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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35화 (36/374)

35. 작당(3)

이 와중에도 정체를 숨기려는 고도의 술수일 수도 있었다. 그편이 이해하기는 훨씬 수월했다.

제인은 내려놓고 물었다.

“대체 정체가 뭐예요?”

“강무진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

내가 주민센터야!

더는 물어보지 말라는 의도가 분명하다.

제인은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도망치자니 뒤가 걸리고. 당장 손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적은 아니었다.

어?

그러고 보니 너무 늦었다.

괴랄한 광경에 쫓기고 있다는 사실마저 망각한 것이다. 천진우가 왔어도 벌써 왔어야 했다. 기회가 올 때까지 비위를 맞추며 기다린 놈이 추격을 멈출 리 없었다.

터벅, 터벅!

10분이 흘렀을 때 수풀에서 소리가 들렸다.

제인은 잔뜩 긴장한 얼굴을 지우지 못했다. 돌연한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 개자식이라면 어떤 꼼수를 부릴지 모른다.

질질질질!

누군가 짐짝처럼 무언가를 끌고 오고 있었다.

“늦었잖아.”

“내 쪽이 3배는 더 많았거든.”

“핑계는, 능력 부족이야.”

“하아, 너만 잘나셨어요.”

주변을 돌아본 지수는 헛웃음이 나왔다. 알고는 있었지만, 천생 도살자였다. 어떻게 된 녀석이 수십 명을 죽였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지? 자꾸 선택에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었다.

“전생에 도축업자셨어요?”

“버터 녹여서 소고기 스테이크 맛있게 구워 줄게.”

“이번이 두 번짼데 너무 깔끔한 거 아냐?”

“시뮬레이션을 수백 번이나 돌려 본 노력의 결실이지.”

“그딴 노력을 왜 하는 거야?”

“당연히 해야지. 놓치면 어쩌려고.”

맞는 말만 골라서 하기에 지수는 합죽이가 되었다. 저 말을 어떻게든 뒤집고 싶지만, 논리에서 적수가 안 되었다.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제인은 저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저걸 어떻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있느냐고! 닳고 닳은 도축업자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뭐 두 번째?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도 처음이나 두 번째에는 실수투성이다. 사람이란 원래 익숙해지려면 경험이 필수적이었다.

저 사내는 수많은 죽음을 거쳐서 완성된 진정한 의미의 사신이었다. 상·하체가 분리되고, 머리가 박살 난 가짜 사신과는 애초에 질적으로 달랐다.

그런 무지막지하신 분이 고작 두 번째라니!

사실이라면 살인에도 천재가 있다는 소린데, 제인은 거칠게 도리질했다.

그러다 눈앞으로 덩어리가 날아왔다.

휘잉, 철퍼덕!

꿈틀, 꿈틀!

제인은 화들짝 놀랐다.

날아온 덩어리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넝마가 되어서 몰랐는데, 자세히 살피니 어디서 많이 본 정장 슈트였다.

“너 이 개자식!”

제인을 도망자로 전락시킨 배신자, 천진우였다.

어처구니없는 현실이었다. 다시 보게 되더라도, 이런 식으로 조우하게 될 줄이야. 한껏 잘난 체하던 얼굴은 동요와 혼란으로 젖어 있었다.

“……쿨럭 ……이런 수를 숨겨 두고…… 있었나…… 역시…… 대단…… 커억!”

“닥쳐, 씨발 놈아! 어디서 주둥이를 나불대! 근본도 없는 새끼를 데려다 키워 놨더니, 뒤를 쳐!”

이어지는 욕설은.

성인용이었다.

열일곱 살 소년 소녀에겐 아주 충격적인 대화가 분명한데, 무진과 지수는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신선함과 그리움이 교차했다.

“야구 배트를 박다니, 가능한가?”

“그딴 걸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좀 마!”

“구조상 불가능해서 그렇지.”

“욕하는데 구조를 왜 따져!”

지수는 무진의 정신 구조가 이해되지 않았다. 발랑 까졌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진지했다. 쌍욕을 의욕적으로 듣고 있는 것부터가 상식적인 선을 넘었다.

퍼퍽, 퍼퍼퍽!

분을 참지 못한 제인의 무차별 폭력이 천진우에게 가해졌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살려 달라고 울고불고 매달려야 하나, 천진우란 캐릭터도 만만치는 않았다. 폭력에 굴하기는커녕 혼란을 수습해 나가며 현실을 인지했다.

개인적인 사감을 푸는 동안, 무진과 지수는 현재 상황을 점검해 보았다.

“중계자는 없을 테고.”

“어떻게 알아?”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거리가 얼만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하거든.”

일전에 느꼈던 중계자의 기척을 내력을 이용해서 지수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때 지수가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내력이 이런 것까지 가능하게 해 줄 줄은 몰랐다.

