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74화 (75/374)

74. 권왕의 운전자론(3)

“그딴 걸 어디에다 써? 스텟이나 올려 주는 아이템이 낫지.”

“틀렸어. 지금으로선 이게 가장 쓸모가 있어.”

“어째서?”

“우리가 필요한 건 스텟이 아니라 현명한 결정이니까.”

“아, 그렇구나.”

미래를 바꾸기 위해선 하나의 결정에도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걸 일일이 살피면서 살아가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올바른 선택을 위한 조언이었다. 무진으로선 예상치 못한 보물을 얻은 것이다.

무진과 지수가 속닥거리며 반색하자, 준상은 고개를 갸웃했다. 목걸이는 중요하지 않은 잡템으로 분류된 아이템이다.

“무슨 아이템이기에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 나도 좀 알고 싶다.”

“대단친 않아. 고작 s급이거든.”

“아, 그렇지……?”

고작이라는 표현을 갖다 붙이기엔 s급 아이템의 가치가 남다르다. 보고에 있는 물건 대부분은 c급에서 aa급 사이였다. s급이 남아 있을 줄 알았다면 내주지 않았다.

“사부님, 이거 받으세요.”

“오냐.”

그건 줄 수 없다고 하려던 준상은 마른침을 삼켰다. 다시 받고 싶으면 권왕에게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무진이 악마 같았다.

‘망했어!’

아버지가 사실을 아는 날엔 종아리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다른 누구보다 아버지를 잘 알고 있는 준상이었다. 절대 남 좋은 일을 하는 분이 아니셨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배가 아파서 종일 잠을 못 이루신다.

무진이 준상에게 다가가 넌지시 속삭였다.

“그냥 b급이라고 해 줄까?”

“그래 줄래?”

“너 하는 거 봐서.”

“발가락이라도 핥을까? 나는 항문에 낀 콩나물도 마다하지 않아!”

“……?”

이 컨셉,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호영 선배, 상원, 준상을 모아 놓으면 참으로 가관일 듯싶다. 어쨌든 인턴 친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가상했다.

“사부님, b급입니다.”

“과연 s급 같은 b급이구나.”

감자탕 대(大)자 같은 소(小)잔가?

사부와 합의를 본 무진은 준상의 걱정을 덜어 주었다. 단,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의 녹음 앱이 작동되고 있는 건 별개였다.

***

-도원동, c급 던전 발생.

연락을 받은 무진, 사부, 지수는 도원동으로 향했다. 먼저 온 경찰이 던전 주변으로 바리케이드를 쳐 놓았다.

던전이 오픈되면서 휘말린 이들이 있기에 지켜보는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권왕이야!”

“이제 살았어!”

“구해 줘, 권왕!”

“그건 반말이고!”

사부는 망설이지 않고 던전으로 향했다. 개방형 던전이라 조금만 늦었으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번질 수 있었다.

물론, 던전 발생 시 마나 파동을 근거로 등급에 따른 시간을 계산했기에 늦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십 년간 쌓아 놓은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더라도, 확률을 높일 순 있었다.

“사기(死氣)네요.”

“언데드 던전이구나.”

던전은 등급, 형태에 따라서 공간의 성질도 변동 폭이 심하다. 그중에서 언데드 던전은 등급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축에 속했다. 대기가 사기에 잠식되어 장기간 던전에 노출이 되면 심신에 영향을 주었다.

“호오, 구울이군요.”

“이 사부가 시범을 보일 테니, 막타를 치거라.”

사부님이 구울 무리를 향해 나아갔다. 구울은 시체이면서도 식욕이 강했다. 그래서 식귀라고도 부르며 생명체를 끊임없이 탐하는 언데드였다.

쿠우우우우우울!

허기가 진 구울이 인간을 보자 흥분하여 달려들었다. 하나, 던전의 등급이 c급인 연유가 있었다.

하급에 속하는 노멀 구울이다. 좀비와는 다르게 빠른 편이나, 헌터의 속도를 따를 정도는 아니다.

반대로 등급이 높아질수록 구울은 지능을 갖추고,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간혹, 이레귤러인 구울은 염동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이킥 구울이 서울에서 개방되면서 많은 무인과 헌터가 사망한 예가 있었다.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았을까?

권왕은 여지를 주지 않았다.

퍼어엉, 푸스스스!

꽈아앙!

멋지다, 우리 사부님!

권왕이 쇄도하는 족족 구울의 대가리가 허공을 날았다. 언데드의 약점이 대가린데, 몸통만 가루가 되었다.

구울이 검게 변색된 이빨로 물어 보려고 하지만, 권왕의 신체는 금강불괴였다. 하물며 절삭금강륜이 육신을 맴돌았다. 닿기만 해도 믹서에 갈아 버린 형국이 되었다.

