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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73화 (74/374)

73. 권왕의 운전자론(2)

보고를 올렸으나, 다행히 별다른 지시 사항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 일에 대한 해명이 통한 듯했다.

다만,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또다시 문제가 불거지거나 실패한다면 살아남기 힘들다.

“어떻게 됐어?”

“이쯤에서 사건을 종결하기로 결정은 났지만, 만약을 대비해 추적대의 일부를 남겨 놓았습니다.”

“그럴 테지. 창황가는?”

“창황가를 흔들어 보려는 세력이 있는 듯합니다. 내부적으론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일단, 의심은 거두지 마. 버러지 같은 것들이 자기 주제를 모르는 것 같단 말이야.”

두 번의 예기치 못한 사태에서 창황가의 흔적이 나왔다. 초식의 흉내라고 하기엔 창황가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직계혈족에게 전수되는 천극창이 외부에 유출되었을 리는 만무하다.

다만, 특수 속성 중 카피가 없다고 하기 힘들었다.

‘더더욱 이해가 안 되는군.’

창황가를 범인으로 몰려는 의도와 목적이 지나치게 뚜렷했다. 칠대가문이든, 대형 길드든 협의체일 뿐,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견제는 있었다. 명분이 없기에 견제에서 그치는 것이지, 명확한 증거가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사안이 확대되기 전에 손을 써야 하나?’

최대한 소문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더는 기회가 없다. 문제는 상부에서 자신의 무능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둔다면 과연 자신이 필요할까?

‘빌어먹을!!’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하지만, 성과를 내야만 하는 현실이다. 마치 등을 떠미는 것 같아서 찜찜하기까지 했다.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해.’

상부의 명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안주했다간 상위의 코드네임이 별안간 방문할 수 있었다. 더러운 꼴을 당하기 전에 손을 써야 했다.

“아카데미는?”

“교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여전합니다.”

아카데미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불과했다. 대계를 위한 과정이기에 당장 성과를 바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준비해 놓은 포장지를 풀어야 할 때였다.

‘하는 수 없지.’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능력을 보여 줘야 할 때였다.

“칠영이 손을 쓰고 싶은 녀석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게 누군데?”

“강무진입니다.”

“지금이 그럴 때야!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라고 해.”

교장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수작을 부렸다가는 화를 키우는 꼴이었다.

***

-샌드백처럼 다루고선 돈까지 받겠다는 거야?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날먹은 상도덕이 없는 행위야. 재벌이 그런 것도 몰라.

-그래서 얼마를 달라고?

-아름다운 선후배로서 성의를 보는 건지, 액수가 중요한가?

-맘에 안 들면 팰 거잖아.

-성의가 부족하면 불신이 생기는 법이야.

-네 멋대로 다 갖다 붙이진 말라고!

학력고사 시절에도 고액 과외는 성행했다. 헌터의 전성기가 온 지금의 과외는 예전보다 훨씬 고가였다. 예로부터 성의는 돈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성의가 부족하다는 소릴 듣는다면, 그 이상으로 돈을 뿌리면 된다. 서글프지만, 돈으로 안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아니, 생도 주제에 차명 계좌까지 있는 거야?

-알려지면 곤란해.

-제기랄, 정말 썩을 놈의 후배구나.

-우린 공범이야.

무진은 선배들의 집중 훈련을 명목으로 과외비를 받았다. 물론, 선배들이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든, 성의를 보이기만 하면 되었다.

대신 성과는 확실했다.

특훈과 정기 훈련으로 구분해서 성과를 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과가 없다면 돈을 받지 않는다.

무진은 사부님을 찾았다.

간다고 연락을 드리기는 했는데, 사부님의 대응이 예상보다 과했다.

“사부님이 손수 나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훌륭한 사부는 제자를 소중히 대하는 법이다.”

“그런 격식도 있습니까?”

“내가 한다는데 지들이 어쩔 건데.”

전대 가주의 파워는 여전했다. 현 가주이신 지수 아버님의 고충이 이해가 된다. 권한은 없고 책무만 남은 자리를 원하진 않았을 텐데, 사부님의 의도가 뻔히 보였다. 내가 두 눈 뻔히 뜨고 있으니, 알아서 자중하라는 엄포가 분명했다.

“제자를 공공의 적으로 만드셨네요.”

“네가 한 발언은 책임을 져야지. 설마 내 제자면서 자신 없는 건 아니겠지?”

