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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43화 (44/374)

43. 함정(1)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샤워를 하고, 물을 정화하고, 습도를 조절하고.

-요나!

정령의 위대함을 보았도다.

정수기나 지하수를 식용으로 쓰는 시대에 물의 정령은 필수였다. 정령 하나쯤은 꼭 소환하기를 바란다. 잘만 키우면 수도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었다.

화르르!

이뿐이랴, 마도와 무공을 익히면 가스를 쓰지 않고도 물을 데울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부터 검침원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일이 생겼다.

-야옹!

크림은 확실히 고양잇과가 맞았다.

뭘 먹을지 몰라 간식으로 줬더니, 츄르 없이는 못 사는 녀석이 되었다. 여분으로 많이 사다 놓았는데 얼마 못 가 동이 났다.

돈을 버는 요나와 달리 크림은 가계에 타격을 주긴 해도, 집을 지키는 용도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영성이 연결되어서 침입하면 바로 알 수 있었다. 미취학 아동이나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 댁엔 딱이었다.

‘같은 개체라도 능력은 다른데.’

마수의 종류와 특징을 적어 놓은 마수도감이 있기는 하지만, 공통적인 점을 적어 놓았을 뿐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마수도 동일 개체라고 해서 전부 똑같지는 않았다. 각성 입자에 따라서 특수 속성을 개화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영혼 연결은 나쁘지 않아.’

영수나 정령처럼 정령계와 신수계를 이용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소환이 가능할 텐데, 좀 더 연구를 해 봐야 할 듯싶다.

크림을 유심히 관찰하자, 요나가 다가와서 알짱거렸다.

“그래, 네가 1호다.”

-요나!

깔끔한 서열 정리에 기분이 좋은지, 청소를 더욱 열심히 했다. 원래 먼지 한 톨 없었던 집이지만, 습도가 아주 이상적이었다.

정령사와 테이머가 이 장면을 봤다면 기가 막혀서 자괴감이 들었을 것이다. 계약을 통해 정령과 마수를 다루어도, 이 정도로 정교하게 컨트롤하기는 어려웠다. 마치 주인의 의사를 알고 있다는 듯 행동했다.

요나의 기특한 행동과 앞으로의 쓰임새를 위해서라도, 진화에 필요한 재료는 아끼지 않고 구매할 필요가 있었다.

“세계수의 잎이나 열매가 좋겠지?”

-요나♡

무진의 중얼거림에 요나는 더욱 의욕을 불태웠다.

츄르를 흡입하듯 빨아 먹고 있던 크림도 눈치를 채고 꼬리를 필사적으로 흔들었다. 버선 신은 고양이 수법은 여전히 유효했다.

“마석이라도 나오면 갖다 주랴?”

-야옹!!

마물을 죽이고 나오는 부산물을 먹여 보면 어떤 효과가 나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수의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었다.

허!

아들의 괴행에 산하는 한숨을 쉬었다.

어느 날은 정령을 소환하더니, 또 어느 날은 마수를 데리고 왔다. 거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할 텐데, 정령과 마수의 쓰임새가 남달랐다.

‘원래 이런 건가?’

정령은 둘째 치고, 마수도 귀여웠다. 가끔 츄르를 달라는 크림이의 눈빛에 넘어가 자신도 모르게 츄르를 통째로 준 적도 있었다. 아들에겐 전적으로 크림의 탓으로 돌리긴 했지만.

“말을 아주 잘 듣는구나.”

“아버지를 따르지 않으면 가만둘 순 없죠.”

요나, 크림이 별안간 아버지에게 달려들었다. 곧 어깨를 주무르고, 발을 씻겨 드렸다. 요나와 크림이 중요하긴 해도, 아버지와 비교할 순 없었다.

이 집안의 가장은 아버지였다. 그렇기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있어야 했다. 정령석과 츄르도 모두 아버지의 월급으로 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방금 발 씻은 물로 입을 헹군 것 같은데.”

“기분 탓입니다.”

요나는 자체 정화가 되기에 발을 씻어도 깨끗했다. 혹, 비데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안심하고 쓰셔도 된다. 볼일을 보면서 양치질도 같이 하면 일거양득이었다.

“정령술을 배워 보실래요?”

“과유불급이라고 했어.”

“저도 했으니, 아버지도 할 수 있습니다.”

