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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28화 (29/374)

28. 필벌(2)

솜씨를 발휘한 요리로 홀린 후 사정을 설명하면 그나마 나을 듯싶은데. 미래에 나쁜 짓을 할 놈들이라서 삭초제근 좀 했다고.

어딜 봐도 허점투성이다.

빈약한 근거를 뒷받침하려면 지수의 회귀를 밝혀야 했다. 하나, 남사친을 믿고 어렵사리 진실을 털어놓은 지수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

“왜?”

“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천만에.”

무진은 데면데면했다.

시간대가 맞았을 뿐. 운이 나빠 어긋났어도 그의 운명이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안타까운 사고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심력을 쏟을 만큼 감성적이진 않았다.

“잠시만요,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나도후는 풍만한 사내를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은혜를 모를 만큼 몰상식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하물며 놈들에게 사로잡혀 다섯 조각으로 뜯어 먹힐 뻔했다.

산 채로 먹히는 경험은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미증유의 공포였다. 도망치면서 하늘에 대고 빌고 또 빌었다. 자신을 구해 준다면 목숨을 바쳐 모시겠노라고.

“난 괜찮으니까, 다른 어려운 사람들이나 도우면서 살아.”

“제가 힘은 별로지만, 특별한 속성이 있습니다! 이놈들도 그것 때문에 저를 함정에 빠뜨린 겁니다!”

나도후는 뒤를 밟힌 연유를 되짚어 보았다. 인터넷 마켓에 아이템과 장비를 올린 걸 보고 함정을 파 놓고 기다린 것이다.

재수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이놈들이 눈썰미가 있었다.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놈들이 또 나타나지 말란 법도 없고.

“초면에 너무 솔직한데, 내가 악독한 마음을 먹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럴 분이었으면 잡지도 않았습니다.”

나도후는 다른 건 몰라도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했다. 하물며 자신은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는 압도적인 강함이었다. 출렁거리는 물살이 인덕처럼 보였다.

무진은 그의 의도를 간파했다.

순수한 감사?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명확한 주고받음이 선행되어야 했다.

“배경이라도 되어 달라고?”

“천부당만부당하십니다. 저는 그저 은혜를 갚고 싶을 따름입니다!”

“솔직하게 말해.”

“쩝, 없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도 오늘 같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못했다. 더욱이 그놈들이 각성할 때 나도후도 영향을 받았다.

강화된 속성을 대책 없이 사용했다가는 노예처럼 사육되거나, 빼앗기고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주변의 도움을 바라기에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개잡놈들보다 강하거나, 배경이 있는 경우는 아예 없었다.

나도후에게도 모험이었다.

생명의 은인이기는 하나 생면부지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매달리는 것은 유일한 구명줄이란 직감이 스쳤기 때문이다.

“창을 잠시 주시겠습니까?”

“괜찮다니까 그래.”

“제발 기회를 주십시오!”

“사람 참 끈질기네.”

간절함에 못 이긴 척 무진은 창을 내어 주었다.

창을 받은 나도후는 조심스럽게 살폈다. 버섯구름을 만든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비해 창 자체는 특별하지 않았다. 일반의 순도 높은 강철창이었다. 던전에서 채굴한 특수광물로 제작한 병기와 비교하면 강철창은 하급 장비로 취급되었다.

‘고수는 병기를 가리지 않는다더니.’

식인종을 쓰러뜨린 능력이 장비가 아닌 은인의 실력임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무진은 병기에 연연하진 않았다. 꼭 실력도 없는 것들이 병기를 탓하지. 정 그렇게 병기가 중요하면 육체를 단련해야 했다. 최강의 병기는 누가 뭐래도 극도로 단련된 육체이니 말이다.

[강화 발동]

장비 등급을 확인한 나도후는 마력을 쏟아부었다. 평소와 달리 긴장이 되었다. 강화가 실패하는 즉시 은인은 미련 없이 돌아설 것이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임을 느꼈기에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우웅, 파아앗!

마력이 물결처럼 소용돌이를 치며 강철창으로 스며들었다가 발산되었다. 형성된 기운이 발산과 응축을 반복하다가 잠잠해진다.

강화가 끝났다.

나도후는 강철창을 무진에게 조심스럽게 건네주었다.

흠.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창의 모양이 바뀌어 갑옷이나 슈트처럼 착용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다행히 기대가 크지 않아 실망하진 않았다.

응?

창을 잡자 느껴졌다. 모양은 그대로지만, 내실이 완전히 달라졌다. 진기를 운용하지 않았음에도 의지를 머금은 창이 저절로 예기를 발산했다.

우우웅!

승천하는 용의 포효처럼 창명이 터져 나온다.

무진은 내기를 창과 융합하여 응집시켰다. 창극에서 번진 예기가 다이아몬드처럼 강화되었다.

서걱!

근처에 있던 바위가 두부처럼 갈라졌다. 시험해 볼 겸 이번에는 강철을 베었다.

숭덩!

거의 검기급이다.

공력이라도 사용했다면 모를까? 업그레이드된 강철창의 공능이었다. 왜 그토록 무인들이 명검, 명창, 명도 등의 sss급 병기에 목을 매는지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창의 공격력과 대미지를 상승시켰구나!”

“맞습니다, 주군!”

“주군?”

“받아 주십시오, 주군!”

