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31화 (32/374)

31. 공공의 적(2)

지수로선 혜진에게 부스터를 달아 준 격이었다. 그럴 때마다 부스터를 폭파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역시 대단해.”

“속으로 말하라니까.”

“또 졌어.”

“이따가 좀 많이 맞자.”

“……속으로 말할게.”

무진은 심상을 구현하여 늘어난 레벨을 점검했다. 근래에 성장이 정체되었던 걸 고려하면 레벨업은 실로 놀라웠다.

‘어째서 섞이지 않을까?’

기존 능력치와 레벨업 능력치가 나뉘었다. 한데, 분리된 능력치가 종합 전력으로 계산되어 전력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르다고 하기엔 찜찜하고.’

일단은 스텟을 구분한 채로 경계를 세워 놓았다. 의혹을 풀어내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차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동화력을 높일 계획이었다.

‘이러니 다들 레벨업에 목을 매지.’

개인 훈련으로 얻는 스텟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당장 1레벨만 올라도 전체적인 평균 스텟이 상승했다. 일수로 따지면 족히 100일의 차이였다. 100일 동안 빡시게 훈련을 해야 1레벨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탑등반에 의한 성좌의 선택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어.’

특급 성좌와의 계약으로 얻는 혜택의 폭이 컸다. 일례로 현시대를 주름잡는 헌터 대부분은 특급 성좌와 계약했다. 아카데미에서 잘나가도 성좌의 선택이 잘못되면 고꾸라지는 수가 있었다.

여기서 무진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실제 레벨업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b급인 줄 알았던 던전이 실상 a급이었고, 무진은 1레벨이었다.

드륵!

교실의 문이 열리고, 교관이 들어왔다.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철혈십좌의 일좌 정명길 교관이었다. 마흔 중반으로 현역으로 활동한 기간은 짧지만, 최상급 헌터로 평가를 받는다.

냉혹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정 교관은 생도를 굴리고, 고혈을 쥐어 짜내는 악마 교관으로 유명했다.

“s반을 전담하게 된 정명길이다.”

간략한 소개를 끝으로 정 교관은 소양 교육에 들어갔다.

헌터의 제일 덕목은 실력으로 평가를 받지만, 실제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소양이었다.

소양을 쌓지 않은 헌터는 빌런이 되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곤 했었다. 하물며 s반의 생도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만큼, 빌런이 되었을 때의 파급력이 남달랐다.

“제1 실내 훈련장으로 이동.”

다만, 소양 교육을 말로 가르친다고는 안 했다.

실내 훈련장에 도착한 생도들은 곧바로 체력 훈련에 들어갔다. 훈련은 평이했지만,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훈련장은 중력장이 설치되었고, 공기도 희박했다.

스쿼트, 런지, 데드리프트, 턱걸이로 피트니스 악마 4종으로 구성되었다. 각각 3단계로 본인이 선택할 수 있었다.

“종합 점수에서 뒤지는 생도는 a반으로 가면 된다. 이상, 실시!”

“그런!!”

선택처럼 보여도 실제는 강요나 다름이 없었다.

s반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2단계 이상은 필수고, 상위권에 오르려면 3단계를 선택해야 했다.

우웅!

그뿐이 아니다.

정 교관의 살인적인 위압이 실내 훈련장을 뒤덮었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훈련을 끝내기도 전에 위압에 짓눌려 버린다.

‘……이런 무지막지한 훈련이 다 있어!’

세간에 알려진 정 교관의 악명은 새 발의 피였다. 무엇보다 정 교관의 위압은 초절정고수에 비견되었다. 찍어 누르는 압력을 견뎌 내고, 정해진 단계를 수행하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했다.

“2교시가 기대되는군.”

이제 1교십니다.

입학식 날 빡센 훈련은 국룰을 위반하는 반역 행위였다. 한마디로 허튼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더욱이 1교시는 공통이라, 회피할 묘수가 없었다.

‘제길, 속성 무력화는 너무하잖아요!’

금속 속성을 비롯한 일부 이점을 보유한 생도들의 안색도 시커멓게 변했다. 말만 소양 교육이지 실제는 순수 체력, 공력, 마력을 기르는 코어 훈련이었다.

