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94화 (95/374)

94. 선의의 거짓말(3)

여론이 권왕과 창황의 대결에 쏠려 있었다. 세기의 대결이 되리란 기대를 하면서도, 승패에 따라서 평판이 극과 극으로 갈리기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권왕이 꼴통이기는 해도 권왕가에 대한 인식이 창황가보다는 좋은 편이었다. 더욱이 이번 판을 만든 장본인이 권왕인 만큼, 권왕가를 응원하는 쪽이 더 많았다.

하나, 권왕가와 창황가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칠대가문이었다. 승패로 인해 칠대가문의 위명이 손상되기를 바라진 않았다.

한중일이 그렇듯, 내부의 우환을 돌리기 위해 경쟁국을 깎아내리는 건 기본이었다. 아마 일본과 중국은 한국의 내분을 흥겹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누가 이기고 지더라도 즐거운 팝콘각으로, 남의 나라의 사정일 뿐. 구라와 날조의 국가들답게 우리나라를 예전부터 시기 질투가 많은 국가로 매도하기 좋은 소재였다.

모두의 관심사가 권왕가와 창황가에 쏠려 있는 만큼 토토가 대성황을 이루었다. 단기 대결에 토토가 가능하냐고 물을 수도 있으나. 주먹, 발, 창 등 횟수나 타격을 세분화하여 점수를 매긴다. 오히려 축구나 야구로 내기할 때보다 스텟이 세분화되었다.

그러는 중 권왕가의 내분에 대한 의혹이 번졌다. 던전 웨이브 이후로 권왕가의 외총관이 외부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의혹을 확산시켰다.

권왕가는 외총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가문 내에서 치료에 전념한다고 즉각 반박 기사를 내보냈다. 치료 장비, 아이템, 영약을 사들인 내역과 진료 기록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던전 웨이브 때 용암 던전이 2차 각성을 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고 했으며, 외총관이 부상을 입은 채 들것에 실려 나오는 영상이 남아 있었다.

권왕가의 반박 자료로 불씨가 사그라드는 것 같았으나, 내분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서 창황가를 도발한 것이 아니냐는 쪽으로 몰아갔다.

결국, 권왕이 나서서 아니라고 반박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권왕이 거짓말을 하지 않으리란 믿음은 있었다.

“하아, 인생 헛살았군.”

“뭐, 잘 사신 건 아니죠.”

“……이놈이! 그럴 때는 아니라고 해야지!”

“사실인 걸 어째요.”

“그런 놈이 사부한테 거짓말을 하라고 시키냐?”

“선의의 거짓말이잖아요.”

“어디가?”

아주 속이 검다 못해 먹빛 세상인 자식이. 분명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더 있었다. 궁금하지만, 알아맞혀 보라는 제자의 도발에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오늘은 나름 심권이 괜찮았어요.”

“심권을 괜찮다고 하는 놈은 너밖에 없을 거다.”

“심권은 그냥 수단일 뿐입니다. 위기 때마다 만능처럼 사용하단 큰코다칠 겁니다.”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잘도 가르치는구나.”

종이 한 장 차이긴 해도 심권을 쓰고 안 쓰고는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심권을 만사형통처럼 쓰면 곤란하다. 심권은 말 그대로 의념으로 일구어 낸 병기였다. 권의 모양을 띠는 까닭은 이제까지 수학한 총량이 권공에 있기 때문이지 형태가 정해져 있진 않았다.

심권을 사용하려면 막대한 심력의 소모를 각오해야 했다. 전지전능의 일격필살이기는 해도, 그것이 막혔을 때를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무인이 절대병기에만 의존하지 말라는 기본과 일맥상통했다.

물론, 절대경을 넘어선 경지에 이르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땐 심권조차도 숨 쉬는 것처럼 자유로운 기본공에 불과했다.

‘이놈은 숨 쉴 때마다 강해지는군.’

제자와 겨룬 이후로 권왕의 심권은 몰라보게 단련되었다. 완전한 자율을 얻지는 못했어도, 상당히 능숙해졌다.

그 차이는 상당히 컸다.

이를 몸소 체험한 권왕은 매우 심란했다.

‘이러면 내가 사부로 선택을 받은 거잖아!’

사부가 제자를 선택해야 마땅하거늘, 제자가 사부를 가르치고 있으니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하겠다. 결국, 청출어람으로 포장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접근했구나.”

“의도는 있었지만, 지수의 부탁이 있었습니다.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파문하시면 됩니다.”

“이놈, 스승과 제자는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이라고 했어!”

“어디서 본 겁니까?”

“네이버에 다 나와.”

