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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30화 (31/374)

30. 공공의 적(1)

서열전으로 시끄러웠던 일주일이 지나갔다.

아카데미의 정식 입학식이 있었다.

분교로 간 생도를 제외한 본교에 남은 생도야말로 엘리트였다. 아카데미는 훈련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하지만, 철저히 실력 위주로 평가했다.

물론, 전투력으로만 평가하진 않는다. 전투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 제작, 정비 등 비전투 분야를 두었다. 비전투 계열로 성공하려면 속성을 극대화해야 했다.

웅성, 웅성!

지수가 등장하자 시선이 쏠렸다.

서열전 우승자는 아카데미 전체 순위에서 최소 50위권 내로 보고 있었다. 아카데미는 3학년이 되면 학년을 구분하지 않았다. 모두가 경쟁자기에 투쟁에서 살아남은 생도만이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일명 계급장 떼고 붙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서열전이었다. 중간중간 쟁탈전에서 탈락하는 생도는 전과하거나, 그만두는 일이 빈번했다.

“8강전부터 권기를 썼었지, 아마!”

“병기도 아니고 주먹으로 권기를 쓰려면 최소 4학년은 되어야 하지 않나?”

“권기의 질도 달랐어. 검, 도, 창 전부 나가리 됐잖아.”

“걔들도 마력을 병기에 두르기는 했었는데 말이야.”

마력이라고 다 같지 않았다. 강도, 밀도, 운용이 얼마나 세밀한가에 따라서 달라졌다. 다른 칠대가문의 생도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이럴진대, 학년을 더해 갈수록 얼마나 강해질지 예측 불허였다.

“권화의 호위무사도 장난 아니었지.”

“호위무사는 개뿔, 아카데미의 취지에 맞지 않는 야비한 짓이었어.”

“권화의 무위를 고려하면 해 봤자 뻔하잖아.”

“그래도 해 보고 나서 포기했어야지.”

무진의 평가는 반반으로 극명하게 대립했다.

실력 자체는 인정하는 반면, 도전이 아닌 우승자를 만들기 위한 야합을 비판했다. 신입 생도가 벌써 사회의 부조리함에 물들었다는 평가였다.

시기, 질투, 불편한 감정이 무진을 향했다.

제아무리 강단이 있어도 열일곱 살에 지나지 않았다. 보통은 회피하거나, 고개를 들지 못해야 하나.

스윽!

흔들!

무진의 건조한 시선이 좌중을 훑자 불순했던 눈동자들이 갈피를 못 잡았다. 되레 입을 다문 생도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호승심과 투기를 불태우는 생도들도 있었다. 내력과 속도라는 뚜렷한 약점을 드러낸 전형적인 힘캐라는 점이 작용했다. 대련장이 아닌, 현장에선 자신이 있었다.

무진은 그런 불쾌한 감정들을 즐겁게 받았다. 중구난방의 저열함보다는 한곳으로 몰아넣고, 한 방에 끝내는 편이 효율적이었다.

“아카데미가 심심하진 않겠어.”

“다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속 편한 소리를 잘도 하는구나.”

“그렇다고 얕보일 순 없지, 그건 기만이잖아.”

“가만 보면 양심이 없는 것 같아.”

지수는 무진의 도발에 헛웃음을 지었다.

진의를 드러내고서 저러면 또 몰라, 아직도 감이 없는 생도들이 부지기수였다. 한창 호승심과 투기를 불태울 시기일 테고, 결과는 자명했다.

‘얌전히 끝내면 다행이지.’

학기 초반 아군을 만들어도 부족할 판국에 적을 공장처럼 대량으로 양산했다.

이러면 십만 빌런설의 주역도 머지않았다. 가는 길마다 원수로 꽃밭을 만드는. 나 보기가 역겹다고 모두를 두들겨 패고 자기 길 가는 녀석이었다.

‘모두와 친할 필욘 없지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적으로 만난 생도들이 있었다. 서로에게 칼을 겨누어 생사를 가르는 격전을 펼쳤었다. 지금부터 걱정할 필욘 없으나, 씁쓸한 미래에 지수는 입맛이 썼다.

-생도는 대연무장으로 모이도록.

정시가 되자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진행은 빠르게 스킵했고, 입학식의 꽃, 교장의 훈화가 남았다.

무진은 2회 차 경험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길까?”

“국룰이야.”

