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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18화 (19/374)

18. 조금 난폭해도 되겠지(1)

흠.

처음 볼 때도 곤란했는데, 지금은 더 곤란했다.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재주를 타고난 녀석이다.

덤벙거리는 지수의 부족한 지식을 채워 줄 줄 알았더니, 남의 집 기둥뿌리를 뽑고 있었다.

“다시 말해 보렴.”

“권왕 어르신의 수제자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수제자가 있는데, 수제자가 되었다고?”

“화염마도를 계승했습니다.”

“……허!”

이 미친 아버지가 드디어 노망이라도 나셨나!

뭘 계승해!

가뜩이나 주변에서 수군거리거늘, 놀림감이 되기에는 충분한 이슈였다.

어쨌든 그나마 다행이기는 했다. 수제자를 교체하는 불상사는 없을 테니까. 화염마도는 아버지의 취미에 불과했으니, 누군들 배우려고 하겠는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시기로 약조하셨습니다.”

“누구 맘대로.”

“권왕가는 제자가 돈을 상납해야 하는 곳이었군요.”

“……당장 준비하기 어렵다는 소리지, 말을 좀 끝까지 들어라.”

그렇다고 하면 권왕가는 양아치 조폭이 되어 버린다. 그래도 그렇지, 말이 아! 다르고 어! 달랐다. 기부라는 좋은 말도 있는데, 굳이 상납이라고 했다.

이 요망한 녀석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지만, 속에 능구렁이가 살고 있었다.

“마도서가 얼마나 비싼 줄 아느냐?”

“고위급 마도서를 바라진 않습니다. 사부님과 함께 연구할 수 있으면 족합니다.”

“싫다면?”

애새끼한테 계속 당할 순 없지, 꼰대의 무서움을 보여 주마. 누차 말하지만, 논리적인 설득 따윈 안 통한다.

“제가 가주님의 숙부가 되겠지요.”

“……뭐?”

사부님과는 이미 합의가 된 사안이다.

사제지간을 아들이 격렬히 반대할 수도 있다고 했으니, 방도는 정해졌다. 비밀 친구에서 이제는 형제애를 불태울 때가 됐다.

-아우, 왔는가.

사부님에게 받은 usb를 고대로 틀어 주었다. 별 내용이 없는 대화임에도 유경중은 부들부들 떨었다. 인정하는 순간, 없던 숙부가 생길 판이다.

“협박이냐?”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르지 않겠습니까.”

“곰인 줄 알았더니, 여우였어!”

“제 뒷조사는 다 하신 것으로 압니다만.”

지수의 첫 친구, 당연히 사전 조사는 필수였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경우가 없다고는 하지만, 무진은 완전무결했다. 어디 하나 흠이 없는 모범생 그 자체였다.

끄응!

그간의 모범생이 모두를 속이는 연막에 불과했던 것인가? 그건 그 자체로 대단했다. 그래 봤자 겨우 열일곱 살, 평범한 녀석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기가 습관적이구나.”

“무슨 말씀이신지?”

“이번 입학시험 말이다. 10단계를 통과하고서 겨우 20위로 만년삼왕을 퉁치려고 했다니. 양심이 있는 게냐?”

“저런, 지수가 말해 주지 않았군요.”

무진의 안타깝다는 표정에 유경중은 오랜만에 주먹질이 하고 싶어졌다. 저 말을 곧이곧대로 말하면 부녀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 되었다.

왜 그런 것도 모르냐는 눈빛이라 더욱 열불 터졌다.

‘아무리 힘 쪽에 갈아 넣었다고 해도, 10단계를 통과할 줄이야.’

화는 나도, 유경중은 무진의 잠재력을 경시하지 않았다. 그만한 능력이면 본가도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스피드와 공력은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만 맞춰 주어도 되었다.

“입학시험은 말 그대로 통과의례에 불과해, 서열전에서 방심했다간 낭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선전 좀 부탁드립니다. 사부님의 수제자로서요.”

“허, 그런 짓을!!”

“경쟁자의 허를 찌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놈이 정녕 고등학생이 맞기는 한 건가?

한 수, 한 수가 날카롭다 못해 치명적이었다. 특히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안목이 실로 놀라웠다. 지수와 같은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아버지가 아니라, 내 뒤를 잇기 딱인데.

권왕가의 강력한 위세와는 반대로 대가리들이 전부 근육이라 행정과 사무 능력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아무나 데리고 와서 요직에 앉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영약을 복용했다고도 선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왜?”

“헤드라인은 먹고도 그 정도면이 딱 좋겠습니다.”

“내가 졌다. 만년삼왕 까짓거, 구해 주마. 없으면 비슷한 거라도 반드시 찾아 주마.”

이토록 철두철미한 녀석에게 방심이라니, 애초에 성립하기 어려운 내기였다.

유경중은 완패를 인정했다.

