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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77화 (78/374)

77. 패륜(1)

던전 웨이브가 끝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쌓이고 쌓인 던전의 마력이 웨이브가 끝나는 날에 분출되었다. 이때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데다가 등급마저 기존의 던전을 몇 단계나 뛰어넘는다.

무진은 여론이 시끄러워져 정부에서 나설 때까지 친구들을 사부님의 버스에 태웠다. 단시간에 친구들에게 레벨과 스텟을 올릴 기회를 제공했다.

“고맙다고 절을 해도 부족할 판국에 전화 한 통이 없네.”

“네가 한 짓을 생각해!”

“내가 뭘?”

“그래, 넌 아무 잘못이 없지.”

마물의 습격을 유도하고, 전장의 한복판으로 내밀고, 등급을 올리려고 보스 몹을 충동질하고.

매번 사선을 넘나들었으니, 학을 떼도 이상하지 않았다. 감정 변화가 없는 혜진이마저 ‘개새끼, 씨발 놈!’이라며 못 보던 모습을 보였다.

물론, 혜진의 전전긍긍은 재밌었다. 천재 검수라 해도, 현장 경험이 많지는 않았다. 끈적끈적하고 징그러운 마물과는 상성이 최악이었다. 혜진의 약점을 찾았다는 점은 흡족하다. 나중에 도시락에서 송충이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혜진이가 얼굴이 붉어지도록 괴성을 지르게 하다니, 넌 사람도 아냐.”

“그래 봤자 생도야.”

자기는 생도가 아닌 줄.

지수는 입을 닫았다. 여기서 물고 늘어지면 분명 골드미스를 거론하며 속을 뒤집어 놓을 거다. 여러 번 당했기에 지수도 나름대로 대처 방법을 세웠다.

“인내심이 생겼네.”

“안 생겼어!”

지수는 대화를 차단하고, 먼저 일어섰다. 던전 웨이브 중반 이후로 여론이 좋지 않아 가문의 무력대와 같이했다. 물론, 지금도 버스 타는 건 맞지만, 사부님이 전면에 나서진 않았다.

영흥도에서 던전이 열렸다.

지수는 백무대와 떠났다. 가문의 영역권이긴 해도, 영흥도는 가장 후미진 지역이라 서둘러 출발해야 했다.

무진은 가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웨이브 막바지고 하나의 던전이 열린 이상, 다음 던전이 오픈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얼마 뒤 또 던전이 열리고 흑무대와 적무대가 출발했다. 던전의 등급이 bbb급 이상이었다. 가동할 수 있는 대원을 전부 동원해야 하는 형편이다.

가문에 예비대만 남은 시점에서 던전이 하나 더 열렸다.

-소래산 던전 발생.

-등급 aa.

가문의 정예를 보낸 직후라, 무진을 비롯한 예비대만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예비대만 데리고 출발하기에는 위험도가 높았다.

웨이브가 끝나는 날인지는 몰라도, 예비대만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했다. 파견된 삼대가 던전을 공략한 후는 늦는다.

가주께서 사부님을 긴급 호출했다. 사부님도 눈치가 있으니, 대기하고 있었다. 가주는 만약을 대비해서 다른 가문에도 연락을 넣었다.

사부님이 인상을 찌푸리며 걸어 나왔다.

“두 세트만 더 하면 되었는데, 이두를 못 끝냈어.”

“저런, 상심이 크시겠어요.”

“내 마음을 이해하는 건 너밖에 없구나. 이 인정머리 없는 녀석이 아비한테 뭐라고 협박하는 줄 아느냐? 빨리 안 나오면 용돈을 끊어 버리겠단다. 나이가 들수록 달에 천만 원은 있어야 하거늘!”

“끝내고 같이 하시죠.”

“오냐.”

사부님이 나선 이상, 많은 인원이 필요하진 않았다. 실상, 이처럼 등급이 높으면 수가 많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희생자만 늘릴 수 있기에 소수 정예로 공략 후, 뒤처리를 맡기는 편이 낫다.

신속히 소래산으로 향했다.

소래산은 인천, 부천, 시흥의 경계 지역이라 경기도에 적을 둔 가문과 연계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다른 가문과 달리 권왕가는 정예 무인의 질은 높아도 수적인 차이가 나기에 간간이 공조하는 편이다.

소래산에 도착했다.

