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4화 (5/374)

4. 설득(4)

“잠재력은?”

“상으로 나오는데.”

“다행이다.”

“너도 상이잖아.”

“난 당연하고.”

잠재력은 상중하로 구분하며, 단계마다 차이가 컸다. 하지만 보다 정밀하게 접근하면 같은 상이라고 해도 성장 잠재력이 똑같다고 단정할 순 없다.

대체로 비슷하지만, 특상으로 분류되는 자들은 거의 2배 이상 빠르게 발전했다.

상태창은 힘, 체력, 마력(내력), 민첩, 지능, 행운으로 분류하며 던전 공략이나 마물 사냥에서 얻는 보상에 따라서 부가 스텟이 생긴다.

기본적으로 각성자는 무인과 마법사로 분류한 후, 세분화를 이룬다. 뭉뚱그려서 분류해서 그런지 더욱 세분화하자는 말도 있었다. 특히 정령사나 테이머의 경우 마법사로 분류하지만, 때론 무인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이처럼 모호한 경우가 많아서 굳이 구분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수 속성이 아니라 전반적인 능력치이기 때문이다.

“스텟은 될수록 숨겨야 해.”

“나도 알아.”

“하긴, 친구조차 속였으니 오죽하겠어.”

“진작에 물어보지 그랬어.”

무진은 전적으로 지수의 탓으로 돌렸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비밀은 존재하는 법이다. 하물며 무가의 자손인 지수가 사실을 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했다.

가문으로 데리고 가서 무인으로 키우겠다고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올 테지. 평온한 삶을 지향하는 아버지의 뜻과 어긋났다.

“사실대로 말하기도 어렵고, 알려지면 난처했을 게 뻔해. 평소대로 몰랐다면 지금과 같은 대화도 없었을 거야.”

무진의 의도를 지수도 모르지 않았다. 저만한 능력을 가만히 둔다, 그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설정이었다. 알려질수록 누구나 탐할 수밖에 없다.

“재수 없지만, 맞는 말이야.”

“이젠 대놓고 말하는구나.”

“작게 말했어.”

“우리 지수, 배움이 빠르네.”

“누가 우리 지수야!”

무진의 능력은 무궁무진했다. 지금부터 각 무가의 진신 절학을 익히고, 특급 장비로 무장한다면 당장 군주급 헌터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차후, 세계 제일을 노려 볼 자질이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었다. 천부적인 재능을 누군가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놈들이라면 더더욱 무진을 죽이려고 하겠지.’

회유가 통할 녀석도 아니고.

아카데미에서는 될수록 무진을 숨기는 편이 나았다.

무진은 나만의 최종 병기니까.

“방금 표정은 좀 무서운데.”

“내 표정이 어때서?”

“마치 내가 네 소유물처럼 느껴졌거든. 고백도 안 하고 날로 먹겠다는 심보처럼 말이야.”

“본녀를 뭘로 보고, 먹긴 뭘 먹어!!”

“물론, 고백했다고 해서 받아 주진 않아. 이제는.”

“……왜?”

“늦었어.”

“……할 생각 눈곱만큼도 없었거든.”

지수는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지만, 무진의 대수롭지 않은 태도에 열불이 터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묻지 않는 거였는데, 왜라니!

“내겐 순영이가 있으니까 괜찮아.”

“나쁜 놈!”

“어째서?”

“몰라!”

어장 관리하는 연놈치고 잘되는 놈 못 봤다. 지수는 바람둥이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반드시 천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불태웠다.

평생 옆에 두고 괴롭혀야지.

“잠깐, 무공은 어떻게 익힌 거야?”

“인터넷으로.”

“거짓말!!”

“다들 독학으로 배우는 거 아니었나?”

“……재수 없는 소릴!”

지수는 무진이 은거한 절대고수에게 전수받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혼자 익혔단다.

이게 말이 되냐고, 어릴 때부터 벌모세수에 온갖 영약의 혜택을 받았던 자신과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뭘 어려운 거 한다고.”

