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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13화 (14/374)

13. 그러라고 만든 게 아닌데(2)

중력석은 1단계부터 10단계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1단계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 있는 무게를 들어 올리기만 하면 합격이었다. 대부분은 3단계를 든 후, 한계점을 확인했다. 따라서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

1단계를 지나고.

2단계를 지나고.

3단계를 지나고.

그때까지도 모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이에 비해 큰 키와 압도적인 육체를 지녔지만, 각성 능력은 외관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4단계를 지나, 5단계, 6단계, 7단계……?

그때부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7단계만 해도 이제까지 중에 최고 단계였다. 그런데 뒤도 보지 않고 다음 단계로 걸어가고 있었다.

“설마!”

“미친!”

바로 8단계에 도전하려는 건가?

8단계는 재학생 중에서도 상급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어려웠다. 입시생 주제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허황된 짓이었다. 대체 뭘 믿고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쟤 아까 그놈이잖아!”

“한번 주목을 받더니 맞들렸나!”

“저 자식도 관종이었어!”

사람들도 더는 놀라지 않고 한심한 눈으로 보게 되었다. 7단계는커녕 6단계도 헬난이도였다. 하물며 8단계, 9단계를 넘어 10단계에서 멈춰 섰다.

이쯤 되면 관종의 객기로 보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10단계는 들라고 놓아둔 무게가 아니었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겸손의 상징으로 자만을 경계하라는 의도가 담겼다.

허!

시험장의 교관을 맡은 마상천도 헛웃음 뒤, 조금은 화가 났다. 실패한다고 해도 기회는 있었다. 1단계만 들어도 되는 시험이기에 각성 조건만 부합하면 된다.

하나, 시험을 장난식으로 여기는 행위는 참아 주기 어려웠다.

“자네 진심인가?”

“그렇습니다.”

“대단하군, 성공만 한다면 힘으론 자넬 감당할 헌터가 없겠어. 내 꼭 눈여겨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무진이 칭찬으로 받아들이자, 마 교관의 눈매가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눈치가 없는 놈인가? 10단계에 실패하고, 단계를 낮춰 성공하더라도 아카데미 생활이 순탄치 않으리란 경고였었다.

‘권왕가에서 이런 놈이 나오다니, 아니면 그 나물에…… 크흠!’

권왕가에서 권왕의 본성을 꼭꼭 숨겨 놓기는 했어도, 아는 사람은 알고 있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는 안 새겠나.

마 교관도 권왕을 직접 경험했기에 모르지 않았다.

‘여전하실지도 모르겠군.’

하긴, 사람이 쉽게 변하진 않는다. 나이가 들면 약해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긴 하나, 권왕은 생로병사와 거리가 멀었다.

‘친분만으론 학과 생활이 편치는 않을 거다.’

제아무리 권왕이라도, 마 교관은 주변에 휩쓸리지 않는 강직한 성품이었다.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과 고집이 있었다. 특히 힘의 미학을 중시했다. 그렇기에 건성으로 시험에 임하는 무진을 곱게 보진 않았다.

“진짜로 하려고?”

“저 정도의 관종력은 대체 몇 단계일까?”

“최소 10단계는 넘었겠지!”

“너튜브가 애들을 망친 거야.”

“카메라 있나 확인해 봐!”

주변의 수군거림에도 무진은 다음에 벌어질 사태를 알기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들이 정한 기준에 불과했다.

본인이 정해 놓은 한계를 벗어나면 인정하지 못하는. 그 안에 깔린 저열함이 느껴져 씁쓸하긴 했다.

중력석은 손잡이가 따로 없다. 타원형의 달걀과 같은 형태로 각이 져서 미끄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역기처럼 손으로 잡기가 편치는 않기에 몇 배로 무거웠다.

후우우!

무진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호흡을 정리했다. 망설이지 않고 10단계의 중력석을 잡았다.

“시도하긴 하네!”

“저거 무려 50t 이상이라고!”

“경차라도 50대를 어떻게 들어!”

“도전 정신을 불태우기엔 너무 나갔어!”

“호기를 부리는 걸지도 모르지.”

“그래도 권왕가잖아.”

권왕가에서 아무나 내세우진 않았다고 본다. 정신 나간 경우가 아니라면 최소한 다른 입시생보다는 뛰어날 것이다. 더욱이 야료를 부리긴 했어도, 적운길이 쩔쩔맸었다.

웃차!

기대하지 않은 주목 속에서 가벼운 기합이 울렸다.

모두를 아연실색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번쩍!

들어 올렸다.

저게 왜 들려? 들라고 놓아두지 않았기에 기출자의 의도를 훼손하는 천인공노였다. 다들 그 믿지 못할 광경에 무진의 예상대로 턱이 벌어졌다.

헉!

겸손을 가르치겠다고 열의를 불태웠던 마 교관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비비고, 또 비볐다.

부비적, 부비적!

