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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99화 (100/374)

99. 양동작전(3)

악착같은 대응에 무진의 입에선 실소가 흘러나왔다.

‘설거지당하는 이유가 있지.’

그래서 주식이 무서운 것이다. 잃은 것을 만회하려고 물타기를 계속하지만, 금리가 오르는데 상한가가 웬 말이냐.

인간의 육체를 벗어나 리치와 비슷한 언데드가 되었음에도, 정작 인간의 잣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휘청!

조금만 더.

휘청!

이제 다 왔어!

휘청!

얼씨구, 됐다.

휘청!

이 망할 놈이 오뚝이냐?

죽음의 어둠을 새하얗게 불태웠다고 해야 하나. 조던의 안색이 회백색으로 변해 갔다. 마치 모든 마력을 쏟아 내 심지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제야 조던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말이 되지 않았다. 제아무리 신력을 타고났어도 한계가 있는데, 매번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신혼 첫날밤도 아니고, 결혼한 지 30년이 됐으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계속 살아나서 불태우다니, 세월을 역행하는 짓이었다.

“너 이 새끼, 일부러 당한 척했구나!”

“병신이네.”

이제야 눈치챈 놈이 알아냈다고 역정을 낸다.

그것도 적한테.

귀책사유를 떠넘긴 병신 같은 멘트는 무진의 코를 막히게 해 주었다.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방법을 바꾸거나 튈 준비부터 했어야지. 꼬임에 넘어가 융통성 없이 달려든 놈이 병신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

나야 좋지.

무진이 보기에 권왕가를 노렸던 놈 중에 최소 중간은 된다고 봤다. 그래서 주변부터 치워 버리고, 어떻게 하는지 살폈다.

그러다 도망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별장의 결계는 다시 손봐 놓은 지 오래였다. 아까 마구잡이로 움직였던 것도, 별장의 결계를 재설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흡정술에 도움이 되겠어.’

마냥 당하지도 않았다. 무진은 놈의 기술을 경험하며 낱낱이 파헤쳤다. 당장은 완벽히 재현하진 못해도 흡정술의 레벨을 높이는 재료로선 손색이 없었다.

특히 공간 전체에 흡정술의 원리를 이용해 마나를 흡수하는 연계는 놀라웠다.

그 효과를 지금 톡톡히 보고 있었다. 내력의 손실이 거의 없어졌다. 내가 쓴 내력을 다시 돌려받는 연금 같은 기분이랄까?

‘결계와 흡정술의 연계라, 아주 좋아.’

결계에 내력 증진을 위한 기능도 추가되었다. 128기가 노트북을 샀더니, 이벤트로 256기가 업그레이드를 해 준 격이다.

‘생기 흡수도 되겠지.’

세상에 있어 봤자 쓸모없는 악인의 생기를 흡수해 좋은 일에 쓴다면 이보다 금상첨화가 어디 있겠는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단군 선조님의 의지를 이어받는 숭고한 사명이었다.

허억, 허억!

인간이 아니라 호흡이 가쁠 리 없을 텐데도, 조던은 숨이 찬 듯 헐떡였다. 잔뜩 일그러진 표정이 개 같은 현실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놈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목표물을 가지고 놀았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다.

이노오옴~~~~!

결국, 분노하여 달려들었다. 인내심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죽음의 사슬을 풀고 모든 전력을 끄집어내 쇄도했다.

같이 죽고 말겠다는 동귀어진의 결사 항전이었다.

퍼엉!

의도는 가상하나, 무진의 무형권이 원래대로 발사되었다. 육신을 잡아챈 죽음의 사슬은 거미줄보다 못한 족쇄였다. 자유로워진 무형권은 놈을 반 토막으로 만들었다.

일순 상의 실종을 당했다. 인간이면 죽어야 마땅하나, 조던의 상체는 곧바로 회복되었다.

“난 죽지 않는다!”

“다만, 재생 속도가 떨어질 뿐이다.”

“……?”

“이어 봤어.”

조던은 소름이 돋았다. 놈의 말이 핵심을 관통했다. 마력을 죽음의 사슬에 쏟아 낸 후 재생력이 떨어졌다. 그나마도 놈이 무형권을 계속 써야 겨우 채울 수 있었다.

퍼어엉, 퍼어엉!