단순함 속에 많은 것을 내포한 훈련에 무진은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런 것도 만류귀종인가?’

권왕 사부님이 괜히 태어나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했다. 비슷하다 못해 판으로 찍어 내는 훈련 방식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소양 교육이 아니라 인성 파괸데.’

헌터들의 기본적인 성향이 괴팍한 연유가 있었다. 아카데미가 이 모양이니 성격이 좋아질 턱이 있나. 살벌한 교육 시스템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연적인 결말이었다.

‘취지는 그렇다 쳐도, 하려면 무게 좀 늘리지.’

무진에겐 의미 없는 훈련이었다. 하루 달성 양보다 적은 무게와 횟수였다. 최소 10세트는 해야 간에 기별이 갔다.

갈수록 늘어나는 중량에 아파트가 힘들어했다. 지은 지 6년밖에 안 됐는데도, 철골이 흔들렸다.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후일 아파트를 강화해야 했다.

쓰읍, 후우!

무진은 짧고 간결한 호흡으로 스쿼트, 런지, 데드리프트, 턱걸이를 단숨에 끝냈다. 3단계라는 사실이 무색할 속전속결이라, 무게를 확인해 봤자 무의미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어 비지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생도들에겐 자괴감을 심어 주었다.

‘……뭔 놈의 힘이!’

‘……내공도 좆만한 놈이!!’

‘……속성도 아니잖아!’

고유한 특수 속성으로 힘캐가 된 줄 알았는데, 또 그렇지가 않았다. 타고난 신력에 혹독한 훈련이 아니고선 불가능했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무가도 아니면서!’

‘대체 어떻게?’

‘저게 가능한 일이야?’

정보가 힘이 되는 세상이었다. 당연히 무진에 대한 뒷조사가 있었다. 권왕가에 소속되기 전을 알아봤었다. 아카데미 내내 포식자로서 앞을 가로막을 놈이기에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가문과 길드의 정보력을 동원해서 살핀 무진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괴생명체였다. 아무런 전조도 없었다. 그렇다고 뒤가 구리거나, 출생의 비밀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부만 한 새끼가!’

‘공부도 잘해, 힘도 세!’

‘인싸였네, 씨부럴 놈이!’

각성으로 얻은 힘이 아닌 태생적인 신력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척준경과 비슷한 케이스였다. 담벼락도 아니고, 애들 몇 명 데리고 성을 넘은 것만 봐도, 그 시절의 소드마스터다.

흠.

생도들과 달리 정 교관은 무진의 힘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놀랐다. 자신이 펼치는 위압은 특수한 환경으로 개화한 능력이었다. 대신 뼈아픈 기억을 얻었지만.

‘집중 위압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니.’

생도들에게 펼친 위압은 3단계 중 1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만 해도 정신적인 압박이 상당했다. 반면 무진에게는 2단계를 넘어 3단계의 위압을 집중시켰다.

‘괴물 같은 정신력이군.’

체력 훈련은 위압을 펼치기 위한 토대였다.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력도 약화된다. 그 상태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정신을 유지해야 했다. 던전, 마물, 빌런을 공략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었다.

‘10배의 중력으론 어림도 없군.’

20배는 너무 심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접수했더니, 1일 차로 훈련의 취지를 분쇄해 버렸다.

“교관님, 이거 좀 써도 되겠습니까?”

“어쩌려는 게냐?”

“하는 김에 이두 좀 조지게요. 집에도 이런 훌륭한 성지를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설치비만 200억에 유지 비용도 고려해야 할 거다.”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완벽한 홈트레인 중량 시스템의 구현이 무진의 목표였다. 한데,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현실적인 문제가 무진의 발목을 잡았다.

아쉬운 대로 무진은 훈련장에 있는 기구를 이용해서 사심을 가득 채웠다.

‘……저저저저 개자식 하는 거 봐라!’

‘……역기로 이두는 잘못된 거잖아!’

‘……지랄맞은 새끼!’

자신들은 하나 채우기도 바빠 죽겠는데, 중량을 늘리고 있었다. 자기 분야라고 잘난 체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분수를 모르는 짓임에도 가볍게 여길 수가 없었다. 저 정도면 내력이나 마력이 없어도 상대하기가 껄끄러웠다.

