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적반하장(1)
약속대로 도박장을 수리하는 날을 제외하고 그레이 길드에 출석 도장을 찍어 주었다. 도박장의 지배인이었던 채성만이 보이지 않아 무진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살아 있다면 신안의 외딴섬에서 염전을 일구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겠지.
무진은 카드, 룰렛, 슬롯 등 게임을 가리지 않고 도박장을 휩쓸었다. 난장판 이후로 소문을 탔는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였다. 어떻게 하나 구경을 하다가도 무진이 걸면 따라서 걸었다.
“씨발, 또 땄네!”
“저주받은 우리의 토템이자 구세주이시다!”
“운빨이 무극에 이르러 천하운쌍을 이루었도다!”
“기 떨어지니까 닥치고, 어서 걸기나 하자고!”
룰렛의 인기가 최고조였다. 무진이 거는 족족 구슬은 얄궂게도 최고 베팅으로 걸린다. 돈 먹고, 돈 먹기가 되었다.
그레이 길드도 눈을 부릅뜨고 찾아내려고 했다. 속임수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매번 딸 수가 있냔 말이다. 그나마 카드에선 죽기라도 하지, 룰렛과 슬롯은 돈나무였다.
조관진은 도박장 안엔 들어가지 않았지만, 상황실에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블랙마켓 경매에 신경을 써도 부족한 판국에 도박장에서 게임이나 감시하고 있으니 속에서 천불이 솟았다.
하나, 그보다 더 짜증 나는 것은 아무리 돌려 봐도 속임수를 찾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마력이나 속성이 아니었다고?’
마나와 속성을 사용하면 종류와 관계없이 감지 아이템에 잡히게 되어 있었다. 무려 1억이나 되는 감지 아이템으로 교체했기에 이번에는 자신했었다.
‘실력이란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도박장의 딜러와 선수는 모두 초일류였다. 어설픈 손장난 따윈 통하지 않았다. 더욱이 카드 카운팅을 방지하기 위해서 매번 셔플하고, 다수의 카드를 섞어서 사용했다. 그렇다고 딜러와의 심리전을 거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차피 딜러는 패를 나누어 주는 도박장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절대경의 고수라도 불가능해!’
속임수를 쓰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는 환경이다. 도박장은 손님이 돈을 따 가도록 내버려 두진 않는다.
‘아이템이나 장비도 없을 텐데.’
도박장 안으로 들어올 때 아이템과 장비 중 특히 안경과 이어폰에 대한 검색은 철저했다. 게임을 하는 중에 인벤토리를 써도 감지 아이템에 걸렸다.
‘빌어먹을!!!’
이러면 무능하다고 처리해 버린 채성만과 다르지 않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의 연속이었다. 속임수를 간파하지 못한 이상, 결과적으로 속임수가 아니었다. 이는 도박장의 불문율이나 다름이 없다. 관행을 무시하고 속임수라고 우긴다면 모두에게 무능을 광고하는 꼴이었다.
빠드드득!
아이템에 걸리지 않는 수를 썼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도박장도 솎아 내는 방법이 나날이 발전했다. 각성 초기도 아니고, 이제 와 도박장에서 속임수를 쓰는 일은 사라졌다. 그러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차라리 방문을 제한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런 멍청한 놈, 그러면 다른 길드가 나를 어떻게 볼 거 같아!”
사기꾼도 걸러 내지 못하는 무능한 길드로 낙인이 찍혀, 블랙마켓의 비웃음벨 캐릭으로 전락할 것이다. 다른 길드장들이 손가락질할 게 분명한데, 그 꼴을 눈 뜨고 보라고! 차라리 칼 물고 자살하고 말지.
그레이 길드의 핵심인 환영사살의 일살 조관상도 할 말은 있었다.
“하지만 손해가 너무 큽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박장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됐으니까, 닥쳐 봐!”
조관진도 속이 타기는 매한가지였다. 차라리 돈을 허공으로 날렸으면 모를까, 이대로라면 쉐도우 길드를 위한 기부 천사가 되고 만다.
문제는 당장 출입을 제한하기도, 도박장을 닫기도 어려웠다. 길드 간의 도박장 출입은 자율적이었고,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뚜렷한 연유도 없이 돈을 딴다는 이유만으로 제한한다면 도박장만이 아닌 그레이 길드의 위상이 추락한다.