“그건 학대다!”

내가 할 수 있다고 해서 자식에게 강요해선 안 되듯이,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산하는 아들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았었다.

‘너무 잘해서 탈이었지.’

아들이 잘 자라 줘서 기쁘긴 한데, 아버지로서 해 주기보다는 받은 게 더 많았다. 그래서 알면서도 모르는 척 강제로 받기도 했다.

“하긴 아직 공력도, 무공도 많이 보잘것없기는 해요. 제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것 같네요.”

“도발하는 솜씨가 제법이구나.”

“아버지를 닮고 싶을 뿐이거든요.”

“해맑은 척해 봤자 소용없다, 이놈아.”

요나와 크림의 애교에 정령술과 테이머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는 했다. 내 아들이지만 아주 요악하다. 주변의 여건과 환경을 이용해서 사람을 꼬드기는 솜씨가 놀라웠다. 단맛을 보면 끊기 힘든 것처럼, 심리전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뇌전의 정령을 소환하면 전기 요금도 안 나오겠죠.”

“너무 실용성만 따지는 거 아니냐?”

삼매진화를 요리하기 위해 배웠다고 할 때부터 아들은 일반적인 무인들과 관점이 달랐다. 누군 평생을 매진해도 불길조차 만들지 못하거늘, 무공도 현실처럼 빈부 격차에 시달렸다.

띠링!

무진의 휴대폰으로 동영상 메시지가 도착했다.

영상을 눌렀다. 혜진이 검을 천천히 움직이며 검신류를 펼치고 있었다. 현재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영역에서 변화를 주면서 내력을 발산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할 거야?

확실히 검에 미친 년이었다. 결투장 패배 이후로 주말도 없이 수시로 메시지를 보낸다. 처음엔 당황했던 아버지도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

전력을 펼치는 검속을 촬영하기는 어렵기에 동영상을 보낼 때는 조절해야 했다. 그렇더라도 검로를 이토록 반듯하게 유지하는 것만 봐도 혜진의 검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 준다.

평소대로 무진은 반격기를 영상에 담았다. 빈틈을 노리고, 끌어들여 역공을 펼치는 권로를 완성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요나와 크림도 동원되었다.

검토 후, 문자가 또 왔다.

-졌어.

혜진은 물고 늘어지진 않았다. 맺고 끊는 데는 확실한 편이었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걸 얻으면 바로 끊었다. 최근에는 훈련하기도 바쁜 모양이다.

무진도 쿨하게 문자를 눌렀다.

-이번엔 1,000만 원.

산하는 아들의 간결한 문자에 헛바람을 삼켰다. 떨어지는 나뭇잎만 봐도 웃음이 나오고 좋은 때인데. 문자메시지는 간결하다 못해 사막처럼 메말랐다.

“친구를 돈으로 사는 건 좀 그렇지 않냐?”

“다른 이도 아니고 저의 심득입니다. 그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도 없죠. 가치를 아는 혜진이도 부담스러울 겁니다. 그러니 소소하게 용돈 벌이라도 하면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지 않겠어요.”

혜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싸게 넘겼다는 아들의 그럴듯한 개소리에 산하도 대충 넘어갔다. 개소리로 치부하기에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뒤로 유정, 상원도 문자를 보내왔다.

-이 운동 하면 키 커지는 거 맞아?

-강화할래?

-맞구나, 열심히 할게!

-강화하자.

-수고.

무진은 상원의 성장판을 살짝 열어 주었다. 내력으로 육체를 관조한 후 각성 입자를 이용해서 성장판을 각성시켰다. 상급 마도서와 그에 따르는 마도 아이템이 들어온다면 상원은 거구가 될 수 있었다.

“성공 확률은 있는 거냐?”

“무려 45%나 된대요. 이 바닥에서 이만한 확률은 없다고 했어요.”

“실패하면?”

“역사에 획을 긋는 일이에요.”

“네 친구가 불쌍하구나.”

상원도 언제까지 잼미니로만 남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황금 같은 청춘이었다. 이 시기를 아름답게 보내려면 성장은 필수였다. 이때 만들어진 추억이 평생을 가기도 한다. 학폭이 그래서 무서운 일이었다.

“아카데미는 다닐 만하고?”

“일단 1학년은 잡고 시작하려고요.”

