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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38화 (39/374)

38. 교두보(3)

그렇다고 무진의 정령술을 압도했냐고 물어본다면, 또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기는 했다. 유리가 발전하는 만큼, 무진의 정령술도 몰라보게 발전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 놓고 보면 유리보다 빠르다.

부르르르르!

유리는 토군으로 무진의 요나를 제압했지만, 치를 떨어야 했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 정령을 기반으로 한 전투 기술에선 뒤처졌다.

“괴물 같은 자식!!”

“모든 건 결과가 증명할 뿐이야.”

정령술에서는 졌지만, 결투는 무진의 승리였다. 토군이 성벽을 겹겹이 쌓았으나, 요나의 물대포에 흐물흐물해지고 말았다. 그 빈틈을 찌르고 들어온 무진의 왼 주먹이 유리의 간장을 두들겼다.

퍼억!

까아아악!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다. 저걸 맞는 순간, 모두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섭취한 음식물이 도로 나열되었다.

털썩!

유리가 맥을 못 추고 쓰러졌다. 토군이 제발 내 주인을 건들지 말라고 간절히 애원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마무리로 무진은 유리의 대가리를 발로 찼다.

어떤 개새끼가 말했을까.

퍼억, 쿠다다당!

결투장의 외곽까지 날았다가 다시 돌아온 유리는 대자로 누웠다. 오늘도 여전히 하늘을 향해 먹물을 뺀 세계를 비추었다.

-요나~~~!

자기가 이긴 건 아니지만, 승리를 만끽하는 요나였다. 토군의 머리를 발로 밟아 대며 패배를 잊었다. 정령의 진화 못지않게, 성격도 닮아 갔다. 처음 소환될 때의 순진한 요나를 봤다면, 갭 차이가 상당했다.

“꼭 자기 같은 정령을 소환했네!”

“아니, 손 속에 사정을 두면 주부습진이라도 걸린데!”

“어디 날릴 데가 없어서 턱주가리를 발로!!”

도전 의욕을 깎아 버리는 잔혹한 현실이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인간이 있었다. 어지간한 강단이 아니고선 감히 결투장에 올라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도전하겠다.”

그림자 정령을 다루는 생도, 구동성.

대지, 물, 불, 바람으로 원소계 정령이 대부분이지만, 특이 정령을 소환하는 예도 있었다. 그림자 정령은 어둠 계열의 정령으로 구분되었다.

무진은 흔쾌히 도전을 받아 주었다.

결투장에 올라오는 것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나 도전할 권리는 있었다.

다만, 결과를 책임져 주진 않는다. 용기가 가상하여 봐준다는, 어쭙잖은 용사 마인드는 통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선택은 모 아니면 도였다.

“암천, 그림자 장막으로 시야를 가려.”

“요나, 공간을 좁히지 못하도록 게틀링 사격.”

구동성의 특기는 그림자 정령을 활용하여 시야를 가린 다음 이어지는 속격이었다. 그림자 속보라고 하여 그림자 정령으로 마찰계수를 줄였다.

시간 걸기.

그림자 정령이 시야를 가릴 때 시간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 물론, 진짜로 시간을 조작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진의 시야를 덮어 버린 후, 타이밍을 늦추는 것이다. 실제, 타임슬립이나 타임리턴은 신계의 마법이었다.

치고, 빠지는.

퍼억, 퍼억!

구동성의 특기가 발휘되었다.

아직은 요나가 암천을 상대하는 데 애를 먹었다. 여태 만나 보지 못한 어둠 계열의 정령이라 분석에 시간이 걸렸다.

무진류 빼박 분석안(分析眼)이 발동되었다.

후아앙!

어둠의 장막으로 시야를 암전으로 만들었음에도, 구동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반응이 살짝 늦었을 뿐, 걸리는 순간 끝장이 날 수 있었다.

‘무식한 새끼!’

힘이 세고 체력이 강하다는 걸 아는 것과 실제로 대적하는 건 차원이 달랐다. 모든 펀치가 황천길과 맞닿아 있었다. 왜 서열전 최강자로 군림하는지를 깨달았다.