“사부님이 검색을!!!”

여태껏 대수롭지 않았던 무진이 대경실색하자, 권왕은 굉장히 기분이 나빠졌다. 이놈이 사부를 대체 뭐로 보기에 저러는 건지 원! 언젠가 제자를 넘어서는 날 죽도록 두들겨 패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결 이후로 칠대가문은 편을 가르게 될 겁니다.”

“그러다 내분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길드가 얌전히 있지만은 않을 텐데.”

“피아 식별이 불분명한 합치보단, 믿을 만한 아군을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자칫 어렵게 만들어 놓은 기존의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어. 그리되면 세상이 좋게만 바라보진 않을 거다.”

“사부님이 잘하시면 됩니다.”

내 제자 놈이 답정너였어.

그런데 반박하긴 어렵다. 제자의 말대로 창황과의 대결은 단순하지 않았다. 칠대가문이 구축한 기존 체계를 뒤엎는 파격이었다. 파격은 빈틈을 부르고, 파장을 최소화하려면 독보적인 강함을 선보여야 했다.

“두고두고 패겠다는 말처럼 들린다만.”

“좋으시면서.”

좋기는 하지, 승부욕을 불태울 수 있으니까. 한데, 네놈은 적당히를 모르잖아. 그뿐인가? 모든 간판을 자신에게 몰아주고 있었다. 제자 주제에 사부를 자기 편의로만 사용했다.

사부의 불만을 알고 있다는 듯, 무진은 입에 발린 말을 해 주었다.

“사부는 세계 제일이 될 겁니다.”

“……좋구나!”

예상대로 사부는 쉬운 분이셨다.

사내로 태어나 한 번쯤 꿈을 꿔 볼 야망이 아니던가. 험난한 여정이 불가피했다. 그간 포부가 너무 작았던 것 같았다. 그 전에 한국 제일을 손에 넣어야 했다.

응?

이거, 제자만 이기면 되는 것 같은데.

***

사부와 지수의 대결을 뒤로하고, 무진은 제인 누나를 찾았다. 전에 의뢰한 일로 연락을 보냈다.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일 처리 하나는 일품이었다.

제인 누나는 음지에서만 있기에는 아까운 인재였다. 선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는 해도, 그 부분은 사적인 영역이라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무진은 블랙마켓을 장악한 이후의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안건을 살펴보고, 계획을 조율해야 했다. 확실히 말이 잘 통해서인지, 제인 누나는 차후의 일정까지도 윤곽을 잡아 놓았다.

“두 길드를 믿을 수 있겠어?”

“이 바닥의 신뢰는 돈에서 나와. 받아먹은 게 있는 이상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겠지.”

“욕심을 부릴 수도 있잖아. 본인은 안 그런 척해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가르는 게 사람이니까.”

“그래서 마지막 퍼즐은 알려 주지 않았어.”

“차라리 이번 기회에 모두 처리해 버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원한다면 내가 나서 줄 수도 있는데.”

“넌 최후의 카드야. 어설프게 드러나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봐.”

제인은 될수록 무진이 드러나기를 바라진 않았다.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이상을 바란다면 욕심일 테고, 다른 길드의 배후가 걸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모를까, 무진을 숨겨 두는 편이 낫다고 보았다.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은 알아. 하지만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진 마.”

“나도 내 능력 밖의 일까지 과신하진 않아.”

본인을 과소 과대평가해선 좋지 않았다.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그 선에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고지식하게 본인이 해결하려고만 해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었다.

“네가 부탁한 대로 투귀를 찾았어.”

“10년이 넘도록 잠적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찾은 거야?”

“신분을 숨기고서 제자를 육성했더라고.”

“제자가 5명이지?”

“어떻게 안 거야? 대외적으론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건 됐고, 본격적으로 제자를 가르치려면 등급이 높은 던전을 공략해야 할 테지.”

“꼭 중요한 부분에서 넘어가더라. 알았어. 일단 무리해서 영입하기보다는 원하는 던전을 소개해 주고 수수료를 받기로 했어.”

투귀 김석천.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싸움에 도가 튼 인물이었다. 과거 권왕과도 일전을 겨룬 적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나, 권왕만큼 유명하진 않았다. 칠대가문이나 대형 길드 소속도 아니고, 프리랜서 신분으로 활동하는 무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릿해졌다.

오랫동안 일선에서 활동하지 않아 레벨이 정체되거나 전투력이 퇴보했을 수도 있으나, 투귀의 명성은 남아 있었다.

실제로 사부님도 투귀와의 전투는 꽤 힘들었다고 했었다. 전력 자체는 사부님이 월등했음에도, 전투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였다.

