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75화 (76/374)

75. 권왕의 운전자론(4)

채채챙!

화르르!

유정, 혜진, 상원, 4인방이 전장의 중심에서 100마리의 오크와 싸우고 있었다. 개개인의 전투력은 친구들이 더 높지만, 100마리의 오크가 투기를 불사르며 달려들자 만만치가 않았다. 동료의 죽음조차 전투의 수단으로 삼는 오크였다.

물론, 이번에 나온 오크가 조금 특별하긴 했다. 녹색 오크라는 종의 한계는 있지만, 전장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평범한 오크와 달리 전투에 전술을 더했다. 대단친 않아도 차륜전의 형태를 이루어 까다로웠다.

오오오오오크!

터지고, 꺾이고, 부서지고, 폭사하며, 팽창하는 살의가 전장을 뒤엎는다.

지글지글!

무진과 지수는 사부님과 함께 전장에서 떨어져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소주는 당연하고, 사부와 네 병을 비운 상태였다.

“상원아, 그땐 마법 칼날이 아니라 창을 썼어야지. 일격에 끝낼 수 있었는데, 손이 한 번 더 가잖아. 그래서야 군단에 도움이 되겠어.”

“혜진아, 혼자서 돌격하면 유정이는 어떻게? 세상 혼자 살아? 너만 잘났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잖아.”

“유정아, 널 어쩌면 좋니. 정령과의 공조가 부자연스럽잖아. 동화율을 여태 그거밖에 못 올리고, 남들 놀 때 같이 놀면서 다녔냐?”

“너희들,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친히 군단에 끼워 줬는데 아직도 연계가 부자연스럽잖아. 똑바로 못 해!”

무진은 친구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부님과 소주를 마시면서 틈이 나는 대로 단점을 지적했다.

다만, 지적이 지나치게 깐깐해서 고부 갈등의 끝판왕인 시어머니의 강화판이었다.

끄응!

유정, 혜진, 상원 4인방은 죽을 맛이었다.

이처럼 유혈이 난무하는 전장이 되리라고는. 자기들은 버스를 타다가 적당히 능력을 검증하고 시험하는 줄 알았다. 권왕께서 테스트를 진심으로 했을 때 알아채고 도망갔어야 했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100마리의 오크를 깔끔하게 끝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신이 오크의 피로 푸르게 물들었다. 비릿한 혈향에 정신마저 혼미해지고 있었다. 태우고, 부수고, 자르고, 터뜨리고 살아남으려는 광기의 발악이 펼쳐졌다.

하아, 하아!

피로가 극에 달했다. 마물을 죽이는 일임에도, 생명체를 죽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전투력만 높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오오오오오오크!

전술을 활용하는 오크는 방심을 찌르고 들어왔었다. 현장에 대한 이해와 각오가 필요했다. 어설픈 결의로는 어림도 없는 현실이다.

“저저저저 천인공노할, 던전에서 먹방을 찍고 있네!”

유정과 상원은 전투의 피로감보다 남의 일처럼 대하는 무진의 태도에 울화가 치밀었다. 친구를 전장에 던져 놓고 느긋하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오크들도 화가 나서 공략해야 마땅한데, 권왕의 기세가 워낙 흉악하다. 제아무리 영특한 오크라고 해도, 본능적으로 강자와 약자를 알아봤다.

“이 와중에 삼겹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어, 졸라 맛있어.”

혜진과 4인방도 말은 하지 않아도 지치기는 매한가지였다. 오늘처럼 치열하고 생사를 가르는 혈투는 처음이었다. 어느 정도는 유정과 상원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마치 내 검술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어.’

‘전투는 물론 속성 연계까지 매끄럽게 이어졌어.’

교관들조차 알지 못했던 미세한 차이를 캐치하여 현장에 맞게 변형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었다고 치부하기에는, 믿기 어려운 안목이었다. 연륜이 쌓이고, 경험이라도 많으면 모를까.

“요나, 애들 좀 씻겨 줘.”

-요나!

요나를 불러 심신이 지친 친구들을 물리고 핏물을 씻겼다.

무진은 지수와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부님, 삼겹살이 타기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오냐, 먹고 있으마.”

전투가 끝난 직후 200마리의 오크가 나타났다. 배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전투가 끝난 시점을 노린 것이다.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놈들이다.

-보스 몹 출현, 오크 대전사.