동시다발적으로 안구 저하를 점검하는 현실이었다. 보고 또 봐도 믿어지지 않는 광경에 환상 마법에 걸리지 않았나 의심했다.

훅, 훅!

무진은 집중되는 시선을 놓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갔다. 고립된 자세를 유지하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무릎 나갈 짓을!!

“……저런 미친!”

“저기서 스쿼트를!”

“이러면 삼대 몇 치는 거얌?”

“중력석 문제 있어!”

애초에 중력석은 학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마법진과 아이템의 결합 수식을 적어 중력을 발생시키는 돌이었다. 따라서 중력석은 시험장 내에서만 작용하기에 밖으로 끌어내면 평범한 돌과 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중력석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면 그 자체로도 위험한 살인 병기였다. 살짝만 던져도 사람은 흔적도 없이 찌그러뜨리고도 남았다.

“이러면 됐습니까?”

“……?”

통과하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지만, 마 교관은 차원이동을 당했다 돌아온 듯 현실 세계에 적응하기까지 한참 걸렸다.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어야 하는데,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니 이해는 되었다. 현역에 있는 상급 헌터였다면 이해라도 하지, 저레벨의 입시생이 들 만한 무게는 아니었다.

“……됐네만.”

무진이 돌아서 가려고 하자, 마 교관이 불러 세웠다. 보고도 납득이 되지 않아 시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

“잠시만 기다리게.”

“예.”

마 교관은 무진의 복장을 재차 점검한 후, 중력석을 잡아 보았다. 마법진, 아이템, 수식의 연결에 혼선이 있으면 중력석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는 들었다.

고장 확률은 0.001%도 되지 않겠지만.

헉!

잡는 순간 느꼈다.

이놈, 진짜다!

중력석은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 50t을 어떠한 편법 없이 자기 힘으로 들어 올린 것이다. 힘을 숭상하는 그에게 있어 무진은 원석 그 자체였다. 지금도 이런데, 조금만 더 갈고닦는다면 태산도 들어 올릴 것이다.

“560번 10단계, 통과.”

“감사합니다.”

마 교관의 발표에 불신했던 시선들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복장 점검과 중력석을 확인하는 작업이 못마땅할 수도 있으나, 이는 무진을 위한 수고였다.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의심이란 한없이 작다가도,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증폭되기 마련. 그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마 교관의 확인으로 해소되었다. 그래서 무진도 마 교관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린 것이다.

마 교관은 자신의 의도를 간파한 무진의 태도에 단순히 힘만 센 녀석이 아님을 인정했다.

‘보통이 아니군.’

이번에 제대로 키워 볼 탱커가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이만하면 최강의 전위가 되고도 남았다.

돌아선 무진은.

스윽!

컥!

쉬면서 운기행공 하려고 앉았던 적운길은 놀라서 주화입마가 재차 올 뻔했다. 자신을 쳐다보며 웃는 모습이 마치 올가미에 걸린 먹이를 내려다보는 사냥꾼 같았다.

꿀꺽!

순간 적운길은 마른하늘에 50t짜리 운석이 날아오는 꿈을 꾸었다. 힘들게 들었다면 모를까, 간단하게 들어 올렸다. 방비하고 있다면 피할 수도 있겠지만, 무방비라면 맥주와 한 몸인 마른안주 꼴이었다.

‘힘만 세겠지.’

적운길은 최대한 무진의 능력치를 격하했다. 그것만이 살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놈의 표정을 보니, 아카데미 생활 내내 가만히 둘 것 같지 않았다.

‘유정이를 방패막이로 쓴 놈인데, 나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는다.

제발 다른 능력은 없어라.

그것이 적운길과 의도치 않게 마음이 통한 배준상의 바람이었다. 자신들 모두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다가 중력석 맞을 처지가 되었다.

저벅, 저벅!

무진이 걸어가자 좌우로 홍해가 갈라지듯 벌어졌다. 주변으로 얼씬도 못 했다. 어물쩍거리다가 중력석 맞기 싫으면 알아서 처신을 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껄껄댔던 입시생은 눈을 피하기 일쑤였지만, 무진은 하나하나 겸허하게 눈 맞춤을 해 주었다. 아까부터 다 보고 있었다는 눈빛이 압권이었다.

헉!

휙!

설마 봤을까?

무진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고 나니, 아카데미 생활이 갑자기 다들 험난해졌다.

“어둡다, 어두워!”

“나는 그냥 따라 웃었을 뿐인데!”

“그게 더 나빠!”

억울함을 항변하기도 모호한 상황이었다. 무진이 먼저 말을 하지 않는 이상, 아니라고 잡아떼 봤자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이었다.

바르르!

여기에 제 발이 저린지 떨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적운길과 배준상 못지않게 고난의 행보가 눈앞을 장식했다. 으쓱했던 어깨도 땅바닥에 닿은 지 오래였다.

“어때?”