“요나, 소용돌이에 이어 고속 발차기.”

“암천, 그림자 분신.”

그림자를 찢어발긴 요나의 소용돌이는 암천의 잔상을 노렸을 뿐이다. 게다가 하나가 아닌 삼중 분신이었다. 실패한 직후, 요나는 그림자에 사로잡혔다.

“암천, 그림자 묶기.”

요나를 제어하는 동안, 무진의 그림자가 암천에 속박되었다. 지금까지 이때를 위해서 무수히 많은 떡밥을 던졌던 구동성이었다. 하나가 아닌 3개 이상의 연계를 통한 속임수였다.

“걸렸다.”

“어디가?”

투득!

암천이 무진의 힘에 찢겨 나갔다. 땅에 대못을 박아 움직임을 제어하는 그림자 묶기였다. 최소한의 시간이라도 벌 줄 알았거늘. 암천이 종잇장처럼 찢어지면서 비명을 지른다.

-암천, 크아아아아아!

무진에게 접근했던 구동성의 안색은 시퍼렇게 질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보았다. 다가오는 거대한 주먹을. 그건 인간을 관통하는 총이 아니라 뭉개 버리는 대포였다.

퍼억!

잠깐의 외침은 강제로 넣어 뒀다.

무진의 간장 치기가 들어간 상태였다. 말이 나오기도 전에 쏙! 들어가더니 공기를 들이쉬지 못했다.

흐어어어억!

숨이 막히면서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달이 아닌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여겼다.

철퍼덕!

이어지는 무진의 후속타에 구동성은 결투장 방벽을 두들긴 후 중앙으로 돌아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유리 신세였다.

첫 대결이 마무리되고, 다음 날도 구동성과의 결투는 계속되었다. 그때마다 구동성은 유리와 마찬가지로 치를 떨었다.

“……젠장!”

“같은 수는 안 통해.”

그 말이 정답이었다.

무진에게 똑같은 수로 도전하면 더욱 비참한 꼴로 당하게 된다. 기술적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상대에게 맞춘 전술적인 변화를 주었다.

그렇다고 무진이 정령 전투를 압도하느냐? 라고 물어본다면 또 단언하기가 어렵다. 전술, 전투에선 앞서지만, 정령력에선 부족했다.

정령력을 끌어 올리는 속도가 다른 생도를 압도하지 못한 것이다. 생도들도 바보가 아닌 엘리트다.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녹록지는 않았다.

부족한 정령력은 물량과 자금력으로 커버쳤다. 세상은 본인의 노력만이 아닌 배경이 중요하단 걸 감추지 않았다. 억울하면 부자 되라,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요나, 먹어.”

-요나, 앙~~~!

무진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령석을 요나에게 주어 정령들의 부러움을 샀다. 왜 내 주인은 정령석을 주지 않느냐는 투정은 필연이었다.

중급, 상급의 정령석을 흡수한 요나는 중급 정령으로 진화했다. 상급 정령석을 먹은 것치고는 애매한 진화였으나, 그것만으로도 다른 생도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대단한 자식일세.’

십좌의 일인 조유나 교관은 무진의 성장 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본인만의 성장이 아닌 생도들의 투쟁심에 불을 질렀다. 힘으로만 밀어붙였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진 못했을 것이다.

정령전투술의 진화였다. 자신조차 배움의 여지가 있다는 걸 알려 주었다. 정령석이 아깝긴 해도 무진의 합류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단.

-보잘것없군.

최후의 일격과 저 말투만 어떻게 하면 좋겠다.

정령술로 아름답게 매조지면 좋겠는데, 꼭 주먹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게다가 우월한 듯 내려다보는 건방진 태도는 주변을 복장 터지게 했다.

‘잘난 건 알겠는데.’

조금만 겸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 교관의 바람은 바람에 불과했다. 잘난 체할 만큼 무진의 성장은 가팔랐다. 정령술을 처음 배웠다는 사실마저 잊게 했다. 정령 가문에 속해 있다면 모를까, 권왕의 속가제자였다.

