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인류최강 남사친-2화 (3/374)

2. 설득(2)

하아!

샤워를 마치고, 편안한 복장으로 착의한 강산하는 식탁에 앉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들이 차린 요리로 인해서 입맛이 고급이 되어 버렸다.

거래처 일로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맛집을 찾게 되는 이유였다. 한데, 싸고 맛있고, 깨끗한 집은 흔치 않았다.

“오늘은 늦는다면서?”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호오, 차였구나.”

“대차게 차고선, 갑자기 동료가 되어 달래요.”

“신박한 방식이긴 한데, 난 요즘 애들을 도통 모르겠다.”

“아는 줄 알았는데,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산하는 아들의 첫 실연에 축배를 들었다. 여러모로 애늙은이 같은 아들인데, 모처럼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욱이 근거가 있는 편이긴 해도, 아들의 자신감은 도가 지나쳤다.

“사내가 돼서 고백을 받으려는 건 창피한 일이다.”

“저는 그럴 만한 능력이 되잖아요.”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겸손할 줄도 알아야 하고.”

“능력만 있으면 회사에다 똥을 싸도 모셔 갈걸요.”

“아들, 현실이 꼭 영화처럼 되진 않는단다.”

능력이 된다면 그럴 수도 있으나, 산하는 단호히 부정했다.

내가 낳은 아들이지만, 진짜로 할지도 모르기에 단속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을 녀석이 제법 흥분했다.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감정이 겉으로 드러났다.

“답지 않게 흥분했구나.”

“저도 아직 어린가 봅니다.”

“어린 건 맞지만, 내 앞에서 어리광 부리면 가만 안 둔다.”

“너무해요. 전 고작 열여섯 살이라고요.”

“어딜 봐서.”

산하는 나름 객관적이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아들의 외형은 다 자란 성인보다 대단했다. 같이 목욕을 하면 더더욱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이런 굉장한 물건……. 크흠.

하긴, 피는 못 속이는 법이지.

여하튼 평소 말수가 적은 아들이 오늘따라 혓바닥이 길다. 이런 일이 흔치 않기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

직감적으로 어떤 느낌이 왔다.

근래에 들어 달라진 육체만큼이나 감도 날카롭게 변했다. 회사에서 일할 때 도움이 되지만, 아직은 낯설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아버지는 저를 믿으셔야죠.”

“그렇다 치고, 짐에게 간청을 해 보거라. 세자녀석아!”

“딱히.”

“아니면 됐다.”

“알면서 이러기예요! 괜히 환골탈태시켜 드렸네요.”

“날 이렇게 만든 건 너다.”

고통이 수반되었던 환골탈태는 수혈을 짚었기에 내외력을 강화할 때와는 달랐다. 숨긴다고 될 일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다른 육체가 되었는데 모른 척하기도 힘들었다.

“칫, 좋으면서.”

“어허, 어디서 안 하던 짓을! 그리고 싫다고 한 적 없다.”

나이가 든다는 사실은 서글프다. 인간은 세월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30대가 다르고, 40대가 또 다르고, 50대 이상이 되면 삶을 돌아봐야 했다.

지금은 20대 때보다 활력이 넘치고 아침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사내로서 끝나지 않았다는 자부심은 자신감의 상징이었다. 사내 선후배들이 뭘 먹어서 그러냐고 물어볼 때마다 흐뭇했다.

“됐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은혜를 갚아야 해요.”

“은혜? 도통 모르겠구나. 네가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를 할 녀석도 아니고.”

“그렇기는 한데, 지수의 부탁이에요.”

“차고 나서 부탁이라니, 갈수록 점입가경이구나. 그래, 어떤 부탁이더냐?”

“아카데미에 같이 가재요.”

수저를 바쁘게 움직였던 산하의 낯이 굳었다. 생각지도 못한 부탁이기 때문이다. 그간 말을 하지 않았어도, 아들이라면 알고 있었기에 별말을 하지 않았었다.