“잘도 기억했네. 로또 번호도 모르면서.”

“다른 건 몰라도 원한과 은혜는 알거든.”

다행히 미래에도 남아 있는 대기업은 몇 개 알고 있었다. 무진은 그중 현재는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선택해서 재무구조와 대차대조표를 꼼꼼히 분석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렇게나 속을 썩였던 사신을 이토록 간단히 죽이다니.’

맥을 못 추고 죽은 사신, 등장 비중이 없어서 단역으로 오인할 수도 있겠으나 후일 모두에게 악몽을 선사했던 놈이었다. 특히 그가 사용했던 [악몽]은 물리적인 영역에선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공포를 섭취하여 증폭했던 놈이었는데.’

사실 이번 일에 사신이 직접 나설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랬다면 지수는 역할을 반대로 했을 것이다.

‘알고 한 건 아닐 테고.’

무진의 효율성이 사신에겐 지옥이 되었다. 말할 틈이라도 있었으면 악몽을 사용해서 시간을 벌었을 것이다. 마음속에 자리한 티끌 같은 공포를 끌어내어 증폭시키는 사신의 전매특허인 [악몽]은 까다로운 속성이었다.

“눈깔의 먹물을 빼다니, 가능한가?”

“아직도냐!”

“신박한 욕은 둘째 치고, 저런 식으론 안 되겠는데.”

“뭐가?”

가만히 지켜보던 무진이 일어나 제인에게 다가갔다. 한창 폭력을 행사 중이던 제인은 놀라서 행동을 멈추었다.

“왜요?”

“열일곱 살입니다. 말 놓으세요, 아줌마.”

“……(울컥)!”

뒤에서 듣고 있던 지수의 머리카락이 태양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자칭 골드미스끼리 통하는 감정적 교류가 있는 모양이다.

“내가 뭘?”

몰라서 더 열 받게 했다.

무진은 천진우를 데리고 숲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왔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딱히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자동 발언되었다. 모르는 부분까지 세세해서 섬뜩할 지경이었다.

-……다 말할게, 제발 죽여 줘!

죽여 달라는 천진우의 처절한 외침이 제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차별적인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으려고 독기를 뿜었던 천진우는 어미 잃은 양처럼 덜덜 떨었다. 망가지더라도 자존심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던 모습과 대비되었다.

“결혼하신 줄 알았지.”

“시끄러워!! 제인이 어떻게 아줌마야. 저렇게 매끈하고, 탄력 있고, 예쁜 아줌마 봤어?”

“서른아홉 살이면 아줌마, 아저씨지 않나?”

“인생은 마흔다섯 살부터야. 우리 제인은 여섯 살이라고 봐야지.”

“그럼 넌 태어나지도 않았다는 소리잖아.”

제인의 심각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무진과 지수의 실랑이였다. 천진우를 걸레로 만들어 놓고, 아는 거 전부 토하게 한 후 소원대로 죽여 주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거야?’

단어 선택에 신중하지 못한 건 분명하나. 저렇게까지 오랫동안 실랑이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암암, 아줌마라니, 무례하네.’

주변에 따르는 연하도 얼마나 많은데. 나 좋다는 녀석들이 주변에 널렸다 이거야. 단언컨대 30대 후반은 인생의 황금기다.

‘정말로 열일곱 살일까?’

터무니없는 현실이었다.

아직 성좌라는 증폭기를 얻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어쭙잖은 헌터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전투력을 갖추었다.

아 참!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여태 정신이 없어서 전하지 못했었다.

“구해 줘서 고마워요.”

“우리도 목적이 있어서 아줌…… 미스 제인 양을 구한 겁니다.”

사소한 말실수였다.

뱀처럼 변한 4개의 눈깔이 무진의 심혼에 꽂혔다. 미스 앞에 골드라도 붙였다가는 뱀 눈깔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히 그녀들에게는 사내를 압도하는 불가사의한 노련함이 있었다.

“제인 양도 들어서 알 겁니다. 작금의 사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블랙마켓의 순수함을 왜곡하고 지배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이 배후에 있습니다.”

“그들이 대체 누군데요?”

“우리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만, 저들의 규모와 힘이 세계적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세계 정복이라도 하려는 건가요?”

“이제부터 놈들의 의도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길드 간의 대립과 사적인 복수가 아닌, 제인의 예상을 벗어나는 스케일이었다. 하지만 허황된 가설로 치부하기에는 천진우의 말이 걸렸다. 블랙마켓을 좌지우지하는 5개의 길드 중 2개가 통합되었고, 쉐도우 길드마저 넘어갈 뻔했다.

‘전혀 몰랐어.’

이 바닥에서 정보통이란 자부심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화가 나는 현실이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았다.