“지루하겠지?”

“물론.”

어째서 입학식의 꽃인지 이해가 된다. 올림픽의 마라톤처럼 길고 지루했다.

풍신 전태원의 훈화에 교관들의 얼굴에도 지루함이 감돌았다. 매해 듣는 얘기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상관의 훈화에 표정 관리조차 안 되는 걸 보면 최소 30분이었다.

-사랑하는 아카데미 생도 여러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근데 왜 안 끝나?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꼭 시작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본인 딴에는 인생 전반의 경험과 철학이 녹아든 금과옥조겠지만, 생도들은 피를 토하는 회광반조였다.

30분이 1년 같은!

“……대단하다.”

무진도 이때만큼은 풍신을 가볍게 여기지 못했다. 명성이 있다고는 해도, 나이가 들어 기량이 떨어진 뒷방 늙은인 줄 알았었다. 늙었다고 만만히 보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깨닫게 해 주었다. 확실히 세상은 넓고, 기인은 넘쳐 났다.

특히 근래에 들어 노인들의 역공이 대단했다. 젊다고 개겼다가는 한 방에 훅! 간다.

“게다가 교묘하기까지.”

반 편성을 훈화 다음으로 넣었다. 서열전 후 반 편성이 끝나긴 했지만, 출석 체크라는 함정이 있었다. 첫날 체크가 되지 않으면 반 편성에서 빠져 버린다. 반의 등급에 따라서 영약, 장비, 아이템을 받기에 중요했다.

“노장의 관록이라, 방심할 순 없겠어.”

“그딴 걸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라고!”

“퇴물이라도 배울 건 배워야지.”

“평생 교장이나 해라!”

아카데미 왕꼰대!

훈화에 인생을 건 교장에 대한 생도들의 냉혹한 평가였다.

다행히 교훈은 있었다.

늙어서 저러지 말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교장은 생도들의 불순한 눈빛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노익장의 관록이 이렇게나 무서웠다. 어지간한 공격으론 흔들리지 않는 만렙의 꼰대력이었다.

나이 들면 좀 추해져도 된다나?

-끝으로.

새로운 시작이었다.

생도들은 시작부터 시련에 맞서 싸워야 했다.

s반.

정원은 서열대로 50명이며, 명실상부 아카데미를 이끌어 갈 초엘리트였다. 교장의 훈화에도 살아남았으니, 자부심을 느껴도 되었다.

생도들은 안면이 있는 편이다.

칠대가문, 대형 길드, 최상위 헌터의 자제들로 구성이 되었으니 일면식 있는 것도 당연했다. 각자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차세대 헌터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무진과 지수는 s반에서도 요주의로 분류되었다.

칠대가문의 유정과 혜진이 있었고, 박상원도 마도사의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되었다. 상위 서열의 재능 있는 생도들로 파벌을 구성했으니 관심 대상일 수밖에.

음.

시간을 본 무진은 문득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카데미에 온 연유였다.

“점심은 언제 먹지?”

“수업은 시작도 안 했어.”

“첫날은 원래 교실 구경으로 끝나는 거잖아.”

“아카데미는 다를걸.”

“곤란하네.”

무진과 지수의 무신경이 반 생도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차라리 관심이라도 보였다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마치 너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우월함에 취했다.

‘저번처럼 허무하게 당하진 않는다.’

‘같은 수는 통하지 않아.’

특히 s반의 마지막 열차를 탄 용신가의 김정구와 천상 길드의 장민준은 구겨진 자존심을 만회해야 했다. 아카데미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그들로서는 무진과 지수가 눈엣가시였다.

가문과 길드에서도 서열전 패배에 실망이 컸었다.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려면 성과를 내야 하는 현실이다.

‘나만 탓할 거 아니었네.’

‘그렇다고 경쟁심을 불태울 수는 없잖아.’

‘골드미스에겐 가소롭겠지.’

‘지는.’

무진과 지수에겐 당연한 분위기였다. 다들 주변에선 천재로 떠받들어졌을 테지만, 그래 봤자 제대로 된 실전도 치르지 않은 애송이들이었다.

‘네가 이상한 거야!!’

‘내가 뭘?’

‘사람을 죽였잖아. 그것도 다섯이나.’

‘죽일 놈 죽인 거라면서.’

‘원래 며칠은 가거든.’

‘어유, 그랬어요?’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거나, 후유증으로 고생해야 하건만.

