갔다. 45명은 뇌정폭과 함께 한 줌의 재가 되었으니 산재 처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들 혼자 가지 않아 황천길이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허!
투귀와 제자들은 창고 주변을 보며 혀를 찼다. 결혼 전 손에 물도 안 묻히게 해 주겠다는 사기가 현실이 될 줄이야. 자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50명이나 되는 인원을 날려 버렸다.
“어이없이 죽기는 했어도 멍청한 놈은 아닐 텐데.”
“오기 전에 확인해 봤을 겁니다. 제인 누나가 어디에 있는지. 아까 회식하고 있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리 길드의 수뇌부들하고.”
“사람을 어디까지 농락해야 속이 시원하겠느냐!”
“폭력을 쓰는 건 하수고, 머리를 쓰는 건 중수고, 주먹질은 고숩니다.”
“……뭔 개소리야?”
“이 바닥은 원래 주먹 센 놈이 짱이라고요. 그러니 자부심을 가지세요.”
“평소에 머리 텅 빈 노인네라고 놀리지나 마라!”
“역시 자신을 아는 사람은 무섭습니다.”
사람을 순수하게 패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샘솟았다. 투귀로선 이렇게나 얄미운 녀석은 처음이었다. 조관진이 왜 그렇게 열불이 터졌는지 공감이 돼서 짜증이 치밀었다.
“자, 이쪽으로 모아 주세요.”
“뭘 하려고.”
“파이어.”
“네놈이 마법사라도 되더……구나!”
화르르르르르!
아름다운 사람은 떠나간 자리도 아름답다고 했다. 인적이 드문 장소긴 해도,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캠핑, 차박족 같은 새끼들이 욕먹는 것이다. 항시 머문 자리를 치우고,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했다. 그것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기상이었다. 속된 말로 짱개랑 같은 취급은 받을 수 없잖아.
“네가 어떻게 마법사야?”
“저처럼 천생 마법사인 직장인도 없습니다.”
무진은 그 사부에 그 제자였다.
마법사로서 자부심 가득한 태도에 투귀는 기가 찼다. 무공 하나만 파도 극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마법을 타개책으로 사용한다면, 무공의 성취가 뒤처질 수밖에 없다.
투귀는 하는 짓이 얄밉기는 해도 재능은 있다고 봤다. 자질을 갖춘 각성자는 흔치 않았다. 그런 재능을 가지고 한 우물을 파지 않다니, 무인으로서 낭비였다.
“절대경은 다른 곳에 한눈을 팔아서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마법은 보조 수단일 뿐, 무공에 전념해야 할 때다.”
“조언 감사합니다.”
“……왜?”
“제가 오픈 마인듭니다.”
남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놈이 뭔 마인드? 차라리 마인드컨트롤이나 가스라이팅이 적절했다.
“오냐, 얼마나 잘 알아들었는지 조만간 확인해 보자꾸나!”
“그건 그때 가서 얼마든지 확인해 보시고, 이제는 제 말을 들어 주실 차례네요.”
무진은 인벤토리에 넣어 둔 우리나라 땅개의 전용 병기를 꺼냈다. 이거 하나면 백두산과 한라산도 산책로로 뚝딱! 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땅개였던 분들에게 불가능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시키면 다 했거든.
“뭐냐?”
“뭐긴요, 민주 시민이라면 머문 자리도 아름다워야지요. 자, 복구 들어갑니다. 실시.”
남의 땅을 사용하고 원상 복구도 하지 않는 양심 없는 놈들은 되지 말아야 했다. 일례로 야산에 몰래 폐자재를 버리고 도망치는 놈들이 워낙 많았다. 그런데 더욱 환장하는 사실은 정부에선 야산의 주인에게 책임을 묻는다. 자기가 알아서 하라나, 탁상머리 공무원의 한계였다.
“다들 면제라서 그러나, 삽질이 형편없네요.”
“그 말이 여기서 왜 나와!”
보면 볼수록 양심이 있는 개새끼긴 했다.
자기도 한쪽 팔을 걷어붙이고 땅을 파고 고르고 있었다. 한데, 뭔 놈의 삽질이 저러나? 굴삭기가 따로 없었다. 슈트의 상의를 벗고, 흰 와이셔츠 차림인데도 깔끔했다. 어느새 일대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복무신조!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의 땅개이다!”
“……?”
그렇게 군대가 좋으면 말뚝 박아라!
***
“허, 진짜로 당했단 말이지.”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내부를 단속하긴 해도, 독사를 비롯한 수뇌부가 사라졌습니다.”
나연준은 이토록 어이없이 독사가 당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얼마 전에 도박장에서 쉐도우 길드의 도발이 있기는 했어도, 대단치 않게 봤었다.
“쉐도우 길드의 소행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아니라고?”
“동선을 추적해 봤지만 쉐도우 길드의 길드장은 수뇌부와 함께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보부상 길드와 테라 길드가 냄새를 맡고 그레이 길드를 노리고 있습니다.”
블랙마켓의 자연스러운 생리였다. 약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언제든 살쾡이가 되어 물어뜯는다.
그레이 길드는 어떻게든 문제가 없는 걸 보여 주고 싶겠지만, 우두머리와 수뇌부가 사라진 이상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언제든 다른 두 길드의 먹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같이 해 줄 걸 그랬나?”
약간의 푸념이 섞인 나연준의 말투였다. 반면 표정에선 전혀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보부상 길드와 테라 길드가 노렸을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쉐도우 길드가 더 의심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쉐도우 길드와는 명백한 원한 관계가 있었다. 그레이 길드가 흔들리는 이때 가장 먼저 손을 썼어야 했다.
“당장은 숨기겠단 건가?”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데, 이쯤에서 멈추었다. 먼저 도발하지 않으면 가만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일렀다. 만약 진짜로 쉐도우 길드에서 독사를 처리했다면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되었다.
“숨겨진 패가 있다는 건데.”
일전의 실패와 이번 일까지, 쉐도우 길드의 숨겨진 역량이 만만치 않다는 계산이 섰다. 둘이 움직이고도 실패한 데다 이제는 그레이 길드마저 해체되기 직전이었다. 문제는 숨겨진 역량이 얼마나 되느냐에 있었다. 이걸 파악하기 전에는 도발조차 쉽지 않았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그 말을 꺼낸 직후 나연준은 고개를 저었다. 사라진 독사도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태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그러면 방관을 해야 할까?
그럴 순 없지.
“그레이 길드를 지금 누가 운영하고 있지?”
“꽃뱀이 맡고 있습니다.”
“많이 출세했네. 만나자고 해.”
“알겠습니다.”
머리가 사라진 먹음직스러운 뱀고기를 남이 먹도록 놔둘 순 없지. 하물며 독사와 배나 맞추던 꽃뱀에겐 과분했다.
무엇보다 이대로 놔두면 두 길드의 세력이 비대해진다. 제법 배부르게 포식했다고 거기서 만족을 할까?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나연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