어필하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확실히 이대로 놓치기에는 아쉬운 능력이었다. 더욱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 알려져도 문제였다. 자신은 병기를 가리지 않아도 주변은 달랐다.

“번호?”

“010 3456 xxxx입니다.”

무진은 핸드폰을 가져오지 않았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GPS로 추적당할 수도 있었다. 대물 사고와 달리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던전에 들어간 자들부터 살피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밝혀지지 않으면 무선 신호를 체크할 수도 있었다.

“조만간 연락할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주군.”

개잡준 줄 알고 샀더니 일주일간 상한가를 친 격이다. 무진으로선 의도치 않은 줍줍이 되었다.

걱정이 태산인 지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면 뇌물이라도 내어 주어야 할 판이다.

‘몸도 강화가 되려나?’

마침 크기를 열망하는 사내대장부가 있었다. 이보다 더 안성맞춤인 재료도 드물었다.

그런데 실패하면?

***

-이 시각 속보입니다.

부천시 원미공원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던전 브레이크에 의한 침식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사상자 통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다만, 규명되지 않은 던전 브레이크에 대한 원인을 밝히는 일이 시급하다고 정부는 판단했습니다.

-아카데미 서열전에서 유지수 생도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유지수 생도는 권왕유가의 직계로서 다른 칠대가문과 대형 길드의 생도를 압도적으로 꺾으며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후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헌터가 될 자질을 갖추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진은 아버지와 식탁에 앉아 대형 벽걸이 TV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식탁의 중앙에 놓인 된장찌개의 주변으로 봄동 겉절이, 봄나물, 김치의 소박한 상차림이었다.

건강을 위해서 가끔 간헐적으로 고기를 끊는다. 고기 애호가는 채소를 먹지 않는다는 소린 편견이었다. 먹는 양만 따지면 채식주의자 못지않았다.

뉴스의 사망소식에 아버지는 편치 않은 심경을 보였다.

“대체 얼마나 죽어야 하는 건지 원.”

“인류의 역사에서 각성의 시대는 고작 수십 년에 지나지 않아요. 그만큼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많다는 뜻이죠. 그리고 비밀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공하잖아요.”

아버지는 어머니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은 데다, 세월이 흘러 증거마저 사라졌다. 던전 공략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그런데 아쉽지는 않고?”

“s급 영약을 주기로 했어요. 제가 꼭 천년 공력을 이뤄 드릴게요.”

“수지 타산으로만 대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저와 지수는 동료예요. 자고로 동료란 서로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받기만 하는 것도, 주기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죠.”

“그래도 가족은 아니란다.”

“욕심이 지나치신데요.”

창과 방패를 연상케 하는 무진과 아버지의 밥상 토론이었다. 부자 관계임에도 약점을 찌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훈련을 피해 보려는 아버지와 어떻게든 강화하려는 아들의 팽팽한 줄다리기였다.

“새엄마를 데려오는 수가 있어.”

“저는 환영합니다.”

“아들, 엄마가 불쌍하지도 않니?”

“엄마도 아빠가 이러고 사는 건 달갑지 않아 할걸요.”

“네 엄마는 다르단다.”

“어떤 의미로는 무서운 말씀이신데요.”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했다.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아버지도 이젠 새 인생을 살 자격이 있었다.

번듯하게 잘 자란 아들이 떡하니 있는데, 언제까지 궁상맞은 홀아비로 늙어 갈 셈이신지, 원.

“네 나이 땐 원래 적극적으로 싫다고 해야 정상이란다.”

“될 성부른 나무가 떡잎부터 알아보듯, 저는 보통이 아니라 특급 아들입니다.”

“칼 맞을 소릴 잘도 하는구나.”

“아버지와 저에게 일반 사시미는 통하지 않습니다. 다 제 덕이죠.”

아들의 오만함에 산하는 골이 지끈거렸다. 아버지로서 겸손하라고 충고해야 마땅하지만, 어디 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 맞는 말만 골라 하는데도, 때리고 싶게 만다는 것도 재주였다.

산하는 지나간 흑역사가 떠올랐다.

회초리는 물론, 강철의 톱날 몽둥이도 아들의 육체와 비교하면 연두부에 불과했다. 때려 봤자 간에 기별도 안 가고, 힘만 빠졌다. 단련할 겸 더 자주 때려 달라는 아들의 말에 식겁한 기억들이 상기되었다.

유치원 선생이 찾아와서 아들을 대체 어떻게 교육한 거냐고 따져 물었을 땐 정말…… 하아아!

“그래도 검강은 조심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검강이 날아올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안 맞으면 다행이지만, 맞은 사람에겐 확률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건 그렇겠지.”

평소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조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당사자가 되면 확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를 위한 소의 희생도 마찬가지다.

약소국이 강대국에 일방적으로 얻어터져도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연유였다. 자칫 세계대전으로 화마가 옮겨 가기 때문이다. 전체를 위해서는 약소국이 희생하는 것이 맞겠지만, 당사국이 된다면 과연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늘의 이치를 거론해 봤자, 세계는 인간이 만들어 간다. 인간이 만들어 가는 세상이라면 인간의 이치를 따라야 했다.

부자간의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도 있으나,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을 관통했다. 따지고 보면 생판 모르는 남의 죽음보다, 본인의 고뿔이 더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내 걱정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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