천진우가 중간에서 농간을 부렸어도, 자신의 안목과 센스가 흐트러지진 않는다. 방심했다곤 하나, 보이지 않은 커다란 흐름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진정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거대한 흐름이 길드를 집어삼키려고 시시각각 조여 오고 있음에도 알지를 못했으니, 오늘 비참하게 죽었어도 할 말이 없었다.

“방도가 있겠습니까, 제인 양?”

“총통 길드와 그레이 길드가 한통속인 이상, 나머지 길드를 통합해서 대응하지 않고서는 어려워요.”

음모를 꾸민 세력이 두 길드를 먹었다고 해서, 남은 길드가 편을 들어 주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이롭다. 이 바닥에서 의리는 돈에서 나왔다. 이득이 되지 않으면 적이 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남은 대화는 자리를 옮긴 후에 하기로 했다. 더는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되었다. 던전 경계의 흐름을 비틀어 흔적을 지워야 했다.

***

지수의 아지트.

제인은 눈앞에 있는 사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오면서 살펴본 장비의 능력치를 확인했기에 쉬이 믿어지진 않았다.

꿀꺽!

샅샅이 훑는 제인의 예리한 시선에 나도후는 마른침을 삼켰다.

주군의 아지트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쉐도우 길드장과 마주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철혈의 흑장미.

쉐도우 길드장 제인을 칭하는 말이었다. 그녀의 눈 밖에 나서 뒤끝이 좋았던 이들이 없다는 소문이 돌았다. 척을 질 거면 그냥 자살하라고 했다.

“c급 장비나 강화해서 내다 파는 사는 녀석이었는데 말이야.”

“예?”

“언제 이렇게 강화됐지? 혹시, 이번에 생긴 던전 브레이크 때문이려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겠어. 게다가 운도 좋아.”

“운이 좋다니요?”

“너 노리는 것들 중에 이번에 죽은 새끼들도 있었거든. 걔들 취향 알잖아.”

나도후는 그제야 그 개자식들의 눈에 띈 진실을 알았다. 블랙마켓에 판 물건 때문에 흔적이 남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런 작은 단서만으로 정보가 유출되다니, 소름이 쫘악! 끼쳤다.

흠.

제인도 꽤 놀라고 있었다.

비전투 계열 능력 중에서 강화는 나쁘지 않은 능력이지만, 아이템과 장비의 강화엔 한계가 있었다.

발전할 여지도 많지 않고.

나도후의 가치는 딱 그 정도에 불과했는데, 정해진 한계치를 초월했다.

오면서 무진이 내어 준 창을 살펴본 후, 나도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2개의 창 중 강화력을 사용한 창의 성능이 몇 배나 올라갔다.

“성공률이 얼마나 되지?”

“c급은 70% 정도지만, 그 이상은 45%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강화술사에겐 강화 능력보다 확률이 중요했다. 장비를 강화하기 위해선 비슷한 등급의 강화석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실패한다면 장비와 강화석 모두를 잃는다. 최소 30% 이상 성공률이 보장되어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대박!! 이 능력만 잘 활용하면 블랙마켓을 장악하는 데 수월하겠어.’

게다가 본인의 가치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제인은 신속히 속내를 숨기고 은인을 찾았다. 거래에서 중요한 자질은 냉철함이었다. 은혜를 갚는 도리와 거래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자신의 모든 기반을 걸어야 하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거래에선 자신이 있었기에 제인은 여유롭게 돌아섰었다.

무진의 손에 눈에 익은 작은 보도가 있었다.

“……이건?”

“종속의 보도 또는 죄악의 심판자라고 하더군요.”

[종속의 보도]는 영혼과 종속을 맺어 스탯이나 속성을 끌어 올리며, 최종적으로 강신할 수 있었다. 단순한 영혼 강신이라면 대단치 않을 수도 있으나, 과거의 영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나, 제인에게 중요한 것은 강력한 전투력이 아닌 영혼 소환 그 자체에 있었다.

“대체 이걸 어디서?”

“아카데미 창고에서 찾았습니다.”

망할!!

죄악의 심판자를 얻으려고 얼마나 찾아 헤맸던가. 제인이 블랙마켓으로 숨어든 연유였다. 그런 물건이 아카데미 창고에서 썩어 가고 있었다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제발, 딱 한 번만이라도 빌려주실 수 있나요?”

“빌려주면요?”

“전폭적으로 협조할게요. 그 무엇이 됐든!!”

“그럼 쓸 만큼 쓰고 돌려주세요.”

이로써 단체의 체계가 조금은 잡혀 갔다.

원래는 지수가 나서려고 했지만, 문제 해결 능력을 고려했다. 더욱이 지수는 아카데미 최고의 생도가 되어야 한다. 부정적인 인과가 조금이라도 남으면 곤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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