설령 뜻하지 않은 변수가 있더라도, 무진은 반드시 포섭해야 할 인재였다. 빈틈 많은 지수에게 꼭 필요한 짝이기도 하고.

“한데, 나중엔 어쩌려고 그러냐?”

“스피드 성좌의 선택을 받았다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

“하긴, 성좌야 꾸며 내면 그만이긴 하겠지.”

“아무렴요.”

이가 없으면 잇몸도 충분한 대체재고, 현재의 임플란트 기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였다. 잠시 문제가 있었으나, 우리나라는 극복할 잠재력이 충분했다.

“저에 대한 가문 내 평판이 좋지 않죠?”

“그렇기는 하지.”

굴러들어 온 돌이라고 하긴 애매해도, 지수가 데리고 왔다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다.

“형제간의 사이도 안 좋고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아니라고 말해 주기를 기다렸던 무진은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절 방해한다면 손 속에 사정을 두지 않겠습니다.”

“뭐?”

“말 그대롭니다.”

만약 형제간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 영향이 자신에게 온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흠.

무진에게 빌드업을 당한 유경중은 단순한 치기로 여기지 못했다. 무색투명한 눈빛에 담긴 감정이 시리도록 차갑다.

능구렁이 같은 녀석이 단호하기까지 하다. 만만히 봤다가는 잡아먹히기 딱 좋았다.

‘가벼운 다툼이 아니었나?’

유경중으로선 고려해 보지 않은 부분이었다. 동생과 조카가 다혈질적인 면이 있기는 해도, 선을 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얘기한다면, 자신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내막이 있다는 뜻인데.

“설령 그렇다 한들, 동문 간의 과한 손 속은 인정할 수 없다.”

“역시 그렇군요.”

“어른을 떠보다니, 이런 맹랑한 녀석을 봤나.”

“차후, 문제가 됐을 때를 대비할 필요는 있지 않습니까.”

아카데미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얄팍한 수작이나, 유경중으로선 외면하기 힘들었다. 이미 마음속에 경계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수의 신변을 위협한다면 저로선 가만히 둘 수가 없습니다.”

“정말 못 당하겠군.”

경거망동을 자제하라고 하기는커녕, 유경중은 백기를 들었다. 딸의 신변을 걸고넘어진 이상, 나무랄 수도 없었다.

아버지가 오냐오냐 대하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아도, 지수는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었다. 그런 지수를 지켜 주겠다는데, 어떤 말을 하랴.

‘공력이야, 만년삼왕이나 영약이면 되겠고.’

무진의 평범한 공력은 가문의 재력으로 채워 주면 되었다. 공력만 수준에 오른다면 신력과 함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단, 무진이 영약을 가지고 아버지 보신으로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러면 문제가 생겨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겠지.’

무진은 허락을 구하기 위해서 거론하지 않았다. 다음 단계를 위해서 밑밥을 깔아 둔 것이다. 어떤 일이든 가족이 관여되면 냉철함과 객관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색안경을 끼지 않는 선이면 족했다.

“홀대하지 않을 테니, 염려하지 말거라.”

“감사합니다.”

“하지만 너무 영약해. 사람과의 관계에서 조건만 보게 된다면 나중에 탈이 날 수 있을 게다.”

“주의하겠습니다.”

무진은 유경중의 충고를 흘려듣지 않았다. 지금도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았을 뿐이지,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그마저도 예측했다는 점이 달랐다.

‘이제부턴 조금 난폭해도 되겠지.’

갑자기 패는 것보다는, 예고한 후 패는 편이 양심적이지 않나?

아니면 말고.

***

말이 씨가 되었다.

가주님의 압박 면접을 성공리에 마치고, 홀가분하게 집으로 가려던 무진은 복도에서 아는 얼굴을 만났다.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쳤다고 하기엔 노골적이다.

“아, 유지철 선배님이시군요.”

“시끄럽고, 따라와.”

지수가 자리에 없자 강압적인 언행을 숨기지 않는 유지철이었다. 은연중 기세를 피워 내 옭아매고 있었다. 화가 나면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자주 할 타입이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두리번.

주변을 돌아본 무진은.

하아아!

한숨을 내쉬었다.

공교롭게도 주변에 사람이 없다.

유지철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모이기 전에 무진을 데리고 갈 심산이었다. 무진이 따르지 않았다면 좀 더 거친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맘에 안 들어!’

입학시험에서 10단계를 통과했다고 해도, 할아버지와 백부의 관심은 지나쳤다. 성적을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렵고, 자신도 받지 못한 대접이었다.

운이 좋아 가문의 인정을 받았으면 주제를 알고 처신을 똑바로 해야 했다. 자기가 스타라도 되는 양 으스대는 꼴을 봐 줄 수가 없다.