이제 방법은 놈들이 자발적으로 오지 않거나, 속임을 찾아내는 것뿐이다. 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릴 테고, 어떻게든 알아내거나 속임수가 되어야 했다.
-또 땄어!
-재신의 강림이시다!
-어쩐지 꿈자리가 좋더라!
-슬롯 가즈아!
부르르르!
떨리는 눈가를 주체하기 힘들었다. 저게 다 얼마야? 이 바닥에서 길드장이 되기까지의 험난했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방해가 되면 치우고, 아래서 올라오는 건방진 것들은 묻으면서 피로 얼룩진 삶의 연속이었다. 블랙마켓의 독사를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연유였다.
‘개새끼네, 진짜!’
이 빌어먹을 놈이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총통 길드는 놔두고 자신만 건드리고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네가 제일 만만하단 소리가 아닌가.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지났다.
날이 바뀔수록 조관진의 화는 쌓였고, 모니터 속의 강 과장이란 놈의 칩도 쌓였다.
“감지기를 작동하겠다.”
“예?”
“이제부터 놈들은 속성을 쓴 거다.”
“아! 알겠습니다!”
조관진의 인내심도 한계에 봉착했다. 돈을 떠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자기 집 안마당에서 일개 길드원 따위가 대놓고 깽판을 치고 있었다. 손을 쓰지 않는다면 외부의 시선뿐만 아니라 지휘 체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감지기를 작동하려면 강 과장의 주변에 사람을 심어야 했다. 구경꾼들이 많으니 그 점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대한 근처에서 마나를 아주 조금만 쓰면 된다. 놈이 쓰든 말든, 속성을 쓰는 순간 감지기를 발동할 것이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곧바로 실행했다. 길드원을 쓰긴 곤란하지만, 도박 빚에 허덕이는 자들이 수두룩하다. 장기가 털리고 싶지 않은 놈을 골랐다. 절박한 놈들일수록, 간절함이 통하는 법이다.
조관진은 개새끼가 잭팟을 터뜨릴 순간을 기다렸다.
때에 맞춰 신호를 보냈다.
삐빅!
걸렸구나, 요놈!
속임수가 된 이상, 수단 방법을 가릴 필요는 없어졌다.
조관진은 핵심 길드원을 모아 놓았었다. 전에야 보는 사람도 있고, 명분에서도 밀렸지만 이젠 억지로라도 밀어붙일 수 있게 되었다.
‘불구로 만들어 주마.’
대놓고 죽이기는 어려워도, 평생 호스에 의지하며 수발을 받으며 살게 해 줄 수는 있었다.
드륵!
상황실에서 나와 도박장 문을 박찼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강 과장이 보였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길드원들이 달려 나가 주변을 감싸자 다들 어리둥절했다.
“이놈들! 감히 속임수를 썼겠다, 오늘은 무사히 나가지 못할 것이다!”
“속임수라니요?”
“감지기에 걸리고서도 발뺌을 할 셈이냐?”
“감지기요?”
“그렇다, 전에 감지기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새로 하나 마련했거든.”
“제 것보다 좋은 건가 보네요.”
“당연하지, 이게 얼마나 최신식이냐면 네놈이 가진…… 응?”
무진이 꺼내 든 감지기에 조관진의 동공이 흔들렸다. 옆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구경꾼들도 감지기의 상표를 보고 기겁했다.
“저건 미국 로티드마이턴에서 만든 마나 감지기 오토메틱 X잖아!”
“저건 밀리터리 덕후들의 로망인데, 가격만 해도 무려 30억이라고!”
“미친, 저걸 실제로 볼 줄이야!”
전투기 생산을 비롯한 군수업체인 로티드마이턴도 각성의 시대가 되면서 감지기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 냈고, 이 분야에서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놓은 오토메틱 시리즈 중에서도 X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대형 군수업체에서 도박장에 쓰라고 만들진 않았다. 던전이 열리기 전 마나를 감지하고, 수상한 집단의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 제작했다.
손님들이 이번에는 조관진이 들고 있는 감지기를 확인했다.
“백두산 장군님표 감지기X네.”
“저것도 나름대로 쓸모는 있지.”
“국산이긴 해도, 최소 1억은 넘는다고!”
