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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110화 (111/374)

110. 간 보기(4)

블랙마켓 경매는 다섯 길드가 돌아가면서 열리고, 경매 장소에는 여흥을 즐길 호텔과 도박장이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불법적인 돈일수록 유흥과 연관된 경우가 많았다. 호구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려면 유흥시설과 도박장은 필수였다.

도박장은 합법이라고 단정하긴 모호하나, 블랙마켓과 연결된 정치계 인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파문을 크게 일으키지 않는 한 용인하는 편이다.

어쨌든 합법과 불법 사이의 사설 도박장이었다. 언쟁과 다툼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돈을 따도 문제지만, 잃은 이들이 얌전히 물러날 리 만무했다.

하나, 길드에서 운영하는 도박장에서 소란을 피울 간 큰 위인들은 많지 않았다. 블랙마켓이 왜 음지의 시장을 주름잡는지를 따져 봐야 했다. 올바르게만 장사할 것 같았으면 음지에서 활동하겠는가.

막상 소란이 나도 길드원이 투입되면 금세 정리가 되었다. 돈 잃은 심정은 이해하나, 목숨보다 소중하진 않았다. 더욱이 소란의 정도가 심하면 장기까지 탈탈 털릴 수 있었다.

꽈아아앙!

굉음이 연이어 터졌다.

포커판과 슬롯머신을 비롯한 도박장 내부의 기구들이 반파되거나 파편이 되어서 홀 안을 어지럽혔다.

도박에 참여하거나 구경하던 손님들은 날벼락에 정신을 못 차리며 피하기에 급급했다. 개중 돈에 목숨 거는 인간들이 떨어진 칩을 주우려고 난리다.

콰다다당!

허공을 나르는 건 도박장의 기구만이 아니었다. 소란을 막아섰던 도박장 관리인도 걸리는 족족 나가떨어졌다.

크윽!

처음에는 적당히 끝이 날 줄 알았는데, 도박장으로 새로이 난입한 자들이 있었다. 그래 봤자 고작 4명이기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라고 봤었다.

안일한 판단이었다.

난입한 자들은 길드원 10명을 어린애한테서 사탕을 빼앗듯 가볍게 날려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가떨어져 대처가 되지 않았다.

우르르르!

도박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관리 책임자인 채성만이 길드원을 데리고 서둘러 내려갔다.

간단히 끝내기는커녕,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하물며 애들을 쓰러뜨린 3명은 이상한 호랑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채성만은 길드원을 쓰러뜨린 호랑이 마스크가 아닌,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와인을 마시는 놈을 노려봤다.

“너 이 새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난동을 부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레이 길드는 사기를 치고도 되레 손님을 겁박하는 곳인가 봐? 이거 무서워서 카드 패 하나라도 만질 수 있겠어.”

“어디서 개소리를 지껄여! 네놈이 계획적으로 사기 친 걸 모를 줄 알아!”

“그럼 검증을 해 볼까? 누가 사기를 쳤는지.”

채성만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도박장 내 카메라로 저 새끼를 계속 지켜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놈이 쉬지도 않고 돈을 긁어 가고 있었다. 도박장이라고 해서 돈을 따기만 하진 않겠으나, 기본적으로 수익을 목적으로 했다.

당연히 손님에게 돈을 잃으려고 도박장을 차리진 않는다. 돈 먹고, 돈 먹기인 도박장에서 돈을 잃고 있으니 주목할 수밖에.

카메라를 통해 초고속 모드로 속임수를 확인했고, 속성을 썼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장비 아이템을 썼었다. 마나를 기반으로 한 오러와 마력은 물론, 속성을 사용하게 되면 반응이 오게 돼 있다. 그런 것들이 일상적으로 통한다면 도박장은 진작에 망했다.

‘빌어먹을!!’

문제는 이놈이 속임수를 썼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속성이나 마력을 썼다면 반응이 와야 하는데.

저 망할 새끼가 의자에 앉아 거드름을 피우며 발을 까딱까딱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된 마당에 순순히 인정할 순 없는 노릇이다.

“왜들 멍하니 있어, 저 사기꾼 새끼를 조지지 않고!”

사기를 밝혀내지 못한 이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사수해야 하나 그런 걸 일일이 따지면 장사 못 한다. 소문이 날 수도 있겠지만, 놈은 무조건 사기꾼이어야 했다.

‘씨발,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진짜로 속임수를 썼다면 화면에 잡혀야 했다. 손재주가 좋아도 초고속 카메라를 벗어나긴 불가능하다. 더욱이 속성의 종류가 어찌 되었든, 감지 아이템에 걸리게 되어 있었다.

퍼퍼퍼퍼펑, 꽈아앙!

크어어억!

20명을 데리고 왔는데, 먼저 쓰러진 놈들보다 더 빨리 쓰러진다. 이상한 호랑이 마스크를 쓴 놈들이 이상하게 강했다. 전대물에서도 취급하지 않을 저딴 허접한 가면을 쓰고선 강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여기가 일본 만화 속 배경도 아니고. 가면 벗으면 안경잡이에 일자(一) 눈이 나오는 거 아냐?