오크 전사를 이끄는 대전사가 전장을 지휘했다. 일견 덩치도 배는 더 큰 데다가 전신은 수많은 상처로 도배가 되었다.

오오오오오오크~~~~!

오크 대전사가 포효하자 광기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번지며 오크 전사들의 전력을 극대화했다. 그 순간 공략 던전의 등급이 b등급으로 상향되었다.

오크 대전사와 오크 전사들의 융화된 살기가 전장을 지배했다. 생도의 신분으론 겪어 보지 못했던 광기의 처절한 살의였다.

우우우우우우!

오싹!

친구들은 그 엄청난 살의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반드시 죽이겠다는, 사생결단의 결의가 전해졌다.

‘이런 게 마물이라고?’

‘던전이 원래 이런 거야?’

아카데미에서 배우기를, 오크는 중하급 마물로 분류가 되는 편이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순삭의 설정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 오크는 등급 이상으로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가자.”

“그래.”

위험한 전장임에도 무진과 지수는 일절 망설이지 않았다. 가공할 살의가 살랑거리는 실바람도 아니고,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전장으로 나아갔다.

꽈아앙!

푸아앙!

거친 굉음이 울렸다.

선봉에 선 오크 전사들이 튕겨 나가고, 갈가리 찢겼다. 사방으로 핏물이 뿌려지며, 고깃덩어리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까앙!

무진은 내리찍는 도기를 팔로 쳐 냈다. 쇳덩어리와 피육의 대치임에도 결과는 상반되었다.

반진력을 이기지 못한 오크 전사는 자기 병기에 역으로 머리통이 찍혔다.

대가리를 반으로 쪼갠 무진은 박힌 도끼를 빼냈다.

뽕, 푸악!

도끼가 빠지면서 대가리에서 핏물이 분수처럼 튀어 오른다.

휘리리릭!

무진은 도끼를 손바닥에서 회전시키며, 포위한 오크의 목을 갈라놓았다.

서걱, 서걱!

손질하지 않은 무딘 도끼임에도 무진의 손에 들리자, 그 어떤 병장기보다 날카로움을 과시했다. 무섭도록 빠른 회전력이 무뎌진 도끼날을 예리하게 세웠다. 도끼에 닿기도 전에 오크들의 목에 실선이 생긴다.

뎅강, 데구르르르!

바닥을 구르는 오크 전사의 머리통을 발로 찼다. 시야를 가리는 동료의 머리통을 오크 전사들이 터뜨렸을 때를 노렸다.

일련의 동작이 물 흐르듯이 이어지면서 20마리나 되는 오크 전사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슈악!

장작을 패듯 반으로 쪼개고, 수평을 가르고. 다가오는 족족 허망한 최후를 선사했다.

무진이 도끼로 난리를 피울 때, 지수는 가문의 기본 권공으로 오크 전사를 처리했다.

지르고, 꺾고, 분쇄하고.

권공의 궤적이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다. 기본에 기본을 더하니 사방을 가득 메우는 살의마저 잠식했다.

솨아아아, 부르르르르!

광기를 드러냈던 오크 전사들조차 지수의 권공에 얼어붙었다. 절초나 필살기를 펼치지 않아도 여유롭게 압도했다.

퍼억, 푸악!

직선으로 나아가는 지수의 권각에 오크 전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졌지만, 맥없이 당하지만은 않았다. 안으로 들어오도록 유인한 후, 배후를 포위하려고 했다.

서걱, 서걱!

지수가 전투력의 우위를 믿고 너무 깊이 파고든 것 같았지만, 실상은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다. 배후를 포위하려던 오크 전전사들. 지수의 좌우로 무진의 도끼질이 작렬했다.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오크 전사들이 무진과 지수를 분리하여 각개전투로 몰아갈 수도 있었으나, 간격이 절묘하다.

밀고, 당기고.

무진과 지수는 간격을 나누는 방식을 고정하지 않았다. 오크 전사들의 대응이 익숙해지지 않도록 간격마저도 변곡을 주어 혼란을 일으켰다.

오오오오오오크~~~!

무진과 지수는 어느새 오크 대전사를 지척에 두었다. 기본에 권의 정수를 담고, 전투 공간을 효과적으로 밀고 당기며 오크 전사들을 철저히 농락한 것이다.

휘리리리릭, 포아악!

