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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98화 (99/374)

98. 양동작전(2)

훗!

비웃음과 함께 무진은 미친 듯이 달려드는 혈인을 향해 무형권을 발출했다. 예상치 못한 수에 멈칫했으나 무형권은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내력의 끊김도 복구되어 원래의 자리를 찾았다.

“소용없다.”

“과연 그럴까?”

죽은 자를 죽일 수 있을까?

슈우욱, 꽈아아앙

쇄도해 들어온 사혈인(死血人)이 견디지 못하고 폭사했다. 기존의 대포와 같은 무형권이 아닌, 내부에서 터뜨리는 내가중수권의 발전된 형태였다.

“아니!”

“발버둥을 쳐 봤자 내겐 안 돼.”

우위를 점한 무진은 내력을 한층 더 끌어 올렸다. 사방으로 폭사된 사혈인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파편으로 변하며 바닥을 적셨다. 무형권이 무형중수권으로 변하면서 파괴력은 한층 더 강해졌다. 단, 그만큼 소모되는 내력도 막대했다.

“죽어랏!”

쐐애액!

사혈인을 분쇄한 무진은 곧바로 조던을 향해 쇄도했다. 단숨에 끝장을 내려는지 기존의 무형권보다 배는 더 큰 대형(大形) 무형권을 펼쳤다.

슈아앙!

무형권은 형태도 마음대로지만, 내력의 성질도 시전자의 마음대로였다. 무진은 회피를 염두에 두고 와류경을 극대화하여 흡자결을 발동했다.

휘이이잉!

극타점에 이르러 폭발하는 시점까지도 회피가 여의치는 않았다. 무형권은 무한의 속도에 가까웠다. 보고 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주변에 깔아 놓은 어둠이 센서가 되어 기민하게 알려 주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었다.

크윽!

내심 우위를 점했다 여긴 조던에게 섬뜩함을 안겨 주었다. 마지막에 어둠을 중첩해 방패막이로 쓰지 않았다면 위험했다.

‘진정 방심 못 할 놈이다.’

한순간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무형권이 만능은 아니라고 했으나, 파괴력은 엄청났다. 닿기만 했는데도 육신을 뒤덮고 있는 다크 실드가 종잇장처럼 찢겼다. 자칫 저 무형권의 와류에 휩쓸렸다면 살 조각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력은 한계가 있었다. 무형권을 저토록 무식하게 난사하고 지치지 않을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물며 죽은 자의 공간에서는 내력의 소모가 기존보다 훨씬 빠르다. 위기에 빠진 줄도 모르고 무형권을 난사하다니, 지닌 무위가 아까웠다.

슈슈슈슈슈, 퍼퍼퍼퍼펑!

푸아아앙!

무진은 다가오는 사혈인을 강기의 분쇄경으로 흩어 내며 무형권으로 대응했다. 청백색의 빛이 사방을 비추며 어둠을 몰아내는 광경은 일대의 장관이었다. 어둠 속에서 희망을 비추는 영웅의 발걸음처럼 장대했다.

사사사삭, 슈우웅!

퍼어어엉!

무진의 움직임은 둔해지지 않았다. 처음보다 오히려 속도를 더 내어 놈의 회피 동선을 막아섰다. 한데도 간발의 타이밍으로 최후의 일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숨통이 끊어질 일격은 아니더라도, 무형권에 닿기만 하면 잡아챌 수 있을 텐데.

“빌어먹을, 대체 언제까지 도망칠 거야?”

잡힐 듯 안 잡혔다. 무진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끝장을 내려는지 성급하게 달려들었다.

분명 조던의 의도대로 되었다. 냉철함을 잃은 무인은 약점이 뚜렷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대체 언제까지 무형권을 쓸 거냐?’

지쳐도 벌써 지쳐야 했거늘, 내력이 무한한 것처럼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다크 실드로 막아 내고, 사혈인으로 힘을 빼 놓고, 죽음의 공간으로 내력 손실을 가속하는데도 여전히 무형권을 발출했다.

파파팟!

무진은 무형권만 쓰는 게 아니라 따라붙으며 권격을 뻗었다.

권격, 권파, 권경, 무형권, 무형중수권으로 이어지는 연환권공이었다. 분노한 상태에서도 적재 적시에 맞는 수법으로 전환, 상대의 회피력을 최소화했다.

파아앗!

권공이 스칠 때마다 다크 실드가 찢어졌지만, 조던도 피니시를 허용하진 않았다. 위험할 시엔 다크 실드를 중첩하고, 사혈인을 고기방패로 내어 주었다.

