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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62화 (63/374)

62. 동기부여(1)

-레벨업!

집에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레벨이 올랐다. 놀랍게도 상태창에 60레벨이라고 적혀 있었다. 22레벨에서 전전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성장이었다.

60레벨은 백작의 등급이다. 현재 생도들의 수준에서 감당이 되지 않을 레벨이다. 단번에 이 정도로 레벨업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가성비가 별론데.’

단숨에 3배로 뻥튀기가 되었는데도, 무진은 시큰둥했다. 어제 지수가 말하길, 발칸은 군주도 상대가 되지 않을 힘을 지녔다고 했다. 121레벨에서 200레벨이 군주의 역량이었다. 군주를 넘어선다면 그 이상의 레벨이란 건데, 40레벨이 올랐다고 기뻐하기에는 등가교환이 부족했다.

‘죽이면 좀 더 오르려나?’

-……살려 주십시오!

무진의 내부에 갇힌 발칸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충성을 맹세하려고 했다. 마계를 다스리는 4명의 군주 중 하나인 발칸이 수하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젠 쓸 만한 능력이 없을 텐데.’

-헬 소드와 저는 한 몸입니다. 주인님의 전력을 미력하나마 증폭할 수 있습니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발칸의 의식을 완벽히 흡수하면서 지식을 공유했다. 사람을 벌레보다 못하게 보긴 해도, 가용할 지식이 많았다. 또한, 헬 소드와 궁합이 좋았다. 영력을 많이 잃었어도, 헬 소드와 합일하면 ss급의 장비로 격이 상승했다.

‘우선 마도부터.’

발칸은 마계군주답게 9계식의 마도를 펼칠 줄 알았다.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중급 마도서밖에 가져오지 못하는 상원에게 실망했었다. 그러나 이젠 필요 없어졌다. 키가 커지고 싶은 상원의 절박함은 중급 마도서에 국한되었다.

우우웅!

레벨업 보상은 마력에 털어 넣고, 흡수한 지식을 심상으로 녹여 냈다. 마도의 기초는 탄탄한 편이니, 상위의 마도라고 하여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다. 무공이나 마도나 극의에 도달하면 권능의 영역이기에 시간과 노력만이 남는다.

무진은 곧 4계식이 되었다.

단계를 실시간으로 뛰어넘고 있었다. 상위의 마도는 지식의 1푼이라도 방대하기 이를 데 없다. 하물며 수만 년을 산 마계군주였다. 마도사조차도 지식의 포화 속에 미쳐 버릴 양이거늘.

-……이럴 수가!

확장, 진화하는 마도에 발칸은 기겁했다.

지식은 지식일 뿐, 흡수했다고 하여 본인의 지식이 되지는 않는다. 설령 깨달음이 있다고 해도 이처럼 급격하게 단계가 오르진 않는다.

상식을 벗어난 초월적인 진화였다.

-……주인이시여!

발칸은 납작 엎드렸다. 주인은 인간이 아니었다. 마신이 인간의 몸으로 현신하지 않고서야.

무진은 7계식까지 끌어 올린 후 멈췄다.

당장은 마력도 부족하고, 8계식부터는 마법사만의 개성이 중요해진다. 발칸의 마도를 따르기보다는 마도 지식을 기반으로 본인만의 마도를 개척해야 했다.

‘무공과 마도를 합일할 수 있지 않을까?’

무인과 마법사가 들었으면 기겁할 발상이었다. 무공과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놀랄 판국에 하나의 형태로 녹여 내려고 했다. 무공도, 마법도 아닌 권능을 진화하려는 의도였다.

‘멀긴 머네.’

무진은 가능성만 보고 나아갔다. 될지, 안 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도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컸다. 실패를 통해서 성공할 방법과 색다른 방안도 찾을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것만 말해.’

-흡수한 기운을 저장하고, 증폭할 수 있습니다.

‘나쁘진 않군. 일단은 지켜보마.’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무진은 발칸을 헬 소드로 돌려보냈다. 확실히 헬 소드의 능력치가 대폭 증가했다.

보금자리로 돌아온 발칸은 흐느끼며 울었다. 다시는 헬 소드를 벗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스윽!

헬 소드는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레벨이 오른 만큼 인벤토리도 확장되었다. 넉넉하게 넣고 다녀도 되기에 심적으로 편안해졌다. 왜 사람들이 넓은 평수로 이사하려고 아등바등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흑무흡정술과 헬 소드를 연계하면 흡수력을 극대화할 수 있겠어.’

