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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92화 (93/374)

92. 선의의 거짓말(1)

무진은 견학을 핑계로 아버지와 성운 그룹을 찾았다.

기획 업무의 인수인계를 끝낸 아버지는 본격적으로 길드 창설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었다.

첫 스타트로 사람을 스카우트하는 중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사람을 구하기는 쉬워도 인재를 구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기존의 무인과 헌터를 데리고 오는 건 힘들었다. 가문과 길드의 압박을 받을 수 있기에 능력을 개화하지 못한 잠재력 높은 인재를 찾아야 했다.

축구 선수를 유소년 때부터 키워 프로로 만드는 작업을 왜 하겠는가. 그만큼 인재를 구하기 어렵고, 잠재력을 발휘할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육성하는 것이다. 아카데미가 바로 그와 같은 헌터 육성 시스템의 현장이었다.

잘되는 사람은 떡잎부터 알아본다지만, 그런 인재들은 누구나 알아보기 마련이다. 당연히 경쟁률이 치열해질 테고, 그런 인재를 칠대가문과 대형 길드에서 가만히 두고 보진 않는다. 이제 막 시작하는 길드에 유능한 인재가 자발적으로 들어올 리도 만무하고.

결국, 스카우트의 덕목은 기존의 누구도 선점하지 않았으며, 잠재력이 높은 자를 뽑는 것이다.

“우선 15명을 낙점했고, 내 선에선 5명을 추천해 모두 인정을 받았다.”

“남은 10명은 누가 추천했는데요?”

“회장님과 남 실장의 추천이 있었다.”

“아버지가 보기엔 어때요?”

“안목이 썩 나쁘진 않더구나.”

스텟을 문서로 작성해서 자료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런 기본적인 시스템이 마련이 되어야, 나중에 어떤 식으로 훈련을 해야 효과적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에 진 회장과 남 실장이 추천한 각성자는 아주 유명하진 않더라도, 제법 실력이 있다고 알려진 프리랜서였다.

“능력은 있다고 봐야겠네요.”

“그렇다고 봐야지. 다만, 길드로서 움직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해.”

살아온 인생이 다를진대, 불협화음은 예상된 현상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클 것 같았다. 누가 더 잘하냐에 따라서 아버지의 능력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길드 창설은 진 회장이 시작했지만, 아버지가 전면에 나서고 있었다. 되돌려 말하면, 실패하면 책임은 오로지 아버지의 몫이 되었다.

책임은 아버지가 지고, 진 회장은 권리만 누리겠다는 심보였다. 그러한 부조리를 무진은 두고 보지 않았다.

갑질도 상대를 봐 가면서 해야지.

“5명을 더 추천해서 균형을 맞추죠.”

“시작부터 파토 날 소릴 하는구나.”

“균형이 맞아야 능력치를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잖아요.”

“경쟁을 시켜 보자? 의도는 좋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제가 좀 도와 드릴게요.”

“편법이긴 한데, 괜찮을 것 같구나.”

아버지가 원리원칙주의자기는 해도 융통성이 없거나 고지식하진 않았다. 진 회장도 자신이 꽂힌 헌터를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을 터. 아무나 세우진 않을 테고, 재능을 더해 어느 정도 훈련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쪽에선 자신이 나서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았다.

“경쟁은 항상 공정해야 하지요.”

“네가 끼면 공정이 아니잖아.”

“상대는 회장님인데요?”

“그래서?”

“그렇다고요.”

아버지와 아들의 단순 말장난이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이가 없어서 경기를 일으킬 대화였다. 천하의 성운 그룹 회장을 굉장히 하찮게 보고 있으니 말 다 했지.

회사의 1층 라운지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버지의 이사실로 들어왔다.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진 회장의 부름을 기다렸다. 진 회장은 기업 간 회장 모임에 참석했기에 돌아올 때까지 시간이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태수 선배가 찾아왔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후배가 모처럼 찾아왔는데. 선배란 작자가 기본이 부족했다. 후배 대우가 시원치 않아 매우 안타까웠다. 훈련에 자극이 필요한 듯싶다.

“늦었네.”

“그래도 내가 네 선밴데.”

“알아. 그래서 대우해 주잖아.”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는구나.”

“전신으로 눈물 나게 해 줄까?”

“아냐, 됐어! 싫어, 절대!”

태수가 발작적으로 부정하자, 산하는 헛웃음이 나왔다. 아들이 어떤 짓을 했을지 안 봐도 훤했다. 다만, 태수에게는 이로우면 이로웠지, 해롭지 않은 일이다. 지옥 훈련으로 쌓은 스텟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할아버지한테 매일 칭찬받고 있다면서, 그거 다 내 덕인 거 알지?”