“그 말, 다른 가문이나 생도에겐 절대 하지 마, 공적 되고 싶지 않으면.”

“사실인데.”

“적당히 해라!”

히죽이던 무진은 그쯤에서 마무리했다.

확실히 예전의 둔해 빠졌던 소녀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놀리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곧바로 반격을 해 오니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간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기분이다.

‘지수만 한 친구도 없지.’

어릴 때부터 계산된 인맥을 제외하면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필요성을 못 느꼈다. 기계적인 관계를 아버지는 매번 지적했지만 고쳐지진 않았다.

무진과 지수는 아지트에서 무공을 연마하기로 했다. 부족한 부분은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해도 늦지 않았다.

“당대의 권왕께선 강하시겠지?”

“네가 잘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할아버지한테 개길 생각은 하지도 마. 아직은 나도 힘들거든. 그보다 네 무공 초식은 어떻게 돼?”

“무진공, 무진류라고 지었어.”

“하! 넌 정말 창피함도 없구나!”

“내가 만들었으니, 당연히 내 이름을 넣어야지.”

“아주 대종사 나셨네.”

무공을 혼자 배웠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데, 창안하다니!

지수로선 인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사실이라면 대종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격의 차이가 느껴질수록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이 이끌어야 하는데, 끌려가는 기분이라 더더욱.

“시끄럽고, 죽엇!”

“어림도 없지.”

무진이 기습적인 수를 가볍게 막아 내자, 지수는 돌아서며 바닥을 쓸듯이 회전차기를 시도했다.

“회전할 때 군더더기 있잖아. 연계 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겠어. 초식마다 쓰는 보폭은 네 신체와 능력에 맞추어야지, 마냥 익힌 대로 하면 발전이 없어.”

“웃기고 있네!”

“이러면?”

“……이런 젠장!”

무진이 속도를 올렸다가 갑자기 반 박자 느리게 찌르자 지수의 공수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뭉개졌다. 속도의 엇박자와 형이 사라진 초식의 합이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기까지 지수는 연거푸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제법인데.”

“잘난 척하지 말라고!”

무진은 지수의 공수를 가볍게 여기진 않았다. 속도 조절과 엇박자를 조금씩 극복하며 반격을 취했다. 형(形)에만 치우쳐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극복하기 힘들다.

이는 무공이나 마법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사람이 평소 행하는 습관적인 행동도 포함이 되었다. 이를 극복하려면 재능도 중요하지만, 무수히 많은 실전이 필요했다.

‘아수라를 겪었다고 봐야 할까?’

무진의 지식은 비슷한 또래를 넘어 꽤 방대한 편이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지식은 깊지 않았다. 모든 경험은 주관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졌을 뿐, 객관적으로 바라본다고 해도 사견이 개입할 여지가 높다.

‘좀 더 보자.’

회귀를 장난처럼 언급하기엔 지수의 무공이 상당히 실전적이었다. 하나하나의 수가 상대의 숨통을 끊어 내려는 야수성이 보였다. 의식할 때는 통제하지만, 당할수록 무의식적으로 나타났다.

무진은 지수의 실전적인 공수를 조절하며 틈을 찾아냈다. 하지만 지수도 만만치 않게 틈을 극복하며 매섭게 몰아쳤다.

퍼퍼퍼퍽!

손발이 움직일 때마다 쇠를 찢어발기는 파공성이 울리며, 사방으로 진동이 퍼져 나갔다. 주변을 강화하고, 결계를 치지 않았다면 아지트가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화르르르!

신화천권 염화식 화천폭(火天爆).

9성의 공력을 발휘한 지수의 권격이 시퍼런 불꽃을 발화하여 폭발했다.

퍼어엉, 후아아앙!

사방으로 화염풍이 번지는 가운데, 지수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듯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실을 마주하고도 비현실처럼 다가왔다.

“……어떻게?”