짜증 나긴 해도 어떻게든 막아 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어둠으로 뒤덮인 죽음의 공간에선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혈인은 산산조각이 나도 어둠과 죽음을 통해 얼마든지 부활할 수 있었다.

“어차피 네놈은 죽…… 응?”

꽈아아앙, 추우우우우우!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지친 무진이 빛의 포화처럼 무형권을 천지 사방으로 발출했다. 공간에 막을 형성하는 무형권막을 장벽처럼 휘둘러 빠져나갈 틈을 억제했다.

크으으!

이 미친 새끼가!

무인을 빡돌게 하면 위험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조던이었다. 권왕가의 단순 무식한 놈들은 더더욱, 권왕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무식함의 극치를 이루었다.

다크 실드.

사형인해전술.

사신의 가호.

죽음의 경계.

중첩, 또 중첩!

다급해진 건 조던도 마찬가지였다.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막아 내야 했다. 피할 공간이 없어졌다. 밖으로 도망치기는 어렵다. 별장 주변에 쳐진 결계가 막다른 골목이 되었다.

꽈아앙, 투아아아아앙!

푸스스스스스!

지하를 타깃한 벙커버스터처럼 연달아 폭발을 일으키는 무형권경의 파쇄경이 공간을 휩쓸었다. 닿기만 하면 폭발하고, 분쇄하기에 소멸력이 극대화되었다.

후아아앙!

별장의 1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주춧돌만 남았다. 지하는 핵 공격을 대비한 구조라 피해를 보진 않았다.

그렇더라도 멋들어진 별장 하나가 날아간 이상 물적 피해는 계산해야 했다.

하아아, 하아아!

무진의 호흡이 거칠었다. 주변을 초토화하며 불리한 형국을 타개하려는 듯해 보인다.

처벅, 처벅!

질척이는 대지를 밟고 선 무진은 주변을 돌아봤다. 모든 것들이 사라져 버리고 폐허만 남았다.

“끝났나?”

무진답지 않게 여지를 남겼다. 이 말이 나오는 즉시 위기가 찾아오지 않으면 국룰 위반이었다.

응?

발길을 돌리려는 무진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언제였는지 몰라야 하는 현실 속, 발이 검게 변한 단세포 아메바 젤 같은 물질에 사로잡혔다. 억지로 옮기려고 할수록 갯벌처럼 빠져들었다.

스윽!

검은 젤이 일어서며 서서히 형태를 이루더니 조던이 되었다. 죽지 않는 불사신의 육체로 재탄생한 것처럼 보였다. 잔잔한 물결이 발생하는 젤리 인간이었다.

“어디 다시 한번 지껄여 보아라.”

“나대기는, 이따위 허접한 젤로 나를 옭아맬 수 있을 것 같아?”

“지쳤으면서 아닌 척 허세를 부려 봤자 소용없다.”

“족발같은 젤라틴 주제에 뭐라는 거야?”

“이제는 내가 네놈의 주인이다.”

무진의 육신은 젤에 뒤덮이며 제압되었다. 검은 젤은 힘을 줄수록 늘어나기만 할 뿐, 더욱 깊숙이 빠지는 늪과 같았다.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다시는 헤어 나오기 힘든 개미지옥이었다.

조던의 자신감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기는 했다.

이야야얍!

내 사전에 포기는 없다는 듯, 무진은 기합을 내지르며 남아 있는 전력을 모조리 다 끄집어내는 것 같았다.

“그런다고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죽음의 사슬에 걸린 이상 힘만 빠질 뿐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 수법까지 사용하게 될 줄도 몰랐지만, 이렇게 된 이상 반드시 사로잡아야 했다.

흐흐흐흐!

조던이 보기에도 이만한 육체를 지닌 무인은 흔치 않았다. 권왕을 사로잡기 위해서 창황을 이용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하물며 권왕보다 젊고, 막대한 내력을 지녔다. 사로잡아 권속으로 삼는다면 지금까지의 손해를 만회하고도 남는다.

‘그래도 짜증은 나는군.’

육체를 핵으로 바꾸어서 겨우 살아남았다. 놈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육신이 완전히 소각되었다. 핵만 남아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불사신이 되었으나 좋다고 하긴 힘들다.

핵변환은 리치의 라이프 베슬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본질을 완전히 잃어버렸기에 리치와 다르지 않았다. 이제 인간으로서 남아 있던 감정은 사라져 버렸다.

“부질없는 짓을…… 어?”

“닥쳐!”