그래야 하는데, 조던의 회복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 복구되는 시간이 느려졌다. 내력을 흡수하기도 전에 뭔가에 빨려 들어가고 버렸다.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조던은 깨달았다. 결계가 놈의 내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네놈 뭐냐?”

“아까도 말 안 했잖아. 이제 와서 내가 말해 줄 거 같아?”

“겁이 나는 게냐?”

“내가?”

놈의 정체라도 밝히려고 격장지계를 썼던 조던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하지만 분노한다고 작금의 현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단순히 힘만 센 놈인 줄 알았는데, 역으로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어디서 이런 놈이 갑자기 나타난 거지?’

불현듯 일전의 실패와 자신의 현실이 섬광처럼 연결이 되었다. 심계가 예사롭지 않은 놈이었다. 어쩌면 창황의 실패도 이놈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자신이 이쪽으로 올 줄 알고 있는 듯한 대응이었다.

놈은 권왕에 필적하는 무위와 상황을 이끌어 오는 지혜를 가졌다. 위험하다는 경종이 뇌리를 강하게 울렸다.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조직의 정보에도 없는 놈이 갑자기 등장했다. 대계를 방해할 커다란 위험 분자였다.

“도망치려고?”

“인정하마, 네놈이 이겼다. 하지만 날 죽일 순 없을 것이다!”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벗어날 수 있었다. 사혈인을 만들어 놈의 운신을 조금만 늦추면.

어?

공간이동을 하려고 했는데, 외부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졌다. 비록 결계라곤 해도 이런 식으로 차단이 되진 않았다. 불완전한 공간이동을 감수하고서라도 벗어나려고 했었다. 어차피 핵만 무사하면 육체를 복원할 순 있으니까.

“네놈 대체 무슨 짓을?”

그걸 왜 나한테 묻지?

무진은 대답 대신 무형권을 날려 주었다. 서로의 능력치를 비교 분석하는 자리도 아니고.

슈웅, 푸아앙!

공간이동이 되지 않아 당황하던 조던의 반응이 늦었다. 실상, 반응하기도 어려웠다. 아까보다 훨씬 빨라진 무형권이었으며, 내가중수권이 담겼다.

장갑차를 부수기 위해서 고폭탄을 담은 90mm무반동총의 원리였다. 조던의 몸 안에서 터지면서 사방으로 파편을 만들어 냈다.

스물스물!

사람이라면 피육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조던은 부활하여 벗어날 방법을 궁리했다.

‘노력이 가상하네.’

무진은 속으로 피식! 했다.

궁지에 몰렸어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적아를 막론하고 본받아야 한다. 포기가 쉬우면, 언제 어느 때라도 포기하기 마련이다. 이는 인생을 살아가는 진리와 맞물렸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더라고.’

무진은 던전을 공략하면서 단순히 마물 사냥에 대한 이해와 레벨업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던전 그 자체의 변화와 흐름을 각인하고, 분석했었다.

따지고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마물은 던전을 통해서만 이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던전을 완벽하게 분석할 수만 있다면 애초에 마물의 습격을 받지 않아도 되었다.

무진은 던전의 흐름을 살핀 후, 결계와의 연계성을 확인했다. 특히 결계 안의 독립성을 던전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도록 한 것이다. 던전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뚜렷하게 분리되기에 공간이동은 물론 통신 자체가 되지 않는다.

‘나를 결계의 보스로 인식한 이상, 제압하지 않고선 빠져나갈 수 없지.’

목표를 완벽히 고립시킬 때 효과적이었다. 결국 결계를 벗어나기 위해선 보스를 공략해야 했다. 차후 던전을 이용한 고립 작전도 염두에 두었다.

‘레벨업도 됐으면 좋을 텐데.’

아직도 던전의 분석이 완벽하진 않았다. 겸허하게 반성하며,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슈웅, 퍼어어엉, 퍼퍼펑!

무형권을 발출하고, 불사신처럼 살아나는 반복된 과정의 연속이었다. 지루할 만큼의 패턴화된 파밍이 계속되었다. 이쯤 되면 무한 동력이 가능해도 지루해질 수 있었다.

“곤란하네.”

“어차피 네놈은 날 죽이지 못한다!”

“이려면 어떨까?”

“그런다고…… 흐억!”