“손 속에 사정 두지 안 둘 겁니다.”

“과연 내 제자로구나. 아주 도발적이야.”

권왕다운 사고방식이었다. 어차피 수틀리면 주먹으로 해결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 밑밥을 깔고 있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밀어붙일 때였다.

“너는 이제부터 내 수제자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기존 무공을 사사한 제자조차 받아 보지 못한 융숭한 환대였다. 시선의 주목은 당연했다. 기실 권왕과 무진은 굉장히 닮았다. 신체부터 판에 박은 듯이 투박하고, 취한 포즈까지 비슷해서 주변을 환장했다.

아주 눈꼴시린 광경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진과 권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두와 삼두의 크로스로 사제의 정을 확인했다. 확실히 어제와 오늘이 다른 근육이었다.

“할아버지, 그만 좀 나대요!”

“할아비한테 말본새 하고는!”

권왕은 제자와 손녀를 한자리에 세워 주목도를 높였다. 맘에 드는 수는 아니었으나, 이보다 확실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건 제 실숩니다!’

‘무슨 뜻이냐?’

‘저는 아메리칸 스타일이거든요.’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면 한국의 법을 따라야지!’

‘혹, 도장을 박으라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

권왕은 개방적인 제자를 어찌해야 할지 순간 갈피를 못 잡았다. 제자로선 더할 나위가 없는데, 손녀사위로 대하자니 짜증이 치밀었다. 할아비하고 오래도록 함께 살겠다는 지수(feat. 세 살 때)의 맹세를 잊지 않았다.

‘사부님, 맹세는 소중한 겁니다.’

‘시끄러워!’

‘전음인데요.’

‘닥쳐.’

권왕은 제자를 신뢰했다. 이 요망한 녀석은 능히 한국을 대표하는 무인이자 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미리 점찍어 놓는 편이 가문을 위해선 이득이다. 무엇보다 남 주기가 너무 아까운 녀석이다. 매정하게 선을 긋는 순간, 굴러들어 온 복을 제 발로 걷어차 버린 격이 된다.

권왕은 가문과 할아비로서 선택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구나!”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요?”

무진은 난색을 보이며 되물었다. 전혀 들어 보지 못했다는 미국식 제스처가 압권이다.

“우리 지수가 어디가 어때서?”

“맞아, 내가 어디가 어때서?”

발끈했던 권왕과 지수는 머쓱한지 고개를 흔들었다.

누차 말하지만, 제자이자 친구의 건전한 청소년기를 위해서였다. 이 시기에 개방적으로 논다면 차후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에 이바지를…… 그걸 네가 왜 해?

“웨이브는 처음이라 긴장되네요.”

“실실 쪼개면서 긴장은 무슨.”

“제 나름의 긴장을 푸는 방식입니다.”

“뒤통수 맞기 딱 좋은 방법이구나.”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는 던전 관리 기간으로 다른 시기보다 던전 오픈의 빈도수가 높다. 이를 정부에서는 던전 웨이브라고 하여 칠대가문과 대형 길드의 전폭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가문과 길드는 구역별로 정해서 맡은 지역의 오픈된 던전을 공략하고, 마물 토벌에 나선다.

권왕가도 토벌을 위해 무력대가 동원이 되었다. 던전이 오픈되는 시각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기에 구역을 정해 대기했다.

무진과 지수는 권왕의 인도하에 던전 웨이브를 나섰다. 아카데미 생도는 4학년은 되어야 던전 공략을 할 수 있지만, 권왕 같은 인도자가 있으면 신입생도 가능했다.

던전이 열리는 지역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칠대가문과 대형 길드는 자기 구역에서 생겨난 던전을 모니터링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빈도수가 높은 지역을 특정해 놓았기에 최대한 범위를 예측할 수 있었다.

무진은 던전 오픈을 마냥 기다리진 않았다.

겸사겸사 타이거 길드를 들렀다. 인턴 친구인 배준상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일단 6개월간 하는 짓을 보고 친구로 삼을지 판단할 예정이다. 성실히 이행을 한다면 신입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무진은 인턴임에도 정규 친구로서 배준상을 대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귤 한 봉지를 사 왔다.

“자.”

“……고마워.”

“내 물건은 잘 있겠지?”

“……그럴걸!”

우리 집에 맡겨 놨냐!

