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102화 (103/374)

102. 맛집 투어(3)

손님이 많은 이유가 있었다. 간혹, 아무것도 모르고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목조목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장사의 기본이 되어 있는 분이다.

사장님들이 착각하는 건, 음식이 맛있다고 사람들이 찾지는 않는다는 거다. 기분이 나쁘면 아무리 맛있어도, 두 번 다시 찾지 않았다.

국수는 금방 나왔다.

10분을 넘지 않고,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걸 보면 대단했다. 사람은 항상 똑같은 마인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사장님의 컨디션에 따라서 맛이 변할 때가 있다. 그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맛집의 비결이었다.

후루루룩!

아버지와 아들은 대화하지 않았다.

국수의 면은 빨리 붇는다. 나오기가 무섭게 코박하고 요란하게 먹어 주었다. 평소에는 조용히 먹는 편이지만, 제주도는 일본풍이 약간 섞여서 시끄럽게 먹어도 눈치를 주진 않았다.

후르르르륵!

가격 대비 양이 많기는 했다. 공항 근처라는 걸 고려하면 사장님이 박리다매의 본을 지키셨다. 아버지가 제주도에 올 때마다 찾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왜 기억을 못 할까?

이게 사장과 손님, 선생과 제자의 차이다. 특별히 유난스럽지 않다면 기억에 남는 손님과 제자는 많지 않았다.

“어떠냐?”

“좋네요. 국물이 정말 고소하고 담백해요.”

“많이 먹어.”

“제가 산다니까요.”

“네가 돈이 어디 있어?”

“제인 누나한테서 카드를 받았어요. 물론, 제 돈이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국수 한 그릇당 10초로. 만두와 수육은 비빔국수와 잘 어울렸다. 요란하게 먹지만, 신기하게도 식탁에 튀지를 않는다. 끊지 않고 맛있게 광고에서나 볼 법한 영상을 담아냈다.

와!

주변에서 국수 좀 먹어 본다는 사람들조차 무진의 면 치기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면을 치면 사방으로 국물이 튀어야 하는데, 실로 놀랍도록 완벽한 흡입력이었다.

식당에 무진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권후의 호위무사?”

“맞네, 아카데미 유망주!”

지수의 인지도와 비교하면 부족하긴 해도, 무진도 나름 얼굴이 팔린 셀럽이었다. 이번에 열렸던 권왕가와 창황가의 대결로 인해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찰칵!

주변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초상권을 주장하진 않았다. 살다 보면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고, 국수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선에서 귀찮음을 감수했다.

그러다 중학생 소녀가 무진에게 물었다.

“지수 언니하고 같이 안 왔어요?”

“응.”

“왜요? 여자 친구잖아요.”

“여사친이야.”

흐름이 잠시 끊겼지만, 정정할 건 해야 했다. 호기심 많은 소녀의 오해를 바로잡은 후, 국수를 고갈시켰다.

먹는 시간은 총 15분을 넘지 않았다.

다 먹은 후, 아버지를 기다렸다. 최근 아버지도 기초대사량이 높아져서 소화력이 예전보다 나아졌다.

후르르르!

입가심으로 남은 국물까지 해치운 후, 아버지는 그릇을 내려놓았다.

무진은 계산을 끝내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다음은요?”

“보말죽으로 하자.”

“죽은 소화가 너무 빠른데.”

“그래도 맛은 있어.”

국수 가게의 주인과 손님들은 얼척이 없는 표정이었다. 둘이 와서 20인분은 먹은 것 같았는데, 또 먹으러 간단다.

“생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봐.”

“아버지가 아니라 형 같은데.”

다들 무진보다는 아버지의 소화력에 감탄했다. 나이가 들수록 먹는 양은 현저하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많이 먹고, 잘 싸는 것도 축복이었다.

예약한 렌터카를 타고, 보말죽 전문집을 찾았다.

아들로서 아버지를 모셔야 했거늘, 운전면허증을 따려면 열여덟 살이 되어야 했다. 빌어먹을 나이, 촉법소년을 없애야 했다.

면허증만 없을 뿐, 무진은 베스트 드라이버였다. 하기만 하면 코너링이 기가 막힐 텐데.