먼저 당도한 권왕가의 무인이 대기하고 있었다. 가문의 외부 일을 도맡아서 처리해 온 사부님의 둘째, 외총관 유경운이었다. 그가 10명의 무인을 이끌고 사부님을 맞이했다.

가주와 달리 유경운은 유전자를 몰빵했는지 사부님과 비슷한 인상과 체격을 지녔다.

‘확실히.’

숨겨진 실력이나 속성까진 확인하지 않았지만, 지수의 아버님보다 반수는 앞서 있었다.

“오셨습니까.”

“그래. 상황은 어떠냐?”

“아직은 괜찮습니다.”

“창황가는 도착하지 않았고?”

“곧 온다고 했습니다.”

권왕가와 창황가는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사이였다. 인천과 경기도로 자주 마주치는 편이지만, 그때마다 데면데면했다.

“aa급 던전은 오랜만이구나.”

“등급이 진화할 가능성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그 정도야 예상한 일이고. 아 참, 처음 보지? 이 녀석이 내 마도를 계승한 수제자다.”

사부님의 소개에 무진은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강무진입니다.”

“나보다 더 아버지와 닮았군. 단련된 육체만 봐서는 마도가 아닌 무공을 계승했어도 이상하지 않겠어. 하지만 이번 던전은 위험해. 충고하자면 들어가지 않는 편이 나을 거다.”

“걱정은 감사하나, 제 한 몸 챙길 자신은 있습니다.”

“자신감은 보기 좋다만, 자만에 취해 짐이 되면 곤란해.”

유경운은 무진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근래에 소문이 자자하긴 해도, 아카데미 생도에 불과했다. 고위험도의 던전을 공략하는 데 방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아버지, 어찌하시겠습니까?”

“어쩌긴, 들어가야지.”

“창황가와 같이 가는 편이 낫습니다.”

“빨리 처리하고 이두 하러 가야 한다.”

“그러시다면 배후를 맡겠습니다.”

사부님의 엉뚱한 고집에도 유경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별다른 언쟁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하지 말라고 해도 통하지 않을 테니, 귀찮은 분쟁은 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이번 던전은 폐쇄형의 일종인 차원전이로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마물이 원래 있었던 세상이라, 안방의 이점을 활용하기 어려웠다.

“공기와 중력은 우리와 크게 차이 나진 않습니다.”

“그건 다행이구나.”

던전의 공략이 어려운 점은 이처럼 환경적인 영향도 한몫했다. 개방형은 우리 환경에 맞춰서 변화하지만, 차원전이는 아예 다른 세상이라 잘못 측정하면 낭패를 면하기 힘들었다. 그중에서도 공기와 중력은 매우 중요했다.

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챙기며 공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자칫 던전이 개방되기라도 하는 날엔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었다.

“가자.”

“예.”

권왕이 앞장서고 유경운과 10명의 무인이 따랐다.

무진은 후미에서 상황에 따라 지원하는 예비대로서 충실했다.

던전에 진입하자, 뜨거운 열풍이 불었다.

[용암 던전(aa)]

-용암 골렘을 처리하라.

넓게 펼쳐진 화산지대 곳곳에서 굽이굽이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생명체가 살기에는 척박한 환경이나, 용암 골렘에게는 최적화된 장소였다.

츠으으으으!

타는 듯한 열기와 용암에서 새는 수증기가 숨을 막히게 했다.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 등이 섞인 유황 냄새가 정신마저 혼미하게 만든다.

두드드드드드!

용암에서 기포가 생성되더니, 붉게 채색된 골렘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나가 일어나자 곳곳에서 용암 골렘이 정체를 드러냈다. 오크처럼 전략적인 지혜를 갖추진 않았지만, 용암 골렘은 그 자체로 위험했다. 5m에 달하는 거구의 육체와 뜨거운 온도는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

용아아아아아아암~~~!

허락 없이 집에 들어와서 그런지 몰라도, 용암 골렘들이 화를 내듯 포효했다. 열기인지 살기인지 모를 마력이 포효에 실려 일대를 위축시킨다.

“이놈들!”

용암 골렘의 위압에도 사부님은 신나서 달려 나갔다. 수많은 마물을 사냥했음에도, 사냥할 때마다 감흥이 다르신 모양이다. 저런 천진한 모습만 보면 흡사 어린애 같으셨다. 혹시 모르니, 치매 검사를 해 봐야 했다.