배준상은 귤 한 봉지로 아이템과 장비를 달라는 무진의 도둑놈 심보에 어이가 없었다. 약속하기는 했지만, 진짜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의례적인 빈말이 실제가 되니, 골이 지끈거렸다.

‘내가 산신령도 아니고!’

장난 한번 쳤다가 철도끼에 손목이 날아간 데다가 은도끼와 금도끼까지 내어 줄 판이다. 억울해서 내어 주기 싫지만, 무진과 지수의 배후로 권왕이 떡하니 서 있었다. 저 앞에서 구라 쳤다고 하는 순간, 요단강을 건너는 거다.

‘내가 미쳤지!’

아버지는 낌새를 채고 일찌감치 내뺐다. 일전에 권왕에게 들들 볶인 이후로 노이로제에 걸리셨다. 자다가도 권왕이란 말을 들으면 벌떡 일어나 집 밖으로 뛰쳐나가곤 했다.

“차부터 내올게.”

“우리가 너처럼 한가하지가 않아요. 선량한 시민의 안전과 재물 피해를 막아야 하거든.”

우리 동네 방범대를 자처하는 무진의 뻔뻔함에 준상은 헛바람을 삼켰다. 자기 할 거 다 하면서 대체 누굴 지킨다는 건지 모르겠다.

준상은 타이거 길드의 창고로 안내했다.

아들조차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창고를 순순히 개방해야 하기에 울화가 치밀었다.

“기관 설비가 대단한데.”

“아무래도 가문의 보고니까.”

“겉이 아무리 화려해도 내실이 있어야 해. 나야 상관없지만, 사부님과 지수는 기대를 많이 했거든.”

“맘에 드는 물건이 분명 있을 거야.”

별 기대하지 않았던 사부님과 지수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부정하진 않았다.

“걔들은 좀 어떠냐?”

“날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지 뭐.”

“다음 학기부터는 괜찮을 거야.”

“진짜?”

“당연하지, 난 학폭을 가장 증오해.”

준상은 무진의 목젖을 치고, 정수리를 찍어 버리고 싶었다. 하나, 무엇을 상상하든, 허망한 공상에 지나지 않았다. 무진과 잘못 엮이면 수시로 가정방문을 당하는 수가 있었다. 한 번 올 때마다 타이거 길드의 기둥뿌리가 뽑혔다.

“사부님, 편하게 둘러보세요. 지수도 가지고 싶은 거 맘껏 골라 가져.”

“저기, 맘껏은 좀!”

“개수가 정해져 있구나.”

“정해졌다기보다는.”

양심이 있으면 1개도 많았다. 그러나 선수를 빼앗겼다. 수를 논한 이상 최소 2개 이상이 되어 버렸다. 1개 이상은 상정하지 않은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가만두지 않을 텐데. 가뜩이나 눈도장이 박혀서 집에서도 숨이 막혔다.

흠.

보고를 둘러본 권왕과 지수는 심드렁해졌다. 타이거 길드가 중견 길드긴 해도, 권왕가의 보고와 비교하긴 무리였다. 양도, 질도 많이 떨어진다.

“눈에 띄는 장비는 없구나.”

“특성이 개방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경험상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아. 혹, 실망했느냐?”

“기대가 없어서 실망도 없습니다.”

“그래야지. 무인은 장비에 의존해선 대성하기 힘든 법이다.”

권왕의 가르침과 무진의 겸손이었다.

그걸 지켜보는 준상은 속이 터졌다. 남의 집 보고에 들어와서 한다는 소리가, 저래도 되는 건가? 최소한 집주인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긴 하네.’

아까운 물건이 몇 개 보이긴 해도, 가치 있는 보물은 아버지가 미리 빼돌려 놓은 모양이다.

“고만고만한 것들이라 고르기도 힘들구나.”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무진은 들어올 때부터 선점한 물건이 있었다. 특성이 개방된 장비와 아이템 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개방되지 않은 것들로 선택했다.

무진의 손에 들린 목걸이를 보고 지수가 물었다.

“그 밋밋한 목걸이는 뭔데?”

“지혜의 목걸이야.”

“특성이 개방되지 않았다면서 어떻게 안 거야?”

“판별기가 있거든.”

발칸의 부수적인 특성인 판별을 발동했다. 자기 등급과 뚜렷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판별이 통한다. 대단치는 않아도, 괜찮은 물건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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