적은 어차피 썩어 문드러질 주검에 지나지 않았다. 마력이나 공력으로 전환하여 올바른 일에 사용한다면 일거양득이었다. 악당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죄를 뉘우칠 기회였다.

‘고문 수법으로도 괜찮고.’

죄를 짓고서 편히 가면 안 되지. 미라처럼 생기가 빨려 들어가는 광경을 본 후 가야 했다. 분골착근의 몇 배에 달하는 고통은 부가적이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60레벨이 됐다고.”

“발칸을 죽인 거야?”

“죽이진 않고 충성 맹세를 받았지.”

학살자 발칸이 저지른 참혹한 만행을 알고 있기에 지수는 말문이 막혔다. 군주급 헌터의 합공에 죽어 가는 와중에도 자폭했던 미친놈이었다. 차라리 죽였다면 또 모를까? 그런 지독한 놈이 충성 맹세를 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매 앞에서는 장사 없지.”

지수는 필터링해서 들었다. 적당히 패서 말을 들을 발칸이 아니다. 죽지도 못하게 강제한 후 두들겨 팼을 것이다. 학살자 발칸이 불쌍하게 느껴지다니, 회귀를 잘못한 게 분명했다.

“더 있지?”

“덕분에 마법과 사요공이 늘었어.”

보통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텐데, 지수는 가끔 예리한 구석이 있었다.

“마도사가 됐잖아!”

“발칸의 마법은 대마법사마저 넘어섰어. 그러고 보면 나도 아직 멀었지.”

“겸손한 척은!! 어제만 해도 3계식이었으면서!”

“우리 나이 때는 원래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잖아.”

하루가 다르게 강해진다는 뜻을 곧이곧대로 해석하고 지랄이야! 더욱이 하루 만에 한 단계도 아니고 세 단계를 뛰어넘는 경우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냐고.

“학살자를 영양 간식으로 써도 되는 거야?”

“좋게 좋게 생각하자.”

“왜 너만!!”

“원하면 나눠 줄게. 7계식부터는 지식 전이가 되거든.”

“됐거든!”

“익히지 않아도 알아 두면 전투에 도움이 될 거야.”

“젠장, 맞는 말이네!”

공간이동과 지식 전이는 매우 유용했다. 아이템과 결합하여 언제 어디서든 아버지한테 갈 수 있었다.

지식 전이를 통해 마법 전투를 공유할 방도를 찾았다. 특히 마법 전투를 심상으로 구현해서 다방면으로 전개한다면 불특정의 기습이나 암습에도 대비가 되었다.

실상, 지수에게 마법의 방대한 지식을 전해 줘 봤자 실전에서 사용하기는 무리였다.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하여 전투에 써먹을 수 있으면 족했다.

으윽!

타인의 세월이 담긴 지식을 전수받게 되면 뇌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무진은 최대한 지수의 저용량에 맞추어서 저속으로 전수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수에겐 쉽지만은 않았다. 전수가 끝나고 나서도 지식을 녹여 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마법이 무공보다 강하다는 거야?”

“활용성에선 훨씬 낫겠지. 하지만 개인으로 본다면 마법이 무공보다 강하다고 보긴 힘들어. 그건 너도 알고 있는 부분이잖아.”

“너 때문이잖아.”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고 생각해.”

마법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지수는 솔직히 많이 놀랐다. 어떤 식으로 마법이나 속성에 대응해야 하는지 최적의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군주급에 올랐기에 무공만으로도 대적자는 많지 않겠지만, 효율성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얘는 여태 이런 식으로 전투를 수행했던 거야?’

전투 수행 능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무진을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강자를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무진과 비견할 강자가 흔치 않았다. 자기보다 약한 자를 상대하는데도 빈틈을 보이지 않아서 섬뜩하다.

‘게다가 까다로워.’

정령과 마도만 결합해도 머리가 어지러운데, 이를 무공과 융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전투 스킬을 완성했다.

개별적으론 대단치 않은 스킬이 조합이 되자 대응 자체를 막막하게 만들었다. 정말 싸우기 싫게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싸울수록 답이 안 나왔다.

“그럼 시작할까?”

“뭘?”

“배웠으면 써먹어야지.”

“그건 맞는 말…… 망할!”

실전 같은 대련으로 몸에 때려 박는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전투 스킬을 현실에 접목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드물었다.

퍼퍼퍼퍼퍽!