“줄이 너무 긴 것 같은데요.”

“기다리는 맛도 있지.”

“별맛이 다 있네요.”

“휴가잖아. 이럴 때 쉬는 거야.”

“성질 급한 사람은 뒤지겠네요.”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줄이 상당했다.

전화번호를 남기고 소화시킬 겸 주변을 구경했다. 바다 근처라서 서해안과는 달리 보는 맛이 있었다. 갯벌의 탓한 바다가 아닌 푸른 바다가 넓게 펼쳐지며 새하얀 파도가 일었다.

“안타깝네요.”

“그냥 찍어 달라고 해라.”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고 같이 사진을 찍으려면 허공섭물을 발휘해야 했다. 하지만 3갑자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서 곤란하다. 아는 사람이라도 없으면 모를까, 무진은 셀럽이었다.

그때 여자 셋이 다가왔다. 스무 살은 넘어 보이는 누나들로.

헐, 레깅스만 입고도 잘만 돌아다니는구나.

아버지와 서면 그림이 잘 나올 것 같기는 했다.

“찍어 줄까? 우리도 좀 찍어 줬으면 해서.”

“그러죠.”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몸이 좋구나.”

“저를 아세요?”

“그럼. 제법 유명해.”

역시.

평소라면 거리를 두었겠지만, 무진은 흔쾌히 허락했다. 여행 와서 빡빡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데, 여행 간다고 이성 친구가 생기진 않는다.

아버지와 바다를 배경 삼아 자세를 잡았다. 몇 번 찍고, 누나 둘이 사이에 끼었다.

“유명인과 찍고 싶어서.”

이 누나들이, 정말로 자기들 사진을 찍으려고 부탁한 것이다. 자신과 아버지는 일순 그녀들을 위한 풍경이 되어야 했다.

“보디빌딩 자세를 취해 봐.”

“여기서요?”

“그럼 어디서 해, 우리도 하는데.”

“대단하네요.”

“당연하지.”

놀러 왔으면 수치심을 버리라는 조언까지 들었다. 포즈에 영혼을 담으라나? 확실히 사진 찍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한두 번 해서는 나오지 않을 프로페셔널이다.

“그런데 지수하고는 같이 안 왔어?”

“예.”

“여자 친구잖아, 서운하겠다.”

“여사친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때?”

“괜찮습니다.”

“호오, 철벽남! 지수도 힘들겠어. 같이 왔으면 사진이 좀 더 풍성했을 텐데.”

초면에 전화를 주고받을 만큼, 무진은 안전불감증이 있진 않았다. 최소한 그 사람의 됨됨이를 10년 이상은 지켜봐야 했다.

쿨한 누나들이라 귀찮게 붙들진 않았다.

“조혜영이잖아.”

“인스타 여신들!”

아까부터 힐끔힐끔 보는 시선들이 누나들을 향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잠깐, 휴대폰으로 찾아봤더니 구독자가 500만이다.

그 앞에서 유명하다고 했으니.

“아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았구나.”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잡아 봐요.”

“에휴, 누구 아들인지 몰라도 놀리는 맛이 없어.”

“수치스럽게 해 드릴까요?”

“……됐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아들은 웃통을 깔 것이다. 그나마 옷으로 가렸기에 망정이지, 벗어 보면 볼 게 너무 많은 아들이었다. 인스타 여신들이 뺏어 갔던 시선을 단숨에 끌어오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만큼 아들의 육신은 인간적이지 않았다.

-108번 손님.

40분쯤 기다리자, 차례가 왔다. 국수를 먹고, 흐름이 오래 끊겨서 그런지 초심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종업원이 2인석으로 안내하자, 무진은 메뉴부터 시켰다.

“보말죽 10인분, 보말칼국수 10인분이요.”

“아, 이쪽으로 오세요.”

급히 6인석으로 바꾸었다. 둘이 와서 4인분까지는 봤어도, 10인분을 시킬 줄은 몰랐었다. 먹방을 찍으러 오는 bj도 죽을 죽을 때까지 먹진 않는다.

죽과 칼국수가 나왔다.

후루르륵, 후루르륵!

헐!