찌릿찌릿!

사방의 날카로운 시선에도 무진은 친구들의 자세를 살펴 주었다. 자고로 훈련의 취지보다 자세가 중요한 법이었다. 정해진 자세가 아닌, 자기만의 자세를 찾아 주었다. 관통안과 분석안을 사용하니 어렵진 않았다.

“20분 버티면 키가 커질 비법을 알려 줄게.”

“……젠장, 죽어도 여기서 죽을 거야!”

“상급 마도서는 가지고 온 후에 죽어. 정 안 되면 어디 있는지나 말해.”

“……잔인한 놈!”

상원은 정말 뒤질 것 같았다. 마법사에게 코어 훈련은 쥐약이나 다름이 없었다. 키가 커지기 위해서 참고 있을 뿐, 이러다가 성장판이 닫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유정아, 고립 풀렸다.”

“닥쳐, 씨발 놈아!”

“그러다 관절 나가!”

“상관없거든!”

무진이나 지수처럼 여유롭진 않아도 유정, 혜진도 기본 체력은 뛰어났다. 타고난 자질과 가문의 혜택으로 소양 교육을 20분 만에 마쳤다.

헐, 개새!

훈련을 배로 했음에도 호흡의 기복조차 없는 무진의 태연함에 유정은 배알이 뒤틀렸다.

“좀 지친 척이라도 해라!”

“그러기엔 무게랑 중력이 너무 약해. 다음부터는 20배로 올려 달라고 해야겠다.”

와, 자기 위주의 끝판왕이었다.

배려 따윈 없었다.

“……우린 너 같은 괴물이 아니라고!!”

“이 중력에 적응되면 내 고질적인 약점인 스피드를 보완할 수 있을 거야.”

무진의 조곤조곤한 대답에 생도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농담으로 여기기에는 지나치게 태연하다. 더욱이 본인의 약점을 대놓고 광고했다. 그것이 마치 이렇게 느린데도 잡지 못하냐고, 약 올리는 것처럼 들렸다.

“그것도 좋겠지.”

설상가상으로 정 교관이 호응했다.

이게 다 무진 때문이라고 못을 박아 주었다. 한순간에 훈련장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공공의 적이 생기자, 투기가 일취월장했다.

후후후.

기회를 놓치지 않는 정 교관이었다. 다만, 무진이 한 삽 더 팠다. 자기 무덤 파는 데 전문가였다.

“할 거면 40배가 좋겠습니다.”

“적당히 해라.”

“가뿐합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20배도 무리거늘, 나만 살자는 이기주의의 전형이었다.

어지간해서는 생도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편이지만, 정 교관도 더는 받아 주지 못했다.

왕년의 권왕을 능가하는 청출어람이었다. 지금이야 체면치레라도 하는 권왕이지만, 소싯적엔 정말 망나니가 따로 없었다.

‘혼자서 미노타우로스 뚝배기를 따고 다니셨지.’

그러고선 너희들도 해 보라고 할 땐, 권왕의 뚝배기를 열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자기가 된다고, 남도 되는 줄 아는 재수 없는 천재형이었다.

그러니 여태 권왕의 진전을 이어받은 수제자가 나오지 않을 수밖에. 현재 권왕가의 수제자는 이름뿐이란 말도 있었다.

‘모처럼 똑같은 놈이 나왔군.’

근자에 권왕의 숨겨진 아들이 아니냐는 소리도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진은 남은 시간을 활용해서 무진류의 기본을 단련했다. 내력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육체를 극한으로 제어한 훈련이었다. 남들이 보는데도 상관하지 않았다.

비기가 유출되든지 말든지.

퍼엉, 슈악!

무진은 최적화된 동선을 유지하며 무진류를 완성해 나갔다.

사실, 보는 것 이상으로 내부의 제한이 심한 상태였다. 그것을 풀어냈을 때의 차이가 컸다. 그러니 뚫어지게 본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진 않는다.

파팟!

휘익!

무진의 권각술은 실로 놀라웠다.

정 교관조차 틈을 찾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경지에 오를수록 무진의 기본 권로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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