“……사기꾼!”

애초에 이길 수가 없는, 지지 않을 내기였었다. 저걸 대체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입시생이 중력석 들기 끝판왕일 줄 누가 알았냐고.

“말 돌리기는 수준급인데.”

“힘숨찐은 비겁한 짓이라고!”

“내가 언제 힘을 숨겼다는 거야?”

“……그거야.”

안 숨겼네.

왜 안 숨겨?

원래 힘을 숨기고 그러지 않나? 주인공들은!! 지금 내가 무진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한 거야?

유정은 다급히 주인공을 수정했다.

그녀가 꿈꾸는 주인공은 꽃미남의 미소년이었다. 무진처럼 야수성을 풍기다 못해 야차 같은 녀석은 아니다.

“여하튼 대놓고 잘난 체를 하는 건 조연들이나 하는 짓이야!”

“소설 좀 그만 봐라.”

웹소설이 이렇게나 무섭다.

애들을 버려 놨다.

“어떤 소원을 빌어야 이득이려나?”

“나는 안 돼!”

“당연하지, 널 어디다 쓰라고.”

“……쓸데가 왜 없어, 내 가치는 1,000억도 아깝지 않거든!”

한순간 무능력자로 전락한 유정은 쓰임새를 조목조목 항변했다. 정령소가의 직계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자존심이었다.

특히 가녀리고, 아름다운 소녀와 함께하는 장점을 열거했다. 그 자체로 엄청난 혜택이자, 자부심이어야 한다.

“심사숙고해서 나중에 알려 줄게.”

“뭘 달라고 하려고?”

“최소 1,000억의 가치는 있다면서.”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로 1,000억을 달라고 하면 어쩌지?

무진은 정령소가가 가지고 있는 장비나 아이템을 모른다. 지수에게 물어본 후에 유정이 줄 수 있는 품목을 체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종합 점수니까, 아직은 확답하지 않아도 돼.”

“……그걸 말이라고!”

10단계는 들라고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기출자는 약간의 악의를 담아 다른 모든 점수를 합산한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그러니 다른 능력치를 넘어선다고 해도 10단계에 도달하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물론, 기회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다음 시험에서 1단계도 통과하지 못하면 마이너스가 되기는 한다. 문제는 그게 기회라고 하기에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힘들다는 점이다.

“어때, 다음 내기는?”

“……안 해! 절대!”

도박이 이렇게나 무서웠다.

유정은 공수표를 날리다가 패가망신할 수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러니 두 번 다시 내기는 하지 않기로 다짐 또 다짐했다.

설령 아주 유리한 상황이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원초적인 불신이 깃들었다.

믿을 놈이 하나 없다.

“겁 많네.”

“그따위 유치한 도발은 안 먹혀!”

“하긴, 세 번씩이나 통하면 그게 사람 새끼는 아니지.”

“……두 번이잖아!”

“누가 뭐래.”

아닌데, 기분이 더럽게 나빠진 유정이었다. 말을 할수록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누가 그러더라, 돈 나고 사람 나지, 사람 나고 돈 나지 않는다고.”

“어떤 씨발 새끼가!”

“듣겠다.”

“……어떤 고상한 분이 그런 괴상한 말을 했을까.”

무진의 무지막지한 괴력에 놀라 주변이 한산했다. 다들 멀찍이서 눈치껏 힐끔거렸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들리진 않아도, 시시각각으로 표정이 변하는 유정으로 인해 말 못 할 밀약을 짐작했다.

잠깐의 소강상태 이후, 시험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덩달아 무진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이 쏠렸다. 이미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기에 다음에 또 어떤 짓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었다.

꽈아아앙, 쩌저저적!

무진의 망치 찍기, 올라간 점수판의 알맹이가 버티지 못하고 하늘로 솟구쳤다. 이어서 내리찍은 바닥에 균열이 번지며 지진을 일으켰다.

“헐! 저게 로켓도 아니고!”

“우리나라 최초로 달까지 가겠다!”

“나로 13호!!”

“힘에다가 얼마나 몰빵을 한 거야?”

“몰빵 해도 저게 되냐고?”

가문을 통해 레벨을 올린다고 해도 시일이 짧았다. 현실적으로 저 레벨을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또한, 능력치는 밸런스가 중요했다. 한쪽에 지나치게 투자를 하게 되면 나중에 역효과를 일으켰다. 한데, 그런 기본적인 상식을 떠나서, 저런 무식한 힘이면 그 자체로 핵무기였다.

하루라도 빨리 핵우산을 체결해야 할 텐데.

파앙!

쿠아아앙!

펀칭머신이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 뒤에 사람이 있었으면 끔찍한 참상이 벌어졌을 것이다. 고막을 찢어발기는 굉음과 함께 터져 가는 펀칭머신에 다들 망부석이 되었다. 부수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펀칭머싱은 바닥에 단단하게 고정이 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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