“회장님의 손자가 아카데미에 다닌다고 하더구나.”

“알고 있어요, 만난 적은 없지만.”

“나 때문에 조심할 필욘 없다.”

“당연하죠.”

아버지의 주변 조사는 필수였고, 어떤 의도가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호의에는 호의로.

악의에는 악의로.

***

던전과 마물의 종류, 특성, 등급에 관한 교육은 아카데미 필수 공통과목이다. 두 수업을 이수하지 않으면 아카데미 졸업을 하지 못한다. 이론이 부족한 상태로 던전을 공략하려다간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입학 후 3개월은 철저한 이론 수업과 시험을 치러 최소 60점은 넘겨야 했다. 그렇다고 난이도가 높진 않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기에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된다.

이론 수업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던전 공략을 위한 실습이 이어졌다. 여러 반에서 익힌 전투력과 속성을 실제로 활용해 볼 기회를 제공했다.

영종도 아카데미는 세계에서 손에 꼽힐 인공 던전을 갖추고 있었다. 인공 던전은 마물의 등급과 개체를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최대한 실제와 비슷한 경험을 얻도록 했다.

인공 던전은 다섯 구역으로 나뉘며 등급을 구분해 놓았다. 1구역에서 3구역은 개인 공략이 가능하고, 4구역과 5구역은 셋 이상의 파티를 구성해야 했다.

인공 던전의 개방 후 생도들이 공략에 나섰다.

무진은 4구역과 5구역을 지수, 유정, 혜진, 상원과 공략한 이후로는 3구역만 돌았다.

4, 5구역은 혼자서 공략하기보다는 단체의 협동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수, 유정, 혜진, 상원의 전투력이 최상위였다. 얻는 경험과 보상이 갈리면서 전체적인 레벨업에 시간이 걸렸다.

인공 던전은 탑의 기운과 기존에 생성되었던 던전을 융합하여 완성했기에 실제 던전과 마찬가지로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생도로선 합법적으로 레벨업할 기회의 장이었다.

대신 인공 던전은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될수록 모든 생도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교칙이었다.

무진이 3구역을 선택한 것은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1, 2구역은 아무래도 등급이 낮다 보니 사냥 방법만 알면 공략이 지나치게 수월했다.

그나마 3구역이 경험치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경험치의 독식이 무진에게 가장 큰 이점이었다. 워낙 레벨이 낮아서 지금은 폭렙이 필요할 때였다.

생도는 일주일에 두 번 들어갈 수 있었다. 무진은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한 루틴을 짰다.

정해진 시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다다다다, 쐐액!

멧돼지처럼 생긴 마물이 쇄도했다.

d급 마물, 지옥멧돼지다. 덩치는 일반 멧돼지보다 2배가량 크고, 속도를 가감하기에 대응하기가 까다롭다.

휘릭!

무진은 돌진해 들어오는 지옥멧돼지의 눈을 마주하며 신형을 흔들었다. 황소를 조련하는 투우사처럼 행동하다간 지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옥멧돼지는 마지막까지 먹잇감에 시선을 떼지 않으며, 충돌 직전 경로 수정이 가능했다.

쐐애앵!

그래도 무진의 이중 페이크엔 속수무책이었다. 1차로 방향을 틀도록 한 후, 방향 전환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카운터를 쳤다.

쿠웨웨웩!

사람이든, 마물이든 장기에 처맞으면 별수 없었다. 이론 수업 100점을 달성한 무진에게 있어 지옥멧돼지는 바비큐 요리에 지나지 않았다.

‘기세는 좋단 말이야.’

지옥멧돼지를 일수에 처리하는 무진이지만, 사냥이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생도들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는 마물에 속했다. 이유는 기세, 돌진력, 속도 조절에 있었다.

마지막까지 타이밍을 보고 달려들기에 회피가 여의치 않았다. 더욱이 지옥멧돼지의 기세는 굶주린 야생 호랑이보다 흉포했다. 모니터로 공략 영상을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 봤자 무지성이지.’

전투력만 놓고 보면 짐승형, 곤충형이 강할 수도 있으나, 사냥하기 까다로운 유형은 지능형 마물이었다. 집단을 구성하는 지능형 마물은 유인책과 함정을 파기에 이론대로만 공략하다간 낭패를 당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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