무진은 무형권이 아닌 호신강기를 결계 전체로 확대하듯 발산했다. 어둠으로 물들어 있는 사방을 빛의 포화로 채웠다. 기존에 사용했던 권막의 레벨업 버전이었다. 다만, 파괴력 못지않게 막대한 내력이 소모된다.

꽈아아아앙! 푸스스스스스!

굉음과 빛의 포화에 결계의 내부가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삽시간에 모조리 산화시킨 후, 무진은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디 숨었나?”

어디에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주변을 살펴보다, 대지 위에서 일어서는 젤리 인형을 바라보았다.

“거기 있었군.”

“그딴 식의 막무가내가 통할 성싶었냐?”

“아니면 말고.”

“그래, 더 해 봤자 의미…… 이놈!”

포기한 줄 알았더니, 포화공격이 재차 발휘되었다. 굉음과 광화가 번뜩이며 결계를 빛의 물결로 채웠다.

후아아앙, 푸스스스스스!

기겁한 조던이 숨어 보려고 했으나, 젤리 인형은 버티지 못하고 녹아 버렸다. 태양풍에 휩쓸린 유성처럼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무진은 이번에도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디 있나?”

스물스물!

물어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젤리 인형, 조던이 일어섰다. 여전히 처음과 다르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 봤자 내력 소모만 커질 뿐이야!”

“그러네.”

“그래, 너도…… 이놈이!”

“아니면 말고.”

안 되면 말고라는 식으로 무진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책임은 너나 지라는 듯이 광포화를 발산했다. 또다시 빛의 포화로 결계가 가득 들어찼고, 젤리 인형은 순식간에 바싹 구워졌다가 견디지 못하고 가루가 되었다.

솨아아아, 푸스스스스!

무진의 아니면 말고식의 광포화가 열 번이나 더 이어지고 나자, 젤리 인형의 형태가 어딘지 모르게 매끄럽지 않았다. 말랑말랑 탄력을 지녔어야 할 젤리가 마른 사막처럼 푸석푸석해 보였다.

“어딘지 모르겠네, 정말 꼭꼭 숨었구나.”

“……소용없다!”

“왜 병신처럼 목소리를 떨고 지랄이실까? 설마 쫄리는 건 아니지?”

“웃기지 마라…… 헉!”

무진의 광포화는 계속되었다.

조던은 미치고 환장했다. 핵을 숨겨 놓기는 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었다. 놈의 공격은 대피를 허락하지 않았다. 어딜 가도 동등한 위력의 빛의 포화를 마주해야 했다. 핵을 이중 삼중으로 보호했기에 겨우 버티고 있을 뿐이다.

‘……대체 뭐냐고?’

지치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지치지를 않는다. 인간이 어떻게 이토록 많은 내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젠 어쩔 수 없었다. 자존심을 내세우기에는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놈의 포화에 핵이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버릴 것이다.

솨아아아!

빛의 포화가 사라진 후, 무진은 주변을 돌아봤다.

“어디 있나?”

몇 번을 불러 봐도 대답이 없자, 무진은 광포화를 세 번 더 사용했다. 살가운 말투로 살려준다고 유혹해봤는데도, 깜깜무소식이었다.

“진짜로 죽었나?”

무진은 폐허가 된 별장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저곳을 살펴보지만, 도무지 찾을 방법이 없어 보였다.

“난처하네.”

마냥 죽치고 있을 순 없기에 별장의 지하로 들어가려고 했다.

‘됐다…… 응?’

안심하던 찰나, 조던은 기겁했다.

“여깄네.”

환한 미소를 짓는 무진을 보자 둥그런 형태의 핵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마치 악마의 현신을 보고 있는 듯,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꽈악!

크아아아아아아!

핵이 되어 버린 조던이 비명을 질러 댔다. 여태까지 고통을 느끼지 못했던 것과는 달랐다.

“순순히 말해, 그러면 곱게 죽여 줄게.”

-……나는 아무것도 ……크아아아아악!

무진은 금제의 단계를 시험했다.

견디지 못한 조던은 이름부터 시작해서 알고 있는 정보를 뱉어 냈다. 그러나 원하던 정보에 다가갈수록 금제의 영향력이 강해졌다.

“영혼 각인이구나.”

무진은 실망하지 않고, 실험을 수행했다.

-그만…… 말하면…… 곱게 죽인다며?

“믿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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