빠각!

무진과 지수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구울의 대가리를 족족 밟아 대며 경험치를 올렸다. 수백 마리의 구울이 몰려들었지만, 권왕에겐 불나방에 지나지 않았다.

빠각, 빠각!

무진과 지수는 차곡차곡 대가리를 박살 냈다.

주변을 봉쇄한 경찰들과 시민들은 그 어이없는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학살이라고 하기엔 시체였고, 마을버스가 아니라 최소한 고속버스였다.

꽈아앙!

허공으로 비상하는 대가리들!

빗방울처럼 떨어져 내리자, 무진과 지수는 철제 곤봉을 꺼내 홈런을 쳐 댔다.

“헐, 버스를 태운다는 말은 들었지만, 저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쉽다, 쉬워! 너무 날로 먹잖아!”

“c급이라도 오늘 안에 레벨이 오르겠다!”

“이 시대의 다이아몬드 수저다!”

칠대가문과 대형 길드에서 최상급 헌터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광경을 목도한 시민, 경찰, 헌터는 씁쓸했다. 흙수저로 태어난 각성자는 특별하지 않은 이상, 따라가기도 벅찬 현실이었다.

“서열전에서 1등 한 이유가 있었구나!”

“저러면 나도 1등 하겠다!”

“각성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너, 권왕가냐! 왜 편을 들어!”

부러움, 시기, 질투가 맴돌았다. 그러나 누구도 함부로 입을 나불거리지는 않았다. 권왕이 하겠다는데 그 앞에서 반대 의견을 내세울 만큼 간 큰 위인들은 없었다.

게다가 배경도 능력이 되는 시대였다. 본인의 피와 땀으로 일군 능력을 후대에 물려주는 건 당연했다. 자식을 위해 부모가 열심히 재산을 모으는 이치였다. 불공평하다고 욕해 봤자, 본인의 현실이 바뀌진 않았다.

-보스 몹 출현.

-구울킹.

c등급에 구울킹이 나오다니, 예상외였다. 단숨에 등급이 b등급으로 올라갔다.

3단계를 뛰어넘었음에도 누구 하나 긴장하진 않았다. 쿠울킹이고 쿠울신이고, 상대는 권왕이었다.

꽈아아앙!

슈우웅, 데구르르르르!

한 방에 육신이 박살이 난 구울킹의 대가리에 억울함이 묻어 나왔다. 이러려고 등장하지 않았는데, 시작과 동시에 퇴장당할 위기에 처했다.

생살 한 입만을 외치려다.

꽈드드드득!

무진과 지수는 노멀 구울에 비해 5배는 큰 구울킹의 대가리를 같이 밟았다.

[던전 공략]

-구울킹의 가호(피해복구 0.05% 상승)

-약점 강타 0.1% 상향

-등등

미미한 보상이었다. 가지고 있는 스텟과 잠재력에 의해서 계산이 이루어지지만 체감하기에는 부족했다.

‘괜찮은데.’

보상의 비율이 무진과 지수는 달랐다. 100의 1%와 10,000의 1%가 다르듯이. 특히 무진은 워낙 스텟이 사기라서 비교 대상이 많지 않았다.

사부님과의 웨이브는 다음 날, 그다음 날도 이어졌다.

작정하고 버스를 태우려는 듯, 족족 웨이브를 공략했다. 사부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무진과 지수는 막타를 치며 스텟을 올렸다.

막타라서 효율이 떨어지긴 해도, 양이 질을 압도했다. 대량생산을 가내수공업으로 막기는 불가능하다. 제아무리 전략 전술이 뛰어나도 인해전술에 답 안 나오는 것처럼.

“우린 왜?”

“품앗이야, 다음에 갚아라.”

무진은 상원, 유정, 혜진, 4인방을 불렀다.

마조군단의 간부로 선임된 이상, 고위직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어야 했다. 던전만큼 스텟을 올리기에 최적화된 장소도 드물었다.

하물며 청소년기의 성장이 인생의 전반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었다. 이 시기에 바짝 노력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치가 없어진 녀석도 눈치 없이 따라왔다. 누가 연락을 해 주지는 않았을 텐데.

“상원이는 가고 싶으면 가도 좋아.”

“내가 언제 간다고 했어?”

“사실 필요가 없어서 그래.”

“더럽게 솔직하네! 내가 아무리 배알이 없게 생겼어도 상처받는다고.”

“억울하면 강해져.”

“쟤들보단 강하거든.”

상원에게 삿대질을 당한 4인방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4인방도 상원에만큼은 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서로들 같잖게 보는 표정들이 압권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내가 너보다는 낫다는 기조가 바탕에 깔렸다.