의자에 앉아 와인을 음미한 사내가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낄낄거리며 웃었다.

“어이구, 별것도 아닌 것들이 잘도 깝치는구나.”

“이 새끼가! 정말로 죽고 싶어!”

“속임수를 썼는지 확인해 보자니까, 아니면 1 대 1로 블랙잭 한판 어때? 이거 다 걸게.”

“너 같은 사기꾼하곤 협상하지 않는다!”

“병신, 이게 협상 같냐.”

해도 병신, 안 해도 병신이 되어 버린 채성만의 안면이 흉신처럼 일그러졌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감히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자신을 농락하고 있었다.

‘이 미친 새끼, 뭔가 있나?’

채성만은 범상한 놈이 아님을 직감했다. 사방이 난장판인 데다가 살기가 넘쳐흘렀다. 그 안에서 평온을 유지하다 못해 여유를 부리기란 어지간한 강단이 아니고선 불가능했다.

“어디서 보낸 놈이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네. 하지만 남의 인적 사항을 알고 싶으면 예의와 정성을 다해야지. 자, 알려 주세요 해 봐.”

“진정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죽일 수 있었으면 진작 죽였겠지. 아니면 내 앞으로 와 보든가?”

호랑이 마스크가 놈의 앞에 있었다. 교묘히 거리와 방향을 유지해서 다가서는 순간 사로잡힐 것 같았다. 게다가 20명이나 되는 애들이 전부 쓰러졌다. 하급 길드원이 아닌, 제법 이름이 있는 간부들도 손 한번 쓰지 못했다.

‘어디서 온 놈들이지?’

조소하는 놈도 그렇고, 호랑이 마스크도 예사롭지 않은 실력이었다. 그렇다고 나와바리에서 굽힐 수도 없는 형편이다. 비록 이 안에 있는 애들을 쓰러뜨리긴 했어도, 곧 지금까지와는 급이 다른 최정예 길드원이 충원된다.

채성만으로선 그 전에 뭐라도 해야 했다. 이대로 당하기만 하면 길드장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놈을 제압할 인원이 보강될 때까지 시간이라도 끌어야 했다.

“하아, 좋다. 원하는 게 뭐냐?”

“도박장에서 원하는 게 뭐겠어. 그냥 정당하게 딴 내 돈 내놔. 별로 어려운 일 아니잖아. 그렇게 억울하면 다 걸고 다시 하든가.”

“돈을 받고 싶으면 정체부터 밝혀라.”

“도박하는 데 인적 사항이 필요할 줄은 몰랐네. 거, 인상은 풀지, 알려 줄 테니까. 쉐도우 주식회사 강운 과장이야.”

그런 회사가 있었나?

아!

“……쉐도우 길드구나!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성싶은 것이냐!”

“이상한 소리를 하네.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설마 다른 길드는 도박하면 안 되는 거였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전에 그레이 길드 소속 길드원이 우리 도박장에 와서 잔뜩 따 갈 때도 고이 보내 줬는데 말이야.”

블랙마켓 내 다섯 길드는 전부 도박장을 운영한다. 깽판을 치거나,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면 다른 길드의 길드원이 와서 도박한다고 문제삼진 않았다.

설령 속임수를 썼다 해도, 밝혀지지 않으면 무의미했다. 속임수를 밝히는 책임은 전적으로 도박장에 있었다.

정론을 들먹이자, 궁색해진 채성만의 인상이 굳었다.

“아무리 그래도 상도덕이 있는 거다!”

“우리가 언제부터 상도덕을 따졌다고 그래. 난 분명 속임수나 속성을 쓰지 않았어. 아니면 밝혀 보든가?”

돈 앞에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하물며 돈이면 뭐든지 하는 인간말종들이 상도덕을 따지는 것만큼 웃긴 일도 없었다. 사기꾼으로 몰아가고 싶으면 애초에 속임수를 간파하고 증명했어야 했다. 돈을 땄다고 해서 힘으로 해결하려던 쪽은 그레이 길드였다.

“그리 자신한다면 내가 잠시 살펴봐도 되겠나?”

“또 개수작 부리지는 않겠지?”

“눈으로만 보겠네.”

“좋아, 어디 한번 살펴봐.”

채성만은 강 과장의 속임수를 간파하기 위해 가까이 접근했다. 그리고 눈을 마주했을 때 채성만의 눈빛이 바뀌었다. 흰자위까지 검게 변하면서 섬뜩한 기광을 발산했다.

‘걸렸다, 요놈!’

-사안(死眼) 개방!

동시에 [약골멸치], [심신미약] 스킬을 펼쳤다. 사안은 육체가 아닌 정신에 타격을 주어 영혼을 죽이는 속성이었다. 완전한 사안이었다면 보는 즉시 영혼이 죽어 버렸겠지만, 채성만의 속성은 완벽하지 않았다. 거리도 가까워야 하며, 체력 저하와 심신미약 상태로 만들어야 효과가 있었다.