마나 탐지기의 가격은 최저 10만 원에서 수십억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단순 탐지에서 마나의 잔향까지 구분하기에 성능도 가격에 따라서 차원이 다르다. 당연히 같은 X시리즈라도 1억과 30억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저 사람한테서 마나의 잔향이 남아 있네요. 반면 저는 없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래도 명색이 대그레이 길드의 길드장께서 대놓고 억지를 부리시지는 않겠지요.”
“……당연하지!”
이 무슨 주말 버라이어티 엔터도 아니고!
조관진은 부정하지 못했다. 탐지기라는 확실한 아이템이 있는 이상 다짜고짜 밀어붙이기가 어렵게 됐다. 더욱이 몰래 가지고 들어왔다곤 해도 탐지기는 속임수를 가려내는 물건이지, 쓰는 물건도 아니다. 여기서 그 점을 물고 늘어져 봤자, 꼴만 우스워진다.
‘빌어먹을 놈!!’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속임수를 쓴 사기꾼으로 몰아가야 했었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도 심었거늘, 시작부터 말리더니 몰고 갈 명분이 사라져 버렸다. 괜히 길드원을 데리고 와서 위화감만 조성하고 말았다.
길드원들도 송장 치르는 줄 알고 살의를 머금고 있었다. 기세를 잔뜩 끌어 올려놨는데, 허공에 대고 칼질한 격이 되었다. 자고로 사내가 되어 사시미를 꺼냈으면 난도질은 기본이었다. 오랜만에 피칠 좀 하나 했더니,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
“저 사람은 제가 데리고 가서 배후를 밝혀 보겠습니다. 단독으로 벌였다고 하기엔 상당히 심약해 보이는군요.”
“도박장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놈은 내게 맡겨라.”
“하마터면 사기꾼으로 몰릴 뻔했습니다. 대체 누가 그런 일을 벌였을지, 참.”
“철저히 조사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진은 배후를 전혀 모르겠다고 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손님들도 눈치가 있었다. 조관진의 독사 같은 표정만 봐도 답은 명확했다. 그렇기에 다들 쉬쉬하며 물러섰다. 괜히 옆에 있다가 애먼 불똥에 맞고 싶진 않은 것이다.
‘인심들이.’
돈 딸 때는 좋다고 옆에 붙어 있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면을 싹 바꾸고 귀신처럼 빠져나갔다. 방금까지 환호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이따위 허접한 짓거리나 하는 거로 보아 배후라고 해 봐야 대단치는 않을 겁니다. 저는 길드장님만 믿고, 게임이나 하겠습니다. 오늘은 어제만 못하긴 합니다. 하하하하!”
“……편히 즐기다 가라.”
획! 돌아선 조관진은 타오르는 분기를 감추기 어려웠다. 살아오면서 오늘처럼 분노하기도 처음이었다. 당장 저 망할 놈을 오체분시하지 않고서는 풀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개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감히 날 가지고 놀아!’
더욱 분노하는 연유는 강 과장이란 놈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났다는 것이다.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당하고 나니 눈에 뵈는 게 없어졌다.
엄청난 살의가 느껴지는데도, 무진은 남의 일처럼 도박에 열중했다. 너는 짖어라, 나는 돈을 딸 테니 한석봉 어머님의 마인드였다.
“서늘해서 더 잘되네.”
무진은 카드를 보지 않는다. 받기 전에 패스하고, 콜하고, 더블을 외쳤다. 그러니 속임수로 몰아가기엔 무리수가 따랐다. 손을 거의 대지도 않고 카드에 수작을 부리기는 불가능했다.
영국의 마법사 학교를 나오지 않고선.
오늘도 원하는 만큼 번 무진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장실 가는 것도 아까워하는 도박 중독자들의 안타까운 탄성이 들렸다.
드륵!
가드인 호랑이 가면과 함께 벤츠에 탔다.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가면을 벗은 투귀가 물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냐?”
“뭘요?”
“눈깔부터 어디 하나 맘에는 안 들지만, 그 새끼 말대로 매번 이길 수는 없잖아.”
“투시예요.”
“속성을 썼다면 감지기에 걸렸을 텐데.”
“속성은 아니고 의식을 투영하여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공감각적 수법이에요.”
“더위를 먹은 것도 아니면서 헛소리를 잘도 하는구나.”