‘정령력만 갖춰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무진의 정령력은 평이했다.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정령사로서 나쁘지 않은 성취겠지만, 특급이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자고로 최상급 정령사는 태생적이거나, 천운이 따라야 했다. 사실 전자의 예가 대부분이기에 무진의 성장엔 한계가 있었다.

‘이것도 좋겠지.’

최상급 정령사가 되기는 어렵지만, 생도들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교두보가 되기엔 적합했다. 당장의 승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에는 다른 생도들이 추월할 것이다.

-나는 무인이다.

무인으로서 무진은 완성형에 가까웠다. 교관들이 그리 보는 이유가 있었다. 정령술의 발전이 놀랍도록 빠르지만, 무공에선 다른 생도들을 압도했다.

‘기술로만 승부하는 세상이 아니지.’

조 교관은 무진의 처지를 안쓰럽게 보았다. 따지고 보면 기술적으론 흠을 잡기 어려울 만큼 놀라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피나는 훈련을 했을까?

그러나 어떤 분야든 한계가 뚜렷하다. 무인은 공력이 필요하고, 정령사에겐 정령력이 높아야 했다.

‘내 선에서 최대한 지원해 주마.’

의도치 않은 동정이었지만, 무진으로선 나쁘지 않은 최선의 결과였다. 지금은 정령반의 생도로서 요나와 함께 정령사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퍼억!

털썩!

물론, 반 생도에겐 간장 살인마로 낙인이 찍혔다. 저 루트를 알면서도 생도들은 피하지 못했다.

무진아, 짜다!

‘개새끼, 두고 보자!’

‘잘난 체하는 것도 얼마 안 남았어!’

‘학년이 끝날 때쯤엔 다를 거야!’

‘무려 6년인데?’

6년은 짧지 않았다.

무진과의 결투로 기술적인 성장과 깨달음을 얻는 생도들이 있는 반면에 원한을 품은 생도도 있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취지가 좋다고 해서 올바른 길로 가진 않는다. 곡해하고, 오해하고, 왜곡하는 일은 빈번하다.

‘결국은 핑계지.’

세상이 그렇다.

무진은 의도적으로 오만함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각오를 다진 생도에겐 배움의 여지를 내어 주었다.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든, 악의적으로 받아들이든 각자의 몫으로 놔두었다. 굳이 생도들을 깨우쳐 선도하지 않았다.

잘난 체는 해도 깨우침은 준다, 확고한 컨셉으로 적아를 가렸다. 실상 성향이 바뀌는 예는 흔치 않았다. 그러려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나는 교관이 아니다.’

던전, 마물, 빌런으로부터 세계를 수호하는 생도로서 대할 뿐이다.

교두보로서 무진의 활약은 정령반으로 끝나지 않았다.

뿔 고양이.

이마 위의 뿔만 없으면 영락없는 고양이지만, 던전에서 튀어나온 마수의 일종이었다.

마수라고 해서 무조건 불편한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었다. 때에 따라서는 인간의 둘도 없는 친구로서 제 역할을 하곤 했다. 특히 드레이크를 테이머한 청룡 길드의 남백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헌터로 이름이 높았다.

-크어어어엉!

고양이와 비슷하다고 얌전한 줄 알았다간 부뚜막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수가 있다. d급 마수긴 해도, 야생성이 강해 길들이기가 여의치는 않았다. 일례로 버려진 산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가 낭패를 당하는 예와 비슷했다.

뿔 고양이를 길들이려고 했던 생도들은 교관의 음흉한 속내대로 낭패를 겪었다. 이제는 됐나 싶어서 다가갔다가 얼굴에 오지선이 그려지는 바람에 여친한테 오해를 샀다.

그렇다고 화풀이를 하기도 어렵다.

뿔 고양이는 굉장히 민첩하고 빠르다. 공격력이 다른 마수에 비해서 강하지는 않아도, 잡으려고 하면 요리조리 기민하게 잘도 빠져나갔다. 게다가 지구력이 좋은 편이라 지친 모습을 보이면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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