무진은 지수를 위해서 두들기고, 또 두들겼다.

“나는 쇳덩어리가 아니라고!”

“아니, 그보다 더 강해.”

너는 나보다 강하다, 마치 스승이 제자를 위해서 숙고하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지수에겐 개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익숙해졌다 싶으면 전투 방식을 바꾸어서 개미지옥이었다.

아니, 같은 방식인데 왜 다 달라!

“개자식!”

“고맙다고 해야지.”

무진은 지수에게 단순히 지식 전이만 하지 않았다. 저용량의 두뇌를 활성화해 조금씩 늘렸다. 경지가 당장은 오르지 않더라도, 도약을 위한 탄탄한 기반이 되어 줄 것이다.

“오늘도 업그레이드하고 좋지, 다음 패치를 기대해.”

“닥쳐!”

대련을 마쳤다.

무진과 지수는 아지트에서 나와 권왕가로 향했다. 돌아가는 내내 지수는 입맛이 썼다.

‘확실히 강해졌어.’

지랄맞은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다. 전생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렀기에 경험에서는 앞서야 했다.

빌어먹을 세상!

도움이 되기는커녕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불합리한 현실을 타파하고 싶으나, 자꾸 업그레이드되었다. 윈도우 7로 업그레이드된 윈도우 xp의 심정이랄까.

“괴물 같은 자식!”

“사부라고 불려야지.”

***

하아아!

하아아!

땅이 꺼져라, 남매가 똑같이 한숨을 쉬었다. 심경을 토로할 수도, 내색하기도 어려운 현실에 불쑥불쑥 울화가 치밀었다. 화병이 쌓이고 있었다.

“오빠 때문이야.”

“미안하다.”

“어떻게 동생을 팔 수가 있지?”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지금은 그나마 담담한 편이다. 한동안 지연은 입에 담지도 못할 험한 쌍욕을 지껄였었다.

지은 죄가 있는지라, 지철은 차마 반박도 못 하고 묵묵히 듣고 있어야 했다.

‘내가 봐도 한심했지!’

차마 동생을 팔고 싶지는 않았었다. 오빠로서 체면과 위신을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 새겨진 공포는 시간이 갈수록 옅어지기는커녕 짙게 각인되었다.

“우리가 이 늪에서 빠져나갈 수나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만하자고 했잖아.”

“그러면 언질이라도 줬어야지.”

“이제 와 후회한들 달라지는 건 없잖아. 걔도 생각이 있으면 무리한 요구를 하진 않을 거야.”

“하면은?”

“그거야.”

현재로선 무진의 호의에 전적으로 의존할 뿐, 떠올릴 때마다 지연과 지철에겐 거부하지 못할 공포가 밀려왔다. 그렇다고 사실을 고백하자니 약점을 스스로 까발리는 짓이었다.

“우리가 더 강해지면 다르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린 하지도 마.”

“하긴 그래.”

“젠장, 내 오빠 맞네.”

포기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지연은 무진의 의도를 되짚어 봤다. 그럴수록 의도가 없어 보여서 짜증이 치민다. 시비를 건 것도 자신들이고, 그러다 역으로 당한 것도 자신들이다. 몰랐다고 변명한들 무능을 증명할 따름이다.

‘오빠를 이용해서 내 작전을 들여다봤던 거야.’

계략을 꾸미는 데는 지수보다 한 수 위라고 확신했었다. 당연히 무진도 할아버지의 제자답게 융통성 없이 무식할 줄 알았다.

웬걸, 지수와는 다른 스타일이었다. 전력의 우위에도 수 싸움을 하며 약점에 비수를 꽂을 줄 알았다. 더욱이 오빠를 포섭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우리한테 의심암귀까지 씌워 놓았어!’

아주 지독한 놈에게 걸려들었다. 굳이 오빠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끌어들인 걸 보면 사악하기까지 했다.

‘확실히 난놈이야!’

무진의 암수를 분석할수록 지연은 감탄했다. 어떤 식으로 역수를 둘지 막막함이 밀려왔다.

“큰오빠가 알면 우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래도 형인데.”

“큰오빠가 오빠 같은 줄 알아!”

“내가 뭘?”

“말을 말자.”

어느 순간부터 지연은 큰오빠를 어려워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만이 아닌 작은오빠와는 다른 음험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최대한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큰오빠의 의중을 살피려고 노력했다. 일전의 대련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을지 몰라도, 자신들을 시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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