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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51화 (52/374)

51. 갑질(2)

“언제까지 있어야 하나요? 제가 보기엔 멀쩡해도 내상이 심하거든요.”

“거의 다 나았다고 들었네만.”

“의사들이 뭘 알겠어요. 무인은 무인만의 룰이 있습니다.”

“자의식이 대단하군.”

무진이 아주 틀린 말을 하진 않았다. 일반 의사가 내상을 정확히 간파하기는 어려웠다. 엑스레이나 MRI를 찍는다고 내력이 나오지도 않고.

“자의식 과잉이 아니라 사실을 전하는 겁니다. 내상을 입은 것도 사실입니다. 당연히 그 책임은 연루된 생도들에게 있습니다.”

“팔다리가 부서지고, 내상을 입은 생도가 17명일세.”

“자업자득이죠.”

“과한 대처라고 생각하지는 않나?”

“마인을 상대로 어떤 대처를 해야 과하지 않을까요?”

“그 애들은 몰랐네. 전적으로 자네가 판 함정에 빠진 것뿐이지.”

“판단은 여론의 몫이겠군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진 않았지만, 무진이 이렇게까지 나오니 교장은 난감했다. 그러나 아직은 어린 생도였다. 무리하지 않는 선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다.

다만, 자기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괘씸했다. 누군 보름이 지나는 동안 똥줄이 탔거늘.

“이길 수가 없구나. 원하는 걸 말해 봐라.”

“잃어버린 내력을 보충하려면 만년삼왕이 필요합니다.”

“아, 그렇…… 뭐라고?”

“만년삼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그날의 폭발로 15년의 공력을 잃었습니다. 참고로 15년을 얻기 위해서 저는 만년삼왕을 복용했었습니다.”

“……?”

교장은 말문이 막혔다. 적당한 보상은 각오했지만, 만년삼왕이라니! 그게 달란다고 바로 생기는 풀떼기도 아니고.

그런데 수지 타산을 따지면 맞는 말이었다. 영약 흡수력이 자기 스스로 폐급이라고 말했다. 만년삼왕을 먹고도 2갑자가 아닌 15년을 쌓았으니, 그야말로 돼지 목의 진주였다.

“아니면 어떻게든 15년만 채워 주세요.”

“……그건 좀.”

15년을 채우는 데 만년삼왕이 들었다고 한다. 더욱이 같은 걸 먹었어도 15년을 채운다고 보장할 수 없었다. 내상을 입었다고 하니 흡수력은 더욱 떨어졌을 것이다. 만년삼왕을 주는 편이 15년을 채워 주는 것보다 낫기는 낫다.

“15년을 잃었는지 어떻게 아나?”

“사부님이 보장합니다. 아시죠, 제 사부님?”

“그거야, 알지만.”

“설마 사부님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지요. 암, 그렇고말고요.”

풍신은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되리라고는. 성질대로 구라 치지 말라고 하기엔 권왕의 성난 얼굴이 떠올랐다. 소싯적의 성격을 상기하니,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어린 녀석이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

사람을 협박하는 재주가 남달랐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치부하기엔 매우 실리적이었다. 실제로 권왕가에서 무진의 내력을 늘리기 위해서 특급의 영약을 복용시켰다고 했다.

그게 만년삼왕일 줄은 몰랐지만.

“만년삼왕이면 되겠느냐?”

“이상한 소리를 하시네요. 만년삼왕은 치료약이지 보상이 아닙니다.”

“더 달라고?”

“공사는 구분해야지요.”

만년삼왕이 치료비에 불과하다니, 보상 차원에서도 과한 요구였다. 하지만 치료비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마인을 때려잡은 공은 따로 보상을 해 줘야 했다.

끄응!

앓느니 죽고 말지.

풍신은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걸 인정했다. 현재 가장 경계해야 할 요주의 대상은 마인도, 여론도 아닌 무진 생도였다.

‘만년삼왕을 대체 어떻게 구하지?’

아카데미에 있다면 또 모를까? 그 엇비슷한 물건이 있기는 하나, 그걸 내어 주면 난리가 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약속을 한 이상 내어 줘야 했다.

“생도라면 응당 불의를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라네.”

“아카데미에 마인이 활보하고 다니는 것도 생도 책임이라는 거군요.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아니, 말을 왜 또 그렇게 해.”