“요런 방식이구나. 어릴 때와는 천지 차이네.”

“……무슨?”

“네가 보여 줬잖아.”

그 시절의 지수는 지금처럼 음흉하지 않았다. 속이 뻔히 보였고, 조금만 칭찬해 주면 알아서 술술 뱉어 냈다. 물론, 어렸을 때라 초식에 빈틈이 많았고, 완벽하지 않았다.

미숙한 초식에서 무진은 자신만의 형을 집어넣어 작금의 형태를 완성했다. 스승을 뛰어넘는 청출어람의 표본이었다.

무진의 화천폭은 지수의 화천폭과 거울처럼 맞물렸다.

“……도둑놈!”

“사부께서 많이 화나셨군.”

무진은 신화천권의 붕산패, 천절격, 패왕멸을 연이어 보여 주었다. 지수는 얼떨결에 막아 내면서도 치가 떨렸다. 방금의 수, 완벽히 복제된 신화천권이 분명했다.

“어릴 때 잠깐 형태만 봤을 텐데, 이처럼 완벽할 순 없잖아!”

“뿌리만 같을 뿐, 흐름을 자세히 봐. 지금의 너라면 느낄 수 있을 거야.”

같은 뿌리를 둔다고 해도, 성장의 열매는 다를 수 있었다. 언뜻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 다름이 존재했다.

이는 무진과 지수의 개성이었다. 다른 무공이었다면 알아내기 어려우나, 같은 결이라면 어떤 식으로 파생되어 다른 결과를 자아내는지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개 같은 세상!’

불공평도 정도가 있지!

지수는 감탄과 동시에 쌍욕이 절로 나왔다. 무진의 무공은 완벽에 가까웠다. 빈틈을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손 속을 겨룰수록 자신의 신화천권이 점차 동화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나아지고 있어.”

지수는 무진의 환한 미소에 이가 갈렸다. 오랜 세월 수많은 격전을 통해 완성된 무공이 고작 16세의 무공에 흡수되고 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차라리 무공이 정체되었다면 화가 나지 않을 텐데, 자신이 보기에도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이번 공격은 괜찮았어.”

“너, 후회할 거야!”

지수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특수 속성을 개방했다. 군주급에 이르렀던 근원적인 강함을.

우우웅!

찌리리릿!

지수의 눈빛이 바뀌며, 흐름이 요동쳤다.

무진은 심상치 않은 지수의 변화를 감지하며 짜릿함을 맛보았다. 여태 느껴 보지 못했던, 이것이야말로 지수가 가진 진정한 전력임을 깨달았다.

[특수 속성 : 광폭화(2단)]

광폭화는 말 그대로 모든 능력치를 증폭시키는 속성이었다. 현재의 전력을 단숨에 배로 끌어 올린다. 하지만 증폭하는 비율에 따라서 광기를 얻는다. 완벽히 통제하지 못한다면 자아를 잃고 미치광이로 전락했다.

퍼어엉!

속도, 파괴력이 전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단순 능력치가 2배가 되었다고 해서 전투력이 급격히 늘진 않는다.

하나, 일격을 막아 낸 무진은 지수의 무력이 아예 궤를 달리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능력치의 상승은 파괴력을 올리지만, 형태를 잃어버려 힘의 낭비가 클 수밖에 없다. 반면에 지수는 자신이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광폭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투드드드드득, 꽈아아앙!

2단의 광폭화로도 실제 파괴력은 몇 배로 상회하고 있었다. 지수의 실전 능력이 무진의 예상보다 대단했다.

한계를 알아보고 싶은 무진은 조금 더 몰아붙였다.

“독거 아줌마답다.”

“……죽일 테다!”

훈련이라면서, 지수의 눈이 돌아갔다.

흰자위를 드러낸 지수는 예상대로 미친년이었다. 배울 게 많아진 무진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전투를 즐겼다.

‘광폭화도 나쁘진 않겠는데.’

역린은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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