“탐탁지 않구나.”

“알아요. 하지만 받은 게 있으면 갚는 게 도리 아닐까요?”

“지수가 대체 뭘 해 줬기에 그런 말을 해?”

“환골탈태요. 더욱이 제 무공의 근간이 바로 지수거든요. 아니면 다시 토해 내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무진은 감성적인 눈물로 아버지를 설득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허례허식 없이 지내는 편이나, 아버지의 평소 사고관은 냉철했다. 인과를 분명하게 따지시며,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가르쳤다.

그런 아버지에게 신파와 감성을 내세워 봤자 허락을 구하기 어렵다. 그러나 평소 빚지기 싫어하시는 아버지의 성향을 노린다면 얘기가 다르다.

“돌려놓을 수도 있는 거냐?”

“힘들지만 해 봐야죠. 먹고 배 쨀 수는 없잖아요.”

아들이라면 능히 그리하고도 남을 능력이 되었다. 굳이 자신 앞에서는 숨기지도 않는 녀석이니.

“하아, 외통수에 걸렸어!”

“그러게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니까요.”

“억지로 먹였잖아!”

“저는 효자잖아요!”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작금의 젊음과 혈기를 맛본 산하로선 거절하기 어려운 아들의 치밀한 함정이었다.

언제 이렇게 커서 아비의 뒤통수를 후려치게 됐는지, 원. 빼도 박도 못 하게 생겼기에 답답함이 치밀어 올랐다.

앙, 사르르르!

하필이면 소고기찜이 녹는다, 녹아!

[무진류 특제 소고기찜]

-먹다가 둘 다 뒤짐.

공과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들이 자신을 상대로 공갈을 치진 않았을 테고. 하필이면 시기가 아주 공교로웠다.

“내 돈으로 이만큼이나 큰 녀석이.”

“제가 크루즈 한 대 사 드리겠습니다.”

“됐다, 이놈아.”

“아니요, 사 드릴 겁니다.”

누가 들으면 자동차로 오해할 소리지만, 크루즈선을 뜻했다. 무진은 딱히 어렵다고 보지 않았다. 작금의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 비교 잣대가 많진 않아도, 어디를 가도 꿀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어중간한 헌터도 한 해 수십억은 번다고 알려졌다. 세금을 비롯한 이거저거 떼면 반 토막이 나긴 해도.

“간섭하지 말고, 여행이나 다녀라 이거냐?”

“당장 그러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남들이 들으면 팔자가 폈다고 하겠구나.”

“원래 다 그런 거죠.”

“효도는 강요가 아니다.”

“중2병이 오려나 보네요.”

산하는 아들의 장담을 허언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한다고 하면 반드시 하고야 마는 꼴통이었다.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최선의 선택을 해왔기에 미안한 마음도 적지 않았다.

어느 때나 순순히 따라 주기만 했던 아들이 처음으로 선택한 일이다. 기브 앤 테이크를 주장하지만, 무진에게서 여태 보지 못했던 활기가 느껴졌다.

‘어쩔 수 없나?’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고, 환골탈태에서 벗어나기도 요원한 일이니.

“미리 결정을 내리고 선포하는 건 협박이나 마찬가지다.”

“지수가 그렇게 나올 줄 저도 몰랐다니까요.”

“내가 네 속을 모를 줄 알아!”

“그렇게 티가 나나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지.”

“당연한 소린 하지 마세요.”

굳이 숨길 생각도 없었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언제나 진실해지고 싶었다. 또한, 진심을 전하면 아버지는 반드시 허락해 주리란 확신이 있었다.

“다치지나 말거라.”

“저보단 아버지가 걱정이에요.”

“이놈이, 나는 아직 거뜬해.”

“소고기찜은요? 자주 해 드릴 수 없는데.”

“……그런!”

“농담이에요.”

“한 끼 안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

“한 끼가 두 끼 되고, 세 끼, 네 끼 되는 거예요.”

“징그러운 녀석!”