“저는 마인을 잡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습니다.”

잠혈마공을 썼으며, 폭주하면서 자폭을 했다. 무진이 교장실에 편안히 발 뻗고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만약 생도가 마인에게 죽었다면 지금처럼 조용히 넘어가기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무진이 건네준 영상은 전부가 아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마인과 주고받은 대화, 즉 하이라이트가 남아 있었다.

“아카데미 보고에서 10개만 챙기겠습니다.”

“보고가 무슨 사격장의 표지판인 줄 아느냐? 맞히면 다 갖게!”

“어차피 다 쓸모없는 상징적인 거잖아요. 그리고 레벨업 보상도 똑같이 맞춰 주면 고맙겠습니다.”

“……날강도가 따로 없군!”

앉은자리에서 다 뺏기고 있었다.

반박해야 하는데, 풍신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순식간에 당해서 몰랐었는데, 말을 할 때마다 늘어나고 있었다. 어설프게 무진에게 딜을 걸었다가는 또 어떤 걸 빼앗길지 모를 일이다. 아카데미의 기둥뿌리, 즉 시련의 탑이 날아갈 버릴지도.

“욕심이 지나치구나. 네놈에게만 혜택을 주면 다른 생도들은 가만히 있겠느냐?”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지수, 혜진, 상원, 유정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역시 생도들을 위하는 분은 교장 선생님뿐이시네요.”

……?

괜히 말했다.

참아야 했거늘. 입이 주책이고 방정이 되었다. 그래도 할 말은 있다. 저 새끼가 자꾸 화를 돋우잖아!

풍신은 왕년의 성질이 죽지 않고,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다들 낯을 가리니, 제가 옆에 있겠습니다.”

“……나가!”

언성이 커진 풍신은 형언하기 어려운 수치심을 느꼈다. 나이 먹고 이런 유치한 짓까지 해야 하다니, 교장으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실언이었네.”

“보상을 받겠습니다.”

“……실언이라니까?”

“그래서 보상을 받고 용서해 드리려는 겁니다. 그러면 제가 상처를 받지는 않겠지요.”

“……이(새끼가)!”

무진이 녹음기를 보이자, 풍신은 헛바람을 삼켜야 했다. 그와 동시에 인벤토리에서 서류를 꺼냈다.

허허허!

서류를 건네받은 풍신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마치 미래를 알고 있었던 듯,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여태 무진의 의도대로 끌려다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하구나!”

“보통이죠.”

“이제 더는 없겠지?”

“절 구타한 생도의 주소 좀 알려 주세요.”

“왜 또?”

“피해 보상은 받아야지요.”

“……?”

풍신은 생각했다. 생도들이 어쩌다가 이놈하고 싸우게 되었을까?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납득이 가는 대화의 장이었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 속성이 [환장]이면 제격이었다.

‘씨발 놈이구나!’

생전 하지 않던 쌍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하기 곤란한 처지였다. 설령 학부모의 주소를 알려 주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갈 놈이란 걸 이제는 모르지 않았다.

“화염가와 창황가는 어쩌려고?”

“제겐 사부님이 있습니다.”

……확실하군.

무진은 의도치 않게 통화가 켜져 있는 핸드폰을 교장 선생님에게 보여 주었다.

“이런, 사부님이 듣고 계셨네요.”

“……?”

정말로 실수였다.

스마트폰은 정전식 터치라 이렇게 잘못 눌리는 일이 빈번했다.

***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부님의 호탕한 웃음에 무진도 뿌듯했다.

자고로 사부는 명성이 높고 봐야 했다. 그래야 제자도 좋고, 사부도 좋았다.

“그놈들 소태 씹은 표정이 아주 볼만하더구나!”

“지은 죄가 있으니 반성할 수밖에요.”

무진은 가장 먼저 창황가, 화염가, 혈천 길드를 찾아갔었다. 다른 곳과 달리 배경으로 찍어 누를 수도 있기에 사부님과 함께 움직였다.

명색이 권왕이 직접 행차했으니 창황가, 화염가, 혈천 길드는 가주와 길드장이 나와서 대접해야 했었다.

그들도 아들들이 행한 일들을 알고 있기에 들어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보상하기로 했었다.

-만년삼왕이라니요!

-그걸 말이라고!

-안 되는데 굳이 써야 하는 일이오!