의식을 투영한다니, 어디서 되도 않는 개 뻥을! 어느 정도 말이 돼야 믿지, 터무니없었다. 이는 의식의 극의를 이루어 공간을 창출해 내는 권능의 영역이다. 절대경의 극의를 넘어선 신의 영역에 도달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했다.
‘그럴 줄 알았지.’
사실대로 말해 줘도 믿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무진은 영격의 극의를 발휘해 일대를 투영하였고, 마치 캐드로 건축의 뼈대를 완성하듯 나만의 영공간을 창출했다. 오롯이 영의 격으로 만들어진 권능의 영역이었다. 그러니 마나나 속성 감지기로는 판별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지.’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게 했지만, 실제로 무진은 영공간을 완벽하게 통제하진 못했다. 막대한 심력이 소모되는 데다, 기존의 공간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투영은 하되, 개입은 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해야 했다.
‘바닷물을 한 스푼 떴다고 바다가 변하진 않잖아.’
내력을 사용하지 않는 권능은 빈껍데기나 마찬가지다. 정기신의 극의를 초월하려면 내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는 상호 작용에 가까웠다. 하나를 빼고, 더하는 개념하고는 다르다. 전부를 투영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거대한 벽이다.
‘권능을 완벽히 통제했다면 감지기 따윈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
작정하고 내력을 사용했다면 현실적으로 감지는 불가능에 가깝다. 내외력의 통제가 완벽에 가까운 무진에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하나, 자만은 언제나 허점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작은 빈틈이 대계를 망가뜨리는 건 역사의 순리였다.
더욱이 영공간의 창출은 수련의 일환이었다. 어떤 식의 반작용이 일어나는지 가늠해 봐야 가다듬을 수 있었다. 반진력이 대단하긴 해도,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그런다고 내가 겁을 먹을 것 같으냐?”
“예?”
“만약 권능을 쓴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긴 하지요.”
권능이 대단하긴 해도, 심권처럼 만능은 아니었다. 그걸 알고 있는 걸 보면 투귀도 한라산에서 꽤 많은 진전이 있었던 듯했다. 그러니 허풍 떨지 말라고 큰소리를 치는 거겠지. 어르신의 눈빛을 보니 자신감이 한껏 고양되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인데, 대결은 오늘 처리할 안건 이후의 일이었다. 끝내야 할 업무를 내일로 미루다 보면 탐구생활과 일기처럼 개학 전날 치이는 수가 있었다.
“오공, 화장실은 다녀왔겠지?”
“내 이름은 김오진이다.”
“그러니까 오공은 화장실에 갔다 왔냐고?”
“갔다 왔다, 됐느냐?”
무진은 명령을 내릴 뿐, 반문을 용납하지 않았다. 사부를 배신한 패륜아에겐 살아 있는 것도 감지덕지했다. 그는 쉐도우 길드의 도구로서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처럼 살아야 한다.
한 100년쯤 지나면 삼장법사가 환생했는지 알아봐 줄 용의는 있었다.
크흠.
투귀는 불편한 기색을 비치었다. 비록 못난 제자긴 해도, 대놓고 푸대접을 받자 편치 않았다. 이 꼴을 보려고 여태 심혈을 기울여 가르쳤는지, 흘러간 세월이 야속했다.
“그러게 제자 교육을 잘하셨어야죠.”
“닥치지 못해! 이놈이 진정 경을 쳐 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대결에서 이기면 3년으로 줄여 줄게요.”
“……진심이냐?”
“그 반대는 생각도 안 하세요?”
“약조하거라.”
“하죠. 대신, 지면 시키는 대로 하실 거죠?”
“지지고 볶든 네 맘대로 해라!”
“안 되죠, 우리는 근로기준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성실한 길드거든요.”
대체 어떤 근로기준법에 긴고아를 차고 일을 하라고 적혀 있느냐? 악덕 기업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싶어졌다.
투귀도 할 말은 많았지만, 기회를 주려는 것 같아 더는 반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렇게 계속 삥땅을 쳐도 되는 건지 모르겠구나.”
“제가 딴 거니까, 괜찮아요.”
무진은 도박에서 딴 돈을 혼자 먹지 않고 투귀와 김삼진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일종의 뇌물이지만, 그 액수가 월급쟁이로선 꿈도 꾸기 어려운 연봉을 넘어섰다.
패륜아에게도 명절날 세뱃돈처럼 적금을 들어 주었다. 100년 후에는 연금처럼 타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원금이 남아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