무진이 이리저리 마구 움직였다. 죽음의 사슬이 요동치며 탄력성을 테스트하는 장면이 되었다.

이놈이!

조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집념에 헛바람을 삼켰다. 보통은 그러다 힘만 빠지게 되는데, 자칫 방심했다가는 죽음의 사슬이 먼저 훼손될 수 있었다. 즉시 모든 마나를 흑마력으로 전환하여 죽음의 사슬을 강화했다.

우우우웅!

누가 더 끈질기나 팽팽한 줄다리기가 되었다. 체력과 내력이 거의 다 소진된 것 같은데도 좀비처럼 다시 살아나는 무진이었다.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며 조던의 속을 태웠다.

‘이 새끼가 놀리나?’

왜 자꾸 살아나는 거냐고!

조던은 무한의 마력으로 압박하면서도 절대량에선 확실하게 앞서지 못해 답답했다. 그 말은 놈이 지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가 되었다. 사혈인으로 놈의 육체를 물어뜯어 봤지만, 무의미했다.

‘뭔 놈의 몸뚱이가!’

인간의 육신도 단련하기에 따라서 쇠보다 더 단단해질 수는 있었다. 그러나 사혈인의 치악력은 악어의 몇 배에 달했다. 물어뜯진 못하더라도 흠집이라도 내야 했는데, 이빨이 견디지 못하고 아작 났다.

그래서 더 탐이 나는 이율배반적인 현실이었다.

저토록 완벽한 육체는 본 적이 없었다. 대체 어떤 수련을 해야 저딴 몸이 되는지 이해 불가였다.

‘잠깐, 흡수한 내력이 줄어들었잖아?’

어째서 총량이 같아지는 거지? 팽팽하게 진행이 되면 안 되었다. 점점 전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야 하는데, 놈은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설마, 그냥 육체의 힘이라고?’

태생적인 힘, 즉 신력을 의미했다. 하지만 신력은 내력이나 마력에 비하면 티끌만도 못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내공이 받쳐 주지 못하는 외공가의 한계가 뚜렷한 연유였다.

그런 통상적인 법칙을 위배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놈을 봤나?’

힘으로 죽음의 사슬을 끊어 내려고 했다. 평소라면 목이 터져라 비웃었을 텐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려고 하니 말문이 막혔다. 비웃기는커녕 소름이 돋는 비현실과 마주하고 있었다.

“……괴물 같은 놈이!”

“슬라임 따위로 다시 살아난 놈이 누구보고 괴물이래!”

팽팽한 기 싸움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할 말은 하는 무진의 뚝심이었다. 본인 피셜, 지든 이기든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파이팅이 넘쳤다.

‘제기랄, 어째서?’

내력의 소모를 유도해야 하는데, 신력으로 맞대응을 하니 조던은 피가 말랐다. 죽음의 사슬로 전환되는 내력의 소모가 갑자기 줄어들었다. 인풋 아웃풋의 고리가 깨졌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위기를 들키지 않는 선에서 위험을 타개해야 했다.

조던은 심리전을 걸었다.

“버티면 너만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런 것치곤 꽤 다급해 보이는데.”

“그러는 네놈이야말로!”

“난 아직 할 만해.”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해 봤자 소용없다!”

둘 다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무진의 신색이 조금 전과는 판이하기는 했다. 일부러 내색하지 않는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대수롭지 않았다.

조던은 빈틈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가당치 않은 수작으로 보았다. 어쨌든 누가 더 지쳤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달라졌다.

이럴 때는 변수를 제공해야 하나, 조던으로선 모험수를 쓰기가 어려웠다. 죽음의 사슬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어설프게 함정을 파기에는 놈의 육체가 워낙 단단하다.

휘청!

더욱이 간간이 흔들릴 때가 있었다. 곧, 아무렇지 않다고 소리치지만, 겁에 질린 짐승의 허세였다.

그……렇겠지?

“그만 끝내지, 버텨 봤자 괴로울 뿐이다!”

“허튼소리, 나는 아무렇지 않아.”

무진은 자칭 포기를 모르는 사내였다. 살아오면서 그렇게까지 힘든 적도 없었고, 현재도 다르지 않았다.

휘청!

판단이 틀렸나? 의구심이 들 때마다 절묘하게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니, 조던은 모든 전력을 죽음의 사슬에 집중했다.

“왜 그렇게 버티는 거지? 포기해라!”

“너야말로 똥줄이 타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태연한 무진의 응수였다.

조던은 왠지 모르게 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어떻게든 놈을 죽음의 사슬로 굴복시킨 후, 씨앗을 심어 노예로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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