유지철은 무진을 끌고 빈 훈련장으로 데리고 갔다. 문을 닫은 후, 결계를 펼쳤다. 무인의 훈련장은 전통적으로 공간에 결계를 쳐서 파문을 최소화했다.

‘성급하고, 단순한 놈일세.’

일전에도 지금도, 무진은 유지철의 속내를 뻔히 알고 있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녀석이라, 계산에서 벗어나지를 않았다.

무진은 신경을 더 긁어 주기로 했다. 하지 않을 거면 모를까, 건드렸다면 확실하게 하는 편이었다.

“사부님한테 전화해도 될까요?”

“정식 절차도 받지 않은 주제에 사부를 두었다고? 대체 어떤 멍청한 놈이 네 스승을 자처해?”

“권왕 어르신이 다른 누구도 아닌 저를 수제자로 맞아 주셨습니다.”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하고 지랄이야!”

유지철은 코웃음을 쳤다. 할아버지를 거론하면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나? 다급해지니까 아무거나 갖다 붙이고 있었다. 겁먹지 않은 척해 봤자 손바닥 안이었다.

“믿지 못하겠다면 가주님을 부르겠습니다.”

“훈련장이 좋은 게 뭔 줄 알아?”

“뭔데요?”

“훈련 중엔 전화가 안 돼. 그러니 개수작은 그만 부려.”

“아, 외부와는 연결이 안 되는구나.”

좋은 거 알았다는, 무진의 끄덕임에 유지철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도 상황 파악 못 하고 여유를 부렸다. 지수의 똘마니답게 하나하나가 맘에 들지 않았다.

“언제까지 지수가 도와줄 것 같으냐!”

“큭! 아, 실수. 말투가 웃겨서. 애도 아니고, 내 일은 보통 내가 다 알아서 해.”

“이 새끼가 미쳤나, 정말로 죽고 싶…… 컥!”

“너무 가깝잖아.”

무진은 유지철의 지척에 있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처맞겠다는 분명한 의사였다.

꽈악!

자기 과신이 강한 타입이라 빈틈이 많았다.

무진은 방심을 놓치지 않았다. 손을 뻗어 유지철의 목을 움켜쥐었다. 이 거리라면 속도는 중요하지도 않았다.

크억!

바둥바둥!

유지철도 180cm에 90kg을 넘어가는 육중한 몸이지만, 무진에겐 너무나 가벼운 그놈이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가벼움을 유지철에게 선사했다.

“……이거 안 놔!”

“제발 놔주세요, 해 봐.”

“……죽여 버릴 테다!”

“싫으면 말고.”

숨통의 면적을 차분히 줄여 주었다. 힘으로는 안 되겠다 싶은 유지철이 양팔로 거칠게 저항하지만 헛수고였다. 그 바둥거리는 모습을 보며 무진은 히죽이고 있었다.

“……씨발 놈이, 죽일 테…… 크악!”

“정당방위 좋지.”

네가 나를 죽이는데, 난들 죽이지 않을쏘냐.

나는 죽지 않으리란 장담은 사람들의 흔한 착각이었다. 상대를 죽이고자 하면 자기도 죽을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했다.

“……그딴 협박이 ……허억!”

팔로 치고, 무릎을 사용했는데도 풀리기는커녕 더욱 숨이 조였다. 유지철은 목이 잡힐 때만 해도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다. 웬걸! 무진의 팔은 하늘을 떠받치는 쇠기둥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사태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지만, 방심의 대가는 뼈아팠다.

부들부들!

시작부터 지나치게 불리한 형국이라 빠져나가기는 불가능했다. 유지철은 소리를 질러 대며 아우성쳤다.

“……비겁한 ……크악!”

“사람은 인벤토리에 들어가나?”

“……무슨 ……커억!”

“경험이 부족해서 말이야. 훈련장에서 전화가 안 된다는 것도 오늘 알았어. 아주 좋은 교훈이 됐다.”

너를 이용해서 인벤토리의 기능을 알아보겠다는, 무진은 건전한 실험 정신을 숨기지 않았다.

부르르르!

유지철은 오싹한 한기에 휩싸였다. 혹시나라는 감정이 깃들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불길함이 뇌리를 스쳤다. 처음 봤을 때의 능글거리는 놈이 맞나 싶을 만큼 반전을 보였다.

“이런 실수를, 인벤토리가 너무 작구나.”

“……크으윽!”

숨이 막혀 힘이 빠지는 와중에도 유지철은 안도했다. 인벤토리는 살아 있는 생물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넣는 순간, 목숨을 잃게 된다.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으니, 인벤토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

“사지를 자르면 여차여차 들어갈 것 같기는 한데.”

“……으으으으윽!”

“그러면 피가 너무 많이 흐른단 말이야. 청소하기도 힘들고, 넣기도 전에 죽어 버리면 곤란하고. 영화에선 발목을 잘라 피부터 뺀다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크어어어어!”

그딴 걸 왜 나한테 묻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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