“호오, 그러셔. 만약에 합공하면?”

“그건 비겁한 짓이지. 더군다나 결투장은 합공이 안 되잖아.”

상원의 합당한 근거였다. 결투장은 일대일이 원칙이다. 서열을 올리려면 일대일로 이겨야 했다. 통상 공개적인 대회에서 합공을 하는 경우는 상대가 받아 주었을 때나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여긴 결투장이 아니야.”

“주군, 저희도 자존심이 있습니다.”

상원을 상대로 합공이라니, 4인방도 원하지 않았다. 상원은 무조건 일대일로 이겨야 제맛이었다.

“이 자식들이, 내가 만만해!”

“알긴 아네.”

“졸라 만만해!”

“여기 너보다 만만한 새끼가 어딨어!”

“쪼끄만 새끼가!”

상원과 4인방이 으르렁거리며 투지를 불태웠다.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재밌네.’

무진은 상원과 4인방의 다툼을 즐겁게 관람하는 중이다. 예로부터 싸움 구경은 고수가 아닌 하수 싸움이 재밌다고 했다. 고만고만한 애들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광경이 귀여웠다.

지수와 유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얘는 인성이!’

‘말리기는커녕 되레 부추기네!’

혜진은 상원과 4인방에겐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의 훈련에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근래에 얻은 깨달음을 이번에 시험해 보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위대한 마법산지 확실하게 알려 줄게! 처맞고 울지나 마!”

“지고 나서 엄마나 찾지 마라!”

무진은 던전 웨이브를 가기 전에 사부님에게 친구들을 소개했다. 사부님은 친구들의 면면을 살폈다. 본격적인 던전 공략을 하기 전에 테스트하겠다고 했다.

친구들은 권왕의 시험을 순수하게 기대하는 눈치였다. 무진은 환하게 웃으며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죽을힘을 다해.”

“뭐?”

권왕은 절대고수이며, 자신들은 신입 생도에 불과했다. 테스트란 던전에 들어갈 최소한의 시험이었다.

강자는 약자를 상대로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나, 개미를 죽이려고 전력을 다하진 않잖아. 죽기 살기로 하라니 상식적이지 않았다.

‘저런.’

현실은 항상 상식적이지가 않았다. 가련한 친구들은 소문을 간과하고 있었다.

화르르르르!

권왕은 범인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언제나 자신의 눈높이로만 상대를 판단했다. 설상가상으로 눈높이의 비교 대상이 무진과 지수였다.

꽈아앙, 까아아아악!

친구들이 모기 떼에 에프킬라를 뿌린 것처럼 흩날리듯 사방팔방으로 떨어져 나갔다.

쿠다다다당!

과연 사부님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정당한 대우. 무진은 아름다운 광경에 경의를 표하며 무한한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

그 사부에 그 제자로 콩 싶은 데 대왕콩이 났다. 권왕이 밖에서 나은 자식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하다.

나이스!

무진의 즐거운 포즈에 지수는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누굴 욕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똑같은 놈이라고 욕하기엔 할아버지도 포함이 되었다. 무진이 이것까지 계산에 넣었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내가 어쩌다가!’

무진은 사부님과 함께 친구들을 데리고 던전을 순회했다.

웨이브가 있는 시기엔 던전이 동시에 열리기도 해, 권왕가에선 무력대를 따로 파견했다.

동시다발적으로 며칠째 이어지는 경우를 대비해 웨이브 때엔 권왕가뿐만 아니라 칠대가문과 대형 길드에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오오오오크~~~~!

포효하는 오크 전사들, 녹색 오크라고 해도 전투 종족답게 싸움에 환장한 놈들이었다. 굴복하지 않는 전사의 심장을 지녔다.

쉬지 않고 포효를 지르자, 무진은 문득 궁금했다.

“뭐라고 하는 걸까?”

“알아서 뭐 하게?”

“요즘 들어 쓸데없는 학문이 많이 생겼잖아.”

“배가 불러서 그래.”

지능형 마물이긴 해도, 언어의 체계가 달라 오크라는 소리로밖에 안 들렸다.

답답해서일까? 이해하고 싶어서일까?

던전 공략이 안정권에 들어서면서 마물심리학, 마물언어학, 마물심층이론이란 학문도 나오는 걸 보면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안전이 보장되고, 등이 따스해지니 헛짓거리 하는 인간들이 나타났다.

따지고 보면 현재의 안전은 언제 어느 때 깨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평온이 1년, 10년, 수십 년이 쌓이자 안전 불감증에 걸린 것이다.

다들, 마물에게 가족, 친인척이 눈앞에서 잡아 먹혀 봐야 정신을 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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