그럼에도 투귀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배경의 차이도 있겠지만, 주변을 배척하고 마이동풍의 독고다이식 전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제자를 양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마 자신의 무공이 이대로 사장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듯싶다.

“투귀를 스카우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려울 거야. 단체에 소속되거나 파티 공략을 못 하는 사람이거든.”

“일단은 원하는 대로 선의를 베풀어서 좋은 인상을 심어 줘. 무리하게 선을 대려고 하진 마.”

“어떻게 하려고?”

“던전의 등급을 높이면서 기회가 되면 날 소개해 줘. 같이 한 번 돌아보지 뭐.”

“그런다고 될 것 같진 않지만, 너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나도 만능은 아냐.”

“그런 말은 인간적인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여 준 다음에나 해.”

제인은 무진을 볼 때마다 인생을 헛살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요즘 열일곱 살은 다 그런 건지 몰라도, 지나치게 성숙한 데다가 완벽했다. 무공은 이미 넘사벽이라 제외하더라도, 심계까지 철두철미한 완벽캐였다. 소설도 이렇게 쓰면 밸붕이라고 욕할 만큼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드륵!

도후 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색이 안 좋네.”

“그게 누구 탓인데?”

“주군으로 모신다며 매달릴 땐 언제고, 그새 마음이 바뀌었나 봐.”

“내가 기계도 아니고, 일이 너무 많아!”

“강화는 많이 할수록 는다면서, 지금 꽤 많이 늘었을 텐데.”

“그렇긴 한데, 쉴 때도 있어야지.”

“이거 어쩌지, 모처럼 나도 노력 좀 했는데.”

무진은 인벤토리를 열어 각종 장비와 아이템을 나열해 놓았다. 모양 자체는 대단치 않았다. 하지만 [현자의 눈]으로 확인한 장비의 스텟과 속성에 나도후와 제인은 할 말을 잃었다.

“이거 대체 어디서 난 거야?”

“어디서 나긴 내가 만들었지.”

“만들었다고?”

“배웠으면 써먹어야지. 알잖아.”

주술, 인챈트, 공학을 배운 대로 장비에 새겨 넣은 무진이었다. 성공한 것도, 실패한 것도 전부 포함하기에 너저분하지만 도후 형을 믿었다.

힘, 속도, 민첩, 마나, 속성을 강화하거나 너프할 수 있는 장비와 아이템이었다. 단순히 주술, 공학, 인챈트를 썼다고 해서 장비와 아이템의 능력이 생기진 않는다.

“이건 7계식을 넘어서는데?”

“얼마 전에 8계식이 됐어.”

“아, 그렇구나……. 아니지? 레알?”

“조만간 9계식이 되겠지.”

“인생 참 쉽게 사네.”

누군 1단계를 올리려고 평생을 노력하는데, 무진은 하루가 다르게 단계를 올리고 있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오버페이스였다. 보면 볼수록 인간 같지 않아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농담이고, 9계식은 만만치가 않아.”

“우리나라에서 8계식에 오른 마법사도 딱 2명이라고!”

“역시 마법 변방국답네.”

“네가 이상한 거야!”

별로 어렵지 않다는 듯, 무진은 우쭐하지도 않았다. 원래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담담함이 제인과 나도후에게 압박감을 주었다. 이건 열심히 하라고 독촉하는 것보다 더 심하다.

‘절대 척지지 말자!’

‘그래, 네가 주군이다!’

나열된 아이템과 장비는 정말 양산형처럼 보였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보호대나 기구에 인챈트를 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걸 8계식 마법사가 주술과 공학을 결합해서 새겨 넣었다. 그 자체로 최소 a급 장비와 아이템이란 소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산에 있었다. 인챈트는 단순히 마법을 부여하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마법사에겐 마나와 심력을 극한대로 소모하는 일이었다. 빨리, 많이 만들수록 수명을 깎아 먹는 공밀레 같은 작업이라 쉽지 않았다.

하물며 마법사라고 해서 인챈트까지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등급이 낮은 하품이야 찍어 낼 수도 있으나, 그런 물품들은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강화할 수 있겠어?”

“3할 정도야.”

“괜찮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거라고!”

제인과 나도후가 흥분해서 외치자, 무진은 그런 줄 알고 넘어갔다. 아이템과 장비 산업의 장악은 그리 중요하진 않았다. 용돈 벌이나 할 심산으로 재미로 만든 거니까.

물론, 재미로 했다고 해서 허술하진 않았다. 마법, 주술, 공학을 통합해서 차후 아버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삼았다.

“강화가 끝나면, 아버지한테 연락할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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