애써 담담한 척하지만, 산하는 소고기찜을 통째로 비우고 있었다. 이성과 달리 몸은 정직했다. 아들의 비법 양념은 그야말로 마약이었다. 신종 코카인이 말썽을 부린다는데, 아들의 특제 양념이라면 치료 가능했다.

“그래도 단련은 필요해요.”

“단련? 내가 왜?”

“제가 헌터가 되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보통이 아닐 테고, 절 건드려 봤자 아무 이득이 없잖아요. 하지만 아버지는 다르죠. 빌런이 가족이나 친지를 건드리는 건 국룰이고요.”

“허, 위험한 일을 하겠단 거냐?”

“만약을 대비하잔 거죠. 다행히 아버진 고아잖아요. 저로선 대비하기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수월한 편이죠.”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비수를 꽂는구나.”

“그래서 망설임이 적었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아로 자랐다. 따지고 보면 자수성가의 표본이었다. 어려운 처지에도 번듯한 직장을 얻고, 사회적으로 성공도 했다. 특히 훌륭하게 잘 커 준 아들은 자랑이었다.

지켜야 할 사람이 많을수록 제약이 생긴다. 당장은 아버지만 보호하면 되는 일이니, 일정 거리 내에선 어렵지 않았다.

그렇기에 하루라도 빨리 특수 속성을 단련하고, 아이템을 얻는 데 주력해야 했다. 지수가 보여 준 공간 아이템의 효능을 봤기에 탐이 났다. 다른 이도 아니고,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은 없었다.

“삶이 순탄치가 않구나.”

“건강 삼아 운동한다고 생각하세요. 300살까지는 사셔야죠.”

“아직은 100세 시대다, 이놈아!”

“연금은 어쩌고요?”

“그건 그렇군.”

환골탈태를 통해 최적의 몸 상태가 되었으나, 단련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험악한 각성의 시대에서 자기 몸을 건사하려면 최소한의 단련은 필수 옵션이었다.

잠깐 졸다가 던전에 갇히는 건 이 시대의 국룰이며. 그러다 이계라도 가면 어쩌라고.

‘sss급 아이템도 얻어야 하고.’

아버지의 안전이 완전히 보장되는 때를 아카데미 졸업 시기로 잡았다. 그때까지 풀템으로 장비를 맞춰 드릴 계획이다. 매너를 위해서 정장 풀옵션 전방위 방어 시스템의 완성이 목표였다.

“잘생겨 보이는 아이템도 있다고 하던데요.”

“그건 사기 아니냐.”

“그런 식이면 성형도 사깁니다.”

“말이나 못 하면.”

무진은 성형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예뻐지고, 잘생기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능이었다. 속된 말로 먹기 좋은 떡이 맛도 좋았다. 성격도 외모 따라가는 경향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어릴 때부터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성격적으로 날카롭게 변하기 때문이다.

“천년 공력을 달성해 보자고요.”

“……뭔 공력?”

“천년 공력이요.”

“내가 알기로 현 칠대가문의 수장급도 5갑자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데요?”

“나 샐러리맨이다.”

“샐러리맨에게 체력은 필수죠.”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룩한 산하는 아들을 설득했다. 이 녀석이 사람을 잡으려고 작정을 한 게 아니면 상식적인 선을 넘어섰다.

협상을 주먹으로 하란 거냐?

망할, 통할 것 같다.

아니지, 아들의 개수작에 말릴 순 없다.

“3갑자.”

“6갑자요!”

“육시랄, 4갑자!”

“5갑자 반.”

부자는 이 화두를 해결하기 위해서 밤을 새워야 했었다.

적지 않은 심력을 소모하고서 겨우 5갑자로 타협을 봤으나, 산하는 왠지 모르게 속은 기분이 들었다.

“아들, 주눅 들지 마라.”

“제가 그럴 녀석인가요.”

“나 때문에 물러서지 말란 말이다.”

“알았어요.”

이래서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2