어?

강 과장이란 놈을 죽이진 못해도 최소한 제압은 하려고 했는데, 태연히 제자리에 앉아 히죽였다.

언제 썼는지 모를 선글라스를 끼고서.

“……어떻게?”

“내가 눈뜬장님이거든.”

“……뭐?”

“눈 감고 있었다고.”

선글라스를 위로 들어 올리자, 눈을 감고 있는 무진이 미소를 지었다.

씨익!

선글라스만 끼고 있었다면 걸려들었을 텐데, 저 미친놈이 눈을 감고 있었을 줄이야. 전혀 예상치도 못한 대응이었다.

당황했던 채성만은 급히 정신을 차리고 재차 달려들었다.

‘그래 봤자 안 보이겠지!’

채성만은 강 과장이 눈을 감고 있을 때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사안을 재차 발동해서 놈이 눈을 뜨는 순간을 노린 것이다. 쇄도하는 걸 알아챘다면 반드시 눈을 뜨리라.

콕, 콕!

지척까지 접근했는데도 강 과장은 눈을 감고 있었다.

사안이 무용지물이 된 채성만은 손수 끝을 내기로 했다. 그 순간 동공을 살포시 만지는 손속이 있었다.

크아아아악, 내 눈!

아프냐?

동공과 시신경을 단련했어야지.

육체의 단련을 게을리한 대가였다. 그것도 아니면 눈치와 반사 신경이라도 키웠어야 했다. 저리 허술하니 무방비로 동공 테러를 당하는 것이다.

‘눈으로 총알 정도는 막을 수 있잖아.’

인체의 가장 연약한 급소와 사혈의 단련이야말로 궁극에 이른 육체를 완성하는 길이었다. 무진은 그러한 기본을 무시하지 않고 지켰다. 그래야 빈틈을 내준 척 역공을 취하기도 수월하다.

퍼억!

그 일례를 채성만이 보여 주었다. 눈이 아프다고 아랫도리의 방비가 허술했다. 틈을 봤음에도 가만히 있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다음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고통을 새겨 주어야 했다.

크어어어억!

알을 깨고 부화를 했나? 비명이 아침을 알리는 수탉처럼 쩌렁쩌렁했다. 실핏줄이 터지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채성만은 하의를 붙잡고 무릎을 꿇었다.

“……이 개자식…… 죽여 버릴 테다!”

장님에 불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미쳐 버렸나? 하의를 잡고 있으면 얼굴이 무방빈데.

쫘악, 쫘악!

배고픈 흥부처럼 맞고 싶다고 얼굴을 내미니, 싸대기를 갈겨 주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겠지. 놀부 마누라로 빙의한 무진은 채성만의 뺨을 좌우로 후려쳐서 정면에 고정했다.

주르르르르!

핏물이 터지며 바닥을 물들였다.

무진은 슈트의 가슴 왼쪽 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을 꺼내 손에 묻은 피를 닦았다.

“다음엔 목을 따 줄까?”

“……날 죽이면 쉐도우 길드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채성만은 강 과장의 스산한 말투에 현실을 파악했다. 이 바닥에서 나이가 어려 보인다고 함부로 대해선 안 되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진짜로 목이 잘리는 수가 있었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

“사람을 사기꾼으로 몰고서 가증스럽게 피해자인 척하실까? 멀쩡한 사람을 사기꾼으로 몰았으면 증거라도 내놔야지. 돈 좀 잃었다고 사기꾼 취급하면 어렵게 찾은 손님들은 너희들 돈주머니나 채우는 호구란 소리잖아.”

무진은 언성을 높이지 않고 조곤조곤 말했지만, 워낙 딕션이 정확해서 도박장 안에 있던 손님들의 귀에 쏙쏙 박혔다. 싸움이 일어나는 즉시 도박장 밖으로 피한 손님도 있겠지만, 돌아가는 사태를 구경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그렇지.”

“우린 호구가 아니라고!”

“조금만 이상해도 잡아갔으면서, 증거도 없이 사기꾼 취급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이건 좀 도가 지나치잖아!”

“여기는 아닌가 보다!”

무진의 말에 손님들이 호응했다. 돈을 잃은 손님일수록 호응도가 높았다. 작은 실수나 수상한 행동만 해도 따로 불러서 확인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했었다. 자기들 한 짓은 생각도 않고, 증거도 없이 사기꾼 취급을 하니 열이 받을 수밖에.

“증거를 내놔, 그래야 납득을 하지.”

“맞는 말이야, 어서 증거를 내놔라!”

“아니면 무고한 사람을 사기꾼으로 몰지 마라!”

“혹시 돈을 따면 계속 그런 거 아냐!”

앞이 보이지 않는 채성만으로선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장님이 소리에 민감한 연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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