“알지,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무진의 건방진 태도에도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태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간 모양이다. 왕으로 군림할 줄 알았는데, 킹황짱이 따로 있었다.

‘얜 대체 뭐지?’

강해도 너무 강하다. 자신도 제법 강한 축에 속하는데, 애들과 합공을 해도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어느 정도 비벼 볼 여지라도 있으면 또 모를까, 지나치게 단단하고 빡빡했다. 그뿐인가? 성격도 보통이 아닌 데다가, 상황에 따른 대처가 기가 막히다.

원래 저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강하면 잘난 체가 우주를 찔러야 하는데, 성층권이 아닌 대류층에서 멈추었다.

‘그러고 보면 겸손하다고 해야 하나?’

능력과 비교하면 많이 겸손한 것 같은데, 굉장히 이중적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고 싶지 않게 해 주는 요상한 매력이 있었다.

‘그런데 왜 강해지고 지랄인 거냐고!’

확실히 방학 전과 후의 격차가 지나치게 컸다. 그때는 알에서 막 껍데기를 깨고 나온 애벌레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성충이 되기 직전이었다. 막 대단하게 능력치가 올랐다고 할 순 없어도, 그간 스텟, 속성, 스킬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병신같이 살았네!’

태수는 할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칠대가문이나 대형 길드의 생도들과 비교해서 재능을 아쉬워했었다.

웬걸, 그냥 남의 떡이 커 보였던 것이다. 가지고 있는 재능조차 활용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현타가 세게 왔다. 여하튼 별거 아닌 것 같았던 조합의 무서움을 무진을 통해서 깨달았다.

‘강 이사님도 보통 분은 아니라는 건데.’

능력이 있든 없든, 강 이사님한테는 잘 보여야 했다. 무진을 낳고 길렀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특별하다. 자신은 물론, 성운 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점수를 따야 했다. 할아버지도 너무 계산적으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수 군도 차 줄까?”

“제가 타 마시겠습니다.”

“어려워할 필요 없어. 그러면 내가 더 불편해.”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건방 좀 떨겠습니다.”

“하하, 그러도록 해.”

무진은 태수 선배의 붙임성 있는 모습에 인식의 차이를 인정했다. 재벌이라서가 아니라, 사람이 안 되면 누구도 진심으로 따르지 않았을 터. 재벌 친구들이 아닌, 생도들과 잘 어울리는 것만 봐도 괜찮은 선배였다.

그런 인성과는 별개로 태수 선배를 무조건 신뢰하진 않는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변하고, 가족이 연관되면 선택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사부님이 기어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본 것처럼.

“그나저나 네 사부님은 왜 그런 거야?”

“내막을 알면 다칠 텐데, 괜찮겠어?”

“과연, 숨겨진 진실이 있었구나!”

“짐작은 하고 있었을 거 아냐.”

“그런데 창황을 이길 수는 있고?”

“어렵지 않지.”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뭐.”

지려야 질 수가 없는 구도였지만, 자세히 알려 주진 않았다. 태수 선배는 이 정도만 알고 있으면 되었다.

“날 보려고 일부러 온 건 아닐 테고, 대련이라도 해 주길 바라는 건가?”

“할아버지가 직접 보고 싶다고 해서, 어떻게 좀 안 될까?”

“적당히 해 달라고?”

“동수 정도면 되는데. 그럼 네가 해 달라는 건 다 해 주실 거야.”

태수도 양심이 있어서 이기는 구도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적절하게 합을 맞춰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겼다고 해도,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밑밥을 깔아 두었기에 할아버지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효자라서 다행인 줄 알아.”

“효자는 모르겠고, 뻔뻔함은 알겠다.”

아버지가 뻔히 옆에 있는데, 그 앞에서 내가 효자라고 외치다니. 태수로선 감히 대적할 수 없는 뻔뻔함이었다. 강 이사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더 신기했다.

-이사님, 회장님이 부르십니다.

인터폰으로 연락이 왔다.

무진은 아버지, 태수 선배와 함께 회장실로 향했다. 기감으로 회장이 모임에서 돌아온 걸 알고 있었다.

회장실에 들어섰다.

무진은 간단하게 예를 차렸다.

“안녕하세요. 강무진입니다.”

“반갑구나.”

진 회장은 회장들의 모임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지 표정이 굳어 있었다. 말투에서부터 딱딱함이 느껴졌다.

흠.

평범한 생도였다면 무거운 분위기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기 마련인데, 무덤덤한 태도에 진 회장은 이채를 띠었다.

“태수의 애를 그리 태웠다더니, 보통이 아니구나.”

“동업자로서 얕보일 순 없지요.”