무진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억지로 애를 쓰는 거면 어렵사리 이해라도 되겠지만, 정말로 아무렇지 않았다.

천생 도살자?

지수는 잠들어 있는 무진의 살육 본성을 깨우지 않았나 불안했다. 그렇다면 자신은 세상을 피로 씻게 할 천하의 썅년이 된다. 지구 종말이 다른 데 있지 않을지도.

‘너, 천살성 같은 거 아니지?’

‘정말로 그렇다면 사실대로 말할 거 같냐?’

‘그건 그러네.’

‘아무나 죽이진 않아.’

천살성을 없다고 단정하기엔 현실은 너무나 많은 불특정의 변화 속에 있었다.

각성도 되고, 회귀도 하고, 성좌도 있고, 신이라고 없겠나?

그 무엇이 나온다 한들 놀랍지 않았다.

지수의 염려와 달리 무진은 객관적이었다. 살인으로 쾌감, 전율, 흥분을 느끼지 않았다. 냉철한 이성으로 철저히 손익을 따졌었다.

‘잠깐, 그 아무나의 기준이 뭔데?’

‘죽일 연놈이겠지.’

‘죽일 연놈이면 사정이 어떻든 죽인다는 소리야?’

‘당연하지.’

무진은 침체된 분위기를 환기할 겸 농을 섞었는데, 지수는 심각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한다면 하는 녀석이라 그렇다.

“너희들끼리 뭘 자꾸 쑥덕거려?”

“전음으로 말했어. 교실에서 정숙은 기본 매너잖아. 끼고 싶으면 너도 전음을 배워.”

관종 실격에 신경질을 부렸던 유정은 말문이 막혔다. 차라리 억지를 부렸으면 물고 늘어지기라도 하지, 지극히 상식적인 대응이었다.

빠득!

입틀막을 당한 유정의 불편한 감정이 가만있던 상원에게 튀었다. 자고로 만만하면 먹히는, 세상의 아름다운 이치였다. 약육강식을 부정해 봤자, 낙오자란 꼬리표가 달리는 슬픈 현실이었다.

“넌 왜 여기 있는 거야, 저리 안 가!”

“못 가, 나도 친구잖아.”

“누구 맘대로 친구야?”

“나, 너희들의 소중하고 귀여운 친구!!”

유정은 상원의 뻔뻔함에 골이 지끈거렸다. 어떻게 된 게 만나는 녀석마다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보통은 무안해서라도 얼굴을 붉힐 텐데, 아주 그냥 불알친구였다.

‘미안하지만 나도 포기할 수 없다고!!’

내색하지 않았을 뿐, 상원은 나름 첫 실연이었다. 잼미니 취급을 받기는 했어도, 대놓고 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반드시 유정과 친해져서 그간의 서러움을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두고 봐, 마법사의 복수가 얼마나 집요하고 무서운지 보여 줄게!’

마법으로 옷 사 주고, 반지 사 주고, 핸드백 사 주고, 신발 사 주고, 밥도 사 주고.

섬뜩한 복수였다.

그때 가서 울고불고 매달려 봤자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넌 내 여자니까.

머릿속에선 사귀고, 결혼하고, 애 낳고 키우며 가장의 무게를 만끽하고 있었다.

“저리 안 꺼져!”

“내가 촛불도 아니고 어떻게 꺼져!”

“대체 언제 적 개그를!!”

“레트로가 대세잖아.”

유정이 상원과 으르렁거리고 있을 때, 혜진은 서열전의 패배를 복기하고 있었다. 난적을 물리치고 올라오느라 전력상 손해가 컸지만, 온전했다고 해도 필패였다.

“졌어.”

“속으로 말해.”

지수는 패배를 자인하는 혜진의 태도에 한숨이 나왔다. 연전연패에도 기가 죽기는커녕, 매일매일 강해지고 있었다.

의도한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얄미우리만큼 천부적인 재능이었다. 패배의 트라우마 따윈 보이지도 않았다.

아주 그냥 부처들 나셨다.

석가탄신일이 언제더라?

‘이러면 내가 뭐가 돼!’

혜진을 이기고서 시원함을 만끽했던 지수는 도로 막힌 숙변처럼 입맛이 썼다.

어떠한 사특한 감정도 없는 오롯한 순수함. 패배를 통해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까지 갖추었으니 혜진의 성장 속도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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