‘귀여우시다니까.’

꽈아아앙!

금강불괴, 수화불침의 영역에 도달한 사부님이었다. 또한, 화염마도의 전승자답게 용암이 통하지 않는다. 슈퍼맨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골렘이 박살이 나며 산산조각으로 흘러내린다.

용아아아아암~~~!

살아 있다고 하긴 이상하지만, 용암 골렘들이 사부님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게다가 부서졌던 용암 골렘도 서서히 복구되며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죽여도 죽여도 계속 쳐들어오는 디펜스 게임 같은 형국이었다.

퍼어엉, 파스스스!

사부님은 우직하게 부수고, 또 부수었다. 그런데도 용암 골렘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완전히 부순 골렘도 곳곳의 용암을 보급받아 형태를 이루었다.

빠직!

권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제자 앞에서 멋들어지게 처리하려고 했거늘, 생각하는 바와는 다르게 전개되었다.

“이것들이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구나!”

“사부님, 핵이 공유되는 것 같습니다. 파동이 같은 놈들이 셋이 있습니다. 동시에 공략해서 쓰러뜨리지 않으면 재생되는 형태인 듯합니다.”

권왕은 제자의 눈썰미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마법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기에 무조건 믿었다.

무진은 배후에서 탐지 마법을 쓴 후, 요나를 소환했다.

“요나, 내가 가리키는 대로 각기 다른 표식을 해 줘.”

-요나.

요나는 용암 골렘에 다가가 입으로 찍찍 물총을 쐈다. 물이 닿자 수증기가 발생하며 부위가 검게 탈색이 되었다. 3개씩 표식을 한 후, 유경운과 무인들을 보며 말했다.

“뭐 하세요? 어서 움직이지 않고.”

“……알았다.”

유경운은 무진이 아버지의 수제자란 간판을 믿고,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날뛸 줄 알았다. 제법 머리가 돌아가긴 해도, 열일곱 살의 철모르는 생도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런데 눈앞에서 본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아이템을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상황 판단이 놀랍도록 차분하고 날카로웠다.

‘보통이 아니구나.’

아이들이 당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다가 큰코다친 것이다. 그렇다 하나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은 녀석들이 탐탁지는 않았다.

“멍하니 있으면 곤란한데요, 표식이 사라지잖아요.”

“……알았다.”

무진이 다그치자, 돌아선 유경운은 인상을 찌푸렸다. 속을 뒤집어 놓는 성향이었다.

“실력을 좀 보실까.”

요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열심히 용암 골렘을 잡고 있을 때, 무진은 불판을 꺼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용암 삼겹살은 참기 힘들지. 언제 화산지대에 들어가서 삼겹살을 구워 보겠는가.

“외총관님, 저기?”

“……?”

용암 골렘을 처리하던 무인들이 의도치 않게 돌아보다 일순 멈칫하고 말았다. 하도 어이가 없다 보니, 자칫 용암 골렘의 화력에 바싹하게 튀겨질 뻔했다.

‘이 미친놈이!’

***

[밀림 던전(bb)]

-전투 곤충 박멸.

지수는 영흥도 던전을 공략 중이었다. 던전이 발생하면서 빼곡한 수림이 형성되었고, 장대비까지 쏟아졌다. 베트남 참전 용사가 된 기분으로 밀림을 헤쳐 나갔다.

쏴아아아아!

공략은 수월하진 않았다. 밀림 던전은 등급보다 난이도가 높은 축에 속했다. 덥고 습한 기후에 수림과 폭우로 시야조차 좋지 않았다. 전력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곤충 마물이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곤충 마물의 생김새는 우리가 아는 곤충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곤충도감을 충실하게 읽어 보고, 어릴 때 탐구생활 곤충채집을 해 봤으면 식별할 수 있었다.

단, 알아본다고 해서 다행은 아니다. 생김새만 같을 뿐, 크기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사람 머리통만 한 곤충부터 시작해서 코끼리보다 큰 예도 있었다.

그래 봤자 곤충이라고 비약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힘과 속도도 크기에 따라서 늘어났다. 개미가 자기 몸의 수백 배를 들고 다니는 걸 상상해 봐라. 스케일의 법칙을 적용하여 한도가 제한된다고 해도 동일 크기의 코끼리를 찢어발기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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