궁색한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들어주지 않으면 사부는 영상을 까겠다고 했다. 영상을 본 그들은 부들부들하면서도 만년삼왕은 과하다고 역정을 냈다. 무엇보다 무진의 공력 상실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무진은 과감히 손목을 내어 주었었다. 무인에게 손목은 영혼과 같았다. 내 목숨을 당신에게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무진의 내력을 확인하면서 내부를 관찰했던 두 가주와 길드장은 기겁했다.

-무슨 놈의 기혈이 이렇게 가늘어!

-빌어먹을! 네놈, 절맥이라도 앓고 있던 거냐?

-15년을 어떻게 쌓은 거야?

-이놈에게 대체 뭘 먹인 거요?

어째서 영약의 흡수율이 최악이었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기혈이 가는 데다가, 절맥이 2개나 있었다. 그러니 내력 효율이 폐급일 수밖에.

창황가, 화염가, 혈천 길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슷한 영약이라도 내어 주어야 했다. 아니면 15년을 채워 줘야 하는데, 그들에게 무진은 밑 빠진 독이었다. 암만 퍼부어도 15년을 채워 줄 자신이 없었다. 그럴 바엔 만년삼왕을 내어 주는 편이 이득이었다.

한편으로 두 가주와 길드장은 내력 가지고 이딴 식으로 협박이 가능하단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건드려도 이딴 놈을 건드려서는, 제대로 똥을 밟았다.

-영상은 지우시오!

-소문이 나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다시 보지 맙시다!

당연하게도 사부님은 낄낄거리며 자식 교육 똑바로 하라고 훈계했다. 무진도 하는 김에 절맥 좀 뚫어 달라고 했더니, 더는 꼴 보기 싫은지 일어서서 곧장 나가 버렸다. 자기 집에서 자기들이 나가니, 손님으로선 당황스러웠었다.

“녀석아, 너무 좋아할 거 없다. 이제 화염가와 창황가는 물론, 혈천 길드까지 적이나 마찬가지다.”

“올바르게 살면 알아줄 날이 올 겁니다.”

“진짜로?”

“아니요.”

껄껄껄껄!

사부는 기꺼워했다. 옛날부터 두 가문과 혈천 길드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 크게 염려하지도 않았다. 지들이 어쩔겨? 한판 붙자고 한다면 환영하는 바이다.

특히 창황가는 손을 봐줘야 할 때가 되기는 했다. 전대 가주인 창황의 얼굴도 본 적이 오래되었고.

“저보다 사부님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기분 탓일 거다.”

“근질근질할 때긴 하죠.”

“나 때는 구차한 말보다 우아한 주먹이 앞섰지. 참, 그때가 좋았는데 말이야.”

무진이 단초를 제공하면서 사부의 무공은 발전했다. 워낙 사부의 무공 수위가 높아서 단계 자체를 높이진 못했지만, 무인의 본능이 깨어났다.

실제로 무진과 만나기 전의 권왕은 작금의 권왕을 죽었다 깨도 이기지 못할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대놓고 드러냈지만, 누구도 인정하지 않기에 화염마도는 비밀 병기로 요긴했다.

마법 회로와 체계를 정리했을 뿐인데도, 사부의 마도는 완전한 6계식이 되었다. 어쩌면 7계식도 노려 볼 만했다. 사실을 알면 마도사가 졸도할 일이었다.

“순방이 짭짤하긴 하네요.”

“애들을 잘못 키웠으면, 돈이라도 많아야지.”

학폭 방지 캠페인을 겸한 학부모 순방은 한 곳만이 남았다. 열아홉 곳을 사부님과 돌았더니, 다들 순한 양들이었다. 융숭한 환대에 주객이 전도되었었다. 사각의 주방에선 칼을 가는 것 같기는 했지만, 사부의 한마디로 정리되었다.

-다 보고 있다.

궁예가 현신한 이상, 개수작은 어림도 없었다. 다만, 유명인으로서 사인은 잘해 주었다. 그 점은 참 의외였다. 공놀이하는 것들도 건방지게 사인을 잘 안 해 주는데, 명색이 권왕이 연쇄사인마였다.

‘그래도 현판은 좀.’

현판에 권왕의 사인이 있으면 영광이겠으나, 내용이 원색적이어서 광고는커녕 손가락질받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렇다고 권왕의 성의가 담긴 현판을 뗄 수도 없으니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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