꽤 당돌한 발언이었다.

신분제가 사라졌다곤 해도 위치를 고려하면 주종 관계여야 했다. 그 앞에서 나는 당신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진 회장조차 몇 번 겪어 보지 못했던 부류였다. 강 이사의 속을 그리 썩였다더니, 들은 그대로긴 했다. 어지간히도 말을 안 들을 것 같았다.

어디.

애를 상대로 진심은 아니더라도, 진 회장은 기선을 제압할 의도로 도발을 했다.

“그만한 실력은 되고?”

“태수 선배가 절 이기긴 했어도, 그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시간을 고려하면 동수나 마찬가지죠.”

“승패는 현재를 기반으로 하지. 그건 패자의 구차한 변명일 뿐이야.”

“저는 아직 어리니까, 조금 구차해도 됩니다.”

당돌하긴 한데, 배짱은 있다.

진 회장은 그러한 무진의 성향을 나쁘게만 보진 않았다. 다만, 아직 현실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 같으니 가르쳐 줄 필요는 있었다.

“강하기만 하면 부러질 수도 있어. 때에 따라선 융통성도 필요한 법이다.”

“제 사부님은 부러질지언정 굽히진 말라고 하셨습니다.”

“흠, 그래서 다시 한번 해 보겠다?”

“원하신다면요.”

무진의 날이 선 대꾸에 진 회장이 아니라 남 실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꼬박꼬박 받아치다니, 모시는 주인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보기완 다른데.’

반응을 떠보려고 했지만, 무진의 의도대로 되진 않았다. 좀 더 떠볼 심산으로 의심을 내비치기엔 세월이 주는 유대가 크다. 아직은 아니라고 보고, 진 회장을 부추겼다.

“말이 좀 심하잖아. 할아버지한테 사과하지 않으면 피똥 싼다.”

“한 번 이겼다고, 날 부하 취급하면 곤란해.”

“다시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야.”

“그럴 줄 알고 나도 대비를 해 놨지.”

무진은 품에서 손바닥 크기만 한 육각형의 평면체를 꺼냈다. 메탈로 되어 있지만, 용도는 속성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그게 뭐야?”

“이동식 대련장.”

무진은 회장님에게 의견을 물었다. 갑자기 아이템을 사용하는 건 상대방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할지 말지, 결정은 집주인의 의사에 달려 있었다.

“회장님, 굳이 장소를 옮길 필요는 없는데 어쩌시겠어요?”

“싫다고 하면 어쩔 테냐?”

“주인이 싫다는데 자리를 옮겨야죠, 별수 있겠어요.”

“좋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 봐라.”

이동식 대련장인 [천하제일무도회]를 개방했다. 육각형의 꼭짓점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공간을 차단하고 결계를 완성한다.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공간을 완성하는 차원전이였다.

흠.

환경이 바뀌어 당황하긴 했어도, 진 회장은 곧 신색을 회복했다. 굴지의 대기업을 일군 회장다웠다. 그는 심해처럼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무진을 매섭게 바라보았다.

‘고얀 놈.’

사실 선택권을 주긴 했어도, 거절하는 순간 배짱이 없다고 시인하는 것이 된다.

진 회장의 지척에 선 남 실장은 언제라도 나설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었다. 만약, 허락도 없이 아이템부터 사용했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진 회장도 남 실장을 믿고 있기에 무진의 돌발적인 행동을 순순히 받아 주었다. 그만큼 서로 간의 신뢰가 두터웠다.

‘선배, 시작하죠.’

무진의 전음이 태수의 뇌리에 박혔다.

태수는 무진의 도발에 가슴이 조마조마했었다. 과정이 지나치게 도전적이었다. 알고 했는지, 요행인진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선을 넘게 되면 할아버지도 참지 않았을 것이다.

‘판을 기막히게 깔았네!’

무진의 빌드업과 간극에 태수는 소름이 돋았다. 할아버지의 성향을 그 짧은 순간에 파악한 것이다. 강 이사님이 언질을 줬다고 해도, 역시 대단한 새끼다.

태수도 찬스를 놓치지 않고, 숟가락을 얹었다.

“강 이사님! 실례인 줄 알지만, 후배에게 참교육의 맛을 보여 줘야겠습니다.”

“살살 부탁하네, 태수 군.”

산하도 아들과 태수 군의 장단에 맞춰 주었다. 진 회장이 원하는 그림대로 흘러가려면 이 정도의 양념은 필수였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의심을 사지 않는다.

무진은 진 회장에게 대놓고 제안했다. 모처럼의 대결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으면 폼이 살지 않는다면서.

“회장님, 제가 이기면 소원 하나만 들어주시죠.”

“어떤 소원인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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