오크 대전사가 분노하여 피어를 발사했지만, 무진의 도끼는 가차 없었다. 마치 그 타이밍을 노렸다는 듯, 도끼를 내던졌다.

쐐애애액!

일직선으로 뱅글뱅글 무섭게 회전하며 지나갔다.

쩌억!

전투를 시작하려던 오크 대전사의 이마가 반으로 쪼개졌다. 그런데도 살아 있는 걸 보면 생명력 하나는 일품이었다.

촤아악, 파아악!

무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도끼를 발로 차서 오크 대전사를 난도질했다. 반격하거나 살아날 여지를 애초에 주지 않았다.

일거에 오크 대전사를 무력화한 후, 접근하여 주먹을 내질렀다. 그동안 지수는 무진의 주변을 휩쓸며 오크 전사들을 막아섰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역할이 가변적으로 딱딱 들어맞는다.

퍼억, 푸아앙!

통파.

권경을 심어 폭발시킨다. 오크 대전사의 몸과 머리통이 산산조각이 나며 하체만 덩그러니 남았다.

오오오오오크~~~!

두려움을 모르던 오크 전사들이 우왕좌왕했다.

100마리도 더 남았지만, 수장을 잃고 나니 삽시간에 오합지졸이 되어 버렸다. 전투 종족이라고는 하나, 오크 대전사가 어이없이 죽게 되면서 공포심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무진과 지수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허둥지둥하는 오크 전사의 숨통을 끊어 내며 차근차근 수를 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 전사들은 전부 쓰러졌다. 수장을 잃고 공포에 젖기는 했어도, 전사답게 도망치지는 않았다. 다만, 전략적인 측면에선 멍청하긴 했다.

와!

혜진, 유정, 상원, 4인방은 유혈이 낭자한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무진과 지수의 실력이야, 아카데미 서열전을 통해서 검증되었었다. 그런데도 눈앞에서 펼쳐진 전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학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강해졌네!”

“그보다 저 간격 조절을 봐, 한배에서 나오지 않고서야.”

“전투 연계는 어떻고, 물 흐른다는 게 저런 거구나!”

“아니 권공도 아니고, 병기술까지, 못 하는 게 뭐야?”

권왕 어르신이 버스를, 그것도 고속버스를 태웠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방송이나 신문에서도 권왕의 ‘버스 운전론’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단기간에 이런 차이라니, 할 말을 잃게 했다.

무진은 친구들을 보며 물었다.

“포기할 사람?”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고 봐야 했다. 학기가 끝날 때의 무진과 지수를 아득히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선 헌터를 지망하는 생도로서 포기할 수 있겠는가.

쯧쯧쯧!

지수는 친구들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이게 다 무진의 개수작이다. 할아버지로 인해서 경험치가 오르긴 했어도, 수치가 달라지진 않았다. 하물며 열린 공간과 달리 지금처럼 폐쇄적인 던전에선 할아버지는 삼겹살 파티를 즐기셨다.

명백한 오해지만, 풀어 줄 생각이 없으니 고의가 분명했다. 마치 20%의 수익률을 약속했으나, 망하면 본인 책임이 되는 폰지 사기처럼.

‘혜진과 유정이 중요하긴 해.’

정령가와 검신가의 개입이 필요할 때였다. 명성이 실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하나, 현실은 배경이 아주 중요했다.

***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이 둘의 관계를 고려하면 권왕의 ‘버스 운전론’을 마냥 비판할 순 없다. 학교의 선생과 제자와 달리 무인가(武人家)의 사제 관계는 피를 나눈 혈육과 같았다. 부모가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며, 아낌없이 베푸는 헌신을 탓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현실의 대중은 소수의 특권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특정한 소수의 결정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과는 또 다르다. 대중은 공정을 논하고, 평등을 논한다. 가진 자가 노력 없이 더 가지지 못하도록 세금을 매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나, 각성자의 스텟을 유산이나 상속으로 가치를 계산할 수 있을까? 헌터로서 최상위에 오른 무인은 무공을 자식과 제자에게 남긴다. 이를 강제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어찌 보면 무공도 유산이다.

사장되어 사라진다면 국가의 손실이었다. 또한,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 신뢰가 매우 중요했다. 공평한 기회를 위해 모두에게 개방하라는 것도 어불성설이었다. 신공을 생판 모르는 남에게 전수한다면 불러올 파급력을 사회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악인이 절대신공을 익혀 절대고수가 된다고 상상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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