다들 무진의 흡입력에 놀라는 눈치였다. 단순히 많이 먹는다고 해서 쳐다보진 않았다. TV만 봐도 인간 같지 않은 하마들이 천지였다. 하지만 뜨거운 걸 물처럼 마시는 건 색다르다 못해, 위장이 타는 기분이었다.

“아카데미에선 입천장도 철사장처럼 단련하나?”

“입천장만 단련해서 되겠어, 위장이 녹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저러다 늙어서 고생하지.”

“그런 것치고는 입안에서 맛을 음미하는데.”

먼저 들어와서 먹방을 찍고 있던 조혜영과 누나들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본인들도 꽤 특이한 줄 알았는데, 뛰는 년들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말투는 평범했잖아. 정중하고, 예의 바르고.”

“정상 같은 미친놈이었어!”

“우리도 관종이지만, 저건 못 하겠다.”

식당 안 사람들의 경탄에도 산하에겐 일상처럼 잔잔하다. 아들의 평소 신념과 노력을 상기하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신체와 공력의 운용이 극한에 이르면 오장육부는 물론, 모세혈관까지 통제할 수 있어요. 자 봐요, 쉽죠?

너만 쉽겠지.

시범을 보여 주겠다며 펄펄 끓는 물을 주전자째로 마셨다. 그런 아들이 죽이나 칼국수에 질 리가 있겠는가. 아들에겐 그저 맛있는 죽과 칼국수에 지나지 않았다.

“아버지, 식기 전에 드세요.”

“식어야 먹지!”

고기국수와 달리 아버지의 느린 속도에 무진은 한숨을 쉬었다. 꼭꼭 씹어서 먹기 전에 하나라도 더 먹으라고 하지 않나.

너무 겉치레에 치중한 것이다. 입천장은 물론 오장육부와 혈관의 단련도 병행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이가 들수록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크고, 관상동맥은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회장님이 법카도 주실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당했는데 세 번이나 주겠느냐? 너무 회장님을 띄엄띄엄 보는구나.”

“3백만 원밖에 안 나왔잖아요.”

“부자가 돈을 물처럼 쓰리란 생각은 착각이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이 많이 쓰기는 한다. 하나, 쓴 만큼 그 이상으로 벌어들인다. 돈을 쓰더라도 효율적으로 쓸 줄 알아야 부자가 된다. 가난한 이들의 소비 습관만 봐도 왜 돈을 못 버는지 이해가 되는 슬픈 현실이다.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라고 주장하는 순간부터,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한다.

보말죽 다음은 대갈치, 흑돼지로 이어졌다.

늦은 저녁 숙소로 돌아가기 전 해물탕 가게에 들러 탕, 찜, 회를 샀다.

소주 한 박스는 기본이고.

호텔 테라스의 경치가 죽여줬다. 성운 그룹의 계열사인 성운 호텔로 7성급은 아니더라도 6성급은 되었다.

테라스의 식탁 위에 포장해 온 음식을 올려놓았다.

탕과 찜이 있고, 쏟아질 듯한 밤하늘과 시원한 밤바다가 있었다. 소주가 당기지 않는다면 이상했다.

“한 잔 드세요.”

“이젠 대놓고 마시는구나.”

“어른하고 마시면 괜찮다고 하잖아요.”

“필요할 때만 찾진 말거라.”

운치는 무슨, 산하는 감상적이지 않았다. 어느덧 다 자란 아들을 보고 감회에 젖기에는 솔직히 터무니없었다.

“아차, 맥주를 안 샀네.”

“그만해라.”

아버지도 주량이 제법이셨다. 그저 건전하게 대작했을 뿐이거늘, 소주 한 박스가 부족했다.

“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사 와야 하는데.”

“말이나 못 하면.”

“가는 김에 맥주도요.”

“썩을!”

집에서 마시는 것까지는 허락해도, 아버지는 나름 준법정신이 투철하셨다.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 지하의 편의점을 찾았다.

무진은 탕과 찜이 식을 때마다 삼매진화로 은은하게 데웠다. 여행 시 버너가 없을 때 삼매진화만큼 유용한 수법도 드물었다.

회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보존 마법을 걸고, 빙결 마법으로 온도를 조절했다.

띠리리리링♬

